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Corporation: Joseon RAW novel - Chapter (267)
선-26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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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그라
헬로밤
267화 송화강 전투. (6)
아구타이 부족의 멸족을 시작으로 평안도 군은 이만주가 이끄는 훌리가이 부족들을 하나둘 지워 나가기 시작했다.
“후우…. 이 짓도 못 해 먹겠군.”
사방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처참한 현장을 바라보던 이순몽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구타이 부족을 시작으로 평안도 군은 끈질기게 훌리가이 부족을 따라잡으며 뒤처진 부족들을 각개격파로 지워 나갔다.
하루나 이틀 간격으로 여진 부족들을 따라잡고 처리한 결과, 지금 이순몽의 지휘 아래 없어져 버린 여진 부족은 7개가 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순몽 휘하의 병사들은 심각한 정신적 압박을 받는 상태였다.
“멸족이라는 것이 말은 쉽지. 생때같은 목숨을 끊어 버리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니….”
여진족 생존자라고는 하나도 없는 참혹한 현장을 보며 말을 잇지 못하는 이순몽이었다.
“문제는 만나게 되는 여진 부족들의 덩치가 점점 커진다는 것이옵니다.”
참모의 말에 이순지는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구타이 부족의 경우를 시작으로 처음 만나던 여진 부족은 그 덩치가 작았다.
이순몽 휘하의 전력과 비교하면 평균 5:1의 압도적인 전력 차였기에 초기에는 수월하게 진압할 수 있었다.
하지만, 훌리가이 부족의 중심에 가까워지면서 전력 차는 3:1까지 줄어든 상황이었다. 이렇게 전력 차가 줄어들면서 화약의 사용량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런 화약 소모량을 관리하는 것도 또 다른 부담이었다.
때마침, 개마고원을 관통한 보급대가 보급을 해 주지 않았다면, 이순몽의 추격전은 중간에 좌절될 뻔했었다.
하지만, 보급이 꾸준하게 이어지면서 이순몽은 한숨 돌릴 수 있었다. 화약과 식량을 보급받고 2회 차부터는 사상자로 비어 버린 자리를 채울 예비병들이 들어오면서 그나마 숨통이 트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들어온 이들도 계속되는 살육에 슬슬 한계를 보인다는 것이 문제였다.
“장군! 보급이옵니다!”
“그래?”
전장을 바라보던 이순몽은 반가운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 * *
“예상보다 규모가 큰데? 설마 보충병들인가?”
보급대가 일으키는 먼지구름은 이전보다 더욱 덩치가 컸다.
“어서 오게.”
“무탈하시니 다행입니다. 장군!”
이순몽의 환대에 보급부대 지휘관은 군례를 올리며 대답했다.
간단하게 답례한 이순몽은 궁금한 것을 물었다.
“예상보다 보급대의 덩치가 큰데, 지원 병력이 같이 온 것인가?”
“예!”
보급부대 지휘관은 잠시 후, 한 사람을 소개했다.
“지원 부대를 지휘하시는 홍사석 장군입니다.”
“만나서 반갑소.”
“여진족 소탕으로 용명을 떨치신 분을 뵙게 되어 영광이옵니다.”
서로 간단한 상견례를 나눈 이순몽과 홍사석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병력은 얼마나 온 것이오?”
“전라와 경상도에서 차출한 5,000이옵니다.”
지원병력의 수를 보고받은 이순몽은 한결 표정이 밝아졌다.
“5,000이라…. 확실히 숨통이 트이겠소!”
“여기 전하께서 내리신 어명이옵니다.”
‘어명’이라는 말에 이순몽은 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는 남쪽을 향해 절했다.
전통적인 예법에 따라 세종의 명령서를 수령한 이순몽은 그 자리에서 봉인을 뜯고 명령서를 개봉했다.
명령서의 내용을 다 읽은 이순몽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여진 부족의 격멸을 멈추고 추격에만 전념하라.’ 확실히 여진 부족의 덩치가 커지면서 부담이 가는 상황이었는데 다행이로군. 하지만, 이렇게 되면 저 훌리가이 부족들은 누가 상대를 하는 것이오?”
“우디거 부족이 맡을 것이옵니다.”
“우디거가?”
“예. 정보를 받으셨겠지만, 우디거 부족을 주축으로 1만의 여진 기병이 우리 조선군에 합류했습니다. 그들이 훌리가이 부족을 압박해 길림으로 몰고 갈 것이옵니다.”
“흐음….”
홍사석의 설명에 이순몽은 먼지로 버석버석해진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이만주와 먼터무가 어쩔 수 없이 길림으로 향하게 만든다는 계획인가?”
“예. 그들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게 만드는 것이옵니다.”
“내가 이만주라면 1만을 뚫고 다른 경로를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
“아군 기동타격대도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아….”
홍사석이 기동타격대를 언급하고 나서야 이순몽은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1,500에서 2,000명의 병력으로 구성된 기동타격대는 오로지 기병과 포병으로만 구성된 부대였다. 그리고, 그 전력은 비교 불허라고 평가되고 있었다.
실제로도 창설된 이후 무패를 기록하면서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동타격대 3개 모두가 이번 작전에 동원되어 있었다.
돌아가는 상황을 살피던 이순몽은 작게 중얼거렸다.
“내가 이만주나 먼터무라면 지금 상황이 아주 끔찍하겠군.”
“기사회생의 한 수를 노릴 수밖에 없을 것이옵니다.”
홍사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이순몽은 상황을 정리했다.
“그렇다면 우리 임무는 힘을 비축하며 저들의 뒤를 쫓아가는 것인가? 그러다가 이만주가 우리를 돌파구로 삼으려 들면 그것을 막는 것이고?”
“그렇사옵니다.”
홍사석의 대답에 이순몽은 한숨을 쉬었다.
“후우~. 쉬운 일은 아니로군. 꽤나 위험하겠어.”
“그래서, 제가 부하들을 이끌고 온 것입니다. 경상도와 전라도에 주둔하면서 왜구들을 대비하던 부대인지라 화포들에는 일가견이 있는 친구들입니다. 거기에 화차(火車)도 끌고 왔습니다.”
“화차까지!”
이순몽의 얼굴은 순식간에 밝아졌다. 이순몽은 북쪽을 바라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만주와 먼터무의 낯짝을 한번 보고 싶군.”
* * *
“젠장! 끔찍하군!”
이순몽의 예상처럼 현재 상황을 확인한 이만주는 이를 바득 갈면서 분통을 터뜨리고 있었다.
“앞에는 적어도 2만의 병력이 버티고 있고, 뒤에는 1만의 병력이 쫓아오고 있소! 이를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이만주의 물음에 먼터무는 지도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어떻게 하면 좋겠소? 병력을 뒤로 돌려 1만부터 처리할까?”
“멍청한 소리! 우리가 말 머리를 돌리기만 하면 저 앞에 있는 2만의 조선군이 우리를 잡아먹으려고 덤빌 거요! 옆으로 빠지자니, 우디거 놈들과 조선군 기병대가 발목을 잡고 늘어지면서 3만의 조선군이 우리를 잡아먹을 것이고!”
답답한 상황에 이만주는 가슴을 치며 분통을 터뜨렸다.
* * *
이만주와 먼터무의 계획이 어그러지기 시작한 것은 조선군의 대응이 그들의 예상보다 한참이나 빨랐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조금 늦게 출발해 후미에 자리한 부족들이 각개격파 당했다.
부족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 이만주는 이동을 멈추고 부족들을 한데 모으기 시작했다.
흩어졌던 부족들이 한데 모이면서 각개격파 당하는 것은 막았지만, 조선군이 앞지르는 것을 막지 못했다.
우디거의 잡종들과 조선군 기병대가 철저히 그들의 눈을 막았기 때문이었다.
아니, 단순히 눈을 가린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이동로를 길림으로 고정시켰다.
“이 외통수를 어떻게 벗어날 거요!”
이만주의 비난에도 지도를 살피던 먼터무가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외통수기는 하지만, 기사회생의 한 수가 될 수도 있소.”
“그건 또 무슨….”
“조선군의 병력들을 살펴보시오.”
이만주의 말을 끊은 먼터무는 손가락으로 지도를 짚으며 상황을 설명했다.
“뒤에 1만, 앞에 2만. 확실히 많은 병력이오. 하지만, 돌려 말하자면 이것은 조선이 북방에 당장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병력이란 소리요. 그 말인즉, 이들을 뚫으면 조선군이 우리를 쫓기 위해서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소리요.”
“응?”
먼터무의 설명에 이만주는 지도를 살피며 눈을 빛냈다.
아무리 명에만 신경을 쓰는 이만주라 하더라도 조선에 관해서는 기본적인 정보를 계속 수집하고 있었다.
가장 최신의 정보는 아니었지만, 그렇게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요즘의 조선군은 이성계가 살아있을 때의 조선군이 아니었다.
물론, 요즘 들어 다시 강화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조선군은 약해져 있었다.
“흐음….”
이만주는 눈을 빛내며 지도를 살폈다.
앞뒤로 길을 막아선 저 3만의 조선군은 그가 알기로 조선이 북쪽에 배치한 병력의 전부였다.
만약, 먼터무의 말대로 눈앞의 저 2만을 치워 버리면 조선은 당분간 힘을 못 쓸 것이 확실했다. 그 시간이라면 저 북쪽에서 다시 기운을 차리고 빌어먹을 우디거 잡종들을 쓸어버리고 덩치를 키울 수 있었다.
“무슨 말인지 알겠소. 그렇다면 병력들을 최대한 모아야겠군.”
“기병도 중요하지만, 보병도 중요하오. 보병의 진을 박살 내는 데에는 기병만으로는 수지가 맞지 않잖소?”
“그렇군. 그래서 오도리는 얼마의 병력을 내보낼 수 있소?”
“보병까지 2,000.”
“눈물 나는군.”
살짝 비아냥거린 이만주는 부하를 불렀다.
“족장들보고 모이라고 해!”
“예, 버이러!”
잠시 후, 훌리가이 부족의 족장들이 모두 모였다.
이만주와 먼터무의 설명을 들은 족장들은 단 한 번의 전투에 모든 것을 거는 일에 동의했다.
“어차피 외통이다! 이렇게 된 거, 저 조선놈들을 박살 내고 기사회생 한다!”
* * *
사흘 뒤, 길림의 남서쪽 평야에 양쪽의 대군이 대치하게 되었다.
조선군의 진형을 살피던 이만주가 욕설을 내뱉었다.
“정석대로 배치했군! 정석대로야!”
송화강을 등진 조선군은 인근에 살짝 솟은 구릉지를 중심으로 진을 구축하고 있었다.
본진의 좌익과 우익에는 기병대가 자리하고 있었고, 본진은 긴 장창을 든 병사들이 선두에 서서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었다.
“우디거, 이 잡종들은 어디에….”
그동안 자신들의 발목을 잡던 우디거 부족의 기병들을 찾기 위해 주변을 살피던 이만주는 이를 바득 갈았다.
“승냥이 같은 놈들!”
우디거 부족은 조선군이 자리한 구릉의 북쪽으로 길게 늘어서 있었다.
만약, 조선군이 제대로 발목을 잡으면 그 틈을 노려 아군의 옆구리를 치거나 후방의 부족들을 노리겠다는 의도가 뻔히 보이는 위치였다.
이만주는 근처에 있던 족장을 불렀다.
“부하들을 이끌고, 저 잡놈들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하쇼! 힘들겠지만, 우리가 조선군들을 족칠 동안만 견디면 돼!”
“예, 버이러!”
명령을 받은 족장은 곧 자신의 전사들을 이끌고 떨어져 나갔다.
우디거 부족을 견제하기 위해 나간 이들이 슬슬 자리를 잡는 것을 본 이만주는 먼터무를 돌아봤다.
“시작이오.”
먼터무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만주가 고함을 질렀다.
“전군 전진!”
“전진!”
“전진!”
이만주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기병들의 대군이 서서히 앞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의 뒤로 방패와 창을 든 보병들이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온다!”
“전원! 전투를 준비하라!”
“전투를 준비하라!”
지휘관들의 외침에 가장 선두에 선 창검병들은 마른침을 삼키며 전방을 노려봤다.
그들의 뒤에 선 총병들도 심호흡을 하면서 전방을 바라봤다.
구릉의 정상에서 이만주의 군대가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던 이숙묘가 무심한 표정으로 짧게 명령했다.
“화차들을 준비하도록.”
“옛!”
“화차가 시작인 것이옵니까?”
참모의 물음에 이숙묘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장군화통은 철환이 아깝고, 비격진천뢰는 사거리가 짧으니 화차가 제격이지. 연속 발사가 중요하니 제대로 준비를 시키게.”
“알겠사옵니다.”
이렇게 해서, 역사에 길이 남을 ‘길림전투’의 시작은 화차가 맡게 되었다.
잠시 후, 참모의 보고가 올라왔다.
“화차의 준비가 끝났습니다!”
“적들은?”
“화차의 사거리에 들어왔습니다.”
“그럼 방포하게.”
“옛! 방포!”
참모의 명에 기수가 신호기를 힘차게 휘둘렀다.
잠시 후,
쉬시시시싯!
귀를 찢는 소음과 함께 화차에서 발사된 수천 발의 신기전이 하늘을 메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