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23
23
23 레벨 업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푸르른 나무가 보였다. 잎사귀 사이로 들어오는 햇볕에 눈을 두어 번 감았다가 떴다.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느릿하게 둘러보았다.
탁- 탁-
옷을 털고, 벨트를 조이고, 신발 끈을 점검하고는 다시 주위를 둘러봤다. 여전한 풍경, 눈을 감기 전 그곳이다. 꿈속의 그곳이 아니다.
디카르는 어느새 장갑 형태로 돌아가 팔을 감싸고 있었다.
감정의 돌이 여기에는 없는가 싶었는데, 낮이 되니 호수의 중앙에 돌 하나가 우뚝 솟아 있는 것이 보였다.
‘수영을 못하는 사람은 감정도 하지 말라는 건가?’
스슥- 스슥-
여울은 옷을 모두 벗고 호수로 걸음을 옮겼다. 디카르의 장갑 형태는 손으로 벗기면 벗겨지기는 하지만 살과 동일한 감촉이기에 굳이 벗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깊이는 두 발자국 걸어갈 때마다 한 뼘씩 깊어지는 듯하다.
곧이어 청량한 감촉이 온몸을 감쌌다. 목까지 수면이 닿았을 때, 머리를 안으로 집어넣었다.
물이 잔잔하고 티 없이 깨끗하여 전혀 깊어 보이지 않았다. 아래에는 수초들이 여유롭게 흔들거리고 있었다.
촤아아아- 촤아아악-
여울은 천천히 유영을 하여 중앙에 있는 감정의 돌에 도착했다.
가까이 다가가니 수면과 비슷한 높이로 올라설 수 있는 지름 10미터 정도의 바위가 있었고, 그 위에 감정의 돌이 우뚝 솟아 있는 형태다.
여울은 주변을 한 번 더 둘러보고는 감정의 돌 바로 앞에 제단처럼 놓여 있는 돌 위에 손바닥을 올렸다.
미지의 차가운 기운이 손바닥을 타고 온몸을 휘돌았다. 가을 바람이 스치고 지나가는 기분이다.
후우웅-
감정의 돌 전면에 하얀빛으로 글씨가 적히기 시작했다.
-레벨 : 4
-경험치 : 27퍼센트
-특성 :
다크니스 – 어둠의 힘이 깃든다. *
민첩 – 민첩이 현재의 1.7배 상승한다.
독 내성 – 4레벨 미만의 독에 내성이 있다.
동체 시력 – 빠른 움직임을 자세히 볼 수 있다.
생각했던 대로 매우 간단한 설명이다. 다크니스의 설명 옆에 별 표시는 자신을 눌러 달라는 듯이 반짝였다.
여울은 손끝으로 그 별표를 터치했다. 그러자 적혀 있던 것이 사라지며 새로운 글씨가 적히기 시작했다.
Lv 3 다크니스 큐어 – 자신의 몸을 치료한다. 무의식 자동 발현 1~10DK
Lv 1 다크니스 블레이드 – 무기에 어둠의 기운을 두른다. 1h=1DK
? – 10min=10DK
? – 1회=10DK
물음표가 눈에 띈다.
‘얼마나 대단한 스킬이기에 10분에 10이나 소모하는 거지?’
게다가 뒤에 스킬은 1회에 10이다.
레벨이 오르면 자연스레 알게 될 것이다. 저 물음표를 보니, 레벨 업 의지가 더욱 강해진다.
스윽-
여울은 바로 뒤돌아섰다. 그러고는 다시 옷을 벗어 놓은 곳으로 돌아갔다.
숙면은 하루면 충분하다. 이제 사냥할 때다.
* * *
[케라브, 16층입니다.]16층도 여타 다른 층들과 비슷한 배경이었다. 그런데 낮에는 휑한 아래층과는 다르게 낯선 생명체가 돌아다니고 있다.
끼릭- 끼릭-
멀리서도 위압감이 느껴지는 집채만 한 크기의 전갈이었다. 사막 모래와 비슷한 색에 꼬리 끝 부분과 독침만 붉은색이다.
살점이 제대로 붙어 있는 것이, 전갈은 언데드가 아닌 듯하다.
그것들은 몸체와 어울리게 어슬렁어슬렁 기어 다니고 있다. 꼬리까지 높이가 3미터, 길이는 4미터쯤 되어 보인다.
각자의 영역이 있는지 한 마리씩 최소 100미터는 떨어져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여울은 오른손을 아래로 뻗었다. 소매 안에서 검은 액체가 흘러내리더니 매끈한 검이 형성되었다.
타닥!
여울은 망설임 없이 달려 나갔다. 양쪽에서 해골들이 모래를 뚫고 튀어나온다. 생김새가 아래층의 것들과 다르다.
거대한 몸집에 비정상적으로 길쭉하고 뾰족한 양손, 빠른 몸놀림, 트롤 해골이다.
여울은 뻗어 오는 그들의 공격을 디카르로 흘려 버리며 전갈에게 달려 나갔다.
50미터쯤 근접하자 전갈이 몸을 돌려 자신을 보았다.
놈은 여덟 개의 다리를 놀리며 재빠르게 다가왔다. 그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트롤 해골보다도 빠른 것 같다.
놈은 꼬리를 위협적으로 추켜올리고 강철 같은 집게를 뻗었다.
탁!
여울은 집게를 밟고 등으로 올라탔다. 바짝 세운 독침이 기다렸다는 듯이 찔러 왔다. 그 끝이 매우 뾰족하고 위험하게 보인다.
여울은 몸을 옆으로 기울여 살짝 피했다. 지나가는 꼬리의 접합부가 보였다. 여울은 그곳에 디카르를 휘둘렀다.
서걱-
단단해 보이는 껍질이 아니었음에도 질긴 느낌이 들었다. 트롤이나 오크에게 구한 검이었다면 못 잘랐을 것이다.
꼬리가 잘리자 그 안에서 초록색의 끈적끈적한 액체가 쏟아져 나왔다.
여울은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피했다. 그 초록색 액체가 등껍질을 타고 내려가 모래 바닥에 떨어졌다.
치이이익-
독 면역이고 뭐고 간에 살점이 그대로 녹아내릴 것만 같은 독이다.
“끼야아악!”
전갈이 여성의 비명 소리와도 같은 소리를 질러 댔다.
놈은 몸을 미친 듯이 흔들어 대며 집게를 등 위로 휘둘렀다.
철컥! 철컥!
눈앞에서 금속음을 내는 집게가 휘적거린다. 저것에 걸리면 웬만한 사람의 팔다리는 두부처럼 쉽게 잘릴 듯하다.
여울은 전갈의 움직임을 등껍질에서 느껴지는 근육의 팽창으로 미리 예측하고, 발을 놀려 신기할 정도로 떨어지지 않았다.
여울은 놈의 검은 눈과 눈 사이에 이마라고 추정되는 곳에 디카르를 찔러 넣었다.
팍! 팍!
바위처럼 딱딱하다. 등껍질은 겹쳐져 있어서 접합부가 보이지 않았다.
안 보이면 직접 보이게 하면 된다.
여울은 껍질 사이에 손가락을 넣고 살짝 들어 올려서 검신을 그곳에 쑤셔 넣었다. 연한 부위가 걸렸는지 안으로 쑥 들어간다. 여울은 더욱더 강하게 밀어 넣었다.
푸욱-
손잡이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들어가자 일어서서 손바닥을 펴고 의식을 자극했다. 그러자 부들부들 떨던 디카르가 이내 쑤욱 뽑혀 나와 여울의 손에 착 달라붙었다.
촤아아악-
그와 동시에 파란 액체가 울컥울컥 쏟아져 나왔다. 아까 꼬리에서 나오던 것과는 느낌부터가 다르다. 전갈의 피가 분명하다.
여울은 놈의 등을 박차고 멀리 떨어졌다. 전갈은 삐걱삐걱 하다가 이내 축 처졌다.
여울은 한 손으로 디카르를 매만졌다.
주변에는 아직도 수많은 전갈들이 듬성듬성 돌아다니고 있다.
15층까지 올라오면서 잡은 해골이 수천 마리다.
그런데도 경험치는 27퍼센트밖에 오르지 않았다. 이 전갈들이 분명 경험치를 더 많이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다크니스.’
[현재 다크니스 수치는 187입니다.]밤에 항상 활성화시키고 돌아다녀서 그런지 많이 소모되었다. 만약을 위해 남겨 놔야 한다는 마음이 있는데, 이상하게 걱정이 되지 않는다.
일단은 레벨 업이 우선이다.
‘다크니스 블레이드.’
검은 화염이 뻗어 나와 디카르를 매끈하게 감쌌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절로 흡족해진다.
여울은 디카르 검신을 손으로 다시 한번 쓸어 넘겼다. 검은 화염은 자신의 손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팟!
여울은 바닥을 박차고 다음 전갈을 향해 달려 나갔다.
* * *
바람에 모래가 실려 뺨을 때리는 사막, 다섯 명의 남녀가 둥그렇게 서서 무언가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담덕이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이게 뭐요?”
라브의 가지에 수풀로 엮인 쪽지가 하나 걸려 있는 것이다.
“뭐, 한번 보면 되지.”
건수는 바로 손을 뻗어 그것을 떼어 읽었다.
“‘밤에는 해골들의 시야가 넓어지고 강력해진다. 라브를 꺾지 말고…… 미스릴로 상대한다. -김진후’라는데요, 대장?”
문솔이 창을 돌려 대며 한마디 툭 던졌다.
“이름 하나 멋있게 박아 놨네요.”
건수는 쪽지를 다시 보며 투덜거렸다.
“인터넷도 없는 곳에 김진후는 참 유명 인사가 됐어.”
“왜, 부러워?”
“아니 뭐, 그렇다는 거지.”
조용히 주변을 둘러보던 서한이 입을 열었다.
“아무튼 그 쪽지에 적힌 것들 들어서 손해 볼 건 없으니까, 그 말대로 밤을 한번 보내 보자고. 미스릴 먼저 구하고.”
“알겠어, 대장~!”
“옙쓰.”
서한 팀원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앙상한 나무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들의 뒤에는 수백여 구의 해골들이 쓰러져 있었다.
* * *
“호우…….”
“이야…….”
“이거 꿈이지……?”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김진후 일행은 일렬로 서서 입을 벌린 채 호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쩌다 보니 막내가 된 기웅이 입을 열었다.
“올라오길 잘했어, 언제 사람들이 올지도 모르는데, 하…… 드디어 씻는다.”
유라는 호수를 둘러싼 초록빛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진짜…… 예뻐요. 물과 나무가 이렇게 예쁜지 몰랐어요.”
민철은 자신의 팔뚝에 살짝 닿은 그녀의 손을 힐끔힐끔 보며 대답했다.
“그, 그러게요. 좋군요. 허허.”
지연은 가장 먼저 물가로 걸어가며 말했다.
“우리 중에 특성이 독 내성인 분 있으시던가요?”
그녀의 물음에 진후가 속뜻을 알아채고 대답했다.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없네요. 제가 소량으로 먼저 확인해 보죠.”
담담히 말하지만 죄책감이 느껴지는 목소리다. 지연은 한 손으로 손사래를 치며 물가로 걸음을 계속 옮겼다.
“아아. 아뇨, 제가 확인해 볼게요. 소량이라도 리더 분이 탈이 나면 영향이 크니까.”
“아니, 그래도 지연 씨한테 어떻게…….”
지연은 그가 말릴 새도 없이 한 손으로 물을 떠서 마시고는 몸을 돌려 진후를 바라보았다.
“음, 일단 괜찮네요. 반나절만 있다가…….”
턱
그때, 진후가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진후의 두꺼운 팔뚝과 대비되어 그녀의 손목은 한없이 가녀리게 보였다.
“앞으로 이러지 마십시오. 절 리더로 인정하신다면, 어떠한 선택도 리더의 결정이 내려지면 움직이시길 바랍니다.”
그의 눈빛이 매우 진중하다. 자신을 걱정해서 이러는 건지, 규율을 중시하는 건지 구별이 되지 않는다. 지연은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아, 네…… 알겠어요.”
진후는 그녀의 대답 끝까지 듣고 나서야 손목을 놓고는 뒤돌아섰다.
“우리가 케라브에 온 지 이제 거의 다섯 달이 다 되어갑니다. 이제 휴식층인 5층이 없어질 차례이기에 아래층 사람들이 많이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겁니다. 이곳은 변화가 없다면 열 달 동안은 괜찮을 거고요. 그래서 일단 나무도 많으니 간단하게 머물 곳을 만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사람들을 올려 보내는 데 도움을 주려고 합니다. 어떠십니까?”
“알겠습니다, 진후 님.”
“예썰~ 리더.”
사람들은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진후는 흡족하게 그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그러면 바로 시작합니다!”
거침없이 추진하는 진후의 명에 따라 사람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푸슉!
새까만 검이 거대한 전갈의 머리를 관통하고 뱃가죽을 뚫으며 아래로 툭 튀어나왔다.
여울은 등껍질을 박차고 뛰어올라 공중에서 거꾸로 서 있을 때 손을 뻗었다.
촤아아악!
검이 저절로 뽑히며 파란색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검은 자석처럼 그의 손에 착 감겼다.
삭-
모래 바닥에 가볍게 착지한 여울의 귓가로 시스템 음성이 들려왔다.
여울의 입꼬리 한쪽이 말려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