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60)
60화.
유난히도 더운 날이었다.
해도 쨍, 습기도 최대치.
이건 마치 끓는 물 속 물고기라도 된 기분이었다.
그러나 전 컬덕 현 윤청 덕. 일명, 블덕.
컬덕에서 블덕으로 진화한 그녀는 오늘 나온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았다.
소문으로, 게릴라 콘서트는 반포 한강 공원에서 열린다고 했다.
반포 한강 공원에서 무대가 설치되고 있다는 목격담이 하나둘씩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블덕의 집은 경상남도 진주시.
게릴라 콘서트 소식이 뜨자마자 블덕은 전혀 망설이지 않고 KTX부터 끊었다.
최애의 첫 야외무대를 두 눈으로 직접 볼 기회?
다신 오지 않는다.
돈은 나중에 벌면 되지만, 최애와의 시간은 기회를 놓치면 다신 오지 않는다.
블덕은 과감히 출발했고, 거의 5시간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망할 지방러의 운명….’
그나마 게릴라 콘서트치고는 12시간 전에 미리 공지를 해 주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평소라면 지방러에게 게릴라 콘서트란?
‘나만 빼고 다 행복해. 나만 빼고…!’
이렇다.
다음 생에는 기필코 서울에서 태어나리 다짐하며, 블덕은 반포 한강 공원에 입성했다.
이 넓은 한강 공원 어디에서 공연을 할까…라는 생각이 들려던 순간.
수천 명의 인파가 보였다.
손에 슬로건이나 부채가 있는 것을 보니, KTX 타고 지나가며 봐도 메뉴컬덕들이었다.
‘저 사람들만 따라가면 되겠군.’
순식간에 외롭지 않아진 블덕이었다.
“밀지 마시라구요!”
“거기 저희가 자리 먼저 잡은 곳이에요. 가방 안 보이세요? 매너 좀 지켜 주세요.”
“뭐라는 거야. 자리 문화야말로 개비매너인 거 몰라요?”
“카메라 좀 내려요. 시야 완전 가리잖아요!”
…블덕은 다시 외로워졌다.
다들 더워서 그런가 매우 예민했다.
여타 아이돌 덕들에 비해 메뉴컬 덕들은 아직 응집력이나 동지애가 부족한 편이었다.
이들의 최애 중 누군가는 떨어져야 하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최애가 다르면 묘한 신경전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게 있다면, 블덕처럼 윤청의 슬로건을 가져온 사람이 꽤 많이 보였다는 점 정도.
‘근데 김려유 팬도 엄청 많네.’
김려유는 코어 팬이 많기로 유명한 연습생이었다.
유난히 살짝 미친 팬들이 많기로 유명하기도 했다.
까와 빠를 미친 듯이 생산하는 덕분에, 빠들은 김려유가 스타성이 있어서라고 주장했지만….
‘그냥 인성이 파탄 나서겠지….’
요즘은 심지어 하락세잖아.
하도 하락세를 타는 덕분에, ‘려락세’라는 멸칭마저 생길 지경이었다.
‘반면 우리 청이는 완전히 스테디.’
비주얼 메보 수요는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다 이거예요.
꽉 찬 오각형 본투비 아이돌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희귀한지 블덕은 잘 알았다.
그 인재 많다는 컬러즈에서도 ‘꽉 찬’ 오각형 인재는 드물었다.
하지만 윤청은 그야말로 완벽.
‘우리 애라서 그런 게 아니라 정말 완벽해서 완벽하다고 말하는 거라고.’
그런 팔불출 생각을 하는데, 블덕의 옆에 누군가가 앉았다.
카메라까지 야무지게 챙겨 온 사람이었다.
언뜻 보니, 비싼 장비들이었다.
“후하. 덥다. 그렇죠?”
“아, 네. 너무 덥네요.”
블덕은 어색하게 인사를 받았다.
오프를 뛰는 건 굉장히 오랜만이었기에, 민망함도 함께했다.
“….”
“….”
그렇게 무한한 어색함과 기다림의 시간은 시작되었다.
“혹시 누구 파시는…?”
“저 윤청….”
“저도요!”
“헉.”
그리고, 블덕과 프리즘 홈마의 만남도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
시간은 쏜살같이…는 아니고.
꾸역꾸역 지났고.
밤 9시가 되었다.
공지에서는 9시 반부터 게릴라 무대 시작이라고 했으니, 뭐라도 슬슬 기미가 보여야 할 때였다.
[아아.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지금 인파가 너무 몰려서, 교통 통제로 조금 지연될 예정입니다.]하지만 뭔가 문제가 생겼는지 예상했던 시간에서 지연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진짜 인기 많나 봐요, 메뉴컬.”
“네. 딱 봐도 몇만 명은 될 것 같아요. 애초에 한강 공원은 아무 일도 없어도 사람 많은 곳이라….”
“아, 원래 여기가 사람이 많아요?”
“네. 엄청 많아요. 더군다나 오늘 금요일이라 미어터지죠.”
블덕은 서울 사람이 아니라, 잘은 몰랐었다.
그랬구나.
“내일 욕 좀 먹겠는데요…. 머글들한테….”
“원래 색색이 놈들은 욕먹을 운명들이라 신경도 안 쓸 듯….”
“그건 그런데 괜히 또 우리 애들이 사과해야 할까 봐….”
“만약 그러면 색발 놈들이랑 엠발 놈들 뒤지는 거예요.”
“인정.”
두 사람은 다시 한번 컬러즈와 엠텐에 대한 분노를 되새겼다.
그렇게 또 지연되기를 1시간.
갑자기 무대 조명이 모두 꺼졌다.
“헉. 나오나 봐요. 나오나 봐요!”
블덕이 외치던 그 순간, 메뉴컬의 공식 주제가인 [Rainbow>의 반주가 흘러나오고.
열한 명의 연습생이 무대 위로 빠르게 올라섰다.
“청이. 청이 저기…!”
열두 명에서 열한 명으로 줄어들어 대형이 조금 변했지만 윤청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프리즘 홈마는 빠르게 카메라를 들었고, 블덕은 눈을 크게 떴다.
내 최애의 실물?
“미쳤다.”
“그냥 저랑 동족이 아님.”
“이 좋은 미모를 지들끼리만 보고…. 컬러즈 놈들….”
블덕은 거의 울기 일보 직전이었다.
스튜디오에서의 느낌과는 또 달랐다.
실물을 본 건 이게 두 번째인데 전보다 훨씬 생생하게 느껴졌다.
“오늘도 황금색 펜던트 했네요.”
“그 해석이 맞는 것 같죠? 무지개의 여신.”
“네네.”
연습생들은 첫 무대와 같은 의상을 입고 왔다.
12,323번쯤 본 의상이라, 질릴 법도 한데 전혀 질리지가 않았다.
“시작한다.”
나는 너만의 New color
나를 색칠해 나를 그려 줘
너를 물들여 너를 그릴게
센터 김려유의 리드가 시작되었다.
당연히 엄청난 환호성이 뒤따랐다.
“…진짜 예쁘긴 하네요.”
“제일 정석적으로 예쁜, 그런 건 아닌데….”
“묘하게 홀리는 구석이 있긴 해요.”
결국 두 사람은 김려유에게 뭐가 있긴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하긴 그러니까 코어 팬이 그렇게 많지.
그러나 그런 감상에 빠질 시간도 없이,
열두 색 크레파스처럼
부푼 어린 꿈처럼
Color color me
그들의 최애가 나왔다.
“미친.”
“와.”
“미친.”
“와.”
“어, 여기 원래… 희온이 파트인데.”
“희온이 빠지고 청이 줬구나.”
“청이 진짜 잘한다….”
이걸로 트집 안 잡히면 좋겠는데.
둘은 너무 기쁜 동시에, 걱정도 되었다.
설마 희온이 파트 우리 애 줬다고 욕하는 놈이 있으면 죽이든가 해야지.
그러나 지금은 그저 행복할 뿐이었다.
“미모가 진짜 매일 갱신한다.”
What’s your favorite color?
Tell me that’s me
이어서, 류보라의 속삭이는 듯한 보컬.
“와 보라는 그냥….”
“이 세계 사람이 아니죠.”
“배우 출신이라 그런지 확실히 달라요. 이목구비 선명도가….”
Coral coral 터트려 rouge
Color color 터트려 rhythm
“주홍이 진짜 귀엽다.”
“파트 되게 적은데 또 나오기만 하면 그냥 끼 대폭발.”
“가사도 자기한테 찰떡같은 거 받아서….”
“리트윗 10만 찍었던데요. 저 파트 직캠.”
“제가 만 정도 채웠어요.”
“제가 나머지 9만 채움.”
나는 너만의 New color
나를 색칠해 나를 그려 줘
너를 물들여 너를 그릴게
다시, 다 같이 후렴구를 부른 후에.
블덕들이라면 모두가 기다렸을 바로 그 파트,
하지만 반짝, 무지개는 사라지고
영원한 건 오로지 푸른 하늘
분위기를 완전히 반전시키는 윤청의 파트가 나왔다.
“!!!”
“!!!!”
두 사람은 이제 말조차 잇지 못하고 윤청만을 영접하고 있었다.
난 너만의 White board
네가 쓴 낙서는 내 시가 되어
서백영이 나오고 나서야, 두 사람은 숨을 쉴 수가 있었다.
“청이 정말….”
“백영이도 쩔지만 우리 갓블은….”
Over the rainbow
We’re waiting for you
너의 색을 모두 훔칠래
나의 색을 네게 덧칠해
하이라이트는 김려유와 윤청이 함께 불렀다.
곡은 그렇게 마지막으로 치닫고,
“나온다. 마지막 파트.”
팬들이 이 노래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으로 꼽는 파트 중 하나였다.
열한 명의 연습생들이 원을 만들며 가운데를 손으로 가리키는 파트.
한 명이 빠졌음에도, 전혀 위화감이 없었다.
Over the rainbow
We’re still here
We’re still blue
“어?”
그러나.
오늘은 무언가 달랐다.
여기서 끝나야 했는데, 연습생들이 한데 모은 손을 다 같이 위로 들어 올린 것이다.
연습생들은 함께 서로의 손을 꼭 잡았다.
We’re still here
We’re waiting for you
Forever
그리고 윤청이 한 번 더 마지막 파트를 불렀다.
가사를 약간 바꿔서.
“미친.”
“이거 설마…!”
“희온이한테 보내는 메시지인가 봐요….”
“아나 저 눈물….”
특히나 윤청이 불렀다는 게 더 의의가 컸다.
조희온이 나가면서 애꿎은 윤청이 얼마나 많은 루머에 시달려야 했던가.
더불어 윤청의 팬들도 함께 시달려야 했다.
매일같이 뒤에서 싸웠지만, 끊임없는 어그로에 점점 지쳐 가는 팬들도 있었다.
그러다가 상황이 종료되어, 모두가 일단락되긴 했지만-
“청이가 이렇게 해 줘서 너무 고맙다 진짜로.”
“우리한테 보내는 메시지 같기도 하지 않아요?”
“제 말이요.”
이러니 어떻게 윤청을 안 사랑해.
두 사람은 윤청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노래가 완전히 끝나자,
“감사합니다!”
윤청도 팬들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