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ree Kingdoms, I became a general RAW novel - Chapter 99
99화. 낙양진군
전장군부.
놀라운 인물이 전장군부를 방문했다.
“아니, 낭중령께서 어쩐 일로.”
장료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쳐 지나갔다.
“전하의 명으로 왔습니다.”
“말씀하시지요.”
전령을 보내거나 중간급 장수나 관리를 보내면 족한데 동탁은 ‘어찌 한중왕부 2인자인 이유를 보냈을까?’ 하는 의문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낙양에서 1,285명이 죽었고, 대신 중 대부분이 파직되었고 귀향 갔습니다. 낙양 백성의 절반이 난을 피해 도망쳐 이제 낙양은 예전의 모습을 되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리고 전하께서는 폐위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저를 이곳에 보낸 목적도 그것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지요. 전장군.”
“말씀하십시오.”
“원망스럽습니다. 진심으로 전장군이 원망스럽습니다.”
이유의 벌게진 눈에는 원망과 한이 가득했다.
장료는 주변을 물렸고, 이유와 독대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십시오.”
“원망스럽다는 말에 표정이 조금도 변하지 않는군요.”
“모두를 만족시키며 살 순 없으니까요. 전하께선 전하의 길을 걸으시고, 저는 제 길을 걸으면 그만입니다. 낭중령께선 낭중령의 길을 걸으시고요. 뒤돌아보며 후회하고 원망하는 건 어리석은 소인이나 하는 짓이지요. 전 앞만 보고 힘차게 걸어갈 생각입니다.”
장료는 단호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가 동탁을 충동질했으니, 일말의 미안함이라도 내비칠 것으로 생각했었던 이유는 충격이 컸다.
그걸 예측했는지 장료가 한마디 했다.
“내가 미안해해야 하는 겁니까?”
“전장군께서 전하를 선동하셨으니 당연히 양심이 있다면….”
“양심이라…. 그동안 서량과 관중에서 수많은 양민을 학살하고 약탈할 때 낭중령은 뭐했습니까? 분명 그때 침묵하거나 소극적으로 만류했겠지요. 그래 놓고 내게 미안함을 운운하면 웃음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어차피 일어날 일이 일어났을 뿐입니다. 아닙니까?”
장료의 얼굴에는 비웃음이 가득하자, 이유는 이를 악물고 질문했다.
“전하와의 혼인동맹을 파기하는 겁니까?”
“내가 혼인동맹을 파기할 만큼 잘못을 했습니까? 아니면 전하의 뜻입니까? 이 사람의 실수를 유도하겠다고 어설프게 넘겨짚지 마시고 할 말 다 했으면 돌아가세요. 제가 그렇게 한가하지 않습니다.”
장료의 냉정한 축객령에 이유는 다시 이를 악물었다.
“수춘성에 머물렀던 군대가 북상하고 있다고 들었고, 원소가 각 주의 주자사 및 태수와 활발하게 서신을 교환하며 낙양진군을 들먹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유의 날 선 말이 장료의 귀에 꽂혔다.
장료는 내심 놀랐지만, 시큰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원소가 그런 짓을 하는 건 내가 알 바 아니고, 수춘성의 군대를 불러 모은 건 혹여 있을지 모를 위험 상황에 대비한 것입니다. 그리고 수춘성에는 원소를 상대할 충분한 병력을 남겨두었으니 쓸데없는 의심은 그만두시고 돌아가시지요.”
“마지막으로 하나 더 묻지요. 만약 원소를 비롯한 중원의 무리가 낙양진군을 한다면 전장군은 한중왕부를 전력으로 돕겠습니까?”
“동맹을 맺었습니다. 그것에 충실할 뿐입니다.”
장료의 말은 실로 교묘했다.
동맹의 주어를 생략하고 말했는데, 이유가 들었을 때는 동탁에게 최대한 협조한다는 뜻으로 들렸다.
하지만 장료 입장에서 보면 동맹은 원소, 동탁과 맺었으므로 충실할 대상은 원소인지 동탁인지 명확하지 않았다.
그걸 알 리 없는 이유는 그나마 굳었던 표정을 풀었다.
“그 약속 지키셔야 합니다.”
“어찌 동맹을 우습게 여기겠습니까? 충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돌아가세요.”
이유는 물끄러미 장료를 바라보았다.
‘폐위하려는 동탁을 말려줄 수 없겠냐?’고 부탁하고 싶었지만, 지금의 사태를 만든 게 장료였기에 그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내려갔다.
이유가 물러나자, 장료는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창틀에 손을 얹고 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동맹에 충실해야지. 내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동맹에.”
* * *
낙양 황궁.
“이제 물러나시지요.”
동탁은 갑주를 입고 칼을 뽑아 든 채 황제 앞에 서서 위압적으로 소리쳤다.
이미 수많은 대신이 갈려 나간 걸 알기에 황제는 그전처럼 여유를 부리지 못하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전장군은 오지 않습니다. 그러니 결단을 내리시지요. 폐하 스스로 그 자리에서 내려오는 겁니다.”
“한중왕께서 전장군이 올라오지 못하도록 막았소?”
“그가 스스로 결정한 일입니다.”
“거짓말! 거짓말하지 마시오!”
황제는 그럴 리 없다며 고함을 질렀다.
“결정하십시오. 내려오시지 않겠다면 강제로 끌어내겠습니다.”
동탁은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흉흉한 눈길로 황제를 위협했다.
그동안 받았던 스트레스를 이번에 다 풀고 있었고, 마지막으로 황제 한 명만 남았기에 동탁은 조금도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어허, 죽어서 조상님을 어찌 뵐꼬? 이제 동씨의 세상이 된단 말인가?”
“동씨는 얼어 죽을. 폐하께서. 아니 이제 전하께서 힘들어 쉬고 싶다니 하니 쉬게 만들어드리는 것이오. 홍농왕이 되셨으니 편히 쉬시오. 그리고 다음 황제는 동생 진류왕 유협이 될 것이오. 일어나시오.”
동탁은 절차를 무시하고 황제 아니 홍농왕을 끌어냈다.
밖으로 끌려 나온 홍농왕은 부인과 함께 강제로 가마에 태워졌고, 곧바로 홍농군을 향해 출발했다.
“폐하. 이곳에 앉으십시오. 이제부터 이 자리가 폐하의 자리입니다.”
진류왕 유협은 동탁을 두려운 모습으로 바라보다 그의 손에 이끌려 용상에 앉았다.
서탁에는 윤허해야 할 장계와 상소문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보시고 윤허하여 주십시오.”
“지금하란 말이오?”
“지금.”
동탁은 맞은 편에 털썩 앉아 진류왕 아니 황제를 노려보았다.
새롭게 황제가 추대되었음에도 모든 절차를 깡그리 무시하고 바로 대전으로 끌고 와 일부터 시키는 동탁이었다.
조금이라도 유학을 배웠다면, 아니 상식적인 인물이었다면 절대 이런 짓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동탁은 그동안 본성을 꾹꾹 눌러 참았고, ‘역적’, ‘미친놈’ 등 온갖 욕설과 비난을 들으면서 심적으로 굉장히 지치고 분노한 상태였기에 주변의 조언에 귀를 닫고 하고 싶은 대로 일을 처리하는 중이었다.
황제는 장계와 상소문을 제대로 읽어보지도 못한 채 기계처럼 옥새를 찍었다.
동탁은 부하를 시켜 그것들을 들고 대전을 나왔다.
홀로 남은 어린 황제는 고개를 숙인 채 그저 소리 내지 못하고 울며 눈물을 떨궜다.
* * *
황제가 바뀐 이후 장료는 굳이 황제를 찾지 않았고, 동탁과 사손서를 잠깐 만났다.
예전에는 한 달에 보름은 낙양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한 달에 사나흘이 고작이었다.
동탁은 장료가 황제와 친분이 컸다는 걸 알기에 그의 마음이 상해서 그런 것으로 생각하고, 굳이 그를 탓하지 않았다.
두 달 후.
한중왕부.
이유는 대경실색하여 급히 동탁을 찾았다.
“무슨 일로 그리 허둥대는가?”
동탁은 이유를 보고 혀를 찼다.
“전하. 사방에서 군대가 들고 일어났습니다. 예주·연주·서주·청주·기주의 군사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그전보다 규모가 크고 병사들도 훨씬 정예화되었습니다.”
“걱정할 필요 없어. 어차피 남쪽에서 전장군이 막아줄 테니까. 예주·서주는 전장군에게 팔밀이하고, 나머지는 내가 막으면 돼.”
동탁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이미 황제를 폐할 때부터 그들의 반발을 예상했었기에 동탁은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지난번에 그들을 쉽게 물리쳤기에 이번에도 물리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이 있었다.
“영감. 지난번에 전장군을 만났을 때, 동맹에 대해 어떻게 언급했다고 했지?”
“충실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럼 된 거야. 입이 가벼운 자가 아니니 자기 말을 지키겠지. 우린 우리가 할 일만 충분히 하자고. 대곡관은 백 명만 남겨둬서 기본적인 경계만 하도록 하고, 나머지는 모두 사수관으로 끌어올려.”
대곡관은 낙양 남쪽에 있는 관문이었고, 사수관은 낙양 동쪽에 있는 관문이었다.
낙양은 황하와 산지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중원의 세력이 낙양을 공격하려면 사수관과 대곡관을 반드시 통과해야 했다.
대곡관은 영천군과 연결되어 있었고, 장료가 확실하게 그곳으로 공격해오는 적들을 막아줄 것이란 확신이 있었기에 동탁은 그곳의 병력을 뺄 수 있었다.
“그랬다가 전장군이 무너지기라도 하면 큰일입니다.”
“뭐? 푸하하하.”
동탁은 대소를 터트렸다.
“영감. 늙더니 총기가 떨어졌군. 전장군이 원소, 원술, 도겸 따위에게 패할 거 같은가? 황보숭이 직접 나서지 않는 한 전장군을 무너뜨릴 자는 존재하지 않아. 그러니 쓸데없는 의심 좀 그만하게. 그러다가 전장군이 화가 나서 정말 나를 돕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어쩌려고? 전장군이 자네를 내치라고 요구하면 어쩌란 말인가? 그놈의 의심 좀 그만해!”
동탁은 버럭 소릴 질렀다.
이유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몸을 떨었다.
대곡관에 최소 일천의 병사는 남겨두고, 낙양에 예비대를 남겨둔다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었다.
장료가 무너지더라도 그들이 험한 대곡관에서 버틸 테고, 그 사이에 병력을 지원하면 되었다.
그런데 백 명이 지키고 낙양에 예비대가 없다면, 장료가 무너졌을 때 속수무책으로 대곡관이 뚫릴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영감.”
“예.”
“대곡관과 영천군은 신경을 꺼. 영감 말대로 저들이 훨씬 강해졌다며. 그렇다면 사수관에 모든 병력을 집중해야 이길 수 있지 않겠어?”
“그렇습니다.”
“그럼 내 말대로 진행해.”
“낙양에 예비대 오천이라도 남겨두십시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합니다.”
“후우, 정말 답답하군.”
동탁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지만, 결국 이유의 제안대로 낙양에 오천의 예비대를 남기기로 했다.
지난번처럼 산조현에는 기주·연주·청주 세력이 몰려들었고, 영천군 남쪽 영음현에는 예주·서주 세력이 진군했다.
동탁은 사수관으로 치소를 옮기고 병력을 그곳에 집결시켰고, 장료는 양책현에 그대로 병력을 주둔시켰다.
영음현에서 대곡관으로 향하려면 반드시 양책현을 통과해야 했기에 장료는 굳이 전장군부를 떠날 필요가 없었다.
산조현 황보숭 치소.
황보숭 치소에는 조조, 원술, 초화가 탁자를 사이에 두고 앉았다.
지난번에 원술이 주도권을 잡았다면 이번에는 황보숭이 주도권을 잡았는데, 그 이면에는 조조의 급부상으로 원술의 힘이 절반 이하로 꺾여버렸기 때문이었다.
또 원소가 이번 일을 주도하면서 완전히 주도권을 잡았고, 원술은 그저 돕는 위치로 전락했다.
원술은 원소가 주도권을 잡는 게 못마땅했지만, 대의명분에 밀려 이렇다 할 방안을 마련하지 못 한 채 여기까지 끌려왔다.
그렇다고 이런 중요한 상황에서 발을 빼면 그야말로 엄청난 비난을 받을 게 분명했기에 어쩔 수 없이 군대를 이끌고 참전했다.
그렇기에 황보숭을 바라보는 원술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역적 동탁을 이번에야말로 무너뜨려야 합니다.”
“사수관은 매우 험한 관문이고 동탁의 군대는 매우 강성합니다. 쉽지 않아 보이는데 어떤 계책을 갖고 있습니까?”
조조가 조심스럽게 질문하자, 황보숭이 미소를 짓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여러분들도 알 때가 되었습니다. 우리의 역할은 동탁이 한눈팔지 못하도록 사수관에 붙잡아두는 것입니다.”
“허어, 무슨 말씀이신지?”
“우리가 이곳에서 동탁과 강력하게 맞붙는다면 그는 다른 곳에 신경을 쓸 엄두를 내지 못할 겁니다.”
“답답한 소리 그만하시고. 여기서 사수관을 뚫지 못하면 영천군에서 대곡관을 뚫을 거 같습니까? 장료는 동탁보다 더 강합니다.”
원술이 결국 참지 못하고 끼어들어 정색하고 황보숭을 비난했다.
하지만 황보숭의 표정은 변함없었다.
그는 침착하게 놀라운 사실을 발표했다.
“놀라지 마십시오. 예주자사께서 장료와 비밀리에 동맹을 맺었습니다.”
“뭐라? 본초(원소의 자)가?”
“오오. 이럴 수가?”
“역시. 예주자사께서 큰일을 해내셨군요.”
동시에 원술·조조·초화의 입에서 탄식과 탄성이 터져 나왔다.
원술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황보숭을 바라보았고, 황보숭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여 그가 잘못 듣지 않았다는 걸 인지시켜 주었다.
“그럼, 장료가 대곡관을 열어준다는 말입니까?”
조조가 급히 묻자, 황보숭이 대답했다.
“그건 아닙니다. 예주자사부와 서주자사부의 군대가 교전 없이 양책현을 통과하여 대곡관에 다다를 겁니다. 듣자 하니 대곡관에는 병력이 매우 적다고 하더군요. 이도 전장군이 알려주었지요. 거기만 점령하며 낙양으로 진군하면 동탁은 사수관에서 물러나겠지요.”
“이번에야말로 동탁을 죽일 수 있겠군.”
초화가 호탕하게 웃으며 손뼉 쳤다.
“그건 예주·서주에서 알아서 할 일이고, 우린 사수관을 공격하다 동탁이 물러나면 그곳을 점령한 후 군대를 몰아 낙양으로 진군하면 됩니다. 자, 어떻습니까? 천하에 다시 광명이 찾아오는 게 보이지 않습니까? 낙양을 점령한 후 폐하를 다시 모셔 오면 한(漢)은 예전으로 다시 돌아갈 것입니다.”
황보숭은 감격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고, 한(漢)을 부활시키기 위해 뭐든지 다 하겠다고 맹세했다.
그를 바라보는 원술·조조·초화의 표정은 미묘하게 달랐다.
셋의 표정에서 한(漢)의 진정한 부활을 원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황보숭은 낙양을 회복하고, 폐위된 황제를 다시 옹립하여 한(漢)을 부활시킨다는 생각에 들떠 그들의 미묘한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