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Corporation: Joseon RAW novel - Chapter (829)
829화 계륵(鷄肋) (3)
“설마가 아니야….”
제국에서 라틴어로 작성해 반포한 문서를 찾아낸 유럽인들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 포고문이 언제 나왔는지 기억해?”
“조선이 대한연방제국으로 국호를 바꾸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지?”
“그래… 그것을 생각하자면 제국은 이미 그때 새로운 땅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소리야. 아니면, 이미 그 땅에 사람을 보냈다는 소리지.”
“흐음….”
“제국은 이미 그때부터 명분을 챙기고 있었던 거야!”
포고문의 진정한 뜻을 알게 된 유럽인들은 한 방 제대로 먹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시기, 제국은 해적에게는 관용을 베풀지 않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었다.
해적들이 제국 해군과 만나게 되면 그 끝은 무조건 죽음이었다.
* * *
제국의 선박들은 무조건 선단을 이뤄 움직였고, 제국 해군의 호위를 받았다.
선박들이 경유하는 기항지와 제국의 군항들 주변 해역은 해응급 전선들이 떼를 지어 돌아다니며 순찰했다.
이런 상황에서 제국의 배에 해적질을 벌이려는 무모한 해적들은 그래도 끊임없이 튀어나왔다.
“한 번! 단 한 번만 성공하면 돼!”
그렇게 무모한 도전을 시도하는 해적들의 마지막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대부분 죽음이었다.
전투를 벌이다가 배와 함께 수장되거나, 도망치다가 수장되거나, 항복하거나 체포되어 재판을 거친 다음에 처형되거나.
재판에서 가까스로 처형을 면한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종신형을 선고받고 죽을 때까지 서남도의 농장이나 요동의 광산에서 중노동을 해야 했다.
* * *
해적에 대한 제국의 정책은 매우 가혹했지만, 이를 문제 삼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다.
다른 국가들도 해적들을 대상으로 대동소이한 처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해적들만이 아니었다.
자국의 선박이 아닌 타국의 선박을 만나면 정상적인 배라도 바로 해적선으로 돌변했다.
민간 상선과 군함의 구별이 거의 없던 시대였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면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다.
이런 치열한 교전에서 승자가 된 이는 패자가 된 이를 가혹하게 처리했다.
패배한 배에 실린 모든 재물을 옮겨 싣고, 배는 중상을 입은 선원들과 함께 수장시키고, 살아남은 선원들은 노예시장에 팔아넘기기 일쑤였다.
그리고, 이렇게 노예 신세가 된 선원들을 제일 많이 사가는 이들이 북아프리카와 지중해 지역의 해적들이었다.
때문에, 제국의 포고문을 본 이들은 한 방 먹었다는 표정을 지은 것이었다.
“명분은 이미 충분히 쌓았군….”
“그렇다면 혹시….”
“혹시가 아니야. 서방 항로를 나갔던 배들 가운데 해적과 태풍을 견뎌낸 배들도 아마 제국 손에 처리가 되었겠지.”
“그럼 함대를 조직해서….”
“저 빌어먹을 제국의 전선들을 상대하라고? 승산이 있을 것 같아?”
“….”
“특히 저 빌어먹을 도전자급 전선들을 상대로 말이야.”
“….”
제국의 전선, 특히, 도전자급 전선이 언급되자, 사람들은 입을 다물었다.
* * *
이 시기, 수에즈는 국제 무역항으로 확실히 자리 잡고 있었다.
제국과의 교역을 위해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아프리카로 배를 보냈다.
무사히 아프리카를 돌아 수에즈에 도착한 배들은 거기서 정비를 하고 동쪽으로 움직였다.
수에즈에서 출발하는 이들에게 있어서 동방항로는 ‘황금항로’였다.
꼭 제국이 아니더라도 인도가 있었고, 명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도의 향신료는 중세시절부터 유명했고, 명의 물산도 꽤 품질이 좋았다.
특히, 수에즈와 북쪽의 ‘엔히크왕자 항구(Porto do Príncipe Henrique)’를 연결하는 철로가 깔리면서 수에즈에는 점점 더 많은 유럽의 배들이 몰려들었다.
유럽, 특히 북유럽의 상인들에게 있어서 철로는 매우 값진 물건이었다.
무사히 아프리카를 돌아 수에즈에 도착한다는 전제조건만 달성한다면, 이론적으로 단 두 척의 배로도 원활하게 제국의 물건을 구해 유통시킬 수 있었다.
한 척은 수에즈에서 동방으로, 다른 한 척은 엔히크 왕자 항구에서 북유럽으로 오가면 될 일이었다.
아프리카를 돌아 동방으로 갔다가 다시 아프리카를 돌아 북유럽으로 오는 멀고 위험한 항해를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었다.
동방항로에 취역한 배들의 정비는 수에즈에 만들어진 조선소에서 정비를 하면 될 일이었다. 선원들의 교대도 철로를 이용해 빠르고 안전하게 교대가 가능했다.
나중에는 아예 수에즈의 조선소에 의뢰해 선박을 만들고 선원만 보내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렇게 되면서 수에즈와 엔히크 왕자 항구, 그리고 이를 연결하는 철로가 자리한 지역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어버렸다.
이 수에즈야말로 동맹들에게 있어 가장 큰 이익을 가져다주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반면, 수에즈에 철로를 깔게 만들었던 ‘동방항로’는 조연이 되어버렸다.
너무나 많은 배들이 몰려들면서 ‘레드오션’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동방항로가 레드오션이 되어버리면서 선박들을 운영하는 선장들과 이들을 고용한 상회는 이익이 줄어들게 되었다.
이렇게 줄어드는 이익을 만회하기 위해 선장들과 상인들은 북아프리카와 지중해에서 벌였던 부업을 다시 시작했다.
해적질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도전자급 전선의 악명이 퍼지게 되었다.
* * *
초기 동방항로를 오가면서 제국 해군의 위력을 잘 알고 있던 포르투갈의 배들은 무조건 제국의 선단과 같이 움직였다.
하지만 제국 해군이 제해권을 장악한 이후 동방항로에 들어온 배들은 단독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
제국의 선단과 함께 움직이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 아깝다는 이유, 그리고, 조금이라도 경쟁자가 적을 때를 차지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다 해적이라도 만나면 어쩌려고?”
“해적? 없던데?”
“있기는 해도 그런 조각배들은 상대가 안 돼!”
예전부터 해적들이 많기로 소문났던 믈라카 해협은 이미 제국 해군에 의해 청소가 끝난 상황이었기에 남은 것은 조각배를 타고 다니는 해적들뿐이었다. 그리고 그건 해적들조차 제국군은 끝까지 쫓아 박멸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들은 제국 선단과 같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단독 항해를 선택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단독으로 움직이는 이들이 해적으로 돌변해 다른 배들을 노리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제국 해군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
해적으로 돌변한 이들이 다른 배를 습격하고 있는 장면이 발견되면 제국 해군은 바로 뛰어들었다.
두 척 또는 세 척으로 구성된 해응 전대는 교전을 벌이는 선박들 주변을 둘러싼 다음 위협사격을 퍼부어 교전을 중지시켰다.
해당 선박들이 교전을 멈추면 해응급 전대는 이들을 근처 군항으로 끌고 가 사정을 파악했다.
하지만, 도전자급 전선들은 다른 방식으로 대응했다.
교전을 벌이고 있는 배들 사이에 밀고 들어가 양쪽 모두에게 대포를 쏴대는 것이었다.
그렇게 양쪽 배를 향해 일제사격을 한 번 퍼부은 다음에야 도전자급 전선은 교전 중지를 명령했다.
이미 벌어진 교전에서 상처를 입은 상태였던 배들은 도전자급 전선의 화력을 감당할 수 없었기에, 바로 백기를 걸고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 * *
도전자급 전선들이 이런 전술을 선택한 것은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해응급 전선들이 전대를 구성해 움직였던 것과 달리 도전자급 전선들은 단독으로 움직였다.
때문에, 교전을 벌이던 배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도망간다면 둘 중 하나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마음에 안 들었던 도전자급 전선의 함장들은 아예 양쪽 모두를 한방씩 패고 보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었다.
도전자급 전선들의 함장들이 이런 방법을 선택한 것은 도전자급 전선들의 화력과 방어력을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선택은 정답이었다.
유럽 상선들에 실린 대포는 도전자급 전선들의 선체를 뚫지 못했다. 아니, 제대로 된 상처조차 주지 못했다.
그리고 그렇게 무모한 공격을 한 배들은 답례로 도전자급 전선 함포들의 집중 사격을 받아 가라앉거나 가까스로 침몰만 면한 상태에서 백기를 내걸어야 했다.
결국, 이렇게 과격한 도전자급 전선의 중재 방식으로 인해 도전자급 전선은 ‘동방의 불한당’이라는 악명이 붙어버렸다.
* * *
이미 악명 높은 도전자급 전선을 잘 알고 있던 이들이었기에 ‘함대를 구성해 밀고 들어간다.’라는 의견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었다.
“그래도….”
“상황이 좋지가 않아.”
미련을 감추지 못하는 이들을 본 다른 이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이야기했다.
-제국이 신지라고 부르는 땅을 언제 손에 넣었는지 우리는 모른다.
-서방항로 탐사에 나선 선단이 한둘이 아닌데 모두 소식이 없다는 소리는 이미 상당한 도전자급 전선들이 그곳에 있다는 소리다.
-도전자급 전선의 화력과 방어력은 최강이다. 지금 유럽의 배들로는 상대가 안 된다.
-그렇다면 소수의 희생을 각오하고 물량 공세 밀어붙여야 하는데, 문제는 제국의 전선이 도전자급 전선 하나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도전자급 아래 등급인 해응급 전선은 도전자급에 비해 화력은 좀 떨어지지만 기동력은 더욱 뛰어나다. 더욱 큰 문제는 저 화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도전자급 기준이라는 거다.
우리 유럽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강력하다.
“…결론을 내리자면 최악의 경우, 유럽의 모든 군함들을 긁어모아도 상대가 안 될 가능성도 있어.”
“그렇다면 서방 항로는 포기해야 하는 것인가?”
“제국이 개방할 때까지 기다려야겠지.”
“아….”
“그 신지라는 땅은 우리가 먹기에는 너무 신포도라 보는 것이 최고야.”
유럽의 야심가들이 서방항로와 ‘미지의 땅’에 관한 욕심을 억지로 접으며 정신승리를 하던 그 때, ‘남방에 자리한 미지의 대륙’에 관한 소문이 들려왔다.
“마자파힛 남쪽에 커다란 대륙이 있다고? 헛소문 아니야?”
“비슷한 전설이 있는 원주민 부족이 한둘이 아니야. 그걸 생각한다면 헛소리라고 치부할 수 없어.”
“흐음….”
‘미지의 남방대륙’에 관해 이야기하던 야심가들은 곧 다른 문제를 지적했다.
“이 소문은 제국에게도 들어갔을 텐데? 제국은 왜 조용하지?”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제국은 신지에 정신이 팔린 모양이야.”
“그래? 그렇단 말이지….”
제국이 신지에 몰두하고 있다는 첩보를 접한 유럽의 야심가들과 군주들은 동시에 같은 결정을 내렸다.
“그렇다면 우리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
“제국이 움직이기 전에 우리가 먼저!”
곧이어 많은 배들이 다시금 아프리카를 우회하기 시작했고, 수에즈의 조선소에도 대량의 주문이 밀려들었다.
온 유럽의 시선이 이번에는 ‘남방의 신대륙’에 쏠려버린 것이었다.
유럽만이 아니었다.
대외진출을 결정한 일본도 이 파도에 올라탔다.
제국이 ‘계륵 작전’을 실행하기도 전에 자연발화 해버린 것이었다.
* * *
국제정세가 이렇게 돌아가고 있을 때, 메시카 지역에서 올라온 보고서를 확인하던 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다행이다, 다행이야.”
향은 한층 홀가분한 표정이 되어 말을 맺었다.
“이젠 진짜 고민 없이 남미를 버릴 수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