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hief of Jurassic Defense RAW novel - Chapter (158)
158. 회색 성당
메이슨이 기겁하여 숨을 들이키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안 그래도 업무가 밀려 있는 마당에, 만리장성 작업까지 추가되면 물리적으로 실행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하지만 얼마 뒤면 하이랜드로부터 휴먼족의 일꾼이 잔뜩 도착할 것이다.
게다가 티라노족에서도 티라노족의 일꾼 유닛, ‘이구아노스’들이 슬슬 작업에 참여할 테고.
심지어 북부 지방에 요청해놓은 엘프족의 일꾼 유닛들도 속속들이 도착할 것이다.
나는 한곳에 모인 병력들과 지휘관을 한 번씩 바라본 뒤.
농업지구, 임업지구, 광업지구 그리고 어업지구까지.
데스랜드 저 너머로 보이는 구역을 하나하나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너희는 지금부터, 우리가 잃어버린 전초기지들을 하나하나 복구하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제일 중요한, 전략 목표의 우선순위를 그렇게 정리한 뒤.
나는 자리를 정리하고 케찰-2를 필두로 한 브릿지 제2비행단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영웅들과 전사들, 그리고 필요한 숫자의 일꾼들이 탑승 중이었다.
지금부터 가야 할 곳은 바로, 내성 구역의 첫 번째 장소인 종교지구.
정확히는 그곳에 위치한 ‘회색 성당’이라는 장소였다.
‘캐리언 로드가 향한 방향이 바로 이곳이니까.’
내가 루센트에게 지시해놓은 정찰 명령 또한 바로 그 부근이었다.
앞서 체체의 명령을 받고 먼저 떠나간 브릿지 제1비행단과 ‘족장 친위대’의 영웅들 또한 그 부근을 정찰 중일 터.
나는 일단 그들과 합류하여 당분간 캠페인의 공략에 최대한 힘쓸 생각이었다.
‘이제 남은 캠페인은 총 12개.’
그것만 끝나면, 이 빌어먹을 게임의 엔딩을 본다.
아득한 터널의 끝이 서서히 보이는 기분이었다.
나는 케찰-2에 올라타며 외쳤다.
“준비 다 됐으면, 즉시 다음 장소로 이동하자!”
***
내성구역, 회색 성당.
하얀 사제복을 두르고, 머리에 큼직한 X자 안대를 두른 여자가 금 간 여신상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아저씨.”
여자의 앞에 있는 건 낡은 관.
그 안에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눈을 감고 있는 중년의 남성이 있었다.
관을 향해 여자가 조용히 읊조렸다.
“대체 제가 뭐라고 여기까지 오신 건가요.”
안대 때문에 그녀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여자의 목소리에는 못내 원망이 묻어 있었다.
“그렇게 매몰차게 버렸으면서, 이제 와서 걱정이 되셨나요? 그게 아니면.”
쿠구구구구구궁-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진동에, 여자는 말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그녀가 일어선 순간.
쿠콰콰콰콰쾅-!!
“…!”
그녀가 기도하던 성당의 바닥이 통째로 무너져 내렸다.
탓-
그러나 꽤 높은 곳에서 추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안대를 쓴 여자는 가볍게 바닥으로 착지했다.
눈이 보이지 않는 것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아무튼, 그렇게 바닥에 떨어진 여자는 빠르게 주변을 확인했다.
어두운 장소였지만, 그녀는 알 수 있었다.
이곳이 처음 와 보는 장소라는 걸.
“이곳은…?”
이런 곳에, 이만큼 넓은 공간이 있다니.
그러나 그녀에게 한가롭게 주변을 둘러볼 시간은 없었다.
쿵. 쿵. 쿵.
어둠 속에서부터, 시커멓고 거대한 존재가 조금씩 그 실루엣을 드러내기 시작했기에.
그것은 바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풍뎅이, 캐리언 로드였다.
《키쉬이이이잇-!!》
그러던 그때.
무너진 성당의 위쪽, 즉 무너지기 전 성당의 바닥 면 쪽에서, 웬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후후훗, 지금까지처럼 거기에 계속 있었어야지. 어째서 이번에는 혼자 나오신 걸까?》
“….”
《아, 알겠다. 그 훈남 아저씨가 그정도로 중요했던 건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자신감이 너무 과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리고 다음 순간.
《키쉬히잇-!!》
여자를 향해 풍뎅이가 날아들었다.
이어 천장에 있던 여자가 사라지고, 대신 깔깔대는 웃음소리만 울렸다.
《꺄하하하핫-!!》
듣기 싫은 소리가 메아리처럼 퍼졌다.
안대를 쓴 여자의 표정이 변했다.
***
화아아악-!!
나는 급한 대로 케찰-2의 플랫폼 위에서 토기를 깠다.
빗살, 민무늬, 덧무늬 각각 1개씩.
나온 것은 다음과 같았다.
신비로운 물(희귀)
암철(희귀)
파수꾼의 허리띠(희귀)
“오.”
간만에 빗살무늬에서 떨어진 마나 회복용 소모품.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에서 마나 HP 회복 수단은 흔한 반면 MP 회복 수단은 귀한 편이었다.
‘그리고….’
장비 업그레이드용 재료템 암철, 그리고 적절한 희귀 완제 아이템까지.
그런데 그렇게 평소와 같이 토기의 내용물을 확인하며 흡족하게 웃던 찰나, 케찰-2가 울부짖기 시작했다.
《피효옷-!!》
목적지에 거의 다 도착했다는 알림음.
나는 곧장 바깥을 확인했다.
농업지구, 임업지구, 광업지구, 어업지구를 넘어서, 마침내 도착한 장소.
끝없이 이어진 검은 성곽과 폐허로 둘러싸인 드넓은 대지가, 이곳이 내성구역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내성의 정문을 지나, 플레이어가 첫 번째로 마주하는 구획.
내성 구역은 두 지역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나는 무너진 술집이나 술통, 술집의 간판 같은 게 떨어져 나뒹구는 폐허.
다른 하나는 곳곳에 파괴된 석상이나 교회 같은 것들이 늘어선 폐허.
유저들은 두 지역을 일컬어 유흥지구와 종교지구라 불렀다.
“….”
왜 전혀 반대일 것 같은 두 거리가 한곳에 붙어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혹시 무언가의 고증인 걸까?
그러나 이곳에는 워낙 유명한 네임드 보스가 있어 캠페인을 미는 모든 이들이 치를 떠는 곳이었으니.
유흥지구에는 만나면 공룡으로 만들어버리거나, 정신지배를 걸어버리는 뭐 같은 영웅, 키르케가 상주하는 장소였다.
반대로 종교지구에는 영구 은신이라는 뭐 같은 기믹이 있는 영웅, 미켈로가 있었고.
그렇기에 루센트에게 이곳으로의 접근을 금지했던 것인데….
이곳을 거치지 않고 스킵할 수 있는 또다른 루트인, 하수구의 입구를 파악해 놓으라 명령했더니, 그는 그 안쪽까지 들어가 목숨을 잃고 말았다.
이유 없이 명령을 따르지 않을 사람은 아니었으니, 뭔가 이유는 있었겠지만….
“잘 안 들려요. 똑바로 말해봐요.”
“죄… 죄송합니다….”
그때.
앞에서 나는 시끄러운 소리에, 눈앞의 영웅 유닛인 유와 보먼을 바라봤다.
두 사람은 케찰 요새의 플랫폼 한쪽에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보먼. 제가 보기에 당신에게 부족한 면은 패기에요. 남자라면 때론 강하게 나가야 할 때도 있는 법이죠.”
“아….”
“이해했나요? 그게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조언의 전부입니다. 다음에 리리 님을 만나면 한 번 자신 있게 얘기해보세요. 분명 통할 테니까요.”
“네… 조언… 정말 고맙습니다!”
뭔 얘기들을 나누는 거지?
둘은 언제 또 친해진 건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이동하는 동안 딱히 할 게 없어 자연스럽게 말문이 트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잡담도 여기까지였다.
“이제 슬슬 내릴 준비들 해라.”
거의 목적지에 도착한 참이었으니까.
그렇게 제2비행단이 전체 착륙한 후, 우리는 눈앞에 있는 건물을 바라봤다.
회색 성당.
곳곳이 무너지고, 삭은 건물이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데몬족의 건물 중에서, 유일하게 정상적인 모습을 가진 구조물이었다.
‘뭐, 이래 보여도 가고일과 리빙 스테츄의 생산 건물에 불과하지만.’
다행히도 미니맵을 보니, 이 근처에 다른 마물들은 없는 듯했다.
추측컨대 유일보스, 미켈로가 사망했기에 더이상 석상을 생산할 수 없는 거라 생각이 되지만….
아무튼, 그렇게 추측을 이어나가던 나는 문득 성당 내부에 보이는 빨간 점 하나를 주시했다.
저건 아마 데몬즈리프트에서부터 도망친 유일보스, 캐리언 로드를 표시한 것일 터.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 옆에 또다른 점이 하나 더 있었다.
우군을 의미하는 녹색.
…? 녹색?
“대족장님. 성당 내부에서 상당히 큰 기척이 들려옵니다.”
어느새 전투 준비에 들어간 유와 보먼.
나는 그런 둘과, 제2비행단의 전사들을 데리고 곧장 성당의 입구로 다가갔다.
《쉬퀴히이이익…!!》
쿠우웅-
귀청을 찢어놓을 듯한 비명과 함께, 무언가 묵직한 게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는.
‘…!’
그 직후, 미니맵의 빨간 점이 사라졌다.
[유일보스, ‘캐리언 로드’가 사망하였습니다.]“…?!”
죽었다고?
이렇게 갑자기?
누가, 어떻게?
즉시 내부로 들어가자, 바로 눈에 띈 것은 뻥 뚫린 바닥.
아마도 이곳에서 격렬한 전투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 때문에 이곳에 1층은 없었고, 대신 지하 1층만 있었다.
좀 더 들어가자, 나는 그곳에서 초거대 풍뎅이, 캐리언 로드의 시체를 발견했다.
물론 그 시체는 혼자가 아니었다.
“헉… 헉….”
녹색 진액이 뚝뚝 떨어지는 강철 메이스를 양손에 꼬나쥔 여자 사제.
정황상 캐리언 로드의 뚝배기를 깨놓은 것은 저 사제일 것이다.
적의 적은 친구라던가?
마물을 때려잡은 것을 보니 그녀 역시 아군이라 여겨도 무방할 터.
나는 그녀를 보자마자 물었다.
“너, 왜 거기에 있지? 여기서 뭘 하던 거냐?”
“아크한 족장님…?”
…! 나를 안다고?
타앗- 타앗-
당황하여 눈을 굴리고 있을 찰나.
여사제가 능숙하게 잔해를 밟고 위로 올라왔다.
그녀는 능숙하게 두 개의 강철 메이스를 휘둘러 진액을 털어낸 뒤, 등에 고정시켰다.
“아크한 족장님을 뵙습니다.”
그녀가 예를 취하며 한쪽 무릎을 꿇었고.
띠링-
그와 동시에 미니맵상 녹색으로 표시되던 점이 완전한 아군을 의미하는 푸른 점으로 바뀌었다.
“오래 기다렸습니다.”
또크한이 저지른 일이 천지사방에 또 퍼져 있는 모양이었다.
***
하얀 단발머리에 검은 사제복을 입은 여자.
앞이 안 보이는지 X자 안대를 하고 있는 모습까지.
독특한 외형을 가진 이 영웅의 이름은 바로.
요르하(★★★★)
레벨 : 52
칭호 : 눈 먼 여사제
직업 : 어쌔신 프리스트
근력 34 체력 41 민첩성 76 지력 66
인게임 상 그녀는 힐러 겸, 근딜러 겸 암살자인 독특한 포지션을 가진 4성급 영웅이었다.
바닥이 무너져내린 회색 성당에서의 장례 대신, 요르하는 보다 종교적인 방식으로 루센트의 장례를 치러주고 있었다.
어디서 구해온 건지 모를 관에 루센트의 시신을 옮기고, 그녀는 무릎 꿇고 기도했다.
그제서야 실감이 되었다.
루센트가 죽다니.
‘그래도… 충분히 이득은 봤지.’
처음부터 고랩으로 들어와, 금방 궁까지 찍었던 2성급 영웅인 루센트.
녀석을 굴려서 달성한 미션 오브젝트가 몇 개인가.
오크 게이트웨이, 언데드 조선소, 오우거 통나무, 트롤 야영지, 고블린 부락, 아라크니드 네스트… 심지어 정찰만 하고 오라고 했던 하수구에 들어간 뒤 보스, 영혼의 덩어리까지.
그와 함께 정찰대는 정말이지 수많은 적을 해치웠고, 그만큼 많은 건물들을 파괴했다.
하지만 이건 그저 게임의 이해득실 논리로 접근했을 때의 일이고…
‘이젠 모르겠군. 슬퍼야 하는데 슬프지도 않고, 차라리 이득이라고 생각하면 웃음이라도 나와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니….’
그렇게 길다고 할 수 없는 시간이었지만, 그는 나를 위해 충성하며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던 부하였다.
실제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던 부하 중 하나가 실제로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
그것은 사뭇, 생각보다 적응되지 않는 일이었다.
“오래 걸렸습니다.”
“아니, 더 해도 된다.”
그렇게 루센트와 전사들의 장례를 완전히 마친 뒤.
요르하는 그 관을 미리 파놓은 구덩이로 옮기려 했다.
“장례 중에 미안하지만, 이곳에서의 매장은 관두도록.”
내가 그것을 제지하자, 요르하의 눈초리가 한층 날카롭게 빛났다.
“루센트 님의 시신은 제가 묻겠습니다. 족장님께서는 아무쪼록 저와 루센트 님과의 관계를 고려해 주십시오.”
“무슨 말인지는 알겠지만, 안 된다. 시신을 괜히 보호받지 못하는 곳에 묻어 버리면, 결국 데몬족의 자원으로 사용될 뿐이니. 당장 어떻게 하자는 건 아니고, 장례가 끝나면 마을로 이송해라. 영웅의 귀환이다.”
“마을로…?”
내가 함께 온 제2비행단의 단원을 쳐다보자, 그들은 곧 익룡의 한기에 시신을 실어 올렸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요르하에게, 나는 다시 한 번 말을 붙여보았다.
“혹시, 루센트랑은 무슨 관계였는지 물어도 될까?”
“별 관계 아니었습니다.”
“표정은 그래 보이지 않는 것 같던데.”
그러나 마치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다는 듯, 요르하는 입을 꾹 다물었다.
본론을 묻기 전에 아이스브레이킹을 하고 싶었을 뿐이건만, 뭐 원치 않는다면 어쩔 수 없는 일.
나는 우선 제일 중요한 것부터 캐물어 보기로 했다.
“너는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거지?”
스토리상 얘는 그저 하이랜드 대신전 소속의 상급 사제일 뿐이었다.
‘루센트도 원래 그쪽 소속의 사제장이었으니.’
아마도, 같은 곳에 적을 둔 사제로써 루센트와 요르하 역시 나름대로 역사가 있었을 수 있지.
‘그런데, 그런 애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지?’
그때, 요르하가 말했다.
“족장님께서 보내셔서 오신 것 아닙니까.”
“…?”
요르하는 성당 앞에 늘어서 있는 익룡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것들 역시, 모두 대족장님께서 빌려주신 비행단입니까?”
“아니. 이건 다 내 거다.”
“그렇군요, 선물이라… 신기합니다. 그 아크한 족장님께서, 대족장님의 인정을 받으시다니.”
“아니. 이제는 내가 대족장이다. 계승 받았지.”
“어떻게…?”
“방법을 일러주면 니가 대족장 할 테냐? 이제부터 대족장이라 불러라. 족장이 아니라.”
눈이 가려져 있는 맹인이라 감정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내 말이 끝나자 어쩐지 흠칫 놀라는 요르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