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154)
다시 무대 위.
나 외에도 두 명의 출연자들이 더 서 있었다.
표정을 보니 다들 별로 기대는 안 하는 눈치였다.
사실 나도 별로 기대는 안 하고 있다.
내 우승은 김 PD가 얼마나 막나가는 놈인지에 따라 달려 있으니까.
씁쓸한데, 이거.
나는 먼저 심사 위원들의 눈치를 살폈다.
혹시나 심사 위원들이 김 PD의 압력에 진다면 내게 승산이 없어지니까.
그러나 그들의 표정은 묘했다.
뒤에서 뭔가 일이 있긴 있었나 보다.
무대가 끝난 지도 벌써 5시간이 넘었는데, 이제야 투표 결과를 발표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뭔가 뒤에서… 논쟁이 있었던 거다.
“자, 먼저 방청객 점수부터 발표하겠습니다.”
한재이가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진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저 순한 양의 탈을 쓴 능구렁이가 진짜 아무것도 모를지는 또 알 수 없는 일이지.
“방청객 점수는 총 500점. 500분의 방청객분들께서 직접 투표해 주셨습니다. 한 분당 1점씩 출연자분들께 소중한 표를 던져 주셨는데요! 자, 그러면 [디어 마이 디바> 제1회 경연의 결승전. 대중들께서 뽑아 주신 우승자는 과연 누구일지. 지금 바로 함께 보시겠습니다. 단하 씨.”
“네, 정말 치열한 경연이었습니다. 그러면, 먼저 방청객 점수부터 공개하겠습니다.”
단하가 뒤에 있는 전광판을 큐 카드로 가리켰다.
그러자 전광판에 우리 세 사람의 이름이 뜨고, 그 아래 핑핑 돌아가는 숫자 세 개가 떴다.
무언가가 빠르게 굴러가는 소리와 함께 숫자들도 빠르게 굴러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유니아 다흰 윤청
52 224 214
숫자가 멈췄다.
음.
예상 범위에서 살짝 벗어났는데.
이렇게 되면 모먼트 측에서 내게 양보를 좀 했거나….
혹은 김 PD 측에서 조정을 좀 한 모양이군.
그나저나 이렇게 되면 나머지 한 명에게 너무 상처잖아.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유니아의 무대도 꽤 좋았다.
고작 55표에 그칠 무대가 아니었다는 말이다.
모먼트 측의 개입만 아니었어도 솔직히 더 높은 점수를 받았을 거다.
이래서 내가 조작을 하는 놈들이랑은 친해질 수가 없는 거야.
“자, 이제 심사 위원 투표 결과 발표가 있겠습니다. 다만, 발표에 앞서 잠시 말씀드릴 것이 있는데요.”
한재이가 난감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뭐지?
“먼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너무 훌륭한 무대들이었다 보니 어느 한 무대만 뽑기 어려웠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렇죠?”
한재이의 질문에, 심사 위원 중 한 사람이 마이크를 잡았다.
“예, 제가 뭐, 심사 위원을 많이 해 본 건 아니지만. 제 인생 최대로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그렇게 말하시는 분치고는 좀 불만스러운 얼굴이신데요.
“해서, 이번 결승전 심사 위원 결과 발표는, 각각의 심사 위원이 어떤 출연자를 뽑았는지 따로 발표가 되지 않음을 말씀드립니다. 좀 더 공정한 투표를 위해 비밀 투표로 진행된 점, 시청자 여러분께서는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
그런 비밀 투표는…!
지금처럼 조작이 판치는 상황에서는 전혀 도움이 안 되거든요?
낭패였다.
김 PD의 낯을 보아 하니, 묘한 표정인 게 저쪽에서 낸 묘수인 듯했다.
진짜 막나가기로 결심했나 본데.
“자, 긴장되는 순간인데요. 심사 위원 투표는, 한 표에 100점을 갖습니다. 이번 심사 위원 투표로 우승자가 결정이 되는데요. 정말 떨리는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죠, 단하 씨?”
“맞습니다. 아마 시청자분들께서도 저희만큼이나 궁금해하고 계실 텐데요. 너무 지체하지 말고 바로 공개해 보실까요.”
“좋습니다!”
진짜 이렇게 기대 안 되는 투표 결과도 처음인데.
멘트 쥐어짜느라 힘들겠군.
아무튼.
나도 뒤를 돌아보았다.
다시 한번 전광판의 숫자가 돌아가고….
유니아 다흰 윤청
100 100 200
뭔가 이상한 결과가 나왔다.
***
“돌았나.”
빠각.
리모컨이 텔레비전에 부딪혀 떨어졌다.
홍 덕후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리모컨을 던졌기 때문이었다.
홍 덕후는 얼마 전, 덕통사고로 인해 최애가 윤청에서 연주홍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윤청에 대한 애정이 식은 건 아니었다.
그녀는 오늘도 착실하게 [디어 마이 디바> 결승전을 보고 있었다.
무려 본방송으로.
홍 덕후는 윤청의 마지막 무대를 본 순간 매우 만족했다.
‘이건 뭐, 더 볼 것도 없이 윤청이 우승이네.’
아이 뭐.
경연이 이렇게 긴장감이 없어도 되나~?
덕후의 사심을 빼더라도 정말, 완벽한 무대였기 때문이었다.
홍 덕후는 싱글벙글하며 커뮤니티 반응을 확인했다.
윤청은 진짜 뭐냐..?
아이돌 메보 싸움에 갑자기 대한민국 메보가 나타났는데요 이거 문제있는 거 아닌가요
유니아, 다흰: 우와 개쩐다 개잘부른다
윤청: ????????(말을 이을 수도 없음)
제가 바로 윤청 보유국 국민입니다
어떤 미친아이돌이 잔나밤 부를 생각을 해욬ㅋㅋㅋㅋㅋㅋㅋㅠㅠㅠㅠㅠㅠㅠ
예 그게 우리 앱니다
물론 주접들이야 다 팬 반응이지만.
일반 대중들 반응도 만만치 않게 좋았다.
컬러즈는 진짜 전생에 뭔 복을 쌓아서 저런 애들만 데려감..? 나는 타덕인데도 홀린듯이 봤음
(캡쳐사진)
다흰이랑 유니아도 무대 내내 입을 못다물고 본다ㅋㅋㅋㅋ
└당연함 나도 턱 나갔음
진짜 잘하드라 우리 아빠가 대쉬대쉬 짱팬인데 박수를 뻑뻑침
가만 보면 윤청 취향이 약간 우리 엄빠 재질이여 이게 21살의 취향이라고 누가 믿냐고
└근데 그게 오히려 좋아
윤청 근데 성격 좋은가 보다 자기 삼촌뻘 기타리스트도 영업해서 같이 무대하는 거 보면ㅋㅋㅋ
└별명이 인간캣닢이심
└└아 그래요? 유구한 분이셨구만..
물론 모든 반응이 다 좋다곤 할 수 없었다.
빠가 있다면 응당 까도 있는 법.
가오만 잡고 뭐가 그렇게 좋단 건지 모르겠는데.. 노래 잘하는 건 알겠다만..
맨날 너무 노딱 취향..
아이돌이면 좀 상큼한 무대도 하고 그래야지 맨날 칙칙한 노래만..
이런 반응도 있긴 했다.
하지만 매우 극소수 반응이었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윤청의 우승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렇게나 반응이 좋은데.
이렇게나 반응이 압도적인데.
“공동 우승이 말이 되냐, 이 미친놈들아…?”
다흰과 윤청이 공동 우승을 해 버린 것이다.
그래.
다흰이 못했다는 게 아니다.
홍 덕후가 보기에도 다흰은 매우 잘했다.
하지만 그걸 뛰어넘는 게 윤청이었단 말이다.
유니아 다흰 윤청
100 100 200
처음에 이 이상한 심사 위원 점수를 보고 홍 덕후는 당황했었다.
도합 400점 아니야?
나머지 100점 어디 갔어?
했는데.
[재이: 아마도 지금 의아해하실 시청자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먼저, 이 부분은 심사 위원장님께서 설명해 주시겠습니다.] [정윤: 예, 제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이때까지만 해도 뭔가 오류가 있었겠거니 했다.
그러나.
[정윤: 나머지 100점은, 저희가 도저히 우승자를 결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보류해 두었습니다.]‘?!’
홍 덕후의 예상은 보란 듯이 빗나갔다.
[정윤: 해서, 저희는… 이 100점을 두 출연자 모두에게 나눠 주어, 동점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유니아 다흰 윤청
52 224 214
유니아 다흰 윤청
100 100 200
+0 +95 +5
순식간에 전광판이 다시 바뀌고.
[최종 점수]유니아 다흰 윤청
152 419 419
“진짜 미친 거 아니냐?”
홍 덕후는 황당함을 감출 수 없어, 입을 벌리고 화면만 보았다.
[청: 먼저 감사합니다. 이렇게 값진 우승을 주셔서. 뜻깊은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인데. 제가 좋아하는 다흰 씨와 함께 우승하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그리고 유니아 선배님. 같은 무대에 설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그 와중에 윤청은 예상했다는 듯, 그저 덤덤하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게 홍 덕후를 더 분노하게 했다.
분노에 휩싸인 건 홍 덕후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다흰: 저는….]반전이 일어나고 있었다.
[다흰: 제가 우승할 만한 무대를 하지 못했음을 알고 있습니다. 부족한 걸 알고 있기에, 우승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그저 앞으로 더 정진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다흰이 벌벌 떨면서도, 할 말을 다 해 버린 것이다.
***
홍 덕후만 [디어 마이 디바>가 미쳤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었다.
인터넷 반응도 실시간으로 난리나고 있었다.
내가 윤청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이건 선 씨게 넘었지ㅋㅋㅋ
SWC ㄹㅇ 한물갔넴
으휴 애초에 문자투표 안하는 거 보고 느낌 딱 왔어
이따구로 할 거면 경연 프로그램 하지 마쇼ㅋㅋ
때려쳐라 때려쳐
전부 다 SWC의 공정성을 욕하는 글들뿐이었다.
딱히 윤청을 좋아하거나 지지해서가 아니었다.
이건 공정성의 문제였다.
그래서 더더욱 큰 화제가 되었다.
차라리, 윤청에게 단독 우승을 주었다면 모두가 승리했을지 모른다.
다흰이 무대를 못한 게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김 PD는 모먼트와 합의를 본 게 있으니, 공동 우승이라도 다흰에게 우승을 줘야만 했다.
그 결과가 이거였다.
그나마 다행히도, 다흰에게 가는 화살은 생각보다 없는 편이었다.
다흰은 걍 불쌍함
자기도 자기 우승감 아니라 하고.. 걍 SWC가 모먼트 눈치 보느라 지랄한 것 같음
모먼트 본체가 TMM이잖아
대기업 눈치 보는 거지 뭐
글고 SWC사장이 TMM 사위인 거 모르는 사람 없을듯ㅋㅋㅋㅋㅋㅋ
ㅇㅇ… 나도 이렇게 생각했어
다흰 자체는 걍 불쌍함 그러나 모먼트랑 SWC는 용서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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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마디_윤청_단독우승
그러나.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는 곳이 있었다.
다흰
회사는 그걸 좋아하고 앉아있다고?
네..
모먼트였다.
다흰
그리고 저 혼낼 줄 알았는데..
오히려 칭찬하셨어요…..
이제 욕은 회사만 먹을 거니까
저는 오히려 더 돈 잘 벌어오겠다고..
그깟 욕 좀 먹는 건 아무렇지도 않으시대요…..
진짜 보통 미친놈들이 아니다.
다흰
저 정말…
그때 그렇게 얘기 안했으면……
제가 회사 대신에 오명 다 뒤집어쓰고 있었을 걸 생각하면…
저 정말 결심했어요
나는 안타까운 마음에 그저 다흰의 이야기를 들어만 주었다.
저 답답한 심정을 내가 모르는 게 아니니까.
다흰
저 무조건 사재기 증거 찾아서
이 회사를 탈출할 거예요..!!!
그래.
차라리 돌이킬 수 있을 때, 얼른 마음을 단단히 먹는 게 낫다.
다흰
그래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있다면 무엇이든 도와줄게
너무 낙심하지 말고
네!!
너무 감사해요 선배님..
감사하긴 무슨.
다흰
다흰
나한테 고마워할 거 하나도 없어
난 한 게 없는걸
다 네가 한 일들이야
그러니까 부디 너무 절망하지 않고, 잘 이겨 냈으면 좋겠다.
나는 핸드폰을 덮고, 거실로 나왔다.
그러자 멤버들이 움찔, 하며 나를 보았다.
“…양푼 비빔밥?”
“처, 청청. 안 잤어요?!”
이 사람들이 진짜.
“여러분. 우리 내일 쇼케이스야. 내일 뮤비 뜬다고. 지금 새벽 두 시인데 그렇게 고추장 팍팍 넣어서 먹으면 어떡해. 얼굴 왕창 붓잖아.”
“힝.”
“아니. 주홍이야 뭐 놀랍지도 않지만. 백영 언니, 금이, 보라. 다 이걸 먹고 있어?”
네 사람은 입가에 고추장을 잔뜩 묻히고서 나를 보았다.
…할 말이 없다.
“아니… 주홍이가 만들었는데 너무 맛나 보여서…. 하하.”
믿었던 서백영 당신마저 날 배신하다니.
“내가 먹지 말라는 게 아니라, 새벽에 먹지 말라는 거잖아요.”
나는 혼자 씩씩거리다가, 멈췄다.
됐어….
나만 맨날 잔소리하네.
“됐고. 다들 얼른 먹고 팩 꼭 올리고 자세요. 내일 쇼케니까.”
“녜!”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붓기 빼는 차도 마시고, 마사지도 하고. 오케이?”
“네!”
에휴.
내 팔자야.
이제 자러 가야지, 하고 돌아선 순간.
“청청.”
김금이 나를 불러 세웠다.
“왜.”
“우승 축하해요. 사실 녹화 당일에도, 아까도 말했지만 한 번 더 말해 주고 싶어서. 아까 인터넷 반응 보니까 다들 우리 청청의 진가를 알아보던데요.”
“맞아요. 저 지금 오튜브 열심히 조회 수 올려 주는 중.”
“…축하해요.”
“우리 청이. 진짜 너무 고생했어. 이제 우리랑 같이 활동에만 전념하자.”
참나.
이러면 내가 마음이 풀릴 줄 알고?
“입가에 고추장 잘 닦고. 보일러 틀고 자요.”
“넵!”
…조금은 풀렸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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