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NBA RAW novel - Chapter 199
웰컴 투 NBA 199화
#199. 벼랑 끝에서 (1)
May 6, 2018.
Toyota Center, Houston, Texas
◎ 선발 라인업
[Portland Trailblazers]PG 데미안 릴라드 6-3
SG 웨슬리 매튜스 6-5
SF 제이 크라우더 6-6
PF 김시온 6-9
C 유서프 너키치 7-0
PG 크리스 폴 6-1
SG 제임스 하든 6-6
SF 트레버 아리자 6-9
PF PJ 터커 6-6
C 클린트 카펠라 6-10
벼랑 끝에 몰린 채로 시작되는 5차전.
그 무대는 휴스턴 로키츠의 홈인 도요타 센터였다.
[경기 시작합니다. 점프볼을 따내는 유서프 너키치.] [블레이저스 선수단의 분위기가 평소와는 조금 달라 보입니다.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있는데, 이건 탈락의 위기에 몰렸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동료를 잃은 분노 때문일까요?] [아무래도 간절함 때문이겠죠. 반면 로키츠 선수들에겐 한결 여유가 느껴집니다.] [네. 남은 세 경기 중 한 번만 승리하면 되는 상황. 그중 두 번이 로키츠의 홈에서 열리는 데다, 상대에겐 2옵션인 맥컬럼마저 없는 상황이니까요. 아마 도요타 센터의 관중들에겐 컨퍼런스 파이널에 진출한 모습이 선명히 그려지고 있을 겁니다.]3승 1패로 컨퍼런스 파이널 진출을 코앞에 둔 상황.
공교롭게도 이는 로키츠 선수들이 마음에 한결 여유를 갖게 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팅!
2차전에서 우리 선수단이 그러했던 것처럼.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파이널 7차전에 임한다는 생각으로 전심전력을 다하는 것도 아닌 정도의 마음가짐.
‘방심 아닌 방심이랄까.’
사실 저게 당연한 반응이긴 하지.
‘똑같이 최선을 다하더라도, 등 따습고 배부른 사람과 당장 목에 칼이 들어온 사람은 느끼는 절박감이 다를 수밖에 없거든.‘
이미 시야의 한쪽에 워리어스가 아른거리기 시작한 로키츠.
오늘만 산다는 마음가짐의 블레이저스.
그 마음가짐의 차이는 1쿼터의 9-0 RUN이란 결과로 이어졌다.
“타임아웃! 타임아웃!”
짜증스런 얼굴로 타임아웃을 신청하는 댄토니 감독.
하지만 그 얼굴에 담긴 감정은 심각한 위기감이 아닌, 오늘따라 선수들의 슛감이 나쁜 것에 대한 짜증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아직 몰아칠 기회는 있다.
“웨슬리.”
“음.”
고개를 끄덕이는 웨슬리 매튜스.
오늘 매튜스에게 주어진 임무는 매우 심플하고 간단했다.
– 크리스 폴의 상대를 자네에게 맡기겠네.
– 저야 환영이죠. 어떻게 만들어 놓으면 되겠습니까?
– 글쎄. 자네가 원하는 대로?
그 말을 들은 매튜스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는 상상에 맡기도록 하자.
“헤이. 댁은 나랑 놀자고.”
“이 자식이 지금 뭘 하는…… 어윽!”
……매튜스 쪽에서 뭘 찌르는 소리가 자꾸 들리는 것 같긴 한데.
지금은 내 눈앞의 상대에게 집중할 시간이었다.
“…….”
퉁! 퉁!
자세를 낮춘 채 비트윈 더 레그 드리블을 펼치는 하든.
그동안 지겹도록 상대했으니 이제는 슬슬 패턴이 보일 때도 되었건만.
‘전혀 안 보여.’
특유의 엇박 드리블을 따라가기도 벅차다.
과연 역사상 최고의 아이솔레이션 플레이어라는 것일까.
‘어려운 상대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자.’
작게, 잘게, 빠르게.
스탭은 부지런히. 손질은 안전하게.
상대의 왼쪽 돌파를 차단하고, 언제든 스탭백에 대응할 수 있는 거리를 유지한다.
‘내가 뚫리더라도 뒤에 너키치가 있다.’
1대1 승부라면 내 완패겠지만.
농구는 5대5 싸움.
그걸 잊어버리지만 않는다면 내게도 승산이 있다.
끼긱! 끽!
가속과 감속을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며 내 무게 중심을 흔드는 하든.
그 모습은 마치 화려한 손장난으로 관객의 눈을 현혹하는 마술사와도 같았다.
[하든! 우측으로 돌파합니다!]가로 스탭으로 재빨리 따라붙으며 하든이 어깨를 들이밀 공간을 선점하고.
쿵!
가슴으로 범핑(Bumping)하며 돌파 속도를 죽인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여기서 하든의 힘에 밀려나지만…….’
나는 이야기가 다르지.
끼긱!
돌파가 어려움을 느낀 하든은 그 자리에 덜컥 멈춰 서며 앵클 브레이크를 유도했다.
[급정지! 하지만 균형을 잃지 않습니다! 끈질기게 다시 달라붙는 킴!] [이게 킴이 하든의 인간 상성이라고 불리는 이유죠. 발목 힘과 신체 밸런스가 어마어마해요.] [앵클 브레이크를 당하지 않는 남자. 요즘은 그런 별명이 붙었다죠?]“젠장. 스크린!”
이중(Stagger) 스크린을 요청하는 하든.
타닥!
나는 파이트 쓰루로 카펠라의 스크린을 돌파하고, 동료들이 하든을 견제하는 동안 아리자의 스크린을 뒤로 돌아가(Slice) 다시 하든의 앞에 도착했다.
“와아아아!”
“수비 진짜 미치긴 했다!”
“Fuck! 저 새끼 좀 누가 떼어 내 봐!”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스크린의 앞뒤를 타고 넘어 다니며 하든의 앞을 막아서자, 도요타 센터의 관중들에게서 탄성이 쏟아진다.
15초가량의 샷클락을 혼자서 잡아먹은 상황.
결국 아이솔레이션을 포기한 하든은 반대편의 크리스 폴에게 공을 넘겼고.
팅!
샷클락에 쫓겨 시도한 공격은 실패로 돌아갔다.
[어마어마한 집중력이네요. 평상시에도 감탄이 나왔지만, 오늘 킴의 수비는 등줄기에 소름이 돋을 정돕니다.] [원정 경기장에서 관중들에게 환호를 이끌어 내는 선수는 드물죠. 그게 플레이오프라면 더더욱 그렇고요.] [하든은 2득점. 크리스 폴은 0/3으로 아직까진 무득점입니다. 오늘 로키츠 선수들의 슛감이 영 좋지 못하네요.]로키츠 선수단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사이, 픽앤롤로 차근차근 득점을 적립하는 릴라드와 너키치.
나 역시 미스매치 상황을 활용해 야금야금 점수를 쌓아 나갔다.
삐이이익!
“선수 교체입니다.”
* * *
[릴라드와 너키치가 벤치로 물러나고, 데릭 로즈와 래리 낸스 주니어가 투입됩니다. 이러면 킴과 데릭 로즈가 공격을 주도하게 되겠군요.] [최근 블레이저스는 7분경에 릴라드를 너키치와 함께 교체. 릴라드는 2~3분을 휴식하고 다시 출전하는 로테이션을 운용하고 있죠. 아마도 이는 릴라드와 킴, 두 선수 중 하나를 48분 내내 코트에 세워 두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킴은 하든과 출전 로테이션을 똑같이 가져갈 모양입니다. 이렇게 되면…… 킴은 오늘 경기에서 최장 출전 시간을 경신하게 될지도 모르겠네요.]주전과 벤치 멤버가 섞인 라인업.
블레이저스는 데릭 로즈와 김시온의 투맨 게임을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 나갔다.
[데릭 로즈, 예술적인 리버스 레이업! 들어갑니다!] [킴의 픽앤팝! 탑에서의 3점! Yes! It’s good!]과감히 수비를 찢고 돌파해 들어가는 데릭 로즈.
전성기의 운동능력에는 비할 바가 되지 못하지만, 김시온의 교묘한 스크린은 로즈에게 부족한 한 발짝의 여유를 제공해 주었다.
벤치 라인업에서 우세를 점하기 시작하는 블레이저스.
스토츠 감독은 5차전의 비장의 한 수로 딘위디가 아닌 데릭 로즈를 선택했다.
젊은이의 패기보다는 데릭 로즈의 경험이 위기에 몰린 팀에 도움이 되리라 판단한 것.
그러한 선택은 현재까지는 주효하고 있었다.
[릴라드가 코트로 복귀합니다. 3가드 라인업을 운용하는 블레이저스. 킴이 4번으로 가는군요.] [래리 낸스 주니어! 리바운드! 이걸로 벌써 3개째입니다!] [적극성이 좋네요. 빅맨치곤 언더사이즈지만, 투지 넘치는 허슬과 적극적인 리바운드 가담으로 골밑 싸움에 일조하고 있습니다.]“허억! 허억!”
아직 2쿼터인데 벌써 숨이 가빠지기 시작하는 로키츠의 선수들.
그 모습에 스토츠 감독은 쾌재를 불렀다.
“됐어! 윌리, 저게 보이나?”
“뭐가 말씀입니까?”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어. 5차전까지 참고 견디며 꾸준히 보디를 두들긴 것이 마침내 효과를 보고 있다고!”
시리즈가 길어지며 체력의 차이가 나오고 있다.
명목상 8인, 실제로는 7인 로테이션을 운용한 휴스턴 로키츠의 주전 선수들은 지금까지 평균 34분의 출전 시간을 소화했다.
특히 핵심 멤버인 하든과 폴의 평균 출전 시간은 거의 40분에 달하고 있었다.
반면 블레이저스의 선수단은 릴라드, 맥컬럼, 김시온을 제외하면 평균 30분 이하의 출전 시간을 소화하며 체력을 안배한 상황.
쉴 새 없이 달리며 경기 템포를 끌어올리면서도 체력 싸움에서 완승을 거둔 것이다.
게다가 블레이저스와 로키츠 선수단의 평균 연령 차이는 무려 6.5세.
경기가 지속될수록 체력에서 오는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헤이. 자꾸 어딜 가시나?”
“윽!”
시합의 양상이 피지컬해질수록 체력 소모는 심해지는 법.
웨슬리 매튜스는 5차전 내내 크리스 폴을 집요하게 괴롭히고 있었다.
“네가 우리 후배한테 못된 장난질을 쳤다며?”
“떨어져!”
“나도 한 손장난 하는데 말이지.”
웨슬리 매튜스는 딱히 더티 플레이어는 아니지만.
전성기에는 끈적끈적한 앞선 수비로 명성을 날리던 선수.
그리고 농구에서 수비에 능하다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더티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는 의미나 다름없었다.
‘넌 죽었어.’
매튜스는 눈빛을 흉흉하게 빛냈다.
주전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입장 상, 맥컬럼과 항상 좋은 관계일 수만은 없었지만.
어쨌거나 녀석은 빡빡머리 루키 시절부터 그를 졸졸 따라다니던 동료이자, 직속 후배였다.
“CJ 그 녀석은 쓸데없이 젠틀해서 말이야. 고의성이 없었느니 어쩌니 하며 상대를 제멋대로 용서할 거란 말이지.”
“…….”
“그런데 CJ는 몰라도…… 난 널 용서할 생각이 없거든?”
그는 오늘 시합에서 크리스 폴 하나만큼은 반드시 응징할 생각이었다.
“오늘 나랑 즐거운 시간을 한번 보내 보자고.”
퍽! 푹!
교묘하게 팔꿈치와 엄지손가락을 쓰며 고통을 주는 매튜스.
평소에는 작은 체구를 방패 삼아 상대를 일방적으로 가격하던 크리스 폴에게 이는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
“이 자식! 심판!”
심판진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크리스 폴.
그러나 폴의 얼굴은 곧 충격과 절망으로 물들었다.
“……오. 하나님. 안 돼.”
크리스 폴을 싸늘한 눈으로 쏘아보는 심판.
불운하게도 오늘의 주심을 맡은 인물은 크리스 폴과 지긋지긋한 악연이 있는 것으로 유명한 심판.
어지간한 선수들보다도 이름이 잘 알려진 심판이자, 매번 창의적인 판정으로 시합의 결과를 좌지우지하는 심판계의 슈퍼스타.
바로 스캇 포스터였다.
“헤이! 스캇! 눈깔이 어디 달려 있는 거야! 이 새끼가 날 지금 팔꿈치로 찍고 있잖아!”
“휴스턴 3번. 시합 중에 쓸데없는 사담은 자제하도록.”
스캇 포스터와 크리스 폴은 오랜 악연으로 점철된 사이.
그 악연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당사자인 두 사람밖에 알 길이 없지만.
크리스 폴이 스캇 포스터가 주심을 맡은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11연패를 당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있었다.
“이봐, 심판을. 똑바로. 봐야 할 것. 윽!”
분명 매튜스가 신나게 자신을 두들기는 장면을 똑똑히 목격했음에도 고개를 돌리는 스캇 포스터의 모습에.
크리스 폴은 순간적으로 그만 이성을 잃고 말았다.
“야! 이 개새끼야!! 네가 그러고도 심판이야!?”
삐이이익!
“휴스턴 3번! 테크니컬 파울!”
“What!?”
[으음? 뭐죠?] [주심이 크리스 폴에게 테크니컬 파울을 선언합니다. 카메라가 비치지 않는 곳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요?] [그러게 말입니다. 크리스 폴이 평소답지 않게 짜증을 내고 있네요?] [오늘 크리스 폴의 성적은 아직까지 4득점입니다. 하긴, 원래 경기 운영은 안정적이지만, 3점 슛에는 기복이 좀 있는 선수죠.] [예. 슛감이 흔들려 짜증이 날 수는 있지만, 이런 무대일수록 냉정해야 해요! 지금 돌아가는 분위기가 어째 심상치 않거든요? 계속 이러다간 큰일 날 수도 있습니다!]“뭐야. 분위기 왜 이래?”
“내 말이.”
웅성거리기 시작하는 도요타 센터.
시합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