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Corporation: Joseon RAW novel - Chapter (1152)
1152화 뒷감당은 누구 몫? 네 몫 ⑷
문제의 알헤시라스 남쪽의 고지대를 방어하는 제국군도 지리적 이점에만 의지한 것은 아니었다.
* * *
“단순히 지리적 이점에만 의지하면 뚫린다. 한두 번 겪은 일이 아니니까.”
“100명을 막을 수 있는 곳에 적이 200명을 밀어 넣으면 위험해지고, 300명을 밀어 넣으면 뚫리지. 1000명을 밀어 넣으면 ‘어서 오십시오.’가 되는 법이고.”
“머릿수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냐. 100문의 화포로 밀어버리면 100명이 아니라 10명에도 뚫릴 수 있어.”
“그렇다고 무조건 있는 대로 자원을 투입하는 것도 좋은 방책은 아니지. 그랬다가는 재경부에서 철근 대신 우리를 박아 넣으려 할 거야.”
해당 부분의 방어 시설을 건설하면서 당시 제국군 지휘관들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예전 명과 치렀던 ‘압록강 전투’와 ‘요동성 전투’의 전훈 때문이었다.
-압록강이라는 천연 장애물에 철조망까지 있었지만, 머릿수로 밀어붙이니 밀리더라.
-단단하기로 유명한 요동성이었만, 화포로 죽어라 두들기니 뚫리더라.
“그렇다면 답은…..”
“그래도 답은….”
알헤시라스와 지브롤터를 방어하는 임무를 맡은 제국 육군은 ‘정석이 정답’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 * *
이에 따라 제국 육군은 알헤시라스와 지브롤터를 둘러싼 산악 능선을 이어가며 방어선을 구축했다.
“100명을 막을 수 있는데, 200명, 300명이 몰려온다면? 그렇게 몰려와도 한 번에 100명만 밀어 넣을 수밖에 없게 만들면 되잖아?”
이에 따라 제국 육군은 에스파냐 군의 예상 공격로를 따라 온갖 장애물을 설치했다. 철조망을 깔아도 3겹을 겹쳐 깔고, 그 뒤로 10장 정도 떨어진 지점에 다시 3겹의 철조망을 까는 식으로 3중에서 5중의 철조망 지대를 만들어 버리는 것이 시작이었다.
거기에 제국군이 버티고 있는 고지의 방어선으로 올라오는 길목의 중간중간 돌멩이들이 가득 담긴 자루를 늘어놓았다. 자루라고는 부르기는 하지만, 굵은 철사로 대충 얽은 주머니에 크고 작은 돌멩이들을 담은 물건이었다.
특징이라면 돌멩이들이 담기 자루 안에 지통폭(紙桶爆)-다이너마 이트-을 넣을공간이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만약, 에스파냐군이 이상 징후를 보이면 제국군 병사들은 이 공간에 지통폭을 집어넣은 다음 심지를 길게 연결했다. 만약 에스파냐군이 선을 넘어 경계 지대까지 밀고 올라오면 제국군 병사들은 이 심지에 불을 붙이고 바로 후퇴하도록 되어있었다.
긴 심지는 두 가지 역할이 있었다. 하나는 제국군은 안전하게 도망칠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에스파냐군이 잔뜩 몰려 있을 때를 노려 자루가 터지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자루가 터지면서 사방으로 비산하는 돌멩이들이 주변에 있는 에스파냐군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자루의 가장 큰 장점은 제조가 쉽고 유지 비용이 싸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에스파냐군이 저 자루들이 있는 곳까지 올라온 적이 없다는 것이지…..”
“올라오기 전에 다 쓸려나가니까. 저렇게 훤히 보이게 만들어놨으니.”
제국군은 고지로 올라오는 사면은 물론이고 고지 초입을 기준으로 200장(약 600m) 앞까지 사계(射界)청소를 해 버렸다.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는 완벽한 공지를 만든 덕에 그 안에 들어선 에스파냐군은 바로 표적 신세가 되어버렸다.
“그 빌어먹을 사계 청소한다고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그 망할놈의 잡초들은 왜 그렇게 잘 자라는 거야?”
그리고 문제의 공지는 제국군 병사들에게 애증의 장소가 되어버렸다.
* * *
에스파냐군도 해당 지역에 만들어진 제국육군의 방어 시설에 관해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에스파냐 병사들과 용병들이 흘린 피로 적은 기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최대한 피를 보게 만드는 악랄하고 비겁한 방법이지.”
“누가 이교도들 아니랄까봐.”
“성자와 성녀도 욕을 할 것들이지.”
“마귀들도 저놈들보다 착할 거다.”
있는대로 욕을 퍼부으면서 에스파냐 육군 지휘관들은 파훼법을 고민했다.
“고민을 해봤자, 결론은 정석밖에 없어. 대포로 고지를 두들기고 병사들을 올려 보내는 것.”
“여태까지 그랬지만, 성공한 적이 없다는 것이 문제지.”
“이번엔 제국식으로 해보자고.”
“제국식?”
“우리도 ‘많은 대포, 더욱 많은 대포, 아주 많은 대포’를 써보자고.”
“ 가능할까?”
“프랑스에 내놓으라고 해야지.”
그렇게 에스파냐의 요청을 들은 프랑스는 곧 대량의 대포와 포탄들을 에스파냐 육군에게 넘겼다.
“이것만 주면 어떻게? 사람도 보내줘야지?”
“그건 훈련시키면…..”
“시간이 남아도나 봐?”
프랑스는 어쩔 수 없이 금쪽같은 포병들을 에스파냐에게 내어줘야 했다.
* * *
준비를 끝낸 에스파냐 육군은 곧 해군들이 요청한 지역을 공략하기 위해 움직였다.
제해권(制海權)은 아직 제국 해군이 가지고 있었던 탓에 에스파냐 육군은 좀 더 내륙의 좁은 산악도로와 샛길을 이용해 병력과 물자를 이동해야만 했다.
“엘 펠라요(El Pelayo)를 교두보로 확보하도록 하지.”
부대 사령관 알바 후작의 명령에 따라 에스파냐 육군은 전력을 동원해 엘 팔라요 공략에 들어갔다.
에스파냐 육군의 장군에, 비구를 통해 사전에 정보를 확보한 이체 공작은 엘 프라요 주둔 제국 육군은 일찌감치 뒤로 물러나 방어선을 구축하는 멍군으로 응수했다.
“이쪽으로 밀고 들어오면 나는 아주 좋은데 말이야.”
엘 펠라요에서 물러나게 되면서 제국 육군은 위에서 봤을 때 항아리 모양의 포진을 만들게 되었다. 만약, 에스파냐 육군이 후퇴한 제국군을 따라 안으로 들어서면 삼 면에서 제국군의 포화를 뒤집어 쓰게 되는 것이었다.
“흐음…. 우리보고 들어오라는 것인가?”
정찰병의 보고를 받은 알바 후작은 지도를 살피며 이체 공작의 속내를 파악했다.
“지금 가진 병력을 생각하면 욕심도 나지만, 저 좌우로 늘어선 송곳니들이 가만히 있지 않겠지.”
알바 후작은 곧 참모들과 부하 지휘관들에게 명했다.
“계획대로 우측의 능선들을 공략해 해안포대로 향한다.”
“옛!”
“엘하시라스에서 엘 펠라요로 향하는 길의 방어를 단단히 하도록! 거기가 뚫리면 우리 옆구리가 당한다!”
“옛!”
알바 후작의 명령에 따라 에스파냐 육군은 알헤시라스에서 엘 펠라요로 이어지는 도로에 방어선을 구축했다.
한편, 비구를 통해 에스파냐군의 움직임을 확인한 이체 공작은 고민이 깊어졌다.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고? 들어올 생각은 아니라는 것인데? 무슨 생각인 거지? 시선 돌리기의 목적치고는 너무 거창해…..”
상대인 에스파냐 육군의 목적을 알아채기 위해 이체 공작은 지도를 이리저리 살피기 시작했다.
“혹시 이곳인가?”
이체 공작의 눈이 멈춘 곳은 지브롤터만의 왼쪽 입구에 자리한 해안포대였다.
암반을 뚫고 들어간 중심 포대에는 대형 화포 4문이 자리하고 있었고, 주변의 보조 포대에는 중형 화포 20여 문이 자리하고 있었다.
“여기 이 화포라면 손에 넣고 싶겠지.”
포대의 주력인 대형 화포는 제대로만 맞추면 돌격귀선에도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화탄의 위력만 강력한 것이 아니었다.
사정거리 역시 30리(약 12km)를 자랑하는 괴물이었다.
가장 최신의 전함인 소문의 살수급 전함의 주포의 최대 사거리가 20리(약8km)인 점을 생각하면 가히 ‘세계 최강의 화포’였다.
“만약, 이 포대와 화포를 손에 넣는다면 우리는 항복하거나 도망치거나 둘 중 하나밖에 없게 되겠지.”
문제의 화포가 넘어간다면 지브롤터는 봉쇄되어 버리게 되는 것이었다.
“흐음….”
에스파냐 육군의 노림수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게 된 이체 공작은 바로 참모에게 명했다.
“제2해안포대에 전달. ‘에스파냐 육군이 노리고 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당장 요청할 것.’”
“옛!”
시간이 지나 전령을 통해 돌아온 대답은 이러했다.
“다다익선?”
“예.”
“쩝. 가용한 범위 내에서 아낌없이 지원하도록 하고. 엔히크 왕자 항구와 리보르노로 배들 보내서 털어 와.”
“알겠습니다.”
명령을 내리고 지도를 살피던 이체 공작은 곧 작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저 대포들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태태상황께서 ‘나바론’이라는 말씀을 하셨다는데, 나바론이 무슨 뜻이지?”
당시 문제의 대포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시제품을 본 향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었다.
“역시 거포는 나바론…. 헙!”
향이 다급히 입을 다물었지만, 이 말을 들은 주변인들은 대를 이어 의문을 품어야 했다.
“나바론이 무슨 뜻이지?”
대포 관련 전쟁영화로 가장 유명한 영화였지만, 이 시기 사람들은 알리가 없었다.
* * *
방어선 구축을 끝내고 잠시의 휴식을 취한 에스파냐 육군은 문제의 해안포대로 이어지는 능선 공략에 나섰다.
“‘악마의 대머리’ 공략을 시작한다!”
제국군의 꼼꼼한 사계청소로 인해 민동산이 되어 버린 능선들은 어느새인가 ‘악마의 대머리’라는 별명이 붙어있었다.
그 능선을 지키는 제국군에게 걸려 희생당한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지휘관들의 명령에 걸음을 움직이는 병사들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병사들의 저조한 사기를 알아챈 지휘관들은 병사들에게 외쳤다.
“주변을 보라!”
“저 대포들이 눈에 보이는가! 제국만 대포가 있는 것이 아니다!”
지휘관들의 외침에 병사들은 좌우로 고개를 돌렸다.
“우와~.”
좌우로 길게 늘어선 대포들을 본 에스파냐 병사들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저렇게 많은 대포들은 본 적이 없어!”
“에스파냐에 있는 모든 대포들을 끌고 온 것인가?”
엄청난 수의 대포들을 본 에스파냐 병사들이 감탄을 거듭하고 있을 때, 기준포가불을 뿜었다.
펑!
대포들이 늘어선 한쪽에 세워진 망루에서 전해지는 신호를 보며 기준포는 포각을 조정했고, 다른 포들도 포각을 조정했다.
몇 차례의 포격이 이어진 직후, 방열한 모든 대포들이 일제히 불을 뿜기 시작했다.
펑! 퍼퍼펑!
요란한 폭음과 함께 불을 뿜는 대포들이 장관을 이루는 가운데, 지휘관들은 병사들에게 외쳤다.
“전진! 저 빌어먹을 대머리에 깃발을 꽂자!”
“와아아!”
에스파냐와 프랑스 포병대의 집중 포격을 등에 업은 에스파냐 병사들이 능선을 타고 오르기 시작할 때, 제국군 병사들은 두꺼운 지붕을 씌운 참호에 몸을 피하고 있었다.
포탄들이 떨어질 때마다 둔중한 땅울림이 전달되는 가운데 참호에 몸을 숨긴 제국군 병사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이 정도로 지독한 포격은 그들도 처음 겪는 상황이었다.
물론, 경험이 많은 병사들은 이 와중에도 입담을 자랑했다.
“저것들이 우리 흉내를 내고 있네?”
“그러게나 말여. 이것도 지식재산권 소송이 될까?”
삐이 익!
그렇게 농담을 늘어놓으며 나름대로 긴장을 풀고 있을 때, 요란한 호각 소리가 사방에서 울렸다.
호각소리가 울리자 제국군 병사들은 자신들의 장총을 움켜쥐고 참호를 빠져나갔다. 아직 적의 포격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제국군들은 잔뜩 몸을 숙인 채 교통호를 따라 내달렸다.
방금의 호각 소리는 진격을 시작한 에스파냐 육군이 첫 번째 저지선까지 다가왔다는 의미였다. 때문에, 자신들이 맡은 자리에 도착해 임무를 수행해야 했다.
능선 위의 제국군이 포격을 뒤집어쓰면서 본격적인 방어를 준비하고 있을 때, 에스파냐 군의 선두 집단이 첫 번째 방어선에 도착하고 있었다.
“끊어! 부숴!”
지휘관의 명령에 도끼와 절단기를 든 병사들이 철조망의 철사를 끊고 지주목을 찍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까지 조용히 기다리고 있던 제국군의 화차들이 일제히 불을 뿜기 시작했다.
타타타타타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