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164
나는 작가다 164화
164화
“농담이에요.”
그래, 내가 봐도 지분 다 달라고 한 건 좀 심했지.
실실 웃으며 넘기려고 하니 봉수 형님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알아, 인마. 그래도 내가 만들어온 건데 45%는 갖고 있어야지.”
“암요. 그것마저 뺏고자 하면 도둑놈 심보죠.”
농담으로나마 내뱉은 내가 할 소리는 아닌가?
어쨌거나 새로운 사업 아이템에 대한 지분이 정리되자 봉수 형님은 에스프레소를 비운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다 됐으니 가자.”
“어딜요?”
갑자기 나한테 어딜 가자고 하는 건지.
봉수 형님은 검지로 위를 가리켰다.
“계약서 쓰고 세부사항 정리해야지.”
사무실로 가서 계약서를 정리하자는 거구나.
굳이 이리 바삐 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지금요?”
“프로그램은 다 만들었어, 이거 정리하고 너랑 네 회사가 제대로 밀어주기로 약속해 주면 가장 중요한 걸 정해야 하거든.”
“중요한 거라면 어떤 거요?”
이미 프로그램도 만들었는데 뭐가 중요하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단 내 표정을 본 봉수 형님은 위를 가리키던 검지를 내 쪽으로 내밀었다.
단 하나의 가장 중요한 것을 밝히며.
“어플 이름!”
* * *
“어플 이름을 뭘로 하는 게 좋으려나…….”
카페에서 간략히 이야기를 나눴던 나와 봉수 형님은 K E&M 본사 사무실 중 내 독실에 성용 형님과 같이 자리하며 고뇌를 되짚었다.
이미 계약서는 간략히 이야기한 걸 토대로 시작해서 세부사항까지 모두 끝냈다.
심지어 내 사인, 봉수 형님의 사인 그리고 회사 법인 도장까지 박힌 상황.
계약서에 어플 이름만 정해서 새기면 끝이었다.
어플 이름이라, 원래는 코코아톡인데…….
이미 언급도 했었다.
본래 자신이 정했던 이름은 코코아톡이라고.
사실 나쁘진 않았다.
이미 성공가도를 달린 게 입증된 브랜드 이름이다.
그대로 다시 쓰는 편이 안정적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봉수 형님은 나와 내 회사가 지분을 가지고 있으니 메신저 어플의 이름은 셋이 납득 가능한 걸로 짓고 싶단다.
거기서 난 정말 직관적이고 단순한 이름 하나를 내뱉었다.
“케이톡 어때요?”
케이톡이라, 중얼거린 봉수 형님이 말했다.
“케이야 너네 회사 이름 K E&M에서 따온 거니 한국을 나타내는 걸 거고. 톡은 뭐야? 검지로 문자를 톡톡 치라고 톡이냐?”
자신이 구매한 스마트폰의 스크린을 검지로 톡톡 두드리며 묻는 봉수 형님.
본인이 코코아톡으로 이름을 정해두고 있었다 이야기하면서 왜 내가 말한 톡을 다르게 해석하는 건가 싶었다.
그런 봉수 형님에게 난 그 톡이 아니라 어떤 톡인지 밝혔다.
“아니 이야기할 때 토크요.”
“아, Talk!”
갑자기 외국인처럼 발음하는 봉수 형님의 반응을 보곤 깨달았다.
아, 이 형님이 날 놀린 거구나.
내 발음이 이상해서 톡을 Talk로 받아들이지 못했단 농담이다.
나도 하고자 하면 할 수 있단 걸 알려줬다.
“제 발음이 그렇게 구렸어요? Talk.”
“잘하는데?”
피식 웃으면서 재밌어하는 봉수 형님에게 난 우리가 있는 나라와 앞으로 메신저 어플을 쓰게 될 대중이 누구인지 확실히 짚고 넘어갔다.
“한국이니까 콩글리쉬식 발음으로 가시죠. 케이톡.”
“알았다. 케이톡이라…… 나쁘지 않네.”
“그럼 그걸로 할까요?”
“오케이. 그걸로 하자.”
“알겠습니다.”
그렇게 나와 성용 형님 그리고 봉수 형님은 계약서에 있는 공란에 메신저 어플의 브랜드를 한국어와 영어로 각기 적어넣었다.
‘케이톡(K-Talk)’.
* * *
일본에서 귀국한 이후로 난 한동안 매우 바빠졌다.
미야자키 요츠히코의 팀을 회사로 끌어들인 이후 양상훈 감독과 이야기해서 애니메이션 장르 분야를 확장시키도록 했으며, 귀국 후 봉수 형님과의 관계를 통해서 얻어낸 케이톡을 알리느라 쉬지 않고 일했다.
유명 작가이자 유명 배우로서 케이톡 광고를 찍었고, 심지어 우리 쪽에서 제작한 드라마를 통해서도 문자가 아닌 케이톡을 쓰도록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드라마 작가들이 만들어낸 흥행 드라마들을 내가 직접 소설로 펼쳐내며 거기서도 케이톡의 광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열심히 케이톡을 홍보할 무렵 성용 형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야, 준경아.”
“예, 형님.”
“두 군데서 널 찾는다.”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누가 날 찾는단 말인가?
심지어 한 군데도 아니고 두 군데란다.
“두 군데요?”
“어.”
“어디랑 어딘데요?”
날 찾는 곳이 어디인가 물어보는데, 성용 형님의 반응이 생각보다 강렬했다.
“둘 다 어마무시하다.”
“음?”
어마무시하다.
대관절 그 두 군데가 어디란 말인가?
이어진 성용 형님의 답변에 어마무시하긴 하단 걸 깨달았다.
“우성하고 청와대다.”
“예?”
너무 어마무시해서 뭐라 할 반응을 잊곤 반사적으로 내뱉은 답변.
거기에 대해서 성용 형님이 제대로 못 들었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한 번 더 두 군데가 어디인지 밝혔다.
“우성하고 청와대에서 연락 왔다고.”
“우성이라면 그 대기업 우성요?”
“어.”
“청와대면 블루하우스……?”
“어.”
대한민국을 지배한다고 알려진 대기업 우성도 모자라 가장 높은 나랏님이 계신 청와대라니.
“도대체 그 두 군데서 왜요?”
이유가 궁금하다.
우성은 이유가 확실했고, 청와대는 이유를 비밀로 했다.
“우성은 광고 건, 청와대는 일단 들어오란다.”
“무슨 광고요?”
“너 요새 케이톡 광고하는 거 보면서 스마트폰 자기들 걸로 해달래. 새모델 출시할 거니까?”
“갤로그요?”
“어, 갤로그.”
“흐음, 뭐 이미 작품에 광고 넣는 건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니 굳이 제가 가지 않고 형님 통해서 얼추 수지타산만 맞추면 되지 않겠습니까?”
우성 쪽은 미팅하고 싶어 하는 이유가 확실하니 감이 잡혔다.
케이톡을 광고하기 위해선 스마트폰이 필수였다.
하지만 어느 쪽에도 광고를 받지 않고 진행했다 보니 스마트폰 로고를 싹 빼버렸다.
심지어 어느 스마트폰인지 분간할 수 없도록 버튼마저 가렸다.
세계적으로 싸우게 될 두 스마트폰 회사의 모델은 버튼 하나로도 구분이 가능했으니까.
어쨌거나 광고 건이라면 굳이 내가 안 가고 대외적으로 K E&M의 대표인 성용 형님이 움직이는 게 맞았다.
하지만 성용 형님은 내가 가야 하는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직접 뵙고 싶댄다.”
“뭐가요?”
“거기 회장님이 널 보고 싶대.”
“우성 그룹 회장이요?”
“어.”
“아니, 뭘 저처럼 평범한 작가를 보고 싶다고…….”
괜히 부담스러워서 빼려는데 성용 형님은 어이가 없단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양심 없냐? 네가 평범한 작가야?”
“에이, 대기업 회장님에 비하면 평범한 작가죠.”
“웃기고 있네. 이제 대기업 급 회사를 지닌 베일 속의 진짜 주인인 주제에.”
그렇게까지 이야기하면 할 말이 없지.
괜히 헛기침을 했다.
“흠흠, 그래서 우성 그룹도 그걸 알아서 보잔 겁니까?”
“몰라,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면 해준다더라.”
“별수 없네요. 실질적으로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대기업에서 보자고 하니.”
“그래, 괜히 밉보여서 좋을 건 없으니 한 번 행차해라.”
“행차는 무슨요. 그냥 어르신더러 오라고 할 수 없으니 젊은 제가 안부 인사드리러 가는 거죠.”
“안부는 무슨, 한 번도 본 적 없는 어르신이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어르신.
거기에 대해서 난 피식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
“에이, 서로 본 적은 있을걸요?”
“어디서?”
“서로 TV에서요.”
나 역시 우성 그룹의 회장을 TV로 만났고, 그 역시 날 TV에서 봤으리라.
이건 나나 우성 그룹 회장이 TV를 보지 않는 인간이 아닌 이상 무조건 당연한 일.
성용 형님 역시 그 농담은 납득했다.
“잘났다. 그럼 우성 그룹 미팅은 하는 걸로 알고, 당연히 거기도 가는데 청와대를 무시할 순 없겠지.”
“거긴 또 왜 절 부른답니까? 딱히 법을 어기거나 한 건 없는 것 같은데.”
도대체 나랏님이 무슨 이유로 날 부르는 건지.
법이라도 어겼다는 걸까, 싶단 내 질문에 성용 형님은 팩트로 받아쳤다.
“법 때문이면 청와대가 아니라 검찰청이 들이닥쳤겠지. 광해 때문에 그럴 리도 없겠지만 말이야.”
그래, 법적인 문제였으면 청와대로 초청하지 않고 검찰청장을 굴렸겠지.
도대체 무슨 이유로 날 보고 싶어 하는 건지 모르겠다.
“으음, 무슨 이유려나.”
“글쎄다.”
성용 형님도 부른 이유를 모르겠단 듯한 반응이다.
안 봐도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하지 않았을까 싶은 반응.
그나저나 지금이 2010년이니 대통령이 누구더라?
“아!”
지금 대통령이 누구인지 깨달은 내 입에선 탄성이 절로 튀어나왔다.
갑작스러운 내 탄성에 성용 형님이 물었다.
“왜?”
“박지광이죠, 지금 대통령이?”
“대통령이 누군지도 모르는 게 말이 되냐?”
“그냥 물어본 거예요.”
“어, 지금 박지광 대통령 맞지.”
박지광 대통령.
서울시장일 땐 흔히 장르소설에서 쓰는 용어인 ‘먼치킨’이란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뛰어난 수완을 보였으나 대통령으로선 하지 말아야 할 죄가 많은 인간이다.
대국민 여론조작, 블랙리스트, 민간인 사찰, 보수단체 관제 데모 조직, 선거 개입 그리고 대통령이란 작자가 뒤도 아니고 앞으로 제 돈을 챙기기까지 했을 정도로.
결국 인과응보로 나중에서야 법적 책임을 받긴 했다.
징역 15년.
하지만 지금 시기 국민들은 그런 사실을 모른 채 당하기만 할 뿐이었다.
이걸 떠올리며 난 문득 전에 했던 정했던 기준이 떠올랐다.
‘과거로 돌아와서 뭔가 바꾸려고 해도 내 인생이 아닌 역사는 바꿀 수 없으니 나와 내 사람들만 잘 챙기자.’
괜히 그가 불법적인 행위를 한 대통령이라고 한들 내가 직접 처단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를 만나야 하긴 하니 괜스레 기분이 찝찝했다.
“별로 만나고 싶지 않은데…….”
“우성 그룹 회장은 만나러 가면서 청와대를 무시하면 그쪽에서 가만히 있을 것 같냐? 국정원이 움직일지도 몰라.”
“그러게요, 안 가면 국정원이 움직이겠죠.”
“야, 농담이야. 무슨 우리가 간첩도 아니고 걔네가 왜 움직여?”
농담이라곤 하지만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내 입장에선 전혀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그 사실을 모르는 성용 형님이나 농담이라고 여기지.
“혹시 모르잖아요.”
“혹시는 무슨. 어쨌거나 두 자리 다 약속 잡는다.”
“알겠습니다.”
“오냐.”
그렇게 성용 형님과의 통화가 끝났고, 난 대기업 우성 그룹의 회장과 먼저 만나기로 했다.
처음에는 청와대를 먼저 가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는데, 미팅의 목적이 불분명한 청와대보단 확실한 우성 그룹부터 만나는 편이 낫다고 여겼다.
정작 우성 그룹 회장을 만나고 청와대를 가면 갤로그 신규 모델 광고 건으로 만났다고 해도 무방하지만, 청와대부터 갔을 경우 거기서 비밀에 붙였으면 하는 목적이 있을 경우 우성 그룹에서 거긴 왜 갔냐고 물어볼 때 대답하기 난처할 테니까.
그리고 우성 그룹 회장을 만나니 먼저 만나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대외적인 미팅 목적은 갤로그 신규 모델의 광고를 위한 게 맞았다.
근데 정작 우리 우성 그룹 회장님의 진짜 목적은 따로 있더라.
그것도 아주 귀여운 목적이었다.
내게 우성 그룹 회장이 말했다.
“좋아, 그럼 광고 건은 됐고. 내 부탁 하나만 해도 되겠소?”
“어떤……?”
“우리 손자, 손녀들이 자네 사인 좀 받아달라고 하더구만.”
순간 내 귀가 잘못됐나 싶어 나도 모르게 당황한 반응을 보여 버렸다.
“……예?”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