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haired oil tycoon RAW novel - Chapter 42
042 큰 그림(2)
“저기요, 태선?”
“네.”
“전부터 궁금했는데 이렇게 작은 시골 마을에 사는 아이를 누가 대체 어떻게 알고서 추천해주는 건가요?”
마을을 향해가는 들길을 걸어가다 문득 샬롯이 물었다.
“하하, 그냥 사업상 오가며 알게 된 사람이라고나 할까요.”
“저랑 내내 있었으면서 언제 그런 사람은 만났대요?”
“샬롯 없을 때 여차저차 하다 만났죠.”
스스로 말해놓고도 변명이 궁색하다 싶다.
“칫, 알았어요. 안 물을게요. 아무튼 그 애 이름이 조지 웨스팅하우스였나요?”
“네, 마침 저기 사람이 있네요. 제가 물어보고 오죠.”
태선은 근처 농가 사람을 만나자 웨스팅하우스 씨가 어디쯤 사는지 물었다.
그렇게 해서 사는 곳과 무슨 일을 하는지 대충 들었다.
“농기계 제작자의 아들이라. 흥미롭네요.”
“음, 태선은 그 부분에 집중하시는군요. 저는 것보다 기행을 많이 저지른다는 대목이 신경이 쓰이던데.”
“그래도 창의적이라는 평도 동시에 했잖아요.”
태선은 피식 웃었다. 흔히 사람들에게 에디슨의 라이벌이 누구냐고 물으면 니콜라 테슬라 아니냐고 답한다.
‘다만 그건 잘못된 상식이지.’
테슬라도 에디슨과 갈등도 있었고 협력도 했고 애환이 있긴 했지만.
엄밀히 말해서 에디슨의 라이벌은 테슬라를 품었던 조지 웨스팅하우스라 해야 맞다.
그리고 기행이라. 에디슨이 했던 짓에 비하면 웬만해서는 괜찮지 않으려나.
그걸 커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아, 저기네요. 마침 헛간에 누가 있는 거 같은데요.”
태선은 샬롯과 함께 언덕 위 집으로 올라갔다.
정확히는 집 옆에 붙은 헛간으로 갔는데 거기에 열대여섯쯤 된 듯한 소년.
아니, 시골 출신이라 그런지 신체 건장하고 발육이 빨라서 청년이라 해야 하려나.
그가 입에 나사 몇 개 물고 손으로는 스패너를 돌리며 웬 기계와 씨름을 하고 있었다.
드르륵── 드르르륵───!
‘딱 봐도 알겠다. 이 녀석이 조지 웨스팅하우스구만.’
“아, 왜 안 되냐?”
다만 그를 알아본 것도 잠시.
“···으응?”
녀석이 사람이 온 것도 모르고 기계와 씨름하는 꼴을 보자 태선은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미친···. 이 시대에 벌써 이걸 만들고 있었다고?!’
크기가 제각각인 엉성한 원통들이 가운데 원판을 중심으로 둘러싸고 있었다.
끼리릭─끼리리리릭──!
그 가운데 원판을 돌리자 원통들에 꽂힌 막대기들이 상하 운동을 했다.
다만 구조적으로 불안한 탓이었는지 나사가 튀어나가며 자꾸 삐걱대는 소리를 냈다.
“아···진짜!”
마음대로 않는 듯 조지 웨스팅하우스가 나사로 머리를 긁으며 짐짓 짜증을 부렸다.
‘맞네. 이거 성형엔진이잖아.’
새삼 조지 웨스팅하우스가 붙잡고 있는 기계를 다시 보고 태선은 확신했다.
아직 이걸 작동할 동력도 없으면서 장치의 역학 구조 먼저 이해하고 틀을 만들고 있다.
아니, 어쩌면 연동해서 움직인다는 그 역학 구조 자체가 흥미를 끌었던 것이려나.
나중에 동력을 연결하니 이 장치···아니, 엔진으로서 포텐이 터진 것이고.
‘조지 웨스팅하우스가 전역 후 고향에 돌아오자마자 성형(星型)엔진을 발명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다만 입대하기 직전인 이 시점에서 이미 그 틀을 완성하고 있었다니.
하기야 본래 발명이란 뚝딱! 하고 갑자기 만들어질 수도 있겠지만 꾸준히 개선해서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가 더 많다.
즉 이 시점에서 이미 성형엔진의 프로토타입 같은 걸 만들어본 모양이다.
“아이고, 이놈 자식이 또 헛간에서 쓸데없는···응?”
조지 웨스팅하우스의 아버지 아닐까 싶은 남자가 소리치며 들어오다가 태선과 샬롯을 보자 흠칫했다.
“안녕하세요. 뉴욕에서 사업하는 태선 킴이라는 사람입니다. 재무부에서 위임을 받아서 국채도 팔고 또 밴더빌트 씨와 같이 사업도 하죠.”
왠지 이름을 파는 것 같지만 그래도 초면에 간판 내세우려면 역시 국채 판매와 밴더빌트만큼 좋은 게 없다.
“전 비서인 샬롯 푸어 로렌스라고 해요. 독립 전쟁에서 활약하셨던 에녹 푸어 장군님의 후손이랍니다.”
거기에 샬롯의 혈통은 이런 자리에서 빛을 발했다.
“그···그러셨군요. 그런데 무슨 일로?”
“아드님에 관한 일입니다만 안에서 이야기를 좀 나누어도 괜찮을는지요?”
“호, 혹시 이 녀석이 또 뭔 사고를 친 겝니까?”
“아닙니다. 그런 것이 아니고 좋은 일로 왔습니다. 시간 좀 내주시죠.”
태선이 재차 청하자 그는 집으로 안내하며 정식으로 자신을 소개해주었다.
조지 웨스팅하우스는 아들과 아버지 이름이 같았다.
집안에 있던 아내 에말린 베더가 차를 내주었고 곧 태선은 적당한 타이밍을 봐서 찾아온 용건을 말했다.
“···해서 일곱 번째 자녀분인 웨스팅하우스 씨의 아드님을 데려가고 싶습니다.”
그에게도 아들 조지가 골칫거리였는지 어색하게 웃었다.
“이거 솔직히 얼떨떨하군요. 누가 어떻게 알고 큰 사업을 하시는 분에게 조지를 추천을 해줬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보니 충분히 그만한 자질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 연구소에서 일하면서 여러 가지를 배우면 이 자질이 더욱 개화하게 되겠지요.”
웨스팅하우스 시니어는 딱히 반대할 뜻은 없는 듯 보였다.
“아뇨, 안 갑니다!”
정작 격렬하게 반대의 뜻을 내보이는 건 조지 웨스팅하우스 본인이었다.
“말했잖아요. 전 입대할 거라니까요.”
“아니, 네놈은 아직도 그런 소리나 하고 있는 거냐?!”
“이제 입대할 수 있는 나이가 됐거든요. 전 나라에 의미 있는 일을 할 거라고요.”
“허어, 그러다 가서 총 맞고 개죽음 당하기 십상이라고······.”
그가 말을 다하기 전에 아내 에말린 베더가 등짝 스매시가 꽂으며 소리쳤다.
“당신은 무슨 그런 소리를 하세요! 그러다가 진짜로 그렇게 되면 어쩌려고요!”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지.”
강렬한 등짝 스매시에 잠시 옥신각신했던 부자의 소요는 진정되었다.
조지 웨스팅하우스가 나이가 차자마자 입대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방금 소요 덕분에 한 가지를 알게 됐다.
군입대에 아주 적극적이라는 것. 그렇다면 생각보다 쉽게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조지, 내가 국채 판다는 이야기는 해줬지?”
“네, 아까 하셨잖아요.”
태선은 대화 상대를 조지 본인으로 바꾸었다.
“그게 전비를 모으기 위한 국채란다. 재무부의 체이스 장관님께서 국채 발급에 대한 전권을 나와 제이 쿡 씨에게 줬고 전쟁부의 스탠튼 장관님도 많이 신경 써주고 계시지.”
“재, 재무부 장관과 전쟁부 장관님이 직접이요?”
“그래. 그리고 내가 투자한 의류 회사는 군인들에게 군복을 공급하지.”
“대단한 일을 하시는군요. 그렇지만 금융이라거나 사업 같은 일은 저하고는 안 맞아요.”
태선은 피식 웃었다.
“나도 안다. 그리고 나는 그 외에도 여러 일을 한단다. 이 나라를 위해서 말이지.”
이거 왠지 낯이 살짝 간지러워지는데.
그래도 말을 할 때 중요한 건 스스로 어색해하지 않는 것.
“그 일에는 너만이 도울 수 있는 일도 있다. 그래서 널 데려가려는 거다.”
“저··· 만이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이 있다고요?”
“그래, 추천만 받고 왔을 땐 나도 긴가민가했지만, 헛간에서 보고 확신할 수 있었다.”
태선은 저음으로 낮추어 진지하게 말했고 조지는 소년 티를 겨우 벗은 때라서인지.
분위기에 넘어가서는 점점 집중하는 듯싶었다.
태선은 답을 주지 않은 채 뉴욕으로 오면 알려주겠다는 듯 빙그시 미소 지으며 일어섰다.
“네가 군인이 되겠다면 말리지 않겠다. 그러나 조지, 내가 봤을 때 너는 앞으로 시대를 이끌 사람이다. 헛바람이나 넣으려는 수작이 아니다. 네가 스스로 잠재성을 알지 못하고 입대해서 총이나 당기고 있다면, 미래는 몇 세기나 뒤처지고 말겠지.”
“어··· 그게···.”
“조지, 난 미국을 믿는다. 한낱 아시아인인 내게 이 개척 정신으로 가득 찬 자유의 나라는 꿈의 나라다. 이 나라를 더 좋게 만들기 위해 난 무엇이든, 아 남의 것을 도용하는 건 빼고, 아무튼 무엇이든 할 거다.”
태선은 너도 한 번 생각해보라는 듯 씨익 웃었다.
“조지, 잘 결정해라. 날 따라와서 이 나라의 미래를 이끌 개척자로서의 너, 아니면 한 명의 군인으로서 나라를 지킬 너. 둘 중에 누가 더 대단할까?”
“그렇다면··· 갈게요. 군인으로서가 아니라, 나라를 이끌 사람으로서. 대신, 거짓말이면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물을 겁니다?”
시골에 살아 그런가 순박한 구석이 있었다.
“아, 그리고 뉴욕으로 올 때 헛간에 있던 저것도 같이 가지고오도록 해라.”
“네? 저것도요? 어려울 거야 없지만.”
“그래, 아주 중요하단다.”
왜냐하면 저 씨앗을 잘만 가꾸어내면 자동차 산업이 빨리 시작될 수도 있으니까.
꼭 자동차 산업이 아니라도 본래 역사 흐름에서 조지 웨스팅하우스가 발명했던 철도용 공기 브레이크라거나.
그 공기 브레이크를 응용한 천연가스 파이프 운송 기술이라거나 하는 것들이 모두 자신의 사업에 도움이 될 터.
그러니 놓칠 수 없었다.
‘뭐 그래도 당장은 그 능력 스완 씨를 도와서 전구 발명에 써줘야겠지만.’
***
조지 웨스팅하우스는 딱 예상한대로 행동했다.
며칠도 아닌 바로 다음날 찾아왔다.
-조지, 네가 이 나라에 뭘 기여할 수 있는지 알려준 댔지?
-네!
-그럼 일단 이것부터 생각해보자. 기차다.
자신이 슬쩍 던진 미끼를 물어서 찾아온 녀석.
다만 그날 태선이 그렇게 말하기는 했는데 막상 구체적으로 뭔가 말할 건 없었다.
왜냐하면 당시에 조지 웨스팅하우스를 낚기 위해 일단 던진 말이었기에.
그렇다고 아예 없는 말은 아니었고 조지 웨스팅하우스가 발명하는 물건들이 이 나라에, 더 나아가 인류에 도움이 되긴 할 터였다.
태선은 그걸 직접 말해주기보다는 더 그럴듯하게 보이도록 화두만 주기로 했다.
-전쟁이 났고 전선으로 병사들과 물자를 실어나르기 위해 기차는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
-당연히 그렇죠.
-여기 샘 이 친구는 석유를 증류해서 윤활유의 재료가 되는 원료를 뽑아내는 장치를 발명해냈단다.
-오, 대단하시네요.
새뮤얼이 은근히 흐뭇해한다.
-그래, 그리고 저기 존 박사님은 기차가 잘 달릴 수 있게 해주는 윤활유를 만드셨지. 답은 내가 당장 쉽게 줄 수도 있겠지만 역시 너는 스스로 그 답을 찾는 것이 좋겠다.
존 엘리스 박사님도 살짝 우물쭈물하는 그때.
태선은 말의 흐름을 답은 스스로 찾으라는 방향으로 넘겼다.
-···예?
-앞으로 이 두 분을 도우며 너는 그 답을 찾도록 해라.
-······예?
-때로 회의가 들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보증하마. 너는 분명히 답을 지니고 있다. 스스로 그 답을 찾는 순간 너는 이미 이 나라에 반드시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됐을 거다.
-······.
녀석은 어이없어 하면서도 돌아가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뉴욕에서 봤기 때문이었다.
태선이 정말로 전도유망한 사업가이며 여러 저명한 인사와 인맥도 있다는 것을.
그러니 허언이 아니라 믿을 수밖에 없을 터였다.
그래, 이게 안 좋게 말하면 가스라이팅이기는 했다.
‘하지만 결국 녀석의 미래에 좋은 방향으로 작용할 테지.‘
아무튼 그렇게 조지 웨스팅하우스를 스카우트했다.
그리고 다시 며칠이 더 지나 그날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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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은 샬롯과 함께 항구로 마중나갔고.
시간을 맞춰 왔기에 이내 영국발 배가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그쪽이 킴 씨로군요. 반갑습니다.”
아무래도 검은머리라서 손님 쪽에서 먼저 태선을 알아보고는 다가왔다.
외모도 훤칠하고 검은머리 동양인이고 해서 깊은 인상을 준 모양이었다.
다만 그건 태선도 그랬다.
‘이제 30대 아니었어? 와아, 수염이 장난 아닌데?’
조셉 스완. 물리학자 겸 화학자이자 발명가인데 얼굴만 보면 육체파였다.
그렇지만 역시 사람은 외모만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
‘얼굴은 이래도 나중에 왕립협회 회원도 되고 훈장도 받고 기사 작위도 받는 사람이니까 말이야.’
그러고 보니 새뮤얼이 영국 출신인데 둘이 만나면 통하는 구석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 사무실에 가서 연구나 동업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 나누시죠.”
“허허, 그럽시다.”
사무실로 가서 태선은 미리 준비해두었던 전구 상용화 시스템에 대해 설명해주었고 스완은 내내 경청했다.
“···과연! 왜 제 사업이 실패했는지 납득이 가는군요. 시스템 구축이 요점이라니 놀라운 안목입니다.”
“예, 다른 아이디어도 몇 개 있습니다만 전 스완 씨와 꼭 동업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아이디어가 있거늘 왜 굳이 자신과 동업을?
스완이 그런 표정으로 보자 태선은 샬롯에게 눈짓했고 슬그머니 그녀가 계약서를 올려놓는 사이 말했다.
“처음 이 나라에 와서 책을 이런저런 정보를 접하고 전구에 대해 들었을 때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하하, 이거 오히려 제가 더 영광입니다.”
“그럼 우리 같이 힘을 모아 세상을 밝힐 빛을 만들어보지 않으시겠는지요?”
스윽─
태선은 계약서를 내밀었다.
“호텔에 머무시는 동안 계약서의 조건을 보고 고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어느 때고 편히 말씀해주십시오.”
기실 이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였다.
‘나는 전구를 메인으로 사업하려는 것이 아니니까.’
전구로 일시적인 석유사업의 침체를 가져오는 것이 애초의 목적이다.
그러하거늘 오히려 전구 사업에서 떡고물도 먹을 수 있다?
‘무조건 이득이지. 겸사겸사 전생에는 에디슨이 먹은 전구 사업도 스완에게 돌려주고.’
하물며 스완에게 제시한 계약서 조건은 자신이 좀 더 유리하게 설정된 것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설명한 전구 상용화 시스템이 깊은 인상을 줬는지 조셉 스완은 다음날 그 조건을 그대로 수락해서 계약서에 사인해줬다.
“그럼 잘해봅시다, 킴.”
계약한 뒤 태선은 조셉과 악수하여 손을 맞잡았다.
“그냥 편하게 태선이라 불러주십시오.”
“난 조셉이면 됩니다. 조만간 영국에 돌아가 짐을 챙겨서 돌아오겠습니다.”
태선을 미소를 지었다.
‘후후, 좋았어. 판은 짜뒀고 달리는 일만 남았다.’
그도 그럴 것이 멘로파크 킴 연구소에는 이제 어벤져스가 결성된 것이나 다름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