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hief of Jurassic Defense RAW novel - Chapter (106)
106. 승리 연회
리리는 어딘가 익숙한 향기가 난다고 생각했다.
바로 바위꽃의 향기.
막 깨어나서 혼란스러운 정신으로 그녀가 주위를 둘러 보았다.
눈앞에 있는 사내… 몬테그.
그녀의 아버지.
그의 품속에서부터, 어디선가 뜯어온 바위꽃의 꽃잎이 한 잎 두 잎 흘러나오고 있었다.
“….”
리리는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하이랜드에 있던 시절, 저 꽃을 보내왔던 의문의 인물이 누구였는지.
대체 누가 이런 정신 나간 선물을 계속해서 보내는가 했더니…….
“바보같은….”
리리는 자신을 몸을 덮은 아빠를 치우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그의 몸은 바위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대신 같은 말만 반복했다.
“내 딸을, 이런 데서 죽게 할 수 없어…. 메델리처럼… 그렇게 보낼 수는….”
“아빠, 일어나! 나 이제 멀쩡해!”
사실, 멀쩡하지는 않았다.
대체 어디를 어떻게 맞은 건지도 모를 만큼, 온몸이 욱신거리고 아팠다.
게다가 기절했다 깨어나서 그런지 힘이 제대로 들어가는 부위가 없었고, 손가락 하나 제대로 움직이기도 어려웠다.
리리는 곧장 고개를 돌려 아크한이 있는 방향을 쳐다봤다.
“도와줘… 누구라도 좋으니까, 제발!”
그런데 그때였다.
콰콰콰쾅! 쾅쾅쾅! 콰아아앙!
몬테그의 주변으로 마법 지원사격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마법…?’
아군측 마법사라고는 에른 정도밖에 없을 텐데… 이건 대체?
게다가 불과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엘프족의 병력과 궁전을 사수하는 첼-브 동맹군 사이의 전력 차이는 팽팽하기 그지없었다.
그런 상황에, 이 정도의 마법 지원이라니.
도대체 어디서부터 날아든 것인가?
“이게 무슨?”
그 마법 지원에 의해 일순 공격을 방해받은 그린엘프의 대장로, 글로란델.
그가 굳은 표정으로 마법이 날아온 쪽을 노려봤다
그리고는 경악한 표정으로 외쳤다.
“여… 여왕! 분명 감옥에 가둬놓았는데. 대체 어떻게?”
양 날개를 좌우로 펼친 채 허공을 날아오고 있는 엘프.
그녀의 아래로, 휴먼족과의 전쟁에 반대하며 여왕을 따르는 온건파의 엘프족 마법사들, 거기에 방금 전까지 그들과 적대했지만, 이제는 여왕의 뒤를 따르고 있는 엘프족의 환수들이 가세했다.
반면, 세 명의 대장로와 함께하던 강경파의 마법사들에게 다른 증원이 있을 리 없었다.
그린엘프 대장로, 글로란델은 전황을 바라보며 작게 혀를 찼다.
“쯧.”
감옥에 갇혀 있던 여왕의 등장.
그것이 양측 전력의 팽팽하던 균형을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설마 에렌드리엘이 패배했단 말인가?”
분명, 변수 따위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건만.
이어, 글로란델의 판단이 자연스럽게 스탠리에게 향했다.
“놈이 배신했군. 에렌드리엘을 지하 감옥에 둬서는 안 되었다. 이래서 인간을 믿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건만.”
그런데 그렇게 중얼거릴 무렵.
그 소리를 들은 리리는 그 말뜻을 유추했다.
‘그게 무슨 말이지?’
어디서 들어봤다 했더니, 작전 회의 때 들었던 이름인 에렌드리엘.
분명 그건 레드엘프 대장로의 이름이었다.
‘그러고 보면…’
그린엘프와 블루엘프의 대장로는 이 앞에 있는데, 레드엘프의 대장로는 지금까지 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놈까지 이곳에 있었다면, 몬테그도 지금까지 버티는 것이 불가능했을 터. 다행히, 또다른 대장로를 억제할만한 전력이 아군에게 있었던 듯했다.
그때, 글로란델이 허탈한 표정으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연옥에 간 셋째 놈을 처리하러 간 놈은 안 보이고… 갇혀있던 다른 놈들이 전부 풀려나와 있군. 스탠리 놈, 대체 예언을 한답시고 무슨 수작을 벌인 거냐?”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몰라도, 정황상 아크한에게 예상치 못한 위기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다만 놈이 분노를 터뜨리는 걸 보니, 그 위기를 잘 헤쳐나가는 데도 성공한 것 같고.
‘역시 삼촌이야.”
리리는 흘러내리던 눈물을 닦아내고, 아크한이 오던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글로란델 또한 그쪽을 보며 이를 으득 갈았다.
“…시간을 너무 끌었어. 일단 하던 일부터 확실히 마무리를 지어놓고 다시 생각해보는 편이 좋겠군.”
푸확! 푸확! 푸확!
어마어마한 식물이 다시금 발밑에서부터 솟구치기 시작했다.
“좋은 인간은 죽은 인간뿐이지. 몬테그 가이. 대자연의 일부로 돌아가라!”
이미 의식을 잃어서 대답이 없는 몬테그를 향해, 쏟아져 내린 식물의 폭격이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후두두둑!
그 모습을 바라보던 리리는, 즉시 ‘타운포탈 스톤’을 사용하려 했다.
다행히 아크한이 구하러 와주었지만, 더 이상은 그녀의 아빠가 버틸 수 없어 보였기에.
그러나 잠시 의식을 잃어버린 사이, ‘타운포탈 스톤’은 그녀의 손을 벗어나 땅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서둘러야…!”
지금 이 찰나의 순간이 몬테그의 생사를 결정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리리는 급히 그곳으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동작 그만-!”
엄청난 에너지를 품은 함성이 몬테그와 글로란델을 스쳤다.
동시에 글로란델이 뽑아내던 식물들의 움직임이 일시에 우뚝 멈춰서고 말았다.
“용이여- 적을 집어삼켜라 – !”
이어서 들려온 외침과 함께, 용을 품은 화살 한 발이 날아들었고.
《쿠화아아아아아아악-!!》
그것은 함성을 맞고 일순 멈춰 섰던 글로란델의 심장을 정확히 관통하고 지나갔다.
푸슉-
“허어어억…!!”
그의 마지막 눈빛에는 수많은 의아함만이 존재했다.
어떻게 저런 거리에서 화살이 날아올 수 있는지.
그 화살의 파괴력이 어째서 이 정도인지.
에렌드리엘은 대체 왜 패배한 것인지.
어째서 아크한이 여기에 있는지.
그리고… 저 환수는 대체 왜 아크한을 태우고 있는 건지.
털썩.
그란델린이 쓰러지는 모습을 확인한 리리는, 곧장 ‘타운포탈 스톤’의 사용을 취소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유심히 쳐다봤다.
“…삼촌!!”
하늘을 날아오는 엘프족 여왕의 위쪽으로.
리리의 눈에, 한 마리의 드래곤을 타고 날아오는 아크한의 모습이 보였다.
“드래곤…?”
아까 의식을 잃기 직전, 지상으로 추락하던 드래곤.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아크한은 그것을 길들이기라도 했다는 것처럼 놈의 등을 밟고 서있었다.
리리의 곁에 더 가까워진 후, 아크한으로부터 한 번 더 함성이 들려왔다.
“지금부터 이 전쟁을 끝내도록 하겠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리리는 이미 고갈되었다고 여겼던 생명력이 갑자기 한웅큼 솟아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체력이 회복된 것은 자신만이 아니었던 듯, 이어 자신을 덮은 채 기절해있던 몬테그의 눈이 천천히 떠지는 것을 확인했다.
“울룰라리리…?”
평소였다면 그 누구에게도 듣고싶지 않았을 그녀의 풀네임.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이 남자.
몬테그의 입에서 나오는 자신의 이름에, 어째선지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리리는 몬테그를 꽉 껴안으며 외쳤다.
“아빠…!!”
***
윈터홈, 여왕의 궁전 상층부에 위치한 알현실.
그곳에서 성대한 승리 연회가 열렸다.
“차린 건 없으나, 많이 드시기 바랍니다.”
정말 차려진 게 없었다.
거대한 목조 테이블에 올라와 있는 건 전부 채소와 과일 뿐.
‘콩고기조차 존재하지 않는, 극단적 채식주의의 현장이로군.’
그 속에서 나는 이들의 주식, 베리를 한알 한알 집어먹으며 멍하니 창밖을 바라봤다.
첼-브 동맹군의 공격에 의해 쑥대밭이 되었던 윈터홈의 중심부.
휴먼족의 시신은 에드몬토 썰매에 실려 운반되고 있었던 반면, 엘프족의 시신들은 땅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것은 엘프족 땅속성 마법 유닛인 노움이 시신들을 처리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인게임의 묘사에 정확히 일치하는 모습.
“…….”
드워프들이 돌아다니며 엘프족의 부서진 건물들을 재건하고 있었다.
이어 고대의 나무정령들은 여기저기에서 풀과 꽃이 자라나게 힘을 쏟아붓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연회 음식을 주워먹으며 주변 풍경을 감상하고 있는 동안.
“그럼, 저희 첼족의 의사는 전부 밝혔습니다.”
엘프족의 대표인 여왕과 첼족의 대표, 쟈누아가 나누던 공식적인 대화도 슬슬 끝이 나고 있었다.
“그리고 위대한 하이 킹의 장남, 몬테그 님 대신 이곳에 계신 아크한 님께서 휴먼 부족연합을 대표하여 엘프족과의 정식적인 동맹을 다시 한 번 선언하실 것입니다… 아크한 님?”
마침내 한마디 해야 할 차례가 왔다는 쟈누아의 부름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목을 가다듬었다.
“휴먼족과 엘프족. 우리는 이제부터 동맹이며, 한가족이나 다름이 없다. 이는 나의 아버지이자 휴먼 부족 연합의 대족장, 바토르 가이의 의지이기도 하며 나의 바람이기도 하다. 이 동맹은 이미 위대한 동맹이며… 그리고…. 음.”
나는 쟈누아가 준 종이에 적힌 스크롤 압박의 문단을 주르륵 훑어보고는 적당히 돌돌 말아서 옆에 내려놓았다.
“동맹이란 뭐냐? 서로서로 돕고 사는 걸 의미한다. 그러니까, 다시는 싸우지 말고, 서로 위험할 때 도와주고, 왕래도 많이 하고 좋은 문화는 배우기도 하고. 그렇게 앞으로 더불어 잘 지내보자. 이상.”
“…?”
쟈누아를 포함한 나의 측근들이 다소 황당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뭐, 어쩌라고?
좀 짧게 쓰던가 했어야지.
하지만 여왕은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소탈한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그녀를 따르는 엘프족의 마법사들도 다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를 포함한 수많은 마법사들을 위기에서 구하시고 양 종족간의 기나긴 싸움을 종결지어 주신, 우리 아크한 족장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그들은 그렇게 말하며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엘프족이 정중한 예를 표하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한 차례 인사치레가 끝난 뒤.
여왕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첼-브 연합군의 총 지휘를 맡아주셨던 몬테그 가이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리면 좋겠는데… 어서 회복하셨으면 좋겠군요.”
“그는 곧바로 우리 브릿지 마을로 이송시켜 신전의 치료를 받게 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제 중요한 얘기는 다 끝나지 않았나?”
“후훗. 그렇죠. 그렇다면….”
여왕은 그렇게 다시금 자리에서 일어나며 내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나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그녀를 뒤따라갔다.
문득 루리가 내 옷깃을 잡아당기며 정말 혼자 가도 괜찮은지 눈짓했지만, 나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도착한 장소는 바로, 여왕의 개인 침소.
“이런 곳으로 오시게끔 해서 죄송하네요. 다른 곳은 보는 이들이 많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답니다.”
나는 안내 받은 자리에 앉은 채 찻물을 우리는 여왕을 지켜보았다.
그리고는 이전에 ‘연옥’에서 그녀가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 물론… ‘다른 의미라면’ 저에 대해 꽤 잘 알고 계실지도 모르지만요.
다른 의미로 알고 있는 정보라.
그것은 에 대한 이야기가 분명했다.
그 말은 즉….
“우선, 편히 목부터 축이시기를.”
“기다리기 힘들군. 말해라, 어떻게 내 정체를 알고 있는 거지?”
“그거야.”
여왕은 내게 찻잔을 건네준 뒤 자리에 앉으며 다리를 꼬았다.
그리고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제가 바로, 당신을 여기로 데려온 장본인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