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ree Kingdoms, I became a general RAW novel - Chapter 100
100화. 물밑에서 움직이는 칼
원소·도겸군과 장료군이 팽팽하게 대치한 가운데.
낙양 동쪽 관문 사수관.
동탁은 이곳에 치소를 설치하고, 이유에게 명령을 내려 사방으로 정찰을 보내 연합군의 전력을 수집·분석하기 시작했다.
이유 치소.
“휴우, 정말 만만치 않군.”
수집한 첩보를 바탕으로 정보를 만들어 분석한 이유는 연합군의 전력을 확인하고는 혀를 내둘렀다.
지난번에 멋모르고 의병을 소집하여 몰려왔을 때는 황보숭의 군대를 제외하고는 오합지졸이란 느낌이 강했는데, 지금 살펴보니 모두 정예병이란 느낌을 받았다.
물론 냉정하게 살펴보면 황보숭의 군대를 제외하면 원술·조조·초화의 군대는 동탁의 군대에 비해 한 단계 아래임도 확인했다.
그렇더라도 오합지졸에서 자웅을 겨룰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경계 대상이었다.
“우린 그동안 대규모 전투를 벌인 적이 없지만, 황보숭은 공손찬, 오환, 선비족과 대규모 전투를 몇 번 벌였어. 조조·원술·초화도 대규모 황건적을 소탕하면서 경험을 쌓았고. 걱정이로구나.”
이유는 문득 겁이 덜컥 났다.
수성전에 취약한 서량군이었기에 개활지 전투에서 대패하는 날이면 그날로 동탁군은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컸다.
문득 그의 생각은 장료에게로 옮겨졌다.
‘이 여우 같은 놈은 만반의 준비를 했을 테니 걱정이 없고. 뒤통수나 치지 않으면 다행인데.’
손견·유언과 대규모 전투를 벌이며 실전경험을 쌓았고, 정예병을 증강한 장료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 경험에서 밀릴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다.
* * *
영천군 양책현 전장군부.
전장군부로 상인의 무리가 여러 대의 수레를 이끌고 입성했다.
군영은 많은 물품이 필요했기에 상인의 무리가 드나드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군영 안으로 들어선 상인의 우두머리는 멈춰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가후는 주변을 물리치고, 그를 데리고 곧장 장료의 치소로 안내했다.
“원 자사.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말 타고 왔습니다. 고생은요.”
원소는 손사래를 치고는 장료가 권한 의자에 앉았다.
“대곡관에는 얼마나 주둔하고 있습니까?”
원소는 곧바로 가장 궁금했던 부분을 질문했다.
“많아야 삼백을 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한꺼번에 군대를 진군하여 강력하게 몰아붙이면 바로 함락할 수 있을 겁니다.”
“다행입니다.”
원소는 만면에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낙양의 남쪽 관문이 사실상 열려있는 셈이었다.
만약 일천 이상의 병력이 주둔하며 굳건하게 대곡관을 지켰다면 원소로선 매우 피곤했을 것이다.
“낙양의 상황도 아십니까?”
“병력 대부분이 사수관으로 이동했다는 건 알지만, 그 이상은 모릅니다.”
“하긴. 그래도 그 정도 정보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런데 언제쯤 길을 열어주시겠습니까?”
“조금 지켜보시지요. 사수관에서 몇 번 교전이 일어나 동탁군의 사기가 어느 정도 꺾인 후에 원 자사께서 대곡관을 돌파하여 동탁군을 상대하는 게 낫습니다. 아직은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하니 조심하는 게 좋고요.”
“으음.”
“그리고.”
장료는 목소리를 낮춰 말을 이어갔다.
“황보숭·원술·조조·초화는 모두 원 자사의 동료이자 경쟁자 아닙니까? 그들의 힘을 이 기회에 빼놓으셔야지요. 그래야 나중에 상황이 원 자사에게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겠습니까?”
“푸하하하. 모두 전장군의 손바닥 위에서 놀고 있구려.”
원소는 섬뜩함을 느끼고는 오히려 대소를 터트려 속내를 숨겼다.
이런 원소의 임기응변에 장료는 감탄했다.
‘역시. 영웅은 영웅이로구나. 역사에서 조조에게 무너진 게 의아할 만큼 뛰어난 자다.’
장료는 옅은 웃음을 지으며 대화를 이어갔지만, 원소에 대한 경계심은 한층 강화되었다.
“중간에 뒤통수를 치시면 안 됩니다.”
“그건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혼례는 언제 치를까요?”
“전쟁 중이라 떠들썩하게 혼례를 치르는 게 좀 걸리는군요.”
장료가 난색을 보이자, 원소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곧바로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그럼, 원가의 딸을 보내겠습니다.”
“혼례 없이요?”
“전쟁 중인데 어쩌겠습니까? 대신 구박하지 말고 어여쁘게 봐주십시오.”
원소는 살짝 머리를 숙여 부탁했다.
떠들썩한 혼례식은 원소와 장료의 굳건한 동맹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전쟁이란 특수성으로 그걸 치르지 못했지만, 원소는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어차피 장료가 원가의 딸과 합방하고 처로 받아들이면, 사람을 풀어 예주를 비롯한 여러 주에 이 소문을 대대적으로 낼 테니까.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기에 원소는 여유가 있었다.
장료 역시 동탁을 처리하여 관중·서량·익주를 완전히 얻을 때까지 원소가 뒤통수를 치면 곤란했기에, 원소의 이런 꿍꿍이를 알면서도 웃으면서 동의했다.
“역시. 원 자사께서는 대인이십니다.”
장료는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둘은 대략적인 틀에서만 합의했고, 세부적인 부분은 아예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서로에게 깊숙이 참견하여 많은 부분을 알게 된다면 오히려 둘의 관계가 틀어질 가능성도 있었다.
원소가 돌아가자, 장료는 가후를 호출하여 그와 나눴던 내용을 가감 없이 전달했다.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믿겠소.”
장료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를 가까이 불러 은밀하게 지시했다.
“동탁이 폐위시킨 홍농왕이 진짜 황제요. 아마 동탁은 연합군을 상대하느라 그쪽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을 거 같은데, 은밀하게 정예병을 보내 홍농왕을 데려오시오. 내가 듣기로 홍농왕은 지금 민지현에 있을 것이오.”
민지현은 홍농군의 동쪽에 있는 현으로 험한 산지로 둘러싸인 대형분지였다.
이곳은 비록 홍농군이었지만, 홍농군이 위치한 관중보다는 낙양에 훨씬 가까웠다.
“민지현이라면 빼내 오는 게 쉽지 않겠군요.”
“나무꾼만 다니는 산길을 통해 접근해야 하오. 큰길로 간다면 분명 이유가 눈치챌 테니까.”
“이유가 골치 아프군요. 대놓고 감시하고 있으니까.”
“그렇지. 그놈만 아니었어도.”
장료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가후를 바라봤다.
“할 수 있겠소?”
“무조건 해야 하는 일 아닙니까?”
“그렇소. 이 상태로 동탁이 무너진다면 ‘진짜 황제는 누구냐?’라는 문제가 제기될 테고, 그럼 홍농왕을 다시 황제로 추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될 것이오.”
“참으로 영명하신 판단입니다.”
“누굴 보내면 좋겠소?”
가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술을 뗐다.
“서황을 보내시지요. 매우 용맹할 뿐만 아니라 관중과 낙양의 지리에 밝습니다. 또 냉철하고 결단력이 있으니,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최고의 선택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서황이라면 믿을 수 있지. 그를 불러오시오.”
“예.”
가후는 공손히 군례를 올린 후 물러났다.
잠시 후.
서황은 곧장 들어와 군례를 올렸다.
“부르셨습니까?”
“서 교위. 중요한 임무를 맡기려 하네.”
“명령만 내리십시오.”
“민지현에 홍농왕 전하께서 머무르고 계신 데, 그분을 완성으로 모시게. 할 수 있겠는가?”
“목숨을 걸고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서황은 굳은 표정으로 군례를 올리며 대답했다.
장료는 이번 사안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분은 비록 폐위되었지만, 다시 황제에 오를 것이네. 그러니 만났을 때 예를 갖추시게. 다만, 산을 넘어야 하는데 그때는 가마를 사용할 수 없을 것이야. 그때 그분께서 딴소리하거든 강압적인 수법을 써서라도 데려오게.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는가?”
“싫다고 해도 억지로 끌고 오라는 말씀입니까?”
“정확하네.”
서황이 흠칫하는 표정을 지었다.
만약 홍농왕이 다시 황제에 오른다면 이것이 큰 문제로 비화할 수 있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 교위.”
“예.”
“백파적의 군리였던 자네를 여기까지 끌어올린 게 날세. 그리고 난 자네를 대장군감으로 생각하고 있다네. 그러니 걱정하지 말게. 만약 폐하께서 자네에게 원한을 품더라도 내가 끝까지 지켜줄 테니까.”
“죽음으로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고맙네. 그리고 미안하네. 이런 힘든 임무를 맡겨서.”
“소장이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럼, 준비되는 대로 출발하겠습니다.”
“고생하시게.”
장료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황의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서황이 물러나자, 가후가 조심스럽게 진언 올렸다.
“강압적으로 데려왔다가 그분이 정말로 황위에 오르면 곤란해지는 것 아닙니까?”
“난 내 사람을 지킬 것이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장료는 일고의 여지도 없다는 듯 단호하게 대답했다.
새로운 제국을 세울 의지가 충만한 장료였기에 대장군을 맡을 재목인 서황을 내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가 별가.”
“예.”
“내겐 황제보다 내 사람이 더 중요하오. 그리고 이제까지 내 사람을 버린 적이 없소. 대답이 되었소.”
“소신이 큰 실언을 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일어나시오.”
장료는 빙그레 웃으며 가후를 일으켜 세웠다.
“아까 황제보다 내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했던 말은 빈말이 아니오. 그리고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내 사람을 지킬 것이오. 그러니 그대도 의심치 말고 나를 따라오시오.”
장료는 가후를 달랬다.
충분히 걱정할 만한 상황이었기에 장료는 더욱 단호하게 자기 입장을 밝혔다.
비록 장료는 동탁을 배신했고, 나중에는 원소도 배신할 테지만, 적어도 부하들에게는 신뢰를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황제에 맞서 부하를 지켜주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더더욱 나를 믿고 따르겠지.’
장료는 이 부분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황제가 아무리 명령을 내리더라도 이 부분에서는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이기에.
* * *
영천군에서 길게 대치가 이뤄지는 가운데.
사수관 앞 넓은 개활지에서는 동탁과 연합군 간에 치열한 교전이 펼쳐졌다.
연합군이 지난번보다 강해진 건 분명했지만, 동탁이 친히 사수관까지 나와 장병들을 지휘했기에 전투는 팽팽하게 진행되었다.
특히 동탁은 이번 전투를 앞두고 마등·한수 기병을 데려왔는데 이것이 신의 한 수가 되었다.
기존의 이각·이몽·장제·번조 등 주축 세력은 낙양에 오래 머무르면서 다소 느슨해지고 전투력이 약해졌었는데, 방덕이 이끄는 마등기병과 성공영이 이끄는 한수기병은 강력한 전투력으로 그들의 전투 본성을 일깨워주었다.
팽팽한 전투는 양측의 군사력을 서서히 고갈시켰다.
동탁 치소.
“전하. 전장군에게 구원요청하는 게 어떻습니까?”
이유의 보고에 동탁은 인상을 찌푸렸다.
“과인이 도와주지 못할망정 손을 벌리란 말인가? 그쪽은 원소·도겸이 5만이 넘는 대군을 이끌고 왔어. 전장군이라면 힘들어도 병력을 내어주겠지만, 그럼 내 체면은 뭐가 되는가? 쯧쯧.”
동탁은 단칼에 이유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런데 왜 그런 제안을 하는가?”
동탁은 슬그머니 의심이 들어 질문했다.
“연합군의 힘이 만만치 않으니까요.”
“전장군이 힘을 보내준다고 하더라도 전황을 뒤집을 정도는 아니야. 영감도 뻔히 그걸 알 텐데, 왜 그런 제안을 한 거야?”
“영천군에서는 전투가 벌어지지 않고 대치 상태가 길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뭐야? 지금 또 전장군을 의심하는 건가?”
“아닙니다. 여유가 있는 쪽에서 여유가 없는 쪽을 도와주는 게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말씀드렸을 뿐, 다른 의도는 없습니다.”
“전장군에게 도움 요청하지 않을 테니, 다시는 그런 말 꺼내지 말게. 만약 영천군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전장군도 여유가 없어.”
“알겠습니다.”
이유는 아쉬움을 삼켰다.
장료의 행동이 미덥지 않았기에 그의 군대를 데려와 인질로 삼을 생각이었는데, 틀어졌다.
동탁이 의심하는 눈길을 보냈기에 더는 이 제안을 밀어붙이지도 못했다.
“그건 그렇고. 황보숭 이 자식을 어떡하나?”
황보숭만 아니라면 원술·조조·초화 연합군은 물리칠 수 있다고 자신하는 동탁이었다.
“전하. 황보숭말고도 다른 자들도 만만치 않습니다. 단번에 저들을 깨뜨리려고 하지 마시고, 시간을 끌어 저들을 지치게 만들어야 합니다. 저들은 멀리서 왔기에 시간이 길어질수록 군량 보급을 비롯한 여러 면에서 문제가 생길 테니까요.”
이유는 조심스럽게 진언했다.
호전적인 동탁과 그의 장수들이었기에 받아들이지 않으면 몇 번이라도 진언 올리려고 생각했는데, 동탁은 의외로 쉽게 받아들였다.
“영감 말이 맞아. 저놈들 다 만만치가 않아. 특히 조조 이놈은 별거 아니라고 봤는데, 아주 대단해.”
“그렇습니다. 절대 만만한 자들이 아닙니다. 지난번처럼 전장군이 원소·도겸군을 물리친 후에 저들을 압박하는 그림이 최선입니다.”
“쯧쯧. 전장군이 없었다면 큰일 날 뻔했어. 전투가 끝나면 다시 그를 거기장군으로 승진시켜야겠어.”
“그리하시지요.”
이유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동탁과 맞서기 싫어 곧장 찬성했다.
“홍농왕은 뭐 하러 그런 짓을 한 거야. 쯧쯧.”
동탁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혀를 찼다.
홍농왕이 황제일 때, 장료의 거기장군을 회수한 후 전장군과 태복, 형주자사를 내렸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동탁이었다.
“전하. 그럼, 이제부터 전투는 신중하게 진행하겠습니다.”
“그리하게. 그리고 허점이 보이는 기병을 투입해서 무참하게 무너뜨려.”
“전하.”
“왜?”
“이제껏 빈틈없던 저들이 갑자기 빈틈을 보인다면 그건 함정일 가능성이 큽니다. 오히려 우리 기병전력을 소모하려고 함정을 팔 가능성이 크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이유의 진언에 동탁은 뜨끔한 표정을 짓더니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왕 이유의 진언을 받아들인 이상, 굳이 여기서 각을 세우고 싶지 않은 동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