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Corporation: Joseon RAW novel - Chapter (1108)
1108화 황제의 우울.⑵
-포탑마다 포탑 회전을 담당하는 전용의 증기기관을 설치한다.
“이건 아무리 봐도 무리수인데…..”
계획안을 본 모든 이들-위로는 현부터 아래로는 전선의 건조를 담당하는 인부들까지-은 이 방법이 무리수라는 것에 동의했다. 아무리 차단벽과 방화벽을 두껍게 한다고 하더라도 화약과 화탄이 잔뜩 쌓인 화약고 바로 옆에 불이 활활 타오르는 것도 모자라 불꽃까지 마구 튀는 증기기관을 놓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이에 대안으로 기관실에 자리한 증기기관과 축을 연결하는 방법이 제시되었다.
하지만, 이는 득보다 실이 많았다. 선체의 구조가 복잡해졌고, 유지보수도 힘들어졌다.
“어쩔 수 없군. 별도의 동력기관을 설치하는 수밖에 없겠소.”
“예.”
현의 결정에 따라 ‘무리수’가 정식으로 채택이 되었다.
한편, 이야기를 들은 향은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쩝. 이거 참…. 이 부분은 내 전문분야가 아니라 아는 것이 없으니 끼어들기도 힘드네.”
21세기에서 덕후들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덕질을 해댔다. 특히, 밀덕들은 거의 모든 군사 무기를 놓고 덕질을 해댔다. 처음에는 자료 검색으로 시작해, 나중에는 게임으로, 마지막은 복원으로 이어지는 과정이었다. 복원까지 간다면 그야말로 고인물들이 었다.
하지만, 이런 고인물 밀덕들이라 할지라도 복원은 꿈도 못 꾸는 분야가 있었다.
1, 2차 세계 대전 당시 바다를 누비고 다녔던 전함들이었다. 때문에, 온갖 것-심지어 대항해 시대 목조 전함까지-을 다 덕질하고 다녔던 향도 이에 관해서는 지식이 전무한 상황이었다.
어쨌거나 이런 불안한 무리수를 품고 설계와 건조가 진행되었고, 1번 함이 진수되어 전력화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 동력기-줄여서 전동기-가 증기기관의 대안으로 튀어나온 것이었다.
* * *
전동기가 탄생한 것은 우연과 의문, 발상의 전환이 겹쳐지면서였다. 향의 순도 높은 MSG가 더해지면서 전기와 관련된 지식은 빠르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도체와 부도체의 개념이 정립되기 시작했고, 원시적인 전기 회로의 개념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런 원시적인 전기 회로의 개념을 이용해 탄생한 것이 발전기였다.
“뭐, 이런저런 실험을 제대로 하려면 발전기가 있어야 하니까…..”
이렇게 발전기가 만들어지면서 점점 더 많은 실험이 가능해졌고, 관련 지식은 점점 방대해져 갔다. 하지만, 실험이 잦아지면서 감전 사고도 잦아지기 시작 했다.
파지직!
“아얏!”
완전히 노출된 구리선과 접촉해 비명을 지르는 일은 일상다반사였다.
“무엇인가 감전을 막을 방안이 필요한데…. 뭐가 좋을까?”
대책을 찾던 학자들의 모습에 때만 노리던 향이 슬쩍 끼어들었다.
“치클을 쓰면 어떠한가?”
“치클 말이옵니까?”
“그러하네, 치클은 전기가 불통하는 물건 아닌가? 아직 굳지 않은 치클로 구리선을 감싼 다음 건조시키면 좋을 것 같은데?”
“아! 과연 그렇겠사옵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
향의 조언을 받은 학자들은 치클로 구리선을 감싼 다음에 결과를 확인했다. 결과를 확인한 학자들은 입에 침이 마르게 향을 찬양했다.
“과연 태상황이시다!”
“과연 현인군주!”
이렇게 해서 좀 더 안전하게 발전기를 이용하게 되었을 때, 학자 가운데 한 명이 발상을 전환했다.
“이보게, 갑자기 든 생각인데 말이야. 저 발전기의 얼개를 반대로 돌리 면 어떨까?”
“응?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저 발전기의 축을 돌려서 전기를 만들잖아? 그러니까. 역으로 전기를 투입해서 축을 돌릴 수 있지 않을까?”
“잉?”
“응?”
“가만, 가만…. 가만? 가만 이거 도전록에 있지 않았어?”
“있었어!”
이렇게 해서 전동기가 탄생하게 된 것이었다. 물론, 온갖 시행착오가 이어졌지만, 관련 학자들과 제자들의 눈은 강렬하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응전록이다! 응전록! 성공만 한다면 응전록에 내 이름을 남길 수 있다!”
열기보다 광기에 가까운 분위기 속에 전동기는 빠르게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수고했소. 이제 우리는 진리를 향해 한발 더 나아가게 되었소.”
전동기 개발에 성공한 이들을 치하한 향은 곧 다음 과제를 내밀었다.
“그럼 지금까지 체득한 것을 정리해 체계를 잡아 보도록 하시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하지 않았소? 다른 이들이 보고 이해할 수 있는 체계로 정리해야 학문으로 인정받는 법이라오.”
“…..예.”
순식간에 피곤한 안색이 되어버린 이들을 뒤로하고 돌아온 향은 혼자 피식 웃으며 중얼거렷다.
“훗! 그럼 이제 왼손법칙, 오른손법칙은 누구 이름이 붙을까?”
이후, 발전기와 전동기의 개선과 관련 지식의 체계화가 이어지고 있을 때, 누군가가 또 다른 발상을 떠올렸다.
“발전기로 전기를 만들고 그 전기로 전동기를 돌린다. 그리고 그 전동기로 발전기를 돌린다. 이거 처음 한 번만 힘을 주면 계속해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가장 유명한 떡밥인 ‘영구기관’의 시작이었다.
* * *
새롭게 탄생한 전동기가 점점 그럴듯한 모습으로 변해가자, 이를 접한 장인들은 눈을 빛냈다.
“이것을 어디에 써먹을 수 있을까?”
그리고, 가장 먼저 쓰임새를 찾은 이들이 전선의 개발을 담당하는 설계자들과 장인들이었다.
“이걸로 포탑을 돌리자!”
설계자와 장인들만이 아니었다.
우에게 제위를 넘겨주고 ‘물 만난 고기’가 된 현도 비슷한 생각을 떠올리고 있었다.
“가만, 전동기를 대신 쓰면 어떨까?”
설계자, 장인들과 자리를 함께 한 현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자, 설계자들과 장인들도 바로 대답했다.
“소인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사옵니다!”
의견일치를 본 그들은 곧 문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왜 전동기가 최적의 답인가?
이런 논제를 내놓은 그들은 곧 답을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일단 공간을 적게 차지한다.
포탑을 움직이기 위한 증기기관과 석탄, 물 저장고를 설치할 공간과 비교하자면 압도적으로 작은 공간을 차지한다.
-선체의 설계도 간단해진다.
기관실에 발전기 구획을 추가한 다음, 포탑을 움직이는 전동기로 이어지는 전선이 지나가는 길만 설계하면 된다. 전선은 이리저리 구부릴 수 있으니까, 좀 더 융통성 있는 설계가 가능해진다.
(하략)
줄기차게 이어지는 토론을 통해 전동기를 사용할 경우의 장단점을 적은 이들은 증기기관을 채용했을 경우와 비교했다.
“전동기가장점이 더욱 많사옵니다.”
“그렇군. 그렇다면, 전동기를 탑재하도록 합시다.”
“그럼 지금 진수하는 전선은 어떻게 할까요?”
“우선은 설계대로 증기기관 탑재 방식으로 건조합시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전동기를 개발하고 이를 적용할 새로운 전선의 설계도 진행합시다.”
“예.”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52구역의 관리자들이 현을 찾았다.
“폐하, 예산이 없사옵니다.”
“없어? 한 푼도? 예비비도?”
“다른 사업에 배정된 예산만 있사옵니다.”
“하아〜.”
길게 한숨을 내쉰 현은 관리들을 내보낸 다음 백지를 펼쳤다.
“돈 달라는 편지를 받을 때마다 몸서리를 쳐댔는데, 나도 돈 달라는 편지를 쓰고 있으니…..”
옛 기억을 떠올리며 침울한 표정을 짓던 현은 곧 안색을 바꾸며 서찰을 쓰기 시작했다.
“고생은 우의 몫이지.”
향과 완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게 된 현이었다.
* * *
향과 완, 현의 돈 달라는 소리에 우는 골치가 아파졌다.
“차라리 사치를 하시지…..”
사치품을 사겠다며 돈을 달라면 얼마든지 마음 편하게 거부할 수가 있었다. 좋은 명분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이 돈을 달라는 요청은 거부하기 힘들었다.
-이는 제국의 국익과 안녕을 도모하기 위함이오.
불가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버거운 명분이었다. 심지어 관련 소식을 들은 국방부 장관이 한달음에 달려와 읍소를 할 정도였다.
“폐하! 세 분의 청을 가납하여 주시옵소서! 이는 제국의 국방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옵니다! 명만 내리신다면 소신이 제경부 장관을 두들겨 패서라도 통과시키겠사옵니다!”
“…..차라리 국방부와 제국군에 배정된 예산에서 각출하는 것이 낫지 않겠소?”
“….이미 빼낼 것은 다 빼낸 상황이온지라…..”
“자기 주머니는 열기 싫다 이거요?”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국방부 장관의 대답에 우는 이마에 손을 얹은 채 다른 손을 내저었다.
“짐이 숙고해 결정할 것이니 나가보시오.”
“폐하! 이는 중요한 일이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나가!”
우의 일갈에 국방부 장관은 후다닥 대전을 빠져나갔다. 홀로 남은 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투덜거렸다.
“내가 이래서 황제하기 싫었는데…. 그러고 보니, 이 자식들이 요즘 아주 살판났다지? 나는 이렇게 고생고생 하는데 말이야.”
작게 이를 간 우는 내관에게 명했다.
“내관! 총무부와 황실 인사부에 가서 황실 인사들이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파악해서 제출하라 하라!”
“명을 받드옵니다!”
명을 받은 내관이 사라지자, 우는 살벌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태상황 때부터 내려오는 말이 있지. ‘인사권은 황제에게 있다.’라고. 내 이놈의 자식들을……”
누군가에게 휘두를 복수의 칼날을 벼리는 우의 모습에 사관은 이렇게 적었다.
-…해서, 황제께서는 황실인사들의 동향을 알아오라 하셨다.
사관은 말한다.
인사권이 황제폐하께 있음은 법으로 정한 바이다. 하지만, 이를 사사로이 행함은 옳지가 않다. 당금 황제께서는 뒷끝이 좀 강하시다. 그나마 황실 인사에만 이러시니 다행이다.
* * *
우의 동복, 이복형제들이 남녀불문 날벼락을 맞았지만, 관리들은 한숨 돌릴 수 있었다. 그렇게 화를 푼 우가 좀 더 냉철하게 상황을 정리해 판단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해서, 짐은 예비로 책정된 예산에서 추가 배정을 해 주는 것이 좋다고 보오. 총리와 재경부 장관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의 질문에 총리와 재경부 장관은 바로 대답했다.
“현명하신 결단이라 여겨지옵니다.”
“예비비에서 추가로 배정한다면 큰 무리는 없을 것이옵니다.”
“그럼 그렇게 행하도록 합시다.”
“명을 받드옵니다.”
이렇게 한 고비를 넘기고 한숨 돌리고 있을 때, 황태자가 서류를 갖고 근정전을 찾았다.
“무엇이냐?”
“연구소에 예산을 추가로 배정해야 할 것 같사옵니다.”
“이 자식아!”
자신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지른 우는 몇 번이고 심호흡 을 해 화를 가라앉히고는 황태자에게 물었다.
“연구소에서는 왜 예산이 필요하다고 하느냐?”
“이번에 전기와 관련해 전기학과와 물리학과가 같이 연구에 들어간다고 하옵니다.”
“두 과가 같이 무엇에 관한 연구인가?”
“열역학이라 하옵니다.”
“열…”
순간, 우는 화를 참을 수밖에 없었다.
우의 전공은 아니었지만, 열역학, 아니 역학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해당 학문과 관련해서 도전록에 올라간 것들 가운데 응전록에 등재된 것은 많이 없었다.
이에 대해 태태상황인 향이 이렇게 평가했었다.
-이는 학자들의 태만이 아니다.
-세상 만물과 관련해 가장 기초적이지만, 가장 깊은 진리가 숨은 학문이 역학과 수리이다.
-그러니 이에 관한 지원은 아끼지 않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