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4)
4화.
신난 오 PD는, 아예 판을 키우기 시작했다.
뻔히 보인다, 보여.
에이스 연습생 VS 블랙홀 연습생. 첫 대결?!
이런 자막으로 서백영과 나를 비교할 생각이겠지.
윤청의 기억에 따르면, 서백영은 자타공인 에이스 연습생이다.
컬러즈에서 가장 길게 연습생 생활을 해 오기도 했고, 그야말로 ‘밸런스형’ 연습생이다.
희망 포지션은 메인 댄서.
그런데 노래도 상당히 잘해서, 리드 보컬을 노릴 만한.
팀에서 메인 댄서를 맡을 정도로 춤을 잘 추는 연습생과, 춤은 완전히 못 추는 연습생을 함께 추게 하면.
당연히 엄청나게 비교된다.
바보가 아닌 이상 최대한 피해야 하는 구도였다.
“…아, 처음부터는-”
“네, 그럼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지만 난 바보라서.
“청아, 너-”
“옆에서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언니.”
“어, 그…래.”
서백영은 당황한 얼굴로 나를 보았다.
얘가 미쳤나?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그도 그럴 게, 이 안무가 주어진 지 고작 사흘밖에 안 됐으니까.
사흘간 4분짜리, 그것도 난이도가 꽤 있는 안무를?
춤에 자신 있는 서백영이어도 완벽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런데 하물며, 몸치 윤청이?
“그럼 바로 가 볼게요!”
PD의 말에 연습생들은 자리를 비켜서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Always we are…
그리고 한 연습생이 노래를 틀어 주는 것으로, 이 말도 안 되는 대결 구도가 시작되었다.
“….”
그리고 몇 분 후, 노래가 끝났지만.
입을 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정적의 순간이 지나자, 하나둘씩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물론 당연히 내가 미친 듯이 잘 춰서 아무도 입을 열지 못한 건 아니었다.
그 정도는 아니란 거,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애초에 나는 춤 쪽으로 대단히 유명한 가수는 아니었다.
다들 놀란 건 그냥…
‘윤청이… 춤을 안 틀리고 춰?’
‘심지어 에이스 서백영이랑 같이 세워 놔도 하나도 안 밀리는데…?’
‘뭐야…? 오히려 백영 언니는 아직 동작 날리는 부분이 좀 있었는데.’
‘쟤는 안무 하나도 안 날리고 다 맞춰서 췄어…’
‘쟤 혼자 안무 일찍 받았나?’
촬영진보다 연습생들이 더 충격에 휩싸여 있었다.
그들은 윤청을 직접 봐 온 사람이었으니까.
단순히 틀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놀라웠지만… 윤청은 서백영보다 어떤 면에서는 더 잘 추기까지 했다.
그게 놀라운 것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빠르게 인사했다.
다들 잘못 알고 있는 게 있다.
윤청은 춤을 잘 못 춘다.
그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윤청이 안무를 숙지하고 있지 않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윤청은 자신이 춤을 못 추는 것을 극복하기 위해 누구보다 연습을 많이 했다.
그래서 ‘안무 숙지’는 잘했다.
…몸이 안 따라 줬을 뿐이지.
카메라나 사람을 보기만 하면 몸이 굳어 버리니까.
그래서 ‘윤청’은 춤을 못 춘다.
하지만 ‘백녹하’는 다르다.
나는 서백영은 쳐다도 보지 않았다. 그저 앞에 있는 거울 벽만 보았다.
연습생 생활을 9년 했다고?
나는 20년을 여기서 버텼다.
청이의 기억까지 합치면 30년이다, 인마.
연습생들 수준에서 난이도가 있는 안무 정도는….
평소 내가 춰야 했던 솔로곡 안무에 비하면 당연히 비교할 수도 없었다.
춤으로 뜬 건 아니다. 내가 춤을 가장 잘 추는 가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못 췄다는 뜻은 아니거든.
아직 데뷔도 못 한 연습생보다 못 출 정도면 대상 반납해야 한다!
재능 위에 노력 있고, 노력 위에 짬밥 있다.
확실히 서백영은 춤을 잘 췄다. 춤선만 봐도 얘가 춤에 재능이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강약 조절이나 표정 같은 건 아직 미숙한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후자 쪽에선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고.
“….”
오 PD는 굉장히 미묘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작가와 소곤거리더니, 촬영을 중단시켰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연습생들 개인 인터뷰 하나씩 딸게요. 부르는 순서대로 와 주세요!”
***
촬영 시작 전, 연습생 사전 인터뷰.
제작진들은 모든 연습생들에게 다른 연습생들의 이미지나 실력에 대해서 미리 인터뷰해 놓았다.
이를테면, 이런 식으로.
제작진: 서백영 연습생은 어떤 사람인가요?
제작진: 그럼 윤청 연습생은 어떤 사람인가요?
[주홍: 청이 언니요? 어… 노래 잘 부르시죠!] [제작진: 춤은요?] [주홍: (난처)] [주홍: 하하하.] [려유: 청이… 사실 저희 소속사로 온 지는 얼마 안 돼서 잘은 모르지만… 춤이 메인은 아니지 않나? 하는 느낌?] [제작진: 아, 춤은 좀 별로다?] [려유: 아이, 그런 말은 아니었어요! 그냥 주특기는 좀 아니지 않나… 하는 정도?] [백영: 못 추죠.] [제작진: (일동 놀람)]자막: 단호한 백영… 무서운 면도?
[백영: 그래도 괜찮을 거예요. 청이는 누구보다 노래는 잘하니까.] [제작진: 하지만 춤은 좀 아니다?] [백영: 노력이 조금 더 필요하죠.]***
백영 VS 청의 대결 구도 후, 제작진들은 연습생들에게 방금 대결의 소감을 물었다.
[금: 놀랐죠.] [려유: 아니, 걔는 또 언제 혼자 그렇게 연습했대요? 연습하는 걸 본 적이 없는데.] [주홍: 대박, 진짜. 여기 보이세요? 닭살? 소름.] [하은: 진짜 안 놀란 사람 없을걸요?]제작진: 왜 놀랐나요?
[수인: 청 언니… 마지막 평가 때 춤은 F 받았거든요. 컬러즈는 각 평가에서 점수를 줘요. A부터 F까지. 청 언니는 보컬은 A, 춤은 F.] [주선: 그래서 저희끼리는, 저 언니가 진짜 춤만 잘 췄어도 16살에 데뷔했을 거야, 그랬어요.] [유현: 사실 청 언니 좋은 사람이긴 한데… 약간….] [제작진: 약간?] [유현: (난처한 웃음)] [유현: 평가 때만큼은 피하고 싶은… 그런 이미지? 댄스가 진짜 하나도 안 맞으니까.] [려유: 저희까지 같이 혼나게 하니까, 다 기피 대상 1위로 생각했죠.]자막: 윤청 연습생에 대한 각박한 평가…!
[보라: 그래요? 저는 별로 안 놀랐는데.] [제작진: 오, 처음으로 안 놀란 연습생이에요, 보라 연습생이.] [보라: 아, 그래요?]보라는 하하, 웃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보라: 다른 건 몰라도 전 그건 알겠던데. 청 언니 정말 데뷔하고 싶어 했거든요. 누구보다 간절하게.] [제작진: 그건 모두가 그렇지 않나요?] [보라: 그렇죠.] [보라: 그러니까 놀랍지 않았어요. 데뷔하고 싶으면 누구나 다 그 정도는 해내려 하니까.]***
제작진은 백영의 인터뷰 차례가 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밑밥을 깔기 시작했다.
“아까 윤청 연습생에게 춤이 걱정된다고 먼저 말을 걸었었잖아요.”
“아, 네.”
백영은 긴장한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최장수 연습생이라 해도, 연습생은 연습생.
이렇게 많은 카메라를 독대하는 건 백영도 당연히 처음이었다.
특히 이런 인터뷰는 더더욱.
“왜 걱정된다고 하신 거였어요?”
“아, 청이는….”
“혹시, 윤청 연습생과 평가에서 안무 관련으로 트러블이 있었나요?”
“네?”
그래서 미숙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연습생들에게 들어 보니까, 윤청 연습생이 원래는 안무를 도저히 따라가지 못해서 팀에 피해를 끼쳤었다던데. 맞나요?”
“피해…까지는 아니었어요.”
“그럼 어떤 거였죠?”
“그냥….”
백영은 당황했다.
이렇게까지 직접적으로 청에 대해서 물어볼 줄은 몰랐기 때문에.
다른 연습생들이 그런 말을 했다는 것도 백영에게는 당황스러웠다.
“전에 사전 인터뷰에서는 윤청 연습생이 춤을 못 춘다고 했었잖아요. 그게 단체 평가에서 느꼈던 거 아닌가요?”
“그건… 그렇죠.”
“오늘은 어땠나요? 오늘은 평소와 비슷하게 췄나요?”
제작진들은 집요하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하나만 걸려라, 라는 눈으로.
“오늘은 평소보다 훨씬 잘 추긴 했어요.”
사실 다른 사람들 모두 놀랐겠지만, 가장 놀란 건 바로 옆에서 춤을 춘 백영이었다.
백영은 사실 안무 전체를 출 생각이 없었다. 후렴구만 같이 추고, 청에게 적당히 안무를 가르쳐 주는 것으로 끝내려 했다.
하지만 4분 남짓한 시간 동안 백영은.
오히려 이 정도면 그녀가 청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그럼 단체 평가에서는 못했다가, 갑자기 잘하게 된 거네요?”
“…네, 그런 셈이에요.”
“아, 그럼 혹시 실력을 숨겼다거나?”
“글쎄요, 거기까지는-”
“실력을 숨긴 게 아니라면, 하루아침에 춤을 그렇게 잘 출 수가 있나요?”
백영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하루아침에 춤을 잘 출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춤을 못 추는 사람이 춤을 잘 추게 될 순 있다.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하지만 하루 만에?
그건 불가능했다.
“그건 힘들겠죠.”
“아, 그러면 카메라 보고 이렇게 말씀 좀 해 주시겠어요?”
제작진은 상냥하게 웃으면서 부탁했다.
“‘청이가 그동안 실력을 숨긴 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어요.’라고.”
물론 그 의도까지 상냥한 건 아니었다.
***
마지막 인터뷰는 당연히 내 차례였다.
아마 다른 연습생들 인터뷰를 하면서, 소스를 모았겠지.
…자극적인 소스를.
유력한 꼴찌 후보가 갑자기 노래와 춤 모두 잘하게 되었다?
이건 방송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써먹고 싶을 미끼였다.
“그럼, 윤청 연습생.”
“네.”
오 PD는 어울리지 않게 다정한 목소리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소름 끼치네.
“혹시 다른 연습생들이 윤청 연습생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고 있나요?”
“음, 글쎄요.”
“지금 인터뷰가 거의 마무리되었는데, 모두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물밑 작업 시작이군.
“아, 정말요?”
“원래는 F를 받을 정도로 춤은 힘들어하던 연습생이었는데, 오늘 보니까 A를 받을 정도로 실력이 좋아졌다고.”
“아아. 충분히 의아해하실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절대로 미소를 잃지 않고 대답했다.
얼굴 표정 한 번이라도 굳으면, 분명히 그거 짜집기해서 내보낼 게 분명하니까.
“아, 그래요? 그럼 의문을 한번 풀어 주실 수 있나요?”
“그럼요.”
나는 최대한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백영 언니랑 둘이 엄청 연습했거든요. 백영 언니가 많이 도와준 덕분이죠.”
미끼?
그런 건 내가 먼저 물어뜯어 버리면 된다.
아무도 못 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