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199
199
몸통과 분리가 된 오큘러스의 머리가 입을 벙긋거렸다.
―끄르르…… 스올…… 그놈이었군…….
스올이 그녀를 불러낼 포석을 만들었다는 것을 지금 알게 된 듯하다. 여울은 그녀를 내려다보고 물었다.
“어디 있는지 모르나?”
―그 건방진 추방자 때문에 내가 다른 행성까지 와서 이런 꼴을…… 찢어 죽일…….
퍼석!
여울은 그녀의 머리를 밟아 터트려 버렸다. 지금 행동을 보면 스올로 인해 이곳으로 방금 강제로 소환된 것뿐, 스올이 어디 있는지는 모르는 것이 분명했다.
스슥.
옆으로 삐져나온 눈알 하나까지 짓이겨 버리고는 밖으로 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일반인보다 수십 배는 발달된 청각이 흐느끼는 소리를 포착했다.
“누, 누가…… 사, 살려, 살려 주세…….”
입 안이 오래전부터 마르고 진이 빠질 대로 빠진 목소리다. 여울은 밖으로 한 걸음 더 옮기는 중에 순간 은서에게 해 줬던 말이 떠올랐다.
‘은서가 지금과 같은 힘을 얻게 된 건 저런 사람들을 지키라고 있는 거야.’
그는 주먹을 살짝 말아 쥐고는 발끝을 돌렸다.
파앙!
여울은 바닥을 박차고 위로 올라갔다. 소리가 들리는 곳은 3층 구석이다.
광장을 중심으로 사방이 복도로 연결되어 있고, 복도를 따라 예전에는 상점이었던 곳들이 나열되어 있다. 모두 통유리로 되어 있어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쉽게 볼 수 있었다.
“흐으…… 흐…….”
여울은 홀린 듯이 신음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곳은 옷 가게였던 것으로 추측되는 120평 남짓의 꽤 큰 상점이다.
저벅, 저벅.
그곳 벽 한 면에는 무언가가 가지런히 전시되어 있었다. 본래대로라면 옷을 걸어 놔야 할 쇠꼬챙이에 다른 것들이 걸려 있는 것이다.
‘본진보다…… 심하군.’
그것은 섬세하게 벗겨 낸 인간의 살가죽이었다. 뒤가 아닌 앞을 세로로 잘라 내어 얼굴도 반으로 잘려 있는 것이 보였다. 코와 입술마저도 정확하게 잘라 그 대칭이 완벽했다.
그런 살가죽이 한쪽 벽면에만 삼십여 장, 한쪽 구석에는 철판으로 된 수술대가 있고 그 위에는 대자로 누운 채 손발이 묶여 있는 발가벗은 여인이 보였다.
“사, 사, 살려…….”
그녀는 이미 명치에서 배꼽까지 예리한 칼로 그어져 있고, 배꼽에서부터 양쪽 다리의 발가락 끝까지는 가죽이 완전히 벗겨져 새빨간 근육이 보였다. 작업 도중에 자신이 와서 멈춰진 것이다.
한두 번 해 본 사람이 아니다. 전문가의 솜씨다.
저벅, 저벅.
여울의 발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미세하게 뛰던 가슴도 점점 잦아드는 것을 보니 숨을 멈춘 듯하다. 다시 작업이 시작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몰려왔으리라.
스윽.
여울은 눈을 질끈 감고 있는 그녀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흉측한 형태다. 윗부분을 보면 한때 많은 남성에게 추파를 받았을 만해 보이지만, 아랫부분은 괴물이나 다름없었다.
분명 뭔가가 가까이 왔는데도 조용하자 그녀가 힐끔 힘없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여울과 눈이 마주치자 그녀의 눈동자가 호수에 조약돌을 던진 것처럼 살포시 흔들렸다. 처음 보는 얼굴과 분위기이니 혼돈이 오는 것이다.
여울은 그녀의 눈동자를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살려 주마.”
여울의 말에도 그녀는 눈동자를 굴리며 아무 말도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다. 그때 여울이 품에서 오우거 네임드의 피를 꺼내는 것을 보았다. 여인은 그제야 정말로 그가 자신을 도와주러 온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흐끄, 흐끄으으…….”
그녀는 마른침을 삼키며 눈물을 왈칵 쏟았다. 여울은 진녹색 피가 담긴 병을 한 병 더 꺼내어 뚜껑을 열고 수술대 위에 올려놓고는 그녀에게 말했다.
“아파도 움직이지 마라.”
“흐읍, 흡, 네에…… 엑.”
여울은 끅끅대는 그녀의 입에 천을 물리고는 바닥에 펼쳐져 있는 그녀의 다리 가죽을 다시 그녀의 다리에 감쌌다.
“끄으으으으으!!!”
입술도 터지고, 눈에도 힘이 없고, 몰골도 정상이 아닌 그녀가 낸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큰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만큼 벗겨졌던 살가죽을 다시 덮는 것은 어마어마한 쓰라림이 몰려오는 것이다. 여울은 그 가운데를 손으로 집은 상태로 오우거의 피를 가운데 다시 덮는 일이 어마어마한 쓰라림을 몰고 오는 것이다. 여울은 한 손으로 가죽을 집은 상태로 오우거의 피를 가운데 홈에 천천히 부었다.
치이이이.
“끄아아아아악! 끄아아!!”
여인은 고개를 좌우로 미친 듯이 흔들고 손톱이 파고들어 피가 새어 나올 정도로 손을 꽉 쥐었다. 그러나 여울이 처음에 했던 말을 기억하는지 하체만큼은 거의 미세하다고 할 수준의 움직임만 보였다.
썩은 고기가 타는 듯한 냄새와 함께 그녀의 한쪽 다리 가죽을 복원하는 일이 마무리되었다.
쿵, 쿵.
나머지 한쪽 다리와 복부를 복원할 때에는 이제 소리 지를 힘도 없는지 그녀는 이제 뒤통수만 철판에 박아 댔다.
모두 치료가 된 후, 여울은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옷을 하나 가져와 그녀의 알몸 위에 던져 놓고, 라브 하나를 그녀의 입에 물려 주었다.
우물, 우물.
처음에는 화들짝 놀랐다가 입 안에서 달콤하게 살살 녹는 라브의 맛을 보고는 썩은 동태와 같았던 눈을 번쩍 뜨며 생기가 돌아왔다. 그녀는 상체를 조심스럽게 일으키며 입을 열었다.
“이, 이게 뭐예요……? 진짜…… 맛있다…….”
산 채로 껍질이 벗겨지고 있던 여인이 죽다 살아나서 하는 첫마디치고는 꽤 재미있다. 여울은 주변을 둘러보며 그녀에게 물었다.
“또 잡혀 있는 사람이 있나?”
감각을 집중해 보았지만 숨소리가 들리는 건 이 여인뿐이다. 하지만 자신의 감각에 잡히지 않는 장소가 있을까 하여 확인차 물었을 뿐이다.
여인은 눈동자를 위로 올리고 기억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그, 글쎄요……. 제가 일주일 전부터 여기에 묶여 있어서…….”
“그렇군.”
얼굴에 혈색이 돌아오자 제 나이가 보였다. 은서와 비슷한 고등학생이거나 많아 봐야 스물. 꽃다운 나이에 이런 자들에게 잡혀 갖은 희롱과 고문을 당하고 껍질이 벗겨지고 있던 것이다.
‘관찰.’
―레벨: 0
간단한 설명이다. 그녀는 헌터가 아니다. 본진에는 잡혀 있던 사람도 백 명이 넘어가고, 그중에 헌터도 수십 명에다가 총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여인은 이대로 알아서 가라고 하면 또 비슷한 일을 당하거나 몬스터에게 죽을 것이 뻔하다.
여울은 고민하다가 품을 뒤져 휴대폰을 꺼내어 보았다. 인터넷은 터지지 않지만 시간과 날짜는 켜져 있는 동안에 항상 돌아가기 때문에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지금쯤이면 토벌대가…….’
연변 근처, 혹은 베이징까지 와 있을 수도 있다. 그녀를 안고 뛰면 그곳까지 대략 네 시간, 여울은 그녀에게 시선을 돌려 입을 열었다.
“가자.”
***
수풀이 우거진 깊은 산속, 푸르른 잎사귀에 붉은 핏방울이 맺혀 있다. 대도적 우황의 코끝으로 지독한 피비린내가 머물렀다. 그가 들고 있는 검 끝은 누가 흔드는 것처럼 떨리고 있었다.
저벅, 저벅.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이곳,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사내가 검도 들지 않고 자신에게 천천히 걸어오고 있다.
“이, 이럴 수가…… 이럴 수는 없어…….”
우황은 지금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인정할 수 없다. 대충 보면 자신의 허리춤밖에 오지 않는 사내를 두려워하고 있다니. 자신이 누구인가? 천 명의 헌터 부하를 두고 허난성 일대를 공포로 물들인 대도적 우황이다.
10레벨이라는, 상상 이상의 힘을 발휘하는 레벨에 오른 사람이다. 몬스터건 헌터건 자신의 손에 걸리면 거칠 것이 없었다. 2미터가 넘는 거구에 피나는 노력으로 만들어진 터질 듯한 근육은 같은 레벨의 헌터도 쉽게 깔아뭉개게 해 줬다.
그런데 지금…… 본 적도 없는 평범한 사내가 걸어오기만 하는데도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있다.
철퍽, 철퍽.
사내가 피가 고여 있는 지대를 밟았다. 일부러 돌아가지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그 소리가 더욱 두려움을 자아냈다.
“으, 으, 으아아아!”
“주, 죽어랏!”
우황의 양쪽에 있던 친위대들이 용기 내어 튀어 나가며 사내에게 검을 뻗었다. 한때는, 아니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과 함께 부귀영화를 누렸던 놈들이다. 덩치만 크고 힘만 센 무식한 놈이라는 얘기를 듣던 ‘재앙 전’보다 지금이 훨씬 좋다고 자신과 같이 외치던 놈들이다.
재앙이 이런 괴물까지 만들었을 줄 몰랐기 때문에 했던 말들. 지금은 후회스럽다.
콰직.
사내가 한 손을 들어 물건을 집듯이 허공에서 손가락을 오므렸다. 그러자 사내에게 달려들던 열댓 명의 친위대가 벽에 막힌 듯이 멈춰 서고는 공중에 떠올랐다. 그들은 하나같이 검을 놓치고는 두 손으로 목을 틀어쥐었다.
“케켁, 케헤에에에…….”
“끄어어.”
자신이 나서야 한다. 나서서 저자를 방해해야 친위대가 다른 자들처럼 되지 않는다. 그때, 사내와 눈이 마주쳤다. 파랗게 이글거리는 광기 어린 눈. 사내는 새하얀 얼굴로 입꼬리 한쪽을 살며시 올렸다.
촤아아아악!!
사내가 손아귀를 꽉 쥐자 공중에 떠올랐던 친위대가 전부 사방으로 찢어졌다. 말 그대로 갈기갈기 찢어졌다. 그들도 다른 천 명의 부하처럼 형태도 알아볼 수 없이 산속의 거름으로 뿌려졌다.
사내가 서 있는 곳을 중심으로 사방에는 붉은 피와 살, 그리고 부하들이 입고 있던 옷가지가 넓게 뿌려져 있다.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핏길 사이로 걸어오는 사내의 모습은 마치 아름다운 작품과도 같았다.
친위대의 몸에 머물러 있던 피도 사방으로 흩어지며 우황의 얼굴에도 튀었다. 우황은 천천히 그 피를 닦아 내고는 다시금 자신의 검을 강하게 쥐었다.
‘그래, 귀신이든 괴물이든 뭔 상관이랴. 피와 살로 이루어졌으니 검이 들어가면 지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우황은 바닥을 박차고는 사내를 향해 튀어 나갔다. 그는 자신의 몸처럼 거대한 대검으로 사내의 머리를 쪼개기 위해 아래로 내려쳤다. 거구의 몸에서 나올 수 없는 민첩함이었다.
꽈앙!!
우황의 대검이 사내의 정수리에서 멈춰 섰다. 절대 부서지지 않는 벽에 가로막힌 느낌이다. 고개를 내려 그곳을 보니 대검의 검날 부분을 사내가 맨손으로 잡고 있다. 사내는 살짝 고개를 들어 우황을 보며 씨익 웃음 지었다.
“왜, 놀랐어?”
사내의 언어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뜻만큼은 추측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사내는 자신을 놀리고 있었다. 마치 장난감처럼
푹.
“푸흡.”
우황은 울컥 피를 한 움큼 토해 내고는 통증이 느껴지는 곳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의 왼쪽 가슴에 사내의 시리도록 차가운 손이 박혀 있다. 사내의 손목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촤아악!
“끄윽!”
사내는 그의 가슴에서 손을 빼내었다. 들어갈 때와는 달리 나올 때는 그 손에 새빨간 무언가가 들려 있었다.
두근, 두근.
주먹만 한 그것은 힘차게 뛰고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우황은 지금 상황이 꿈만 같았다. 자신의 몸 안에 있어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그것은 분명 자신의 심장이었다.
우황은 떨리는 손을 뻗으며 입을 벙긋거렸다.
“아, 안 돼. 안…….”
푸확!
우황의 손이 닿기 전, 사내가 그것을 움켜쥐어 터트렸다. 그 핏덩이들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며 우황의 거대한 몸도 바닥으로 쓰러져 내렸다.
사내, 스올은 우황의 시체를 가만히 내려다보며 입술을 달싹거렸다.
“괜찮은 몸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