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163
나는 작가다 163화
163화
“당연히 상관이 있으니 꺼냈지.”
암요, 상관이 있지요.
근데 제가 이야기할 순 없으니 형님이 이야기해 주시라고 한 겁니다.
차마 목구멍까지 올라왔으나 참아야 할 말이 겁나 많다.
이미 알면서도 모르는 척 질문을 던져야만 했다.
“무슨 상관이 있는데요?”
“너, 스마트폰이라고 아냐?”
아직 2010년 초반.
대한민국에서 스마트폰 사업 부동의 1위인 대기업 우성 그룹의 전자회사인 우성 전자에서도 주력 상품인 ‘갤로그’를 막 출시한 지 얼마 안 된 상황이었다.
때문에 스마트폰이란 개념이 해외에는 꽤 유명해지고 있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그런 것도 있구나 하면서 천천히 퍼지고만 있었다.
실질적으로 대한민국에서 스마트폰 상용화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시기가 갤로그2 때니까 말이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서 우성 전자의 실수인 ‘갤로그 노트2’가 나오지.
갤로그 노트2는 못 만들어서 실수가 아니었다.
너무 잘 만들어서 기업 입장에서 새로운 모델을 소비자들이 계속 구매해 줘야 하는데, 갤로그 노트2에서 영 옮겨타질 않으니 실수란 오명이 붙어버린 것.
하여간 이런 시기가 오기 전이니 스마트폰을 정확하게 모르고 있는 것처럼 하는 게 나았다.
“요새 사람들이 하나둘씩 바꾸고 있는 그 PDA처럼 생긴 거요?”
“어, 맞아.”
“그게 왜요?”
“너 아직 스마트폰 안 써봤냐?”
써본 적이야 있다.
하지만 그건 과거를 회귀하기 전 나고, 지금의 나는 아직 바꿀 필요를 크게 못 느껴서 피처폰을 쓰고 있었다.
사실상 스마트폰이 상용화가 되곤 있으나 아직 그리 효율적이란 느낌은 없었으니까.
실질적으로 아직도 3G 시대다.
4G 시대부터 LTE 시대까지 겪은 나로선 지금 3G 시대인 스마트폰을 써봐야 복장만 터지지.
아직까지 쓰고 있는 슬라이더 폰이 별로인 것도 아니고.
나중에 4G 시대가 열리면 그때 우성 전자의 실수인 갤로그 노트2로 갈아탈까 고민 중이었다.
하여간 지금의 난 써본 적 없는 사람이라고 최면을 걸면서 답했다.
“네, 안 써봤죠.”
“자식, 이 귀한 걸 안 쓰다니. 돈도 많잖아, 하나 장만해.”
“에이, 딱히 지금 이 슬라이더 폰도 불편하진 않은걸요.”
현재 쓰고 있는 슬라이더 폰을 들면서 이야기했더니 봉수 형님은 못마땅해하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이거 안 되겠네. 스마트폰도 쓸 줄 모르는 녀석하고 이야기한 사업 아이템이 아닌데 말이야.”
스마트폰 어플이 사업 아이템인데 그걸 쓰지 않으니 이야기를 말아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기 무섭게 내가 농담을 던졌다.
“지금 바꾸고 올까요?”
“돈도 많다, 야.”
나중에도 비싼 게 스마트폰이지만, 지금 시기도 그리 저렴하진 않았으니 이리 쉬이 말하면 돈지랄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나 형님은 그럴 능력이 되니까 가능한 농담이다.
봉수 형님에게 누가 누구한테 돈이 많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받아쳤다.
“에이, 형님보다야 하겠습니까?”
“요새 보면 네가 나보다 더 많겠던데?”
“그거야 까보면 알 일이죠.”
“까봐, 그럼.”
나한테 통장 잔고라도 보여주란 듯이 손을 내미는 봉수 형님.
그에게 난 실실 쪼갰다.
“흐흐, 형님이 먼저 사업 아이템을 까셔야…….”
“하여간 능구렁이 같은 녀석.”
능구렁이 같다.
처세술이 좋단 칭찬이지.
“칭찬 감사합니다!”
“됐고, 사업 아이템에 대해서나 이야기하자.”
“하시죠.”
“스마트폰을 보면 어플리케이션이라는 시스템이 있거든?”
“그게 뭔데요?”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기란 참 쉽지 않다.
배우로서 활동하며 연기를 한 게 참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아닌가, 원래 잘했다고 했었나?
하여간 어플리케이션이란 단어를 모르겠단 듯이 말하자 봉수 형님의 설명이 이어졌다.
“왜 피처폰을 써도 게임이나 각종 프로그램이 있잖아?”
“예.”
“스마트폰에선 그런 프로그램을 어플리케이션이라고 불러.”
“오, 그렇군요! 혹시 준비하셨다는 사업 아이템이 그 어플리케이션이란 겁니까?”
“어, 내가 준비한 사업 아이템이 어플리…… 줄여서 어플이라고 하니까 어플이라고 하자.”
“예, 어플.”
나중에 스마트폰이 상용화되면 다들 어플이라고 부르는데, 그걸 마치 우리만의 단어처럼 쓰는 것도 참 웃기다.
회귀물을 쓰게 되면 이런 것도 묘사해 봐야겠단 생각을 하면서 난 계속되는 봉수 형님의 설명에 집중하려고 했다.
그 사이 아르바이트생이 에스프레소 한 잔을 들고 왔다.
“주문하신 에스프레소 나왔습니다.”
“이분에게 드리면 돼요.”
“여기 있습니다.”
“고마워요.”
그렇게 아르바이트생으로부터 에스프레소를 받은 봉수 형님이 한 모금을 마신 뒤 다시 설명에 나섰다.
“그 컴퓨터로 메신저를 쓰잖아?”
“메신저 있죠.”
“내가 준비한 사업 아이템이 그 메신저를 차용한 어플이야.”
“메신저 어플요?”
“어, 아직 이름은 안 정했는데 이걸 쓰면 데이터만 쓰이고 비용은 들지 않아서 획기적이지. 결국 스마트폰을 쓰면 데이터 비용이야 나가는 건데, 그 비용 안에서 문자를 공짜로 할 수 있는 메신저 어플인 거지.”
“간단히 말하면 문자를 굳이 추가 요금 없이 무료로 마구 쓸 수 있단 거네요?”
“맞아, 거기다가 채팅 형식이라서 보기도 편하고 말이야.”
뭔지 다 압니다만, 봉수 형님은 내가 모르리라 생각하실 터.
그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설명만 들어도 괜찮단 듯이 리액션을 선보였다.
“오, 그거 괜찮은데요?”
예능으로 다져진 리액션에 봉수 형님은 뿌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치?”
“예, 탐나는데요?”
“인마, 탐내지 마. 내 거야.”
봉수 형님이 에스프레소 잔을 마치 코코아톡처럼 여기며 끌어당겼다.
이러면 안 됩니다, 형님.
“에이, 저랑 하려고 가져오신 거 아닙니까?”
“물론, 네 도움을 얻으면 수월할 것 같아서 이야기를 꺼낸 것도 있지.”
“제 도움요?”
“응, 방금 내가 가져온 사업 아이템이 어떤 건진 알려줬지?”
“문자 요금을 쓰지 않아도 마음껏 문자가 가능한 어플이라면서요?”
“그래, 그럼 문자 요금이 나가지 않게 되면 누가 속이 쓰릴까?”
누군지 감이 왔다.
근데 조금 고민하는 척은 해줘야 쪼는 맛이 있으리라.
“……통신사?”
“맞아, 어쨌거나 나야 이제 네버도 퇴임해서 일개 개발자 아저씨가 되어버렸잖아.”
“에이, 그래도 무시 못 하죠. 네버를 대기업으로 키운 분이시잖습니까?”
“그거 뭐 해욱이가 했지.”
네버에 단독 대표로 남은 이해욱이 다 했다며 이야기했으나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았다.
봉수 형님의 공로가 적지 않단 걸.
“형님 공로가 크단 건 알 사람 다 압니다.”
“크, 고맙구만. 어쨌거나 지금의 난 일개 개발자 아저씨인 건 맞잖아?”
“그렇다고 치죠, 아저씨.”
아저씨가 되고 싶으신 것 같아서 아저씨라고 불렀더니 봉수 형님은 도끼눈을 치켜떴다.
“이 자식이, 형님이라고 안 불러?”
“아니, 형님이 아저씨라면서요.”
“으이그, 됐고.”
“예,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통신사들이 자기들 밥벌이가 줄어드는 어플이다 보니 분명 공격이 들어올 거란 말이지.”
“그렇겠네요?”
“이걸 막을 방법은 하나야.”
검지를 치켜세우면서 통신사들의 공격을 막을 방법이 있단다.
그게 뭔지 물었다.
“뭐요?”
“대중화를 노리는 거지.”
“대중화요?”
“어, 사실 새로운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그 방법이 최고거든.”
“무슨 방법요?”
“대중화를 시켜서 쓰는 이용자들이 없어질 경우 불편함을 느끼면 어떨 것 같냐?”
“이용자들로부터 다시 살려내란 여론이 생기겠죠?”
이때부터였네.
대기업 코코아의 신규 사업을 독점화시키는 기획들이 어디서 나왔나 했더니만.
역시 생각이 남다른 양반이다.
회귀하기 전 대기업 코코아가 주로 이루던 방식을 차용해서 이야기한 건데, 오히려 그걸 자신이 말하기 전에 눈치챘다고 느낀 봉수 형님은 내게 따봉을 날렸다.
“정확해! 역시 똑똑하다니까?”
“그래서 제 도움이 필요하다는 건 대중화를 위한 투자인 겁니까?”
“맞아, 어쨌거나 네가 쓴다 그러거나 너네 회사를 통해 광고 덕 좀 보면 대중화란 단계로 아주 쉬이 넘어갈 것 같거든.”
“흠, 사업 아이템은 만들어왔으니 대중화를 도와 달라시는 거죠?”
“맞아.”
“그럼 제게 떨어지는 건요?”
사업 아이템을 살리기 위해 통신사들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날 택한 게 봉수 형님이다.
근데 세상만사 모든 건 기브 앤 테이크지 않은가?
무료로 서비스할 순 없는 노릇.
봉수 형님 역시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
“당연히 공짜가 아니지. 너랑, 나랑 이 어플에 관한 지분을 반씩 갖자.”
지분을 반씩.
코코아톡 어플을 혼자 힘으로 개발한 걸 감안하면 지분 절반을 떼어주는 것도 엄청나게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하지만 조금만 욕심을 부려볼까 싶어졌다.
“에이, 그건 아니죠.”
“뭐가?”
“형님이 반, 제가 반 가지면 회사가 나설 필요가 없어지잖아요.”
내가 모델을 서긴 하겠으나 봉수 형님이 원하는 대중화를 위해 일은 회사가 나설 거다.
그렇다면 당연히 회사에 묶인 게 있어야 한다.
때문에 회사에도 지분이 들어갈 필요가 있단 차원에서 말한 건데, 봉수 형님은 내가 코코아톡을 아예 회사로 가져올 거라 여겼다.
“넌 지금 내 사업 아이템을 너네 회사 걸로 만들겠단 거야?”
“결국 투자가 들어가고 광고가 들어가려면 회사를 거쳐야 하는데, 거기서 가장 큰 힘을 싣는 건 저인데 제 지분은 회사가 가져가고 나머지 형님이 가져가시면 너무 손해 보는 느낌 아닙니까?”
정확하게 말했다.
나와 회사를 별개로 두고 지분을 나누는 게 맞다고.
근데 봉수 형님은 K E&M이란 회사가 내 거란 걸 알았다.
“아니, 어차피 회사도 네 거잖아.”
이 정도로 이야기하면 반씩 나눠 갖자고 해도 되긴 했지만, 조금만 더 욕심을 부려봤다.
매니지먼트 회사 중 공동 대표로 지분이 같아져 버리면 평생 함께할 운명이면 모르나 그렇지 않은 사이에선 어떤 사소한 걸로 싸움이 벌어질지 몰랐다.
때문에 난 절반씩 갖는 건 별로 내키지 않았다.
그게 욕심을 부리는 가장 큰 이유였다.
난 봉수 형님에게 지분 5%만 양보해 주길 바랐다.
“크게 욕심 안 부릴 테니 45:45:10 하시죠.”
“너랑 나랑 5씩 떼서 회사에 10을 넣자?”
“에이, 회사가 주로 일할 텐데 형님이랑 회사랑 5씩 떼서 저한테 10을 달란 거죠.”
결국 내가 회사고, 회사가 나이니 55:45의 지분을 나누는 건 같았다.
그러나 회사가 45%를 갖고, 내가 가장 적은 부분인 10%를 갖는다고 하자 봉수 형님의 표정이 고민에 찼다.
“흐으음.”
고민하는 봉수 형님에게 난 거하게 한 번 더 질렀다.
“싫으시면 어쩔 수 없고요.”
난 안 해도 그만이다란 식으로 지른 마지막 수.
“야, 진짜 내가 손해 엄청 본다. 솔직히 장기간으로 보면 혼자 해도 성공시킬 자신이 있거든?”
“아무렴요. 장기간이란 게 문제인 거지. 형님이 만드신 건데 어련히 실패하겠습니까?”
“이 자식, 괜히 불안하게 만드네.”
“여튼 전 지분 10%면 됩니다.”
“와, 못된 자식. 그럼 결국 회사랑 해서 자기가 55% 갖겠단 거네. 이제 보니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가 아니라 욕심으로 가득 찬 사기꾼이가 여기 있었구만?”
“싫으시면 말고요.”
막상 이렇게 질러놓곤 내가 쫄린다.
이러다가 됐다며 장기간으로 혼자 하겠다 그럴 경우 정말 말도 안 되게 틀어질 가능성도 있었으니까.
정작 자기가 도와 달라고 할 땐 욕심을 부리더니 나중에 코코아톡이 잘돼서 플랫폼 연계를 해 달라고 하면 받아줄 리가 만무했다.
살짝 쫄리니 봉수 형님의 지금 대답을 듣곤 언제라도 태세를 전환할 생각이었다.
그때 봉수 형님이 답했다.
“으, 알았다. 대신 확실하게 밀어줘라?”
“방금 이야기한 것처럼 45:45:10으로 가시는 겁니까?”
“그래, 나도 돈에 큰 미련은 없으니 너 다 가져라.”
도박이 통했다.
어차피 돈이야 많으니 미련이 없단다.
거기서 장난 삼아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란 식으로 한 번 더 찔러봤다.
“오, 그럼 회사랑 저한테 50:50으로?”
거기에 대해서 봉수 형님이 소리를 빽 질렀다.
“야이, 사기꾼아!”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