Became a swordsmanship instructor at the Fantasy Academy RAW novel - Chapter 245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245)
삼자대면
들었을까?
“선, 생, 님?”
들었구나.
아무래도 조금 전에 비앙카가 했던 이야기를 전부 들은 모양이다.
“역시 너도 강신혁 선생님처럼 순간이동 마법을 쓸 수 있었구나.”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닌데.
“지금 이게….”
“됐어요. 너 지금 누구한테 개수작 부리는 거야?”
“개수작? 내가 뭘?”
“내가 뭘? 우리 선생님한테 꼬리 치는 거 다 들었거든?”
“그게 뭐? 골키퍼 있다고 골 안 들어가나?”
…당황스럽다.
2주 가까이 비앙카를 가르치긴 했지만 그동안 특별히 내게 호감을 표시한 적은 없었으니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한 건진 모르겠지만 나는 비앙카 너를 교육생 이상으로 생각한 적이 없는데.”
“착한 척 안 해도 돼요. 솔직히 선생님 여자 많잖아요.”
엥?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얼마 전에 기숙사 뒤쪽에서 은서랑 선생님이랑 손잡고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거 봤거든요. 어머, 세진이 넌 몰랐나 봐?”
켁….
세진이도 은서를 알고 있긴 하지만 학교에서는 일만 하라고 경고했었으니까.
“은서 선생님도 그래서 튜닝해 주신 거 아니에요? 저는 능력 있는 사람이라면 뭐, 여러 여자 만나는 것도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저도 선생님의 여자가 되는 대신 튜닝이랑 저 순간이동 마법도 가르쳐 주시면….”
“그 입 닥쳐!”
“…왜 화를 내고 그래? 세진이는 몰랐나 보네요?”
이거 뭐 완전히 난장판이 따로 없다.
“그만.”
“선생님?”
내가 정리하는 수밖에 없다.
“네 말대로 나는 세진이도 좋아하고 은서도 좋아해. 하지만 내가 아무 여자나 좋아하는 건 아니거든. 비앙카 네겐 관심이 없어.”
“저도 나름대로 괜찮은….”
“미안하지만 비앙카 너는 전혀 내 스타일이 아니야. 그러니까 이만 나가지?”
뭔가 더 말을 하려는 것 같았지만 지그시 노려보자 어색하게 웃더니 나간다.
더 추근대면 퇴소시키겠다고 하려 했는데 일단 비앙카는 정리해서 다행이다.
하지만 세진이 표정은 여전히 풀어지지 않았다.
“저기, 내가 전부 설명할게.”
하나도 빠짐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일을 설명했다.
“저나 은서가 다른 심법을 익힌 걸 알고 자기에게도 가르쳐 달라고 선생님에게 꼬리 쳤다는 거죠?”
“그래.”
“방에 데려온 건요?”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해서.”
“내공심법은 핑계고 선생님한테 관심 있는 거 아니에요?”
“그건 아닐걸. 솔직히 오늘 이야기 듣기 전까지 그런 느낌은 전혀 없었거든 ”
“선생님은 그런 부분에서 둔감하신 편이잖아요.”
“내가? 그건 아니지. 내가 얼마나 눈치가….”
세진이가 매섭게 노려보니 말이 안 나온다.
“앞으로는 교육생들이랑 거리를 좀 두세요.”
“평소에도 그러고 있어. 오늘 따끔하게 잘 이야기했으니까 앞으로는 이런 일 없을 거야.”
“쉽게 포기할 것 같지 않던데. 그리고 학교에선 일만 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어요?”
“그… 그랬지.”
“그래서 우리 길드에서 은서 데려간 거 동의해 줬는데 지금….”
“그때 아마 손에 뭐가 나서 그거 봐준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지금 그걸 핑계라고…. 됐어요.”
세진이는 순간이동 마법을 사용했는지 사라졌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말이 안 되는 핑계였다.
바로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도 않고 톡을 보내도 답장이 없는 게 단단히 삐진 것 같다.
따지고 보면 내 잘못도 아닌데 억울하지만, 세진이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한참 전에 고백을 받았음에도 누구 하나 확실하게 선택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이런 우유부단한 나를 이해하고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고 천하의 대역 죄인이다.
그런데 억울은 무슨….
한바탕했더니 점심 생각도 사라져서 일이나 하려고 책상에 앉았다.
한참 서류를 붙들고 씨름을 하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끝나는 예비 종이 울린다.
휴대폰을 확인했지만 여전히 답장도 전화도 없다.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도 않고.
저녁에 만나서 다시 사과하고 기분을 풀어 줘야겠다.
일단 오후 수업 준비를 하려는데 소파에 웬 네모난 찬합이 보인다.
세진이가 가져온 건가?
열어 보니 각종 튀김, 갈비, 전, 잡채… 하나같이 내가 좋아하고 잘 먹는 반찬뿐이다.
마지막 칸 밥에는 완두콩으로 하트까지.
산 게 아니라 전부 직접 만든 거다.
내가 벌인 일들과 길드 일까지 정신없이 바쁠 텐데 언제 이런 걸 또 만들었는지….
아무래도 안 되겠다.
책상 위에 있는 인터폰을 눌렀다.
―네, 교장 선생님.
“오늘 오후 수업은 취소해 주세요.”
―네?
“사정이 좀 생겨서요.”
바로 인터폰을 내려놓고 순간이동 마법을 사용했다.
종종 왔던 아레스 길드의 길드마스터 집무실인데 책상에 앉아 있는 건 세진이가 아니라 김대찬이다.
“자네가 여긴 어쩐 일인가?”
“세진이를 좀 보러 왔는데… 여기 없군요.”
“자네랑 만나고 있는 거 아니었나? 오늘 반차 쓰고 점심 먹고 출근하겠다고 해서 자네 보러 간 줄 알았는데.”
“아… 그게, 만나긴 했는데….”
“혹시 싸웠나?”
예전부터 생각은 했지만 김대찬 이 사람은 진짜 눈치 하나만큼은 정말 빠르다.
“크게 싸운 건 아니고….”
“괜찮네. 젊은 연인끼리 애정 다툼도 좀 할 수 있지. 이해하네. 연락은 해 봤나?”
“전화도 안 받고 톡도 안 봐서….”
“크게 싸운 거 아니라며?”
…할 말이 없다.
여기서 이럴 시간도 없고.
이만 가 보겠다고 이야기하고 세진이 집으로 이동했지만 여기에도 세진이는 없다.
혹시 사부에게 갔나 싶어 포탈로 이동했다.
안에 들어가 보니 루시엘과 사부가 바둑을 두고 있다.
“이 시간에 웬일이냐?”
“혹시 세진이 여기 안 왔어요?”
“세진이가 이 시간에 여길 왜 오겠… 표정을 보니 싸운 모양이구나.”
“세진이랑 싸웠어?”
“아니, 뭐… 그냥 별거 아닌데…. 루시엘, 잠깐 나와서 세진이 좀 찾아 줄래?”
“세진이는 나랑 있는데?”
갑자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했지만 이내 깨닫고 지갑에서 나뭇잎을 꺼내 찢었다.
익숙한 감각과 함께 시야가 바뀌는데… 어라?
최근에 좀 안 오긴 했지만 한때는 이곳에 거의 살다시피 했을 만큼 자주 와서 익숙한데 주변이 완전히 달라졌다.
마계수는 평범한 푸른 빛을 띠고 거무튀튀했던 풀들과 대지도 전부 평범하게 짙은 녹색과 황토색으로 바뀌었다.
달라지지 않은 보랏빛 태양이 아니었다면 순간 다른 곳으로 왔나 착각했을 정도다.
루시엘이 마계수의 마기를 극복하면서 이곳도 변한 것 같은데 최근에 안 와서….
아니, 지금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이게 누구야? 오랜만이군.
카이나칸은 그대로네.
“세진이 여기 있다고 했는데, 어딨어?”
―저기 마계수 쪽에 있다. 그런데 혹시 육포….
바로 마계수 쪽으로 향하니 가벼운 차림으로 검을 휘두르는 세진이가 보인다.
―어제부터 쉬지도 않고 계속 저러던데 무슨 일 있나? 그리고 혹시 육포….
나 때문이겠지.
조심스럽게 다가가니 인기척을 느끼고 뒤돌아본다.
“여기 있었구나.”
“선생님이 어떻게… 벌써 시간이….”
“오후 수업 취소하고 온 거야. 미안해”
“…뭐가 미안해요. 선생님이 잘못한 거 없잖아요.”
“아니야. 내가 좀 더 처신을 똑바로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잖아.”
“전 괜찮은데. 괜히 저 때문에 수업까지 빼시고. 제가 더 죄송… 선생님?”
하나도 안 괜찮으면서 뭐가 괜찮다는 건지.
그대로 다가가 세진이를 껴안았다.
“하나도 죄송할 거 없어. 수업 같은 건 너보다 중요하지 않아. 진짜 미안해.”
“지금 이러면 땀 냄새 날 텐데.”
“상관없어.”
“…선생님 숨 막혀요.”
“미… 미안.”
나도 모르게 힘이 너무 들어간 것 같다.
“왜 계속 미안하다고 하세요. 저는 선생님에게 그런 말은 듣고 싶지 않아요.”
“….”
“선생님 잘못이 아니라는 건 저도 아는데, 그냥 너무… 제가 선생님을 너무 좋아하나 봐요.”
눈물을 글썽거리며 말하는 세진이를 도무지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다.
나도 알고 있다.
언제까지나 이런 식으로 지낼 수는 없다는 걸.
세진이, 루시엘, 은서 셋 모두가 이해해 주길 바라는 건 너무나도 이기적인 바람이니까.
“원하는 답이 아니라는 거 알지만 조금만 더 시간을 주면 안 될까?”
“선생님?”
“미래에 닥칠 위기, 언론에는 10년이라고 했지만 훨씬 빨리 벌어질 거야. 그 일만 마무리되면 나도 결정을 내릴게. 물론 그 전에 네가 너무 힘들고 지친다면….”
“그런 일은 없어요. 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선생님을 포기하지 않을 거니까….”
말을 하는 세진이의 얼굴에서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결정을 내리기 전이라도 더는 사람이 늘어나는 일은 없도록 할 게.”
말과 동시에 세진이를 다시 한번 더 끌어안았다.
한심하기 그지없지만 이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 * *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죠.”
세진이를 달래 주고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다행히 나 대신 은서가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고 교육생들에게 사과를 구하고 시간을 조금 늘렸다.
“고생하셨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선생님, 아까 무슨 일 있으셨어요?”
“아… 은서야, 미안.”
“미안하긴요. 별로 어려운 것도 없는데. 그런데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신 거예요?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러신 적 없었잖아요.”
“…이따 저녁에 설명해 줄게. 같이 갈 데도 있고. 퇴근하면 교장실에서 보자.”
“네.”
은서를 보내고 강당을 빠져나가는 교육생 무리에서 눈에 띄는 금발의 사내에게 전음을 날렸다.
―콘래드 교육생, 잠깐 따로 이야기 좀 하죠. 교장실로 오세요.
콘래드는 흠칫거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나를 바라보기에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먼저 강당을 나왔다.
교장실에 돌아와 잠깐 기다리니 문이 열리며 콘래드가 들어온다.
“무슨 일입니까?”
비앙카가 이야기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말을 안 했는지 콘래드는 전혀 모르는 눈치다.
오늘 낮에 있었던 일을 들려주고 경고했다.
이미 비앙카에게 거절의 의사는 밝혔지만 재발을 막기 위해선 부모에게도 이야기해 두는 게 나을 테니까.
우리 딸이 뭐가 어때서, 이런 식으로 나오면 영국은 아예 아카데미에서 배제시키겠다고 하려 했지만 다행히 콘래드는 빠르게 내 말을 수긍했다.
“제가 딸을 너무 오냐오냐 키웠나 봅니다. 워낙 재능이 출중해서 여태 야단 한 번 제대로 친 적이 없어서…. 곤란을 겪게 만들어 죄송합니다.”
고개까지 푹 숙이며 연신 사과를 하는데 이렇게 저자세로 나오니 더 강하게 뭐라고 하기는 좀 그렇다.
“따님에게 이야기는 했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강해지고 싶다고 해도 이런 식은 아니죠.”
“강신혁 선생님 말씀이 맞습니다. 저기, 그렇지만 단순히 내공심법 때문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네?”
“선생님의 제자에게 패배한 이후부터 우리 비앙카는 선생님에게 관심을 많이 가졌거든요. 한국에 연수를 가고 싶다고도 했고. 이번 아카데미도 녀석이 너무 오고 싶다고….”
…도대체 뭘 보고?
뭐, 상관없다.
아무리 나를 좋아해도 나는 비앙카를 여자로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으니까.
마지막으로 경고하고 콘래드를 돌려보냈다.
밀린 서류들을 처리하고 있는데 노크 소리가 들린다.
은서인가?
휴대폰을 확인하니 벌써 6시다.
“들어오세요.”
예상대로 은서다.
“선생님, 저 왔어요.”
“잠깐만 앉아서 기다릴래? 이것만 마무리하고 같이 이동하자.”
“아, 같이 갈 곳도 있으시다고 하셨죠. 어디 가시게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보여 주려고.”
마지막 서류를 끝내고 은서의 손을 잡고 순간이동 마법을 사용했다.
“선생님, 여긴…?”
“세진이 집이야.”
“세진 언니 집이요? 언니는 없는 것 같은데. 이렇게 들어와도….”
“괜찮아. 둘 다. 곧 올 거니까 기다리자.”
“둘이요?”
“응 둘.”
이왕이면 포탈에 데려가고 싶었지만, 원시천존과 장삼봉이 더는 사부와 이 세계의 인연을 늘리지 말라고 경고했었으니까.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이내 푸른 빛과 함께 세진이 그리고 루시엘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