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singer who returned from the sea RAW novel - Chapter 124
124화. 슈팅 스타, 그리고.
[지혜야.]“응.”
[너는] [가수가 되고] [싶댔지?]“그렇지.”
[가수가 되면] [무엇을] [가장] [하고 싶어?]중학교 2학년 무렵이었을까.
그날은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발표를 하는 시간이었다.
지혜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나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썼고.
그 수업이 끝나고, 쉬는시간이었다.
나는 지혜에게 할 말을 패드에 적어 보여주고 있었다.
지혜는 그럴 때마다, 패드를 한 번 보고, 나의 눈을 한 번 보고, 입술까지 시선을 옮긴 뒤에 나에게 대답했다.
“음···, 글쎄. 일단 앨범도 내고, 가요 프로그램도 나가고, 상도 받으면 좋겠다. 그렇게 사랑 받는 가수가 되어서, 나를 사랑해주는 팬들이 가득 모인 공연장에서 콘서트를 하고 싶어.”
나는 패드에 적었다.
[끝이야?] [더 없어?]그러자 지혜는 말했다.
“그때가 되면···, 또 새로운 꿈이 생기지 않을까? 지금의 나로서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분명 더 하고 싶은 일이 있을 거야. 만약 그게 아니라면, ‘여기서 죽어도 좋다’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
[그렇구나]“너는 어때? 작가가 되면 꼭 하고 싶은 게 있어?”
[작가는···] [상상만 하겠지]“오오···, 뭔가 장엄한데···, 그러면 작가님. 가수가 된 저는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아하하,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콘서트를 마친 저는 어떤 길을 걸어가게 될까요? 척척작가님 알아맞혀 주세요.”
음······.
나는 미래에 가수가 된 지혜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그러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바람이 아주 많이 부는 날에, 긴생머리를 휘날리며 환하게 웃고 있는 채로 노래를 부르는 지혜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환호를 받으며 콘서트를 마친 지혜는 집에 돌아간다.
집에는 지혜의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있고, 그곳에서도 지혜는 사랑 받고 축하 받는다.
모두가 떠나간 밤.
지혜는 홀로 잠들 것이다.
지난 콘서트에서 자신이 겪은 일들을 회상하며, 긴 잠에 빠질 것이다.
그 다음 날 아침.
첫 번째 꿈을 이룬 지혜의 인생은, 이제부터 콘서트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다.
꿈을 이룬 이후의 삶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포기한 것들과 대면하고, 그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얻은 것들의 도움을 받으며 이어질 것이다.
그것은 냉혹할 수도 있고, 여전히 따뜻할 수도 있다.
무엇이 되었건, 꿈 다음은 현실이다.
어떤 현실이 지혜를 기다리고 있을까.
나는 상상해보았다.
마치 내가 꿈꾸기라도 하는 것처럼······.
*
어느덧 콘서트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그동안 우리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콘서트를 보러 와준 지인들이 잦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M 실용음악 학원 동기들과, 싱 앤 스트리트 참가자들, 그리고 각자의 가족과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의 가족은 오지 못했다.
그래도 아버지는 어머니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내주셨다.
어머니는 헤르츠 레코드에서 제공한 콘서트 라이브 영상을, 모두 챙겨보고 있다 하셨다.
1회차 2회차 모두 같은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는 콘서트인데, 어머니는 둘을 각각 3번씩 돌려볼 정도로 나의 공연에 푹 빠져 있다고.
“그런데 마이크는 왜 찾는 거니? 손에 쥐고 있잖아.”
아버지는 통화에서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그게 웃겨서 한참을 웃었다.
“아빠, 그건 비유에요.”
“비유? 무슨 비유?”
“어······, 그런 게 있어요. 나중에 한국 가면 알려드릴게요.”
그러자 아버지는 그런 말씀을 남기셨다.
“어머니는 마이크가, 율이에게 중요한 무엇이었을 것이라 하시더라. 사람이거나 사물일 거래. 무엇이 됐든, 율이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 것이라면 다행이다!”
그렇게 마지막 콘서트 날이 되었고, 우리는 애매모호한 마음으로 무대를 준비했다.
1회차 때는 모든 게 처음이라 낯설었고, 2회차 때는 적응이 되지 않아서 두려웠다.
3회차가 된 지금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낯설지도 두렵지도 않지만, 다소 서글픈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동안 너무나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이따금 공연 막바지에 노래를 부르다가 관중석에서 울고 있는 팬의 얼굴을 마주할 때면, 내가 더더욱 울고 싶었다. 우는 사람과 우는 사람이, 서로의 우는 얼굴로 서로를 위로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슬픔의 눈물이 아니고 기쁨의 눈물일 때에만 그렇다.
콘서트를 하는 도중, 이따금 예전에 꾸었던 꿈이 생각났다.
다시 말을 할 수 있게 되고, 얼마 안 가서의 일이었지.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콘서트에서 나는 무대 직전,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무대가 끝날 때까지 아무 소절도 부르지 못한 나는 절망했고, 끝내 그 악몽에서 깨어난 이후로도 불안에 떨었다.
물속에서 더 이상 노래가 들려오지 않았을 때.
그때 꾼 꿈 생각이 잠시 뇌리를 스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이제 물속의 노래가 없어도 괜찮다.
승현이와 예송이형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마지막 콘서트에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면.
어쩌면 그것도 괜찮을지 모르겠다.
이미 받을 수 있는 모든 사랑을 받은 것 같다.
차라리, 이 모든 게 다 꿈이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지만 꿈이 아니라는 건 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나는 그동안 내가 상상할 수 없던 길을 걸어왔다. 나의 상상력보다 더 아득한 꿈을 나는 꿔본 적이 없다.
이게 현실이다.
나는 첫 번째 콘서트의, 마지막 회차를 앞두고 있다.
틀림없이 눈부실 것이다. 오늘은 날씨가 좋으니.
*
무대 위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콘서트의 첫 곡이 끝나면, 늘 짧게나마 멘트를 했다.
오늘 준비한 멘트는···.
“어느덧 마지막 날이 되었군요.”
내가 말하자 관객석에서는 일제히 “아아아······” 하는 탄식이 터져 나온다.
“늘, 저희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하면 순식간에 탄식은 다시금 환호성으로 뒤바뀌고.
“그러면, 마지막까지, 뜨겁게 즐겨봅시다!”
이 멘트와 함께 승현이가 강렬한 일렉기타 사운드를 내고, 예송이형이 곧장 반주에 들어가면.
격렬한 환호성과 함께 콘서트장의 분위기는 열광의 도가니가 된다.
그때부턴 나도 이성의 끈을 간신히 붙잡으며, 큐시트에 맞게 노래의 순서를 이어가며 무대를 즐긴다.
하지만 EP 앨범 에 수록되어 있는 를 부를 때면, 이 플로리다 사람들의 귀가 멎을 듯한 환호성을 참고 있기가 힘들다.
‘아직 관중석 난입은 일러!’
이 말을 자꾸만 되새기곤 한다.
그리고 다음 수록곡인, 의 무대가 끝나면, 잠시 다음 순서를 위해 무대를 정돈하는 동안, 관객들은 일제히 무대 위로 사탕을 던진다.
미국에서 사탕은 청소년기의 순수성을 상징하는 간식이다. 그 사탕들은 대부분 편지가 함께 묶인 채 무대 위에 던져진다.
첫 콘서트 날, 내가 무심코 사탕을 집어 들고 거기에 묶인 편지를 읽어본 이후로, 사람들은 더더욱 사탕에 편지를 매달아 던졌다.
그 어떤 발렌타인데이나 할로윈에도 나보다 사탕을 많이 받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느덧 공연은 막바지에 이르고.
시간은 밤 9시를 넘어가는 시각.
이 시간만 되면 플로리다의 실내공연장의 천장이 열린다.
앵콜 무대를 제외하면 모든 공연 일정이 끝난 시간이다. 이때에는 콘서트장의 모든 조명이 꺼진다. 비상조명을 제외하곤 말이다.
관중들은 앵콜을 부르다가,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고, 그곳에 펼쳐져 있는 밤하늘을 마주하게 된다.
오늘은 날씨가 좋다.
밤하늘에 떠 있는 별들이 아주 잘 보인다.
그때였다.
“Oh!!! shit!!!”
누군가 격정적으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 순간 관중석 여기저기서 비슷한 감탄사가 나왔다.
“혜성이 지나갔어.”
승현이 말했다.
방금 전 혜성이 관측되었다는 소식은, 관중석에도 더러 있는 발견자들에 의해 빠르게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그러자 관중들은 점차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외쳤다.
““앵콜! 앵콜! 앵콜!””
그건 마치, 우리들과 밤하늘, 모두에게 하는 앵콜 같았다.
그때부턴 나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밤하늘을 관찰했을 때 1시간 동안 보이는 유성우의 개수를 ZHR(Zenithal Hourly Rate)이라고 한다.
이날 플로리다의 오후 9시 ZHR은 20이었다.
그리고 그 중 세 개의 유성우가, 콘서트장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보는 시간대에 관측되었다.
두 번째 별이 지나갔을 때.
관중들은 세 번째 슈팅 스타를 보기 위해 더욱 열정적으로 앵콜을 외쳤고.
나는 무대 관계자들이 모인 곳에서 말했다.
“세 번째 별이 큐 사인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앵콜 무대 준비를 마쳤고.
이윽고.
세 번째 슈팅 스타가 밤하늘에 밝은 획을 그렸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관객석의 환호성과 함께, 콘서트장의 조명이 환하게 켜지고, 예송이형의 피아노 반주가 시작된다.
콘서트의 마지막 날, 앵콜 무대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
콘서트가 끝났다.
이제 이 콘서트는 돌이킬 수 없다.
하지만 후회 없이, 나는 이 콘서트에 모든 걸 쏟아 부었고. 즐길 수 있는 모든 것을 즐겼다.
모두가 떠난 콘서트장.
우리의 요청에 의해, 무대 관리 팀에서는 조명 장치와 스탠딩 마이크 하나만 남겨두고 철수했다.
나는 천장이 닫힌 실내공연장 무대 중앙에 누워, 공연장 전체에 감도는 푸른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덧 승현이와 예송이형도 옆에 와서 누웠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도, 서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알았다.
그래서 따로 묻지도, 말하지도 않았다.
한 시간 정도 그렇게 누워 있었을까.
“이제 돌아가자. 집으로.”
예송이형이 말했다.
“나 배고파.”
승현이 말했고.
나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안녕, 마이크···.”
무대 위에는 스탠딩 마이크 하나만 남아 있을 뿐이었고.
그것도 얼마 가지 않아 정리되었다.
우리는 헤르츠 레코드 본사로 돌아가, 수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파티를 즐겼다.
술은 마시지 못했지만 마음껏 취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파티마저 끝낸 우리는, 76층에 돌아왔다.
“잘 자.”
“수고 많았다.”
마치 남자 세 명이서 무슨 여행을 온 것 마냥, 건성으로 인사를 나눈 뒤.
우리는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방에 돌아와서 생각한다.
사실, 승현이와 예송이형에게는 비밀이 있다.
그건······.
마이클이 오늘 콘서트장에 있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