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5)
5화.
“아, 백영 연습생이요?”
오 PD는 흠, 하고 입꼬리를 올렸다.
“아까 백영 연습생도 그러더라고요. 본인이 같이 연습한 덕분에 실력이 는 것 같다고.”
거짓말이다.
청과 백영은 단둘이 연습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아이, 같이 연습한 정도가 아니에요. 언니가 그냥 저를 키워 주셨죠.”
이것도 거짓말.
뭘 키워, 키우긴. 난 내가 키웠다.
“아주 서로 좋은 관계네요, 그렇죠?”
“그럼요. 언니는 제 구세주예요.”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그건 이제 30분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
다른 연습생들이 차례대로 인터뷰를 하고 있을 때.
나는 서백영에게 물병을 건넸다.
나는 알고 있었다.
오 PD가 일부러 우리 둘의 인터뷰 순서를 마지막으로 밀어 넣을 거라는 것을.
일단 다른 연습생들에게서 반응과 소스를 다 뽑고 난 후에, 마지막으로 우리를 털 거라는 것을.
방송 원 데이 투 데이 해 보냐, 내가.
“…고마워.”
다행히, 서백영은 미심쩍은 눈으로 보면서도, 거절하진 않았다.
“저야말로 고맙죠, 언니.”
“나한테 고맙다고?”
서백영은 의외라는 듯, 되물었다.
“네. 언니 덕분에 분량도 뽑고, 실력도 보여 줄 수 있었으니까.”
편집될 거라는 생각도 별로 들지 않고.
난 진심으로 서백영이 고마웠다.
물론 서백영이 좋은 의도로 한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결과는 좋았잖아?
“…아냐. 네가 잘했으니까 분량도 나오는 거지. 나도 뭐, 옆에서 같이 분량 뽑았으니까 결과적으론 좋은 거고.”
그렇겠지.
나는 바로 수긍했다.
물론 스포트라이트는 내게 더 쏟아질 것이다.
나는 비포 애프터가 완전히 다른 케이스니까, 좀 더 나오겠지.
하지만 서백영도 내 옆에서 실력 발휘 하나만큼은 제대로 했다.
그리고 뒷사정이 어떻든 간에, 방송에서는 서백영이 내게 도와주겠다고 말한 상황이었고.
서백영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게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말인데요, 언니.”
나는 서백영의 옆에 앉았다.
“혹시 분량 더 많이 뽑아 볼 생각 없어요?”
“…어?”
“그것도 자극적이지 않고, 좋은 방향으로.”
***
“아, 그러면 카메라 보고 이렇게 말씀 좀 해 주시겠어요?”
제작진은 상냥하게 웃으면서 부탁했다.
“‘청이가 그동안 실력을 숨긴 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어요.’라고.”
그 부탁을 듣자마자, 백영은 직감했다.
이게 아까 윤청이 말한 그 순간이라는 것을.
‘분명히 오 PD님이나 작가님들은 의아해할 거예요. 제가 원래는 춤을 못 추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예상했던 거랑 다르게 잘 추니까.’
‘나도 그게 궁금하긴 했어. 대체 어떻게-’
‘그건 나중에 설명드릴게요.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요.’
그때 백영은 생각했다.
얘가 원래 이렇게 말을 당당하게 잘했었나?
항상 좀… 되게 소극적인 느낌이었는데.
‘이따 언니 인터뷰 들어가면, 분명히 PD님은 제가 그동안 실력을 숨긴 거 아니냐고 물어보실 거예요.’
‘…어?’
‘거기서 만약 언니가 그런 것 같다고 말해 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뭐?’
‘잠깐은 언니가 이득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 제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저는 실력을 숨긴 게 아니라 그저 성장 중이었다는 걸 증명해 낼 거예요. 그러면 결국 언니만 ‘질투 때문에 다른 연습생 뒷담 까는 사람’이 될 뿐이에요.’
‘…!’
‘그럴 바엔 윈윈으로 가죠. 관계성도 좀 쌓고.’
“백영 연습생?”
“아, 네.”
백영은 빠르게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준비한 대답을 내놓았다.
“죄송해요. 사실은 저, 청이가 왜 저렇게 갑자기 실력이 늘었는지 알아서요.”
“…음?”
오 PD는 굳은 채로 되물었다.
얘가 지금 뭐라는 거지, 라는 눈으로.
“청이, 저랑 밤새서 같이 연습했거든요. 사흘 내내. 제가 청이 춤 디테일을 좀 봐줬어요.”
“…백영 연습생이 도와줬다?”
“네. 그리고 청이는-”
백영은 말하다 말고, 잠시 멈칫했다.
이렇게까지 해도 되나, 진짜?
하지만 결국 백영은 마음을 굳혔다.
“청이는 제 보컬 연습을 도와줬고요.”
그녀가 손해 볼 건 없었으니까.
***
오 PD는 묘한 표정이었다.
사실 그는 두 사람을 갈등 구도로 몰아갈 생각이었다.
얼마나 재밌나.
컬러즈의 최장수 연습생 대 최단기간 연습생.
물론 윤청의 총 연습 기간이 10년이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오 PD는 신경 쓰지 않았다.
컬러즈 소속 기간은 고작해야 몇 개월이니까. 타이틀만 자극적으로 뽑으면 그만이었다.
고인물 대 뉴비.
혹은, 메인 댄서 대 메인 보컬의 싸움.
타이틀을 뽑으려면 얼마든지 뽑을 수 있었다.
오 PD는 자신이 있었다.
서백영이 그 자신감을 차단하기 전까진.
그리고, 윤청이 마지막 남은 자신감까지 싹 짓밟기 전까진.
“네. 아까 보셨겠지만, 언니가 제 춤을 많이 걱정해 주셨거든요. 그래서 시간 날 때마다 많이 봐주셨어요, 저를.”
나는 일부러 너무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제가 정말… 춤을 너무 못 춰서, 항상 다른 연습생들에게 민폐를 끼쳤었어요.”
이럴 땐 불쌍한 척해야 한다.
너무 불쌍해서, 그냥 재미가 없을 정도로.
“그래서 부끄럽지만 백영 언니한테 부탁드렸었어요. 도와 달라고.”
“왜 하필 서백영 연습생이었죠? 다른 연습생들도 많은데?”
그러나 오 PD는 포기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소스를 얻어야 한다.
방송에 보낼, 자극적인 소스를.
“아, 언니가 가장 오랫동안 컬러즈에 있었으니까요. 워낙 춤을 잘 추시기도 하고.”
하지만 나도 호락호락하진 않았다.
절대 넘어가면 안 된다!
“다른 연습생들과의 사이는 어때요?”
“다들 너무 잘해 주시죠!”
나는 길게 대답하지 않았다.
길게 대답해 봐야 편집할 구석만 준다.
“서백영 연습생이 말하길, 보컬 연습을 도와주고 있다던데?”
“네. 저도 부족한 실력이지만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빨리 덧붙였다.
“그래도 언니가 훨씬 많이 도와주세요. 근데 사실 저는 언니가 도와주시는 것도 감사하지만…”
웃자.
“언니랑 조금이라도 더 있을 수 있는 게 제일 좋아요. 백영 언니 정말 좋아하거든요, 제가.”
설령, 편집될지라도.
***
사전 인터뷰가 모두 마무리되자, 그날 촬영도 끝났다.
길고 긴 하루였다, 진짜.
첫날부터 이렇게 힘들면 앞으로도 되게 힘들겠네.
나는 대충 짐을 챙겨 보컬 룸으로 가려 했다.
오랜만에 목이나 풀 생각으로.
그런데 그때,
“저기!”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뒤를 돌아보자, 나름 눈에 익은 얼굴이 보였다.
김려유.
나처럼 ‘메이크 어 뉴 컬러’에 나오는 연습생.
그리고-
“아까 춤 잘 봤어.”
원래대로라면, 2위로 데뷔하는 연습생.
“아, 고마워.”
나는 바로 김려유의 인사를 받았다.
“와, 근데 너. 어떻게 그렇게 갑자기 잘 추게 된 거야? 나 아까 좀 놀랐잖아.”
“백영 언니가 많이 도와줬지.”
“백영 언니가?”
려유는 아주 의외라는 듯, 되물었다.
“그 언니, 좋은 언니긴 해도 누구 연습 봐줄 정도로 한가한 사람 아니잖아.”
“…서로 부족한 걸 봐준 거지, 뭐.”
나는 미리 백영에게, 서로의 거래에 대해서는 함구하자고 했다.
다른 연습생들에게도.
다른 연습생들을 못 믿는 건 아니지만, 오 PD의 유도 신문에 당할 수도 있다고.
다행히, 서백영은 말을 잘 알아듣는 편이었다.
“아, 너는 언니 보컬 연습 봐줬구나? 맞지?”
“응. 그랬어.”
“그럼 나도 봐주라!”
려유는 해맑게 말했다.
…문제는.
“응? 왜?”
얘가 원래의 윤청과 전혀 친하지 않았다는 부분이지.
오히려 깔보면 깔보는 쪽이었으니까.
윤청의 기억 속에서 김려유는, 대충 다음과 같았다.
유망주.
심사 위원, 김 이사의 조카.
그리고 윤청을 묘하게 깔보고 무시하는 애.
“왜냐니? 우리 같이 데뷔할 수도 있잖아~ 그럼 서로 도와주는 게 이득 아냐? 너랑 백영 언니처럼.”
“미안.”
그리고 백녹하의 기억 속에서 김려유는 다음과 같았다.
“난 백영 언니 하나면 되거든.”
“…뭐?”
데뷔한 지 1년 만에 병크 제대로 터트려서 팀 해체시킨 애.
“아, 내가 오해하게 말했구나. 그런 얘기가 아니라. 이미 백영 언니랑 연습 시간표 다 짜서 조금 어려울 것 같아.”
“…아, 그래?”
려유는 꽤 찝찝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수긍하지 못할 이유도 아니었기에, 억지로 수긍하는 것 같았다.
“대신 다음 미션 때 같은 팀 되면, 그때는 도와줄게. 최대한.”
도와주긴 개뿔.
내가 다른 애는 몰라도 너는 무조건 데뷔 막는다.
***
보컬 트레이닝 룸.
이른바 보컬 룸이라 부른다.
여기로 온 이유는-
“아, 아.”
오랜만에 목을 풀기 위해서.
아이돌에겐 춤도 중요하지만, 보컬이 매우 중요하다.
일단 기본적으로 가수니까.
“역시 성대가 다 망가졌군.”
그리고 무엇보다, 윤청에게는 큰 문제가 있었다.
전 소속사에서 제대로 된 보컬 트레이닝을 받지 못해서, 성대가 상당 부분 망가져 있다는 것.
“그나마 다행인 건… 내 목소리는 그대로 가져왔네.”
그랬다.
지금 내가 내는 목소리는, 윤청의 목소리가 아니라, 백녹하의 목소리였다.
어떻게 된 일인지 주변에서 아무도 의아해하지 않기도 하고.
이것도 그냥 악마의 힘 같은 건가?
“새로운 목소리에 적응할 필요는 없겠네.”
음역대도 그대로고. 내 실력도 그대로고.
다만 성대가 많이 지쳐 있어서 좀 관리해 줘야 한다는 것 정도.
조심히 쓰자.
까딱하면, 중요한 순간에 목이 나가 버릴 테니까.
“…일단 배도라지즙부터 먹을까?”
나는 슬쩍 핸드폰을 켜서 윤청의 통장 잔고를 확인했다.
음.
…배도라지즙은 나중에 사야겠다.
윤청은 가족이 없었다.
그 말은, 윤청을 지원해 주거나 보호해 줄 사람이 없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그런가, 이상하게 더 마음이 쓰였다.
기왕… 도와주기로 한 거라면 제대로 도와주고 싶었다.
비록 거래 때문에 돕기로 한 거라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하고 싶어졌다.
특히, 오늘 그 연습실의 싸늘한 공기를 맡아 보니 더더욱.
외로움은 내가 가장 잘 아는 감정이기도 했다.
수백 명, 수천 명의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외로울 때가 있다.
나는 사람들 속에서 외로웠고, 윤청은 혼자 있어서 외로웠다.
“…잡생각은 그만하자.”
일단 다음번에 있을 촬영에 집중해야 한다.
다음에 있을 촬영이야말로, 정말 중요한 ‘첫인상’이었으니까.
‘메이크 어 뉴 컬러’, 줄여서 ‘메뉴컬’은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인 오튜브를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본방송이 나가기 전부터 오튜브에 영상을 올리려 했으니까.
그랬다.
내일은 오튜브에 두 번째로 올라갈 영상을 촬영하는 날이었다.
첫 번째 영상으로는 티저가 올라가겠지만, 그건 사실상 누가 누군지 제대로 파악도 힘든 거니까 패스.
진짜 중요한 건 내일이었다.
바로-
자기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