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 Wizard Transcendent RAW novel - Chapter 430
회귀로 초월하는 대마도사 외전 59화
무엇이건 간에 이야기는 행복하게 그 결말을 맺어야 한다.
적어도 내 생각은 그렇다.
왜 그래야 하냐고?
그야, 행복한 게 좋으니까.
당연한 것 아닌가.
사람이라는 건 자고로 행복을 추구하는 생물이니까.
이왕이면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로 끝맺음을 원하는 게 당연한 것이다.
그 편이 더 좋기도 하고.
하여간 그렇다.
누가 안 그러겠냐마는, 하여간 난 자고로 이야기의 결말이라면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렇고.
비슷한 말을 몇 번 반복한 것 같지 않냐고?
실제로 반복하긴 했다.
하지만 어쩌겠나.
이게 내 좌우명이며, 내 이야기는 그 좌우명을 실천하기 위해 시작되었고 끝난 것을.
“아.”
아리안델이 붉게 물든 얼굴로 날 쳐다보았다. 눈동자는 참으로 부지런히 떨리고 있었다.
그녀가 이러는 건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다.
이래 봬도 꽤 마이페이스를 고수했던 것이 아리안델이니까. 현재의 내가 괜히 그녀의 영향을 받은 게 아니다.
그런 그녀가 이 정도로 동요하고 내 눈을 피한다는 건, 그 정도의 일이 있었다는 뜻.
“미, 미하일, 바, 바, 방금 뭐, 뭘 한 건…….”
“글쎄요.”
약속을 지키러 왔다 말한 뒤, 내가 뭘 했더라?
때마침 참으로 공교롭게도 흙먼지가 주변을 휩쓸었고, 난 그냥 약속을 지켰다.
딱 그 정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어, 으…… 미, 미하일, 바, 방금……!”
아리안델이 말을 더듬으며 입가를 매만졌다.
난 어떻게든 고개를 돌리고 싶은 것을 애써 참으며 웃었다.
‘약속’이란 참 중의적이다.
아리안델도 그 약속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어떤 식으로 이행해야 할진 정하지 않았잖은가.
그래, 정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 약속을 어떤 방식으로 지킬지는 내 소관.
뭐, 그런 거다.
“으, 어, 에에…….”
아리안델이 고장 났다.
그녀는 새빨갛게 된 얼굴로 한동안 양손을 파닥이며 꼼지락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푹 숙였다.
솔직히 좀 재밌긴 했다.
그녀가 이 정도로 동요하는 모습을 보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거든.
“무, 뭐가…… 우, 웃긴가요!”
“아뇨, 뭐, 그냥…….”
웃기다기보다는 뭐라고 할까.
“이 상황이 좋아서 말입니다.”
난 그렇게 말하며 잠시 예전의 일들을 떠올렸다.
지금의 내 모습은, 이 풍경은.
과거 내가 그토록 바랐던 것들이다. 절망 속에서 허우적대면서도 언젠가 이런 날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나아갔었지.
당시에는 정말로 이런 미래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움직였던 것이 아니다. 그런 희망이라도 가지고 있어야 버틸 수 있어서 그랬던 거지.
그런데 그럼에도 어떻게든 눈물을 삼키며 발버둥을 치고, 또 치다 보니 지금에 도달했다.
이건 내가 쟁취한 미래다.
그 사실이 너무나 기꺼웠기에.
“하하.”
난 그저 웃었다.
동시에 아리안델을 보며 사소한 것들을 떠올리기도 했다.
– 바, 반말……!
그녀가 아까 전, 술김에 내게 내뱉었던 말.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녀는 예전부터 우리가 서로 말을 높인다는 사실에 조금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녀가 언제 한번 말했었지.
그러니까 그 말이…….
“「우리, 동료잖아요.」.”
“……!”
그 말에 아리안델의 머리털이 비쭉 솟아올랐다.
설마하니 내 입에서 그 말이 나올 줄 몰랐다는 듯.
“미, 미하일, 그 말은……!”
그녀의 말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애초에 그녀는 그런 속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기 위해 굳이 술을 마셨던 것이 아닐까.
‘반말이라.’
솔직히 난 말을 놓는다는 것에 그리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말을 놓건, 안 놓건.
내게 있어서 그게 친분의 척도는 되지 못했기에.
하지만 그건 내 기준.
누군가에게는 그게 적잖게 서운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으리라.
특히 아리안델에게는.
“확실히, 그것도 그렇군.”
“……예?”
내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표하는 아리안델.
난 그런 그녀에게 말했다.
“생각해 보면, 오랫동안 이렇게 있었기에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단 말이지.”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것이 아닐 수도 있는데 말이야.
내 말에 아리안델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날 쳐다보았다.
“그, 미, 미하일?”
난 잠시,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은 채 생각했다.
결국 관계가 진전되려면 스스로가 나아가야 하며, 나 역시 그 진리에서는 예외가 될 수 없다.
“아리안델.”
“예, 예……?!”
아리안델이 내 말에 화들짝 놀라며 답했다.
어째 먼저 반말을 입에 담아 놓고서 본인이 내게 존댓말을 하고 있긴 하다만…….
뭐, 괜찮다.
‘내가 뻔뻔해지면 될 일이니.’
원래 그런 건 내 전문이 아니었나. 세트의 말대로 가장 뻔뻔해져야 할 때 뭘 그리 쫄고 있냐는 말이야.
그런고로, 먼저 나서기로 했다.
“나는 약속을 지켰어.”
“……!”
내 말에 아리안델의 눈이 커다랗게 뜨였다.
그러고는 잠시 후, 입을 벌린 채 그녀는 한동안 날 쳐다보더니.
“아.”
그제야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약속을 지킬 장소로는 좀, 험악하지 않나?”
“언제는 평화로웠나.”
생각해 보면, 우리 둘이 있었던 장소는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이상할 것도 없지.
이렇게 넓은 세상이라면, 누군가는 이렇게 우스꽝스런 분위기가 어울리기도 하지 않겠나.
“그러네.”
아리안델이 자연스럽게 말을 낮추며 웃었다.
“약속, 약속이라…….”
그녀는 생각을 정리하려는 듯, 그렇게 중얼거리며 한 걸음 내게 다가왔다.
“처음에는, 못마땅했었는데.”
또 한 걸음.
“언제부턴가 신경 쓰이더니.”
또 한 걸음.
“나중에는…… 가만히 두고 보지를 못하게 됐어.”
그녀는 걸음, 걸음마다 옛 기억을 떠올리듯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동시에 나도 그런 말을 들으며 그 당시를 떠올렸다.
확실히 그랬다.
처음에는 빈말로도 좋은 관계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모두가 힘든 때였다.
하지만 발버둥 치고, 또 발버둥 치는 과정에서 아르고는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게 됐다.
그리고 그녀도.
언제나 그곳에 있었지.
한 뼘 정도의 거리를 두었을 즈음 그녀는 툭, 하고 내 가슴에 머리를 가볍게 기댔다.
“몇 년이나 걸린 거야.”
“글쎄.”
횟수로 보면 3년인가.
그보다 아득히 더 많이 걸린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어찌 됐건 여기 있어.”
“그러네.”
내게 기댄 채 고개를 끄덕이는 아리안델.
“확실히, 여기 있어.”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그 자세 그대로 고개만 들어서는 내게 말했다.
“하…….”
내가 먼저 용기를 냈으니, 이제는 자신도 용기를 내겠노라고.
“함께, 해 주시겠습니까?”
그런 생각을 담은 채, 그녀는 새빨갛게 변한 얼굴로 날 올려다보았다.
뭐가 최고의 고백이고, 대사일까.
모르겠다.
그런 게 어디 있겠나.
뭐든 간에 이야기가 행복하게 그 끝을 맞이한다면, 그것으로 그 가치가 있지 않겠느냐고.
당연히 내가 할 말은 정해져 있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정해 뒀던 말이다.
“얼마든지.”
난 한가득 웃음을 머금은 채, 그녀의 수줍은 말에 답했다.
* * *
……라고 끝났다면, 정말 나름대로 완벽한 마무리였을 텐데.
화아아악!
청혼이 마무리되기 무섭게, 우리를 가리고 있던 흙먼지가 완전히 걷혔다.
그리고 그렇게 드러난 광경은, 나조차 예상치 못했던 것이었다.
“으, 응……?”
모두가 있었다.
그러니까 비유적인 의미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모두’가.
“미하일, 이놈……! 감히 내게 말도 안 하고 이런 게냐!”
“이것 참, 도련님이…….”
아버지와 집사를 비롯한 발푸르기스의 사람들부터.
“허허, 저 둘이…….”
“뭐, 그럴 거 같긴 했습니다.”
통 속에 가득 든 뭔가를 씹으며 내려오는 무휼과 지하드.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정말, 여태까지 내가 마신을 상대하기 위한 여정 속에서 만났던 모든 이들이 그곳에 있었다.
보통 수가 많은 게 아니라, 이 넓은 거리를 빼곡히 채울 정도.
“아니, 도대체 언제……?”
솔직히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 대인원이 언제 나타난 건데.
[언제기는.]그런 내 말을 받은 것은 세트였다. 녀석은 당연하다는 듯 내 어깨에서 느긋하게 내려오더니 이내 하늘을 가리켰다.
즉, 사도들이 힘 좀 썼다 이건가.
이때다 싶어서 날 엿 좀 먹이겠다고?
“너, 설마 업무 때문이라며 주기적으로 사라졌던 게…….”
[크, 크흠…….]세트가 슬쩍 고개를 돌리며 내 시선을 피했다.
정말이냐…….
정말, 그렇게도 내 청혼을 지인 공개 청혼으로 만들고 싶었던 것이냐, 세트…….
“아니, 야.”
[아, 몰라! 원래 이런 건 모두가 보는 앞에서 마무리하는 게 최고잖아! 그게 정석이라고!]세트는 툴툴대며 그렇게 말하고는 쿡쿡 내 볼을 찔러 댔다.
[안 그래?]“…….”
난 복잡한 표정으로 나와 아리안델을 구경하고 있는 모두를 쳐다보았다.
죄다 흥미로운 눈으로 이쪽을 보고 있다.
아마 몇 년간은 이걸로 놀림 당할지도 모르겠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약간의 좌절감을 느끼고 있던 때였다.
……잠깐.
“내가 왜 놀림당해야 하지?”
[으, 응……?]“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흑역사를 되새기게 되면, 내가 놀림당할 일도 없는 것 아닌가?”
난 천재인가.
내가 스태프를 쥔 채 중얼거리자, 실실 웃고 있던 세트가 한순간 얼굴을 굳혔다.
[스태…… 프? 마력 반응? 잠깐, 그, 아, 아니죠, 미하일 씨?]“아니기는.”
내가 스태프를 높이 든 순간, 그걸 지켜보고 있던 리안과 에일렌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저, 저거 설마……!”
“마, 막아! 막아요! 저거 또 발광한다아아아!”
물론 이미 늦었다.
나름대로 이곳에 있는 모두에게 성대한 답례를 하고자 마법을 준비했으니까.
모두는 내가 어디 교국을 폭격하리라 생각하기라도 한 것인지, 죄다 새파랗게 질린 얼굴.
하지만.
“또 이럴 때 기대를 배신하는 게 묘미란 말이지.”
내가 이번에 발현한 마법은 딱히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사륵.
꽃잎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어느새, 난장판이 되어 있던 교국의 거리는 깔끔하게 복구된 것을 넘어 각양각색의 꽃들로 이뤄진 화원이 되어 있었다.
“아?”
모두는 멍하니 주변을 가득 채운 찬란한 꽃들을 쳐다보았다.
꽃들.
생명력을 상징하는, 그 자체로 사람을 풍요롭게 만드는 광경.
난 이제 이곳에 있다.
그런 생각과 함께 웃은 순간.
– 미하일.
옛날…… 그리운 목소리가 잠시 내 귓가에 들렸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그곳을 보았다.
지나간 시간이 있었다.
이제는 돌아오지 않을.
아니, 돌아와서도 안 될 시간이.
지나간 시간 속, 남겨진 이들은 무대의 뒤에서 조용히 날 쳐다보고 있었다.
원망하는 기색은 없다.
그들이 내게 물었다.
– 만족하나?
그리운 목소리.
그 목소리에 조용히 눈을 감았다.
만족하는가. 많은 것을 함축한 의미일 터다.
할 수 있는 대답은 얼마든지 많다. 이미 결론을 지은 대답이다.
그리고 다시금 확신했다.
이게, 마지막이 되리라.
앞으로는 언제까지고, 저 화원에서 함께 있는 이들과 함께 나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니 이제 마지막이다.
난 웃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활짝, 아주 약간의 근심조차 털어 낸 채.
“당연한 말을.”
앞으로 나아갔다.
언제까지고.
〈회귀로 초월하는 대마도사 외전〉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