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hief of Jurassic Defense RAW novel - Chapter (67)
67. 재정비
“해냈다!”
“대전사님께서 해내셨다!”
“역시, 루리 님이셔!”
포획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첫번째는 심플하게 때려서 기절시키는 방법.
다만 애초에 루리는 이 방법을 고려 대상에서 제외했다.
저 집채만 한 덩치의 익룡, 케찰코아틀루스를 어떻게 깔끔하게 기절만 시킬 수 있겠는가?
맞다가 죽었으면 죽었지, 놈의 강인함은 그 정도로 기절해버릴 정도로 약하지 않았다.
하지만.
‘…?’
손속에 사정을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놈은 어째선지 금세 땅바닥에 추락해 버렸다.
《피요오…》
놈을 바라보던 루리는 자연스럽게, 그것이 정말로 기절한 건 아니라는 사실을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그녀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한번 시작한 것, 확실하게 패서 기절을 시킬까?
아니면 두 번째 방법까지 갈까.
“…….”
고민은 길지 않았다.
“놈의 아가리를 벌려 나코베리를 먹여라!”
“네, 대전사님!”
전사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몇몇 전사가 케찰코아틀루스의 목에 헤드락을 걸고, 또다른 전사들이 케찰코아틀루스의 아가리를 위아래로 벌렸다.
그렇게 준비가 끝나자, 나코베리가 든 주머니가 녀석의 입속으로 후두둑 쏟아졌다.
“먹어라. 괜찮으니까.”
《표옷…….》
처음에는 싫어하는 듯했다.
그러나 잠시 고민을 이어가던 녀석은, 이내 머금고 있던 나코베리 열매를 그대로 삼켜버렸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처음에 비해 녀석의 표정이 한결 나긋나긋해진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과연 대형 익룡이군.’
고작 이 정도의 나코베리로는 녀석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없는 듯했다.
“역시… 주군께서 주신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 건가.”
주군께서 하도 아까워하는 눈치였기에, 우선 이 방법은 쓰지 않고 해결해 보려고 했건만.
결국 루리는 아크한이 건네준 해결책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녀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은 바로… ‘나코베리 고농축액’.
아크한의 설명에 의하면, 이것은 최소 만 개 이상의 나코베리를 농축시켜 뽑아낸 액기스로써, 몹시 강력한 수면효과를 지닌 포획용 마취약이라고 했다.
“이걸 먹여라.”
입안에 나코베리를 들이붓던 전사에게, 루리는 그 농축액을 건네주었다.
꼴꼴꼴!
목구멍 속으로 약물 한 병이 그대로 쏟아 부어졌고,
《피요오오오…….》
그제서야 놈의 의식은 완전히 끊어졌다.
녀석의 머리를 툭 밀어 확실히 기절했음을 확인하자, 루리가 마침내 작업의 종료를 외쳤다.
“모두 고생했다!”
고된 포획 작업이었다.
루리가 참여한 전사들의 어깨를 치며 지나가자, 전사들은 기쁜 얼굴로 고개를 숙이며 예를 표했다.
“이걸 잡아내다니. 분명 마을에 돌아가면, 다들 깜짝 놀랄 게 분명해.”
“역시 대전사님이셔!”
그렇게 전사들이 탄복하여 웅성대는 사이.
멀찍이 구경하던 추방자 마을의 촌장, 우즈가 루리에게 달려와 호들갑을 떨었다.
“저, 저 골칫덩이를 해결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 구역에서 저놈이 얼마나 패악질을 부렸는지…”
그동안 추방자 마을은, 이곳에 자리잡고 눌러 앉아있던 저 케찰코아틀루스때문에 근방의 익룡들을 제대로 소탕하지 못했다고 했다.
“덕분에 저희 마을 주민들의 활동 영역이 거의 두 배는 넓어지겠습니다. 이 은혜를 도대체 어떻게 갚아야 할지!”
하지만 루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너희들은 브릿지의 족장님께 감사를 표하도록 해라. 나를 이곳으로 보내신 것도 족장님이시거니와, 저 익룡을 잠재운 것도 전부 그분의 안배가 있었기에 가능했으니.”
“오오…! 족장님께서.”
그냥 고기로 사용하기 위해 사냥할 뿐이었다면, 사실 진즉에 죽이고도 남았을 것이다.
혹은 마을 주민들의 고통 때문이었다면, 녀석에게 생명의 위협을 주어 이곳에서 도망치게만 하더라도 성공이었을 테고.
그러나 포획.
그것도 대형 익룡의 포획은, 현재 브릿지 마을의 기술 수준을 생각한다면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아크한의 안배 덕분에 그것이 가능했던 것이니, 이 모든 공은 아크한을 향하는 것이 맞았다.
촌장, 우즈는 자기 마을의 주민들을 바라보며 외쳤다.
“아크한 족장님 만세!”
마을의 주민들 또한 각자 들고 있던 벌목 도끼를 들어 올리며 함께 재창했다.
“만세!”
“족장님 만세!”
***
그렇게 케찰코아틀루스의 사냥이 마무리될 무렵.
나는 체체와 함께 성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이름 : 브릿지 마을의 동쪽 성벽 (Lv.3) (건설 중)
HP : 21,822/30,000
DP : 16(건물)
성벽은 지난번 그렘린 러쉬 이후로 만신창이가 된 상황.
외벽의 얇은 철판들 대부분이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한때 매끈했던 벽면은 자연 암벽이라도 되는 듯 거칠었다.
하여, 지금 마을 주민들은 성벽을 보수하고 업그레이드 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이번 작업이 완료되면, 성벽의 레벨은 3.
“파괴하지 못할 데미지는 결국 성벽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줄 뿐이지요.”
“음?”
잠시 상념에 잠겨있던 내게 먼저 말을 걸어온 것은 바로 석공사 조합장, 메이슨.
그의 표정에는 어느새 장인으로써의 자부심 비슷한 것이 자리잡고 있었다.
“족장님을 뵙습니다.”
“성벽 수리를 진두지휘하느라 고생이 많다. 혹시 자원이 부족하다면, 곧 어스름마을산 석재가 도착할 테니 그때까지 기다리도록.”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성벽에 추가 외벽 공사도 함께 진행해라.”
추가 외벽 공사.
그것은 자원을 추가로 소모하여 건물의 외벽에 방어도를 높여주는 목책을 몇 겹으로 세우는 휴먼족의 건설 업그레이드 중 하나였다.
“퀄리티는 아주 조악해도 상관없다. 다만 자원이 허용하는 선에서 몇 겹이든 가능한 만큼 추가 외벽을 두껍게 쌓도록.”
그런데 그때.
이 지시를 듣던 체체가 의아한 듯 물어왔다.
“족장님, 혹시 그런 건축을 지시하시는 이유가 있으십니까?”
“다음에 쳐들어올 마물 때문에 그렇다.”
체체의 눈이 크게 뜨였다.
그녀의 눈이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했다.
‘그걸 족장님께서 어떻게 알고 계신가요?’
하지만 체체가 고맙게도 그 의문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기에, 나는 구구절절 여기에 대해 변명할 필요 없이 본론을 꺼낼 수 있었다.
“그놈들은 아가리에서 침을 뱉어대지.”
“침…?”
“그리고 그 침은, 닿는 걸 모두 녹이는 산성 용액이다.”
“……!”
“녹는 건 살아있는 것뿐만이 아니다. 성벽도 예외는 아니지. 그러니까 가능한 허술하더라도, 침이 성벽에 닿지 않도록 두껍게 추가 외벽을 쳐두려는 것이다.”
“…이해했습니다.”
그렇게 석공사 조합장, 메이슨과의 상의가 끝난 후.
나는 곧장 대장간의 부속 건물 중 하나인 메카닉 연구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쾅!
대문을 박차고 들어가자, 그곳에서는 대장장이 조합장 스미스와 목공사 조합장 팀버가 보였다.
허둥지둥 예를 표하는 이들을 대충 말리며 나는 바로 본론을 꺼냈다.
“인사는 됐고. 여기 상황 좀 보러 왔다.”
그때.
나는 문득 스미스가 들고있는 망치에 시선을 주었다.
일전에 전달하라 지시했던 전설급 아이템, ‘불카누스의 단조망치’.
“스미스, 혹시 그 망치 좀 써 봤나?”
“아직 제대로 된 사용법을 터득하지는 못했습니다만… 망치에서 은은하게 불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이, 분명 뭔가 비밀을 감추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 뭔가 깨닫거나 알아낸 게 있으면 그 즉시 보고하도록.”
“예, 족장님.”
“아침에 루리를 통해 전달한 제작재료들은 어떻게 되고 있나?”
“지시해주신 대로 공작석과 운철은 철퇴에, 데몬석과 그렘린 킹의 발톱은 전 촌장님의 부러진 창자루에 사용할 예정입니다.”
“좋다. 그러면, 현재 생산 중인 것들은?”
그러자 스미스가 기다렸다는 듯 설계도를 펼쳐보이며 설명했다.
“현재 생산중인 기계병기는 지난 전투 때 모조리 파괴되어버린 랩터바이크이며, 최종 생산 수량은 총 30기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제 막 연구가 완료된 신무기인 ‘클러스터 스톤쓰로워’와 ‘인스네어 쓰로워’는 현재 추가 양산 계획이 들어가 있습니다.”
클러스터 스톤쓰로워.
기존의 스톤쓰로워를 변형시킨 병기로써, 특유의 돌이 터지는 이팩트 때문에 일명 ‘스톤샷건’이라고도 불리던 무기였다.
거대 그물을 발사하는 인스네어 쓰로워는 해당 테크가 오픈되면 원 플러스 원처럼 따라 나오는 놈이었고.
“그리고?”
다음은 목공사 조합장, 팀버가 대신 보고를 이어갔다.
“오늘은 아카데미로부터 파라사우어 카트의 초기 설계안이 도착했습니다. 이 또한 분석이 끝나는 대로 곧장 생산에 들어가려고 합니다.”
“라이프폼 카운터는?”
“한동안 난항에 빠져 있었으나, 스미스가 해석한 ‘마력 스팀 코어’의 원리를 통해 간단한 ‘마력 코어’에 대한 연구가 거의 완료되었습니다. 덕분에 라이프폼 카운터의 생산에 큰 진척이 있었습니다.”
“흠, 그래?”
사실 이건 의외인 부분이었다.
워낙 후반에 나올 아이템을 미리 구한 것이라, 별 기대가 없었건만.
‘후반 조합탬인 ‘마력 스팀 코어’를 미리 얻은 것이 다른 업그레이드의 진행 속도에 영향을 끼친 건가?’
뭐가 되었든… 생산과 테크 업그레이드는 아주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특히, 제일 개발이 오래 걸릴 것으로 생각되었던 ‘라이프폼 카운터’의 진척도 일정 궤도에 올랐다고 하니.
이만하면 꽤 만족스러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가 알고 싶은 핵심 정보가 아직 남아있었다.
“이야기하지 않은 게 더 있을 텐데?”
“아 참, 스파이더 호저 마인이라면 이미 생산 중에 있습니다. 초기 물량은 20기입니다만, 최종 테스트 이후 물량을 대폭 늘려나갈 예정입니다.”
“그래, 그래야지. 하지만 내가 궁금했던 사안은 그게 아니다.”
그때 체체가 내 눈치를 보더니 팀버에게 대신 물었다.
“조합장, 족장님께서 원하시는 건 ‘브론토 험비’의 진행 상황이다. 다음 전투가 오기 전까지 꼭 그것이 개발되어있어야 한다고, 분명 여러 번 언급했을 텐데.”
브론토사우루스는 육중한 몸집을 자랑하는 중대형 초식 공룡.
온순한데 덩치도 크고 힘도 좋다.
그렇기에 초중반에 잡을 수 있는 공룡 중 가장 쓸모가 많은 공룡이 바로 이놈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것은… 사실 지난번 전투때 길들였던 브론토사우루스가 모두 죽어버려서, 차체 개발을 위한 실측에 애로사항이 있는 실정입니다. 다만, 오늘 사냥 나간 전사들에게 브론토를 꼭 잡아 오라 지시했으니 그때까지만 기다려주십시오.”
그런데 그때.
체체의 부관이 달려와서 우리의 앞에 부복했다.
“제사장님, 그리고 족장님을 뵙습니다!”
“다급해 보이는구나. 무슨 일이지?”
“그것이… 공룡 사냥을 나가셨던 루리 님께서 방금 막 돌아오셨습니다.”
“벌써 말인가?”
지금은 정오를 살짝 넘긴 시간이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사냥을 나가면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되돌아오고는 했는데.
어째서인지 상당히 일찍 귀환해버린 것.
하지만 나는 왠지 그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설마, 해낸 거냐. 루리?”
“…?!”
***
루리는 공룡을 포획하기 위해, 마을의 정예 사냥 부대를 이끌고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일반적으로 사냥부대가 되돌아오는 시간은 해가 떨어질 무렵이지만, 지금은 아직 이른 오후.
“주군, 다녀왔습니다.”
“기다렸다.”
루리는 어쩐지 오늘따라 어깨에 힘이 들어간 채로 내게 보고를 올렸다.
“말씀하셨던 ‘그 익룡’을 잡아 왔습니다.”
설마 했는데, 정말로 잡아 오다니.
나는 그녀의 보고를 듣자마자 쾌재를 불렀다.
“현재 녀석의 신변은 공룡 목장의 조련사 조합장에게 인계한 상태입니다.”
“수고했다.”
드디어 왔구나.
마침 메카닉 연구소에서의 볼일도 거의 다 끝난 참이었다.
“체체, 루리. 어서 다음 장소로 이동하도록 하자.”
나는 메카닉 연구소의 조합장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문밖을 나섰다.
“족장님, 루리 님께서 대체 무엇을 잡아 오셨길래….”
뒤따르던 체체가 내 표정을 보더니, 궁금한 얼굴로 질문을 던졌다.
나는 입꼬리를 찢어지게 올린 채 말했다.
“우리 루리가, 공중요새를 잡아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