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ed Genius hacker RAW novel - chapter (149)
149 Re: 카오스 #최후(6)
털썩.
뒤로 볼썽사납게 주저앉은 보스는 자신에게 말을 건넨 이를 바라봤다. 이젠 익숙한 놈의 목소리. 지금쯤 다크 웹이 붕괴되어서 멘탈이 박살 나고 스스로 자괴감에 빠져 있어야 할 그가 왜 여기에 나타났을까.
“지금쯤 다크 웹이 붕괴되어서 모든 인터넷 체계가 박살이 나야 하는데, 내가 왜 여기에 나타났는지 궁금해 죽겠단 표정이군.”
보스와 처음 대면했을 때, 그가 자신을 조롱하기 위해 꺼내던 말투로 이야기하며 희도는 잔잔하게 그를 바라봤다.
“어, 어떻게 네놈이 여기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군. 아직도 모르겠나. 인터넷 네트워크는 완벽하게 이전했어.”
“……그럴 리가. 다크 웹 붕괴는 막을 수 없도록 완벽하게 구성해 놨을 텐데!”
데이비스와 카오스의 남은 간부들이 도망을 가며 다크 웹 내에서 비트코인을 현금화하는 기간 동안에도 보스가 그들에게 제재를 가할 수 없었던 이유. 오랜 기간 동안 다크 웹을 붕괴시키기 위해 공을 들이기 위함 때문이었다.
그가 작심하고 몇 개월을 고심하며 만들어 낸 악성 코드와 악성 봇이었기에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그걸 막아 냈다고?
하지만.
“그걸 왜 막아야 하지?”
희도는 보스에게 되물었다. 굳이 다크 웹의 붕괴를 막을 필요가 있냐는 말.
“뭐? 당연히 막아야만 인터넷을 살릴 수 있으니……!”
“다크 웹은 붕괴되었어. 보시다시피.”
그가 스마트폰을 들어 토르 브라우저로 접속을 시도했지만 들어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인터넷 네트워크는 아무 문제 없이 잘 돌아가고 있었다. 거기서 생기는 보스의 의문은.
“5G 인프라 네트워크…… 그걸 성공시켰다고?”
뛰어난 블랙해커인 보스조차도 5G라는 인프라 네트워크는 생소했다. 그게 실현 가능한 기술인지도, 또 그 위에 네트워크가 잘 정착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미지수인 기술력을 앞세워 다크 웹과 인터넷을 분리시켜 냈다는 희도의 말에 그는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말도 안 돼!”
그의 놀란 모습에 장단을 맞춰 줄 생각 따윈 없었다. 희도는 그 자리에 천천히 앉아 그의 커진 눈동자를 직시했다.
“매번 내려다보는 눈빛으로, 괄시하는 눈빛으로 세상을 마치 네 것처럼 여겼겠지. 근데 이를 어쩌나. 네가 계획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었다. 더 이상 너를 도와줄 사람도 없어. 평생 죗값을 치르며 하루하루를 반성하며 살아.”
그리고 희도는 그의 양손에 수갑을 채웠다.
철컥.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고……. 그럴 리 없어. 내 완벽했던 계획이…….”
양손에 수갑을 채우고 그를 포박하여 데리고 가는 와중에도 보스는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그가 쌓아 놓은 모든 것은 이제 먼지처럼 사라질 터였다. 그렇게 사라진 먼지는 다시 돌아올 수 없을 정도로 멀리, 아주 멀리 날아가 버렸다.
* * *
“진짜 끝난 건가.”
국가정보원 고유의 권한을 통해 간첩 이상에 준하는 자는 체포하여 넣을 수 있는 권한으로 보스는 바로 수감되었다. 그에겐 어떠한 인권도, 사람으로서의 권리도 인정되지 않을 것이었다.
그의 범행에 대해서 알려 주는 증인들이 즐비했으니까.
희도는 기존에 수감되어 생활하고 있던 수많은 카오스의 일원들에게 제안을 했었다.
“아마 곧 너희들의 보스가 잡힐 거다.”
보스가 잡힌다, 그 말에 모두들 현실감이 없게 느껴진다는 표정을 하고 있는 카오스의 일원들이었다. 브라이언 리가 코웃음 치며 희도를 바라봤다.
“그래서 뭐?”
살인미수, 국가 기만, 명예훼손 등 수많은 죄목들로 무기징역이 확정된 브라이언 리는 희도를 노려보았다.
희도는 그의 불만 어린 표정에도 미소를 지으며 그가 입고 있는 죄수복에 시선을 주었다.
“제법, 잘 어울리는데. 그 옷?”
“뭐? 이 새꺄? 죽고 싶어?”
격양된 어조의 말투에도 희도는 개의치 않고 자신의 말을 이어 나갔다.
“근데 말이야. 보스라는 놈이 애초에 네놈들을 살리려고 하지 않은 건 알고 있는 거냐?”
“뭐?”
“아니, 잘 생각해 보란 뜻이지. 보스라는 인간이 그 정도 실력을 갖고 있고 다크 웹을 그렇게나 철저히 잘 다루는데 왜 너희를 빼내지 못했을까.”
“그거야 당연히 네놈한테 추적당하고 꼬리 잡힐까 봐.”
“무슨 소리야. 다크 웹에 대해서 알게 된 건 저기 있는 녀석들이 잡힌 후였는데.”
희도는 칼과 제인을 가리켰다. 그의 말대로 칼과 제인을 잡기 전까지 다크 웹에 대해서, 또 보스가 가진 역량에 대해서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만약 보스가 작심하고 달려들어 그들을 구출하려고 했다면 과연 막을 수 있었을까.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보스는 그들을 구하지 않았다.
그의 말에 흔들리는 수감된 카오스의 일원들이었다. 서로가 충성심에 죽고 못 사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10년을 동고동락하기도 했고 거기다 믿는 구석이 있었다.
“헛소리.”
루즈섹 남매의 루즈섹이 고개를 저었다. 자신들은 다크 웹에 대한 비밀을 알고 있는 이들이다. 혹시라도 자신들이 입을 열면 노심초사해야 되는 것은 바로 보스기 때문이다.
“너희가 가진 패 때문에 보스라는 놈이 반드시 구하러 올 거라고 믿는 모양이지? 아마 그 가진 패는 다크 웹과 관련된 비밀들일 것이고.”
하지만 그 부분을 희도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 부분에 대해 핵심을 찌르자 표정이 변하는 몇몇 이들이었다. 단순한 성격의 제인처럼 말이다.
“……헤, 잘 알고 있네. 그럼 보스가 우리를 함부로 하지 못할 거란 것도 계산이 바로 설 텐데. 그쪽 머리는 잘 안 돌아가나 봐?”
그녀의 말은 여기에 있는 카오스 모두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 안일한 반응은 모두 같았다. 굳이 깨 줄 필요는 없지만 희도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다크 웹은 이미 붕괴하기 시작했어.”
희도의 말에 찾아온 잠깐의 정적.
“다크 웹이 붕괴가 된다고? 무슨 개소리야.”
본래 믿을 수 없는 상황을 들으면 사람은 반발부터 하게 되어 있다. 희도의 말에 무슨 뚱딴지같은 말을 하느냐는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었다. 하지만 희도는 그들에게 잔혹하리만치 행동력을 보였다. 눈앞에 스마트폰으로 다크 웹이 붕괴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었다.
“……뭐야 이거!”
“X발, 지랄하지 마. 자작극이거나 그런 거겠지.”
“자작극? 내가? 굳이 왜 자작극을 하지? 무엇을 위해서?”
희도의 말에 대답하지 못하는 이들은 입만 벙긋거렸다. 그의 말처럼 다크 웹의 붕괴라는 것을 거짓으로 꾸며 봤자 얻을 거라곤 여기에 있는 사람들의 멘탈을 흔들어 놓는 게 전부일 터였다. 그것도 통하면 통하고 믿지 않는 이들은 여전히 믿지 않을 터.
하지만 희도의 목적은 명확했다.
“보스는 이미 너희들을 버리고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려고 마음먹었다. 그 새로운 세상에 더 이상 너희는 필요 없는 거야. 다크 웹이라는 과거를 버리고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데 굳이 너희와 같은 과거의 잔재를 남길 필요가 없잖아. 보스의 선택은 그랬던 거다.”
비수를 꽂는 희도의 말에 카오스 일원들이 일동 침묵에 이르렀다. 희도의 말이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뭐! 뭐 어쩌라고!”
그의 말에 다소 격한 반응을 보이는 브라이언 리도 있었고.
“……X발, X같네.”
욕 한마디에 마지막 희망까지 잃어버린 칼도 있었다.
“……그래서 말인데, 내가 너희에게 괜찮은 제안을 할까 하는데.”
그의 말에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다. 더 이상 희도의 말에 놀아나기 싫다는 표현을 온몸으로 하고 있었다.
“다크 웹을 부수고 인터넷 네트워크를 무너뜨리려는 보스에게 크나큰 처벌을 내려야 하지. 내려야 하는데, 다크 웹이 완벽하게 붕괴되면 그에 대한 증적을 하나도 찾을 수가 없게 돼.”
“이봐,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보스가 어쨌건 네놈을 우리가 나서서 도와준다는 착각은 왜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표태훈의 말에 희도가 일리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말은 끝까지 들으라는 거 몰라? 너희들이 보스를 잡았을 때 범행에 대한 증언을 확실하게 해 주는 놈들에 한해서 한 가지씩 기회를 줄 거야.”
희도가 말하는 제안, 그것이 대체 무엇일까.
소곤거리는 그의 입 모양에 귀를 쫑긋거리는 카오스의 일원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눈을 빛내고 있었다.
* * *
그로부터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카오스의 일원들은 두 손 두 발 다 들며 보스의 범행을 낱낱이 고발했고, 국정원과 CIA도 파악하지 못한 내부적인 문제들도 밝혀 버리면서 보스를 엮어 버렸다.
유구무언, 보스는 희도에게 완벽한 패배를 한 뒤로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보였고 카오스의 일원들은 약속을 지키라며 희도에게 몇 번이나 소리쳤다.
“후…….”
화이트해커의 권능을 통해 5G 인프라 네트워크는 완벽하게 전 세계에 스며들었다. 속도가 기존에 쓰던 네트워크에 비할 바가 안 될 정도로 올라갔으며, 기본적으로 주파수 때문에 골칫거리라고 생각했던 부분도 모두 해결되었다.
5G 인프라의 중심 기지국이 대한민국의 수도로 자연스레 탈바꿈되면서 인터넷 네트워크에도 대한민국에 의존 중심적으로 변했다. 대한민국은 매의 눈으로 IT 강국의 위엄에 더해진 완벽한 기회를 포착했다.
더불어 5G라는 힘이 더해진 스마트 시대는 더욱 일찍 도래했고, 희도가 구성하고 만들어 낸 경기도 평택의 스마트 시티는 완벽에 가까운 미래형 모델로 전 세계를 선도했다.
“브라보!”
대통령인 김강현은 대한민국의 놀라운 변화에 발맞춰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를 적극 활용하고 보조했다. 스마트 시티의 완벽함을 알리고, 5G의 우수함을 알렸으며 전 세계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진 대한민국의 IT를 알렸다.
스마트폰 하나로 자신의 집, 자신의 차 등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으며 우려가 되던 보안에 대한 문제도 희도가 고안해 낸 5G 특수 기술로 네트워크를 분리하여 쪼개면서 해결했다. 거기다 대한민국의 IT 인식이 날이 가면 갈수록 커짐과 더불어 정보 보안의 중요성을 설파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노력했다.
살아가다 보면 언제 어떻게 제2 다크 웹, 제3 다크 웹 사태가 일어날지 모른다. 그렇기에 항시 대비해야 했다. 늘 그렇듯 개발과 기술의 발전 속도는 균형이 맞춰져야 효과적으로 쓰인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블랙해커들의 먹잇감이 될 뿐이니까 말이다.
화이트해커는 늘 블랙해커와 싸운다. 하지만 블랙해커의 금전적, 개인적인 이익에 비하면 화이트해커의 노력은 많이 알아주지 않는다.
거기다 아직까지도, 아무리 보안 기술이 뛰어나도 대응은 사후 대응이고, 벌어진 해킹에 대해 실시간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은 제로에 가까웠다.
그래도 희도는 개선해 나갈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