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all-purpose machine RAW novel - Chapter 254
256화
원래의 세계로 돌아왔다.
지나가던 거주민들이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기야, 당연하다. 이들은 저 세계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거대 전함 이 속속히 사라지는 걸 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안심을 시킬만한 여유는 없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저 세계의 시간은 흐르고 있을 것이며, 시간이 지체되면 지체될수록 그 들이 죽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나는 허공을 향해 중얼거리듯 물었다.
“어떻게 하면 되는 거지?”
「마스터, 시현궁으로 와주시기 바 랍니다.」
‘시현궁’이라는 단어를 듣기가 무섭게,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꽤 거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신체를 초월한 내가 시현궁에 도달하는 데는 채 일 분도 걸리지 않았다.
건물 내부에는 슈퍼컴퓨터가 놓여있었다. 내가 직접 만든 것이나, 혹은 안드로이드 로봇들에 의해 제조 된 것이 아닌 처음 보는 슈퍼컴퓨터였다.
나는 그것이 퀸이 거대 전함에서 얻었다는, 다른 세계의 퀸의 슈퍼컴 퓨터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그녀는 가운데 놓여있는 캡슐을 가리켰다.
그것은 현실 세계에서 사용했던 ‘게임 세계’ 캡슐과 동일한 외형을 지녔다. 나는 캡슐에 손을 가져다 대 정보를 확인했다.
「캡슐 001」
내구도 :???/???
설명 : 팀 아포칼립스 연구소에서 탄생한 최초의 캡슐. 무슨 재질로 만들어졌는지, 무슨 용도로 사용될 수 있을지는 불명. 다만 이 세계의 과학 기술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 로, 고도의 기술이 활용된 것만은 분명하다.
제한 : 메카닉(Mechanic) 정보를 확인한 나는 퀸을 바라봤다. 그것은 팀 아포칼립스의 연구소, 현실 세계의 알폰소가 말했던, ‘이스터 에그’에서 발견된 캡슐이었다.
그리고 나는 퀸에게 그것을 소각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지금 그것이, 이자리에 있다는 것은 그녀가 내 명령을 거부했다는 이야기 나다름이 없다.
「죄송합니다, 마스터.」
“이건, 나중에 꼭 이야기를 나눴으 면 좋겠네.”
하지만 그녀를 책하고 있을 수만도 없는 노릇이었다. 정황상, 이 캡슐이 시간 배율 장치라는 것은 분명해 보였으니까. 게다가 무엇보다도 그럴 시간이 없었으니까.
나는 그녀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캡슐을 향해 걸었다. 내가 앞에 서자, 캡슐이 활짝 열렸다. 안으로 걸 어 들어가자, 캡슐의 문이 닫힌다.
캡슐 내부는 넓고, 어두웠다. 나는 조용히 시트 안에 누웠다. 눕자마자 캡슐의 전원이 들어왔다. 영상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영상 안에는 쯔쉬안과 비슷하게생긴 여자가 앉아 있었다.
그녀는 나를 향해 담담하게말했다.
– 사용자, 박시현을 확인했습니다.
– 마스터(Master)임을 확인했습니다. 시간 배율의 한시적 사용을 허락합니다.
– 시간 배율을 설정해주시기 바랍 니다.
“시간 배율의 범위는 어느 정도로 설정해야 하지?”
– 그건 마스터의 마음대로입니다 만, 안드로이드 로봇 001을 쓰러트 리기 위해서는 150,000배를 추천 드립니다. 150,000배면 다른 세계에서1초가 흘러갈 때 이 세계에서는 150,000초가 흘러가며…
“그렇다면 추천대로 15만 배로 설정해줘.”
– 시간 배율을 150,000배로 설정 하겠습니다. 마스터, 다시 만날 날까지 좋은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억겁 같은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바깥세상이 가속될 동안, 나는 그 시간의 흐름을 고스란히 느껴야 만했다. 처음 한 달은 어느 정도 견딜 만했다.
그리고 두 달째에는 내가 미쳐버릴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했다. 그리고 세 달, 네 달, 다섯 달, 일 년, 이 년…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나는 점차 인간으로서의 나를 잊어버리기 시작했다.
시간을 세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에는, 감정마저 퇴색 됐다. 내가 어째서 이곳에 들어온 걸까? 지금이라도 당장 이곳에서 나갈까? 하는 생각이 치밀었다.
하지만 나는 나가지 않았다. 그런 생각이 치밀 때마다, 쯔쉬안의 얼굴 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마스터, 괜찮으십니까?」
퀸의 홀로그램이 내 앞에 떠올랐다. 나는 담담하게그녀의 이름을 되뇌었다.
“퀸, 다른 세계에서는 얼마가 흘렀지?”
「다른 세계에선 고작 8분가량이 흘렀을 뿐입니다. 최근 쉘터 아포칼립스의 과학 기술은 마스터가 들어가시기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 로 발달했으며, 질병을 완전 정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의료 기술 역시 크게 발달했습니다.」
「마스터, 견디기 어려우시면 지금 나오셔도 됩니다. 세계의 동결을 해 제하고, 지금 제조된 안드로이드 로봇들을 보낸다면 안드로이드 로봇 001과 약 30%의 승률을 가질 수 있으며, 마스터가 합류한다면 그 숭 률은 50%까지 치밀어 오르게 됩니다.」
‘50%-‘ 하지만 다시 말하면 절반의 확률로 패배한다는 말이다. 나는 입술을 잘 근잘근 깨물었다. 당장에라도 나가고 싶다는 욕구가 치밀었다. 그러나 나는 뒤로 누우며 태연하게말했다.
“괜찮아.”
퀸은 그런 나를 바라보며, 무언가 말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나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겠다는 둥, 눈을 감았다. 그리고 또다시, 또다시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부부부
플레이어들이 규합해서 달려들었지만 이세계의 박시현은 끔찍하게강력했다. 게다가 그의 보라색 쉴드를 뚫어낼 방법은 아즈사의 창만이 유일했는데, 그녀도 지쳐 쓰러진 상태였다.
즉, 플레이어들은 그 하나를 당해 내지 못하고, 패배했다. 지쳐 쓰러져서, 마음만 먹으면 그에 의해 죽임 당 할 가련한 처지에 놓이고 만 것이다.
“당신은 어째서 이런 일을 벌인 건가요? 정말 저 때문인가요?”
과도하게능력을 사용한 탓에 입술을 달달 떨고 있는 쯔쉬안의 물음에, 이세계의 박시현- 안드로이드 로봇 001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글쎄, 사실은 나도 잘 모른다.”
“그런데 대체 어째서…”
“내가 박시현에 의해 만들어질 때 그렇게 입력됐으니까. 쯔쉬안, 당신 은 당신이 살아가는 이유를 아는가?”
대답하지 못하는 그녀를 힐끔 쳐다 본, 그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전함이 모두 떨어진 세상의 하늘은 맑고 푸 르렀다. 그는 문득 지난 인생을 떠올렸다.
그가 유일한 진짜라고 믿고 살아왔 던 그는, 자신이 그저 만들어진 존재- 안드로이드 로봇일 뿐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그는 그 사실에 절망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진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가 자신을 만들었듯, 자신의 클론- 정확히 말하면 자신을 만든 ‘박시현’의 클론을 만들어냈다.
“나는 이 세계의 신이다. 그리고 너희들은 나의 피조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나와 유일하게대등한 자격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당신뿐이다.”
“개소리하지 마세요.”
그는 문득 생각했다. 기억 속의 쯔쉬안이 저런 말을 했던 적이 있었던 가.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내 피조물은, 박시현의 클론은 너를 버리고 도망갔다. 원래 그렇게 보잘것없는 놈이라는 소리겠지. 하지만 나는 아니다. 기계인 나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너를 버리고 도망 갈 일은 없다.”
그는 기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 의 기억에 들어있는, 정확히 말하면 그를 창조한 박시현의 기억 속에 있던 쯔쉬안의 죽음에 대한 기억을.
‘그런 일은 되풀이돼선 안 될 거야.’
“그래, 당신이 만들어냈다면서 당신은 당신이 만든 시현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나요. 시현은 도망칠 리 없어요. 우리를 버리고 도망친다 고? 그렇게 생각했다면, 당신은 시 현에 대해서 완전히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야.”
안드로이드 로봇 o이은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이제 고작 15분 정도가 지났을 뿐이다. 15분 동안, 고작 그 미개한 과학 기술로 나를 쓰러트릴 수 있는 공격 수단을 만들어내는 건 불가능 해. 단념해라. 너희들을 모조리 다시 내 실험관으로 보낸 후에, 나는 그 세계로 넘어가, 그 세계마저 멸망시 킬 거다.”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개소리하지마!”
드숀이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무의미했다. 몸 상태가 최상인 상태에서도 그를 당해내지 못했는데 잔뜩 지쳐 있는 지금에야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때였다. 닫혔던 포탈이 열렸다. 안드로이드 로봇 001은 고개를 갸 웃거렸다. 닫아버린 포탈을 자의적으로 열다니, 미치기라도 했단 말인가?
그리고 포탈 안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다름 아닌, 박시현이었다. 아니, 박시현의 DNA에서 탄생시킨 자신의 피조물.
“드디어 단단히 미쳤군. 네 발로 이곳을 걸어오다니, 네가 나를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박시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를 향해 손을 들었다. 그는 해볼 테 면 해봐라 하는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곧, 그의 웃음은 경직되고 말았다.
그를 둘러싼 에너지 쉴드가 와장창 부서져 버렸기 때문이다.
대체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아무리 자신의 세계의 과학 지식을 습득 했다 한들 그것을 응용하는 데는 ‘필연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습득하지 못한 스킬을 습득 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에너지 쉴드가 깨진 데 당황한 그는 당황해서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는 자신의 주먹이 그를 때려눕힐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그의 주먹은 너무나도 쉽게 가로막혔다. 그는 어떻게 된 일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어떻게 그가 자신의 주먹을 막아낸단 말인가?
그래, 백번 양보해서 자신의 에너지 쉴드를 깨트리는 것까진 이해할 수 있을지 몰라도, 신체 능력마저 갑자기 상승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 불가능한 일이었다.
‘신체 강화 시술? 아니 고 작 그 정도의 신체 강화 시술 능력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그는 또다시 얻어맞고 말았다. 살과 뼈로 이루어졌을 주먹을 이겨내지 못하고, 기계로 된 몸에 큰 충격이 전해진다. 그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럴 리 없다! 고작 너 따위의 피조물에게!”
그러자, 박시현이 입을 열었다.
“뭘 잘못 생각하고 있군.”
“……!?”
그의 얼굴이 충격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더 이상 변하지 않았다. 달려든 박시현이 정체 모를 총을 꺼내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기 때문이다.
펑!
그의 몸은 폭발과 함께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그는 어떠한 외마디 하나 남기지 못하고, 그대로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그리고 남은 것 은…
박시현밖에 없었다. 아니, 박시현이 맞는 건가? 쯔쉬안은 일말의 불안감을 느끼며 그에게 물었다.
“시현…?”
“쯔쉬안, 멀쩡해서 다행입니다.”
그제야, 그가 박시현임을 확인한 그녀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녀는 하늘을 바라봤다. 하늘은 그 어느 때 보다 푸르렀다. 이제 자신에게 닥쳤 던 위기는 완전히 사라졌다.
“당신들은…”
지하에 숨어있던 시리우스 인들도, 하나둘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오로지 희망찬 미래만이 그들의 앞날을 기다리고 있으리라.
그녀와 플레이어들의 입가에 자연 스레 미소가 어렸다.
「마스터, 정말 안 보셔도 괜찮겠습니까?」
다른 세계에서 흐른 시간은 41분이다. 연수로 따지면 그것은 약 27,28년에 해당 할 정도로 아득한 세월. 그 시간을 홀로 고독하게보내온 박 시현은 인간의 감정을 잃었다.
다시 되찾으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 이 필요할지는 그도 알 수 없었다.
때문에 그는 나갈 수 있음에도, 나가지 않았다. 그를 보내지 않고, 새로이 완성된 그의 클론을 보냈다. 다른 사람들이, 특히나 쯔쉬안이 위 화감을 느끼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괜찮아.”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곳에 갇혀 사실 수는-」
그는 더 대답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그는 기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퀸이 이세계 퀸의 기억을 받아들였 듯, 그는 방금 전투를 통해, 이세계 박시현의 기억을, 이세계 박시현의 생체 안드로이드 로봇의 기억을 받아들였다.
그 사실은 놀라웠다.
‘박시현은 이 세계를 만든 이의 정체를 알아내려 했고, 그에게 목숨을 잃었다는 건가.’
이세계 박시현은 거대한 제국을 세웠지만, 결국 ‘누군가’에 의해 목숨을 잃었고 그가 세웠던 거대한 제국 은 멸망했다.
그리고 정황상, 그 누군가는 자신 과자신의 세계를 노릴 확률이 높았다.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입을 열었다.
“시간 배율 장치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내가 계속 이곳에 남아야 하는 거겠지.”
「마스터, 시간 배율 장치를 더 사용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기억을 읽었듯, 너 역시 기억을 읽었을 거라 생각해.”
퀸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박시 현은 스스로 고행을 결심했다. 인간관계를 모두 포기하면서 까지 한 그 의 결심이 그에게 있어 어떤 의미일지, 그녀는 모르지 않았다.
그는 이 세계를 위해 스스로를 포기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다시, 억겁 같은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아득한 세월이 흐른 후, 닫혀 있던 캡슐의 문이 열렸다. 그가 기억하는 풍경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귀환을 환영합니다, 마스터.」
그는 무미건조한 얼굴로 다가갔다. 그때, 캡슐 옆에서 누군가가 그의 뺨에 손을 날렸다. 짝. 고통이 느껴 진 그는, 누군가를 바라봤다. 누군가는 다름 아닌 쯔쉬안이었다.
분명, 아득한 세월이 흘렀을 텐데도 그녀는 조금도 미모를 잃지 않았다.
“왜 혼자 그런 결정을 한 거예요? 시현.”
“이게 대체…”
퀸이 어둡지만, 한편으로는 쾌활하게말했다.
「시간 배율을 느낄 수 있는 건, 마스터뿐만이 아니라 다른 플레이어 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시간의 구애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로봇을 보내는 건너무 했잖아요! 내가 정말 모를 거라고 생각한 거예요?”
그녀는 그의 품에 안겼다. 그리고 그 역시,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그의 표정은 무미건조했지만, 그의 입꼬 리만은 올라가 있었다. 뒤이어 존슨 이 그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플레이어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낸다.
하늘에 떠다니는 거대한 우주 전함 들이 마치 그들을 축복하기라도 하듯,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대한 전함들.
그것은 그가 기억하는 전함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강력한 무기를 가진 전함들이었다. 이 세상에서 어떤 내일이 기다릴지는 그조차 예상할 수 없었다.
‘이거면 된 거겠지.’
그는 담담한 얼굴로 머리를 쓸어넘 겼다.
-<아포칼립스 만능기계>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