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19)
19화.
높은 거야, 낮은 거야? 연습생들은 모두 머릿속으로 계산하기 바빴다.
그러나 나는 오기 전에 대략적으로 계산해 보았기에, 저 점수가 어느 정도의 수치인지 알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1등과 점수 차이가 상당히 날 것 같은데.
좋은 신호가 아니었다.
“이경아 연습생, 앞으로 나와 주세요.”
왈칵, 울음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당연히 이경아의 울음소리였다.
그러나, 완전히 슬픔만 있는 울음소리는 아니었다.
오히려, 안도감이 섞인 울음소리였다.
12위는 벗어났다는 안도감.
…하긴, 저번 중간 평가 때 12위였지.
세트장 뒤에 있는 큰 화면엔, 이경아의 얼굴과 중간 평가 등수가 함께 나타났다.
이경아(11위 ▲1), 1,250표
반대로, 다른 하위권 연습생들의 얼굴에는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도희영은 이어서 다른 연습생들의 순위도 발표했다.
방수인(10위 ▼2), 1,307표
박하은(9위 ▲2), 1,505표
신유현(8위 ▼1), 1,629표
조희온(7위 ▼1), 1,731표
이로써, 중하위권은 모두 발표가 끝났다.
순위가 오른 사람도, 순위가 내려간 사람도 모두 표정이 좋지 않았다.
눈에 띄는 건, 역시 연주홍의 표정이었다.
연주홍은 중간 평가 9위였는데 아직까지 이름이 불리고 있지 않았다.
그러자 자신이 12위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이미 눈에 눈물이 가득 차 있었다.
그건 저번 중간 평가 10위였던 이주선도 마찬가지였다.
둘 중 하나는 최소 중위원에서 상위권이지만, 나머지 하나는 최하위일 게 거의 확정적이었다.
이제 남은 연습생들은 가장 데뷔가 유력한 연습생들뿐이었으니까.
잔인한 시스템이었다.
“이어서, 6위를 발표하겠습니다. 이 연습생은 1,950표를 받았습니다.”
도희영은 잠깐 연습생을 한 명씩 쳐다보다 말했다.
“연주홍 연습생, 앞으로 올라와 주세요.”
악.
소리 없는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연주홍은 어안이 벙벙했는지, 입만 벌린 채 움직일 생각도 못 했다.
그러다 눈물을 왈칵 터트렸다.
다른 연습생들, 특히 서백영과 김금이 연주홍을 안고 토닥였다.
나도 연주홍의 뒤에 서서 어깨를 두드렸다.
“연주홍 연습생. 이제 단상 위로 올라와 소감을 말해 주세요.”
그제야 연주홍은 눈물을 닦으면서 단상 위로 올라섰다.
물론 눈물을 닦아도 닦아도 계속 눈물이 나긴 했지만.
“제, 제가….”
연주홍은 계속 훌쩍였다.
“제가 여기 와도… 와도 되는지 잘 모르겠, 훌쩍, 어요.”
어찌나 펑펑 우는지, 양쪽 소매가 다 젖어서 닦는 게 의미가 없을 정도였다.
“어, 언니들… 언니들이 너무 잘하셨, 는데. 제, 제일 못하는 제가…. 제가 여기 오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연주홍은 계속 히끅, 히끅거리면서도 꿋꿋하게 말을 이었다.
천생 연예인이군.
그래, 방송은 타야지.
“저, 진짜… 집에, 너무너무 가고 싶었는데…. 이제 가기 싫어, 훌쩍, 졌어요. 오, 오늘 주신 6등…. 저한테는 1등보다 소중, 히끅, 하고 값진 6등이에요. 앞으로도… 언니들 따라서 열심히… 흐엉.”
결국 연주홍은 울음을 참는 걸 포기하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
에구.
다른 연습생들도 모두 코끝이 찡해졌다.
17살, 어린 우리들 중에서도 가장 어린 나이.
그런 애가 매일같이 자책하며 연습하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없었다.
결국 도희영이 연주홍을 안아 주고, 6위 자리까지 데려가 앉혔다.
의자에 앉아서도 훌쩍이는 모습에 손수건까지 주며 달랬다.
“자, 이제 이어서 5위 발표하겠습니다.”
연주홍이 조금 진정된 듯 보이자, 오 PD는 가차 없이 녹화를 진행시켰다.
뽑을 만큼 다 뽑았으니까 넘어가자는 뜻이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
“이제부터는 데뷔 순위권입니다. 여기까지 온 연습생들 모두 축하드립니다.”
도희영은 우리를 향해 따스하게 미소 지었다.
“이 연습생은 화이트노이즈를 커버한 연습생으로, 총 2,017표를 받았습니다.”
남아 있는 사람 중 화이트노이즈를 커버한 연습생은 세 사람이었다.
김려유, 류보라, 이주선.
아마도 이주선이 5위로 올라오긴 힘들 것 같으니… 사실상 김려유와 류보라의 싸움이었다.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는 류보라와는 달리, 김려유의 표정에는 그늘이 지고 있었다.
여기서 본인이 나오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최소 3위 안을 노리고 있을 테니까.
그러나 반대로, 류보라는 순위는 별 상관 없다는 듯 처음부터 초연한 태도였다.
진짜 상관이 없는 건지, 연기인 건지 옆에서 보는 나도 헷갈릴 정도였다.
옷자락을 꽉 쥔 김려유와, 커다란 눈을 내리깐 류보라.
두 사람이 화면에 같이 잡히고-
“첫 번째 미션, 첫 번째 데뷔권 연습생은-”
자막: 1분 뒤에, 확인해 주세요!
***
“….”
“….”
한 가정집의 거실.
단란한 가족이 열심히 ‘메뉴컬’을 보다가, 리모컨을 집어 던졌다.
“미쳤냐, 엠텐?”
***
짧지만 울분 터졌던 광고 시간이 지나고.
다시 연습생들의 모습이 화면에 나타났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지체하지 않고 바로 발표하겠습니다. ‘메이크 어 뉴 컬러’ 첫 번째 미션, 첫 번째 데뷔권 연습생은-”
도희영은 잠깐 뜸을 들이더니, 바로 발표했다.
“류보라입니다.”
…생각보다 낮은 순위.
매우 잘나갔던 아역 배우 출신이니만큼 팬덤이 단단할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그러나 류보라는 딱히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지, 담담하게 단상 위로 올라갔다.
“부족한 저를 여기까지 올려 주신 컬러리스트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과분한 순위를 선물해 주신 만큼 좋은 모습 보여 드릴 수 있는 류보라가 되겠습니다.”
활짝, 화사한 미소와 함께 흘러나오는 정석적인 소감.
어디 하나 흠잡을 곳이 없었다. 그러나 그게 오히려 흠이었다.
영혼 하나 보이지 않는- 기묘한 소감에,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당황하고 말았다.
저건 생각보다 순위가 낮아서 분노하거나 슬픈 게 아니었다.
오히려 저건….
“…데뷔하기 싫나…?”
스태프 중 한 명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 정말 데뷔하기 싫은 연습생 그 자체였다.
이상한데. 데뷔하기 싫으면, 연습은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거지?
왜 연습생으로 남아 있는 거고?
모두의 미묘한 의문을 등지고, 류보라는 5위 자리에 앉았다.
도희영은 표정 관리를 하고, 다음 순위를 불렀다.
“이어서 다음 순위 발표하겠습니다. 이 연습생은 파격적인 컨셉으로 컬러리스트님들의 눈길을 끈 연습생입니다.”
파격적인 컨셉이라.
나는 남은 연습생들의 무대를 떠올렸다.
일단, 남자 아이돌을 커버하면서 강렬한 스트릿 컨셉을 잡은 김금.
원곡과 달리 과감한 섹시 컨셉을 선택한 김려유.
…그리고 안대부터 냅다 쓴 나.
뭔가 직감이 왔다.
이번에 불리는 거-
“축하합니다, 윤청 연습생. 위로 올라오세요.”
나다.
***
??? 뭐임 무슨 일이 일어난 것임
? 윤청 4위?
????
아 에반데 진짜ㅋㅋ 엠텐 미쳤냐?
아니 실력으로 보면 걍 더 볼 것도 없이 1위인데 이걸 4위를?
벌써 견제 들어갔고요ㅋㅋ
이래서 처음에 눈에 띄면 ㅈ댐 ㅠ 청아 데뷔만 하자 괜찮아
ㄱㄹㅇ 팬들 똥줄 좀 타나 보네ㅋㅋ 선곡 때부터 ㄱㄹㅇ 기싸움 오지더만
└뭔 개소리야; 포지션이 겹치는 것도 아니고 왜 애꿎은 애 들먹여?
└└ 네 다음 혈연픽
첫 번째 미션 순위 발표가 모두 끝났다.
내 최종 순위는 4위.
데뷔권 순위였기에, 나쁜 순위는 아니었지만 아주 안심할 만한 순위도 아니었다.
다행히 시청자들의 반응은 많이 갈렸다.
소위 말하는 ‘머글’들, 아이돌 팬이라기보단 단순 시청자에 가까운 사람들이 내 순위에 많은 의구심을 품었다.
실력만 보면, 내가 압도적인 1위를 해야 했으니까.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가장 실력이 좋은 연습생이, 꼭 데뷔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
아이돌은 실력이 전부가 아니라, 매력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력 또한 매력 요소 중에 하나인 거지, 매력의 모든 부분을 차지할 순 없다.
그리고 이번에 나는 매력에서 진 것이다.
물론 완전히 졌다고 할 순 없다.
SNS 반응에 나오는 말대로, 소위 말하는 ‘견제픽’이 들어간 것도 사실이니까.
데뷔가 유력해 보이는 나에게, 일부러 다른 연습생들의 팬들이 낮은 점수를 준 것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나를 지지하는 팬들은 많이 분노하고 있었다.
★
아니 나 열불나 진짜 아기맹수단 이제 방심하지 말기 약속
다들 정신차리고 방청 열심히 신청하셈 진짜 선점이 얼마나 중요한건데
우리 아기맹수 청청 절.대.지.켜.
다 좋은데… 너무 고마운데….
…왜… 왜 내가 아기 맹수가 됐지…?
상당히 생소한 ‘아기’라는 별명에 나는 도저히 적응할 수가 없었다.
이거 30대에 아기 소리 들으려니 몸이 간질거린다.
물론 윤청은 이제 20살이 됐으니 이상할 건 없…지만.
아무래도 전생에선 솔로 아이돌이었으니, 딱히 ‘아기’라는 별명이 붙지는 않았다.
귀여운 별명 같은 거야 많이 붙었지만… 아기는 약간 적응이 안 되는데.
그래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붙여 주신 거니까 닥치고 받아들이자.
어쨌든, 나로서는 4위가 그렇게 나쁜 건 아니었다.
이번에 확실히 견제를 받는 대상이라는 것을 알리고 가는 게 나았다.
방심하다가 후반부에 순위가 밀리는 것보단, 아예 처음부터 순위를 지키는 게 나으니까.
나는 윤청의 핸드폰을 켰다.
킬 때마다 보이는, 윤청의 첫 번째 소원.
[소속사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 ‘메이크 어 뉴 컬러’에서 1위로 데뷔해 줘]최종 1위를 노린다면, 차라리 지금 4위를 하는 게 나았다.
나는 화면을 켜서 나머지 연습생들의 순위를 보았다.
변동이 일어났던, 나머지 연습생들의 순위를.
윤청(4위 ▼3), 2,201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