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150
제 150화
54장. 5대 성유물 – 2화
그로부터 얼마 후.
사나레 대신전에 아침 햇살이 비추기 시작하고, 신전의 하루가 시작될 즈음.
새벽 기도를 마치고 나온 대신관 네오드와 추기경 베니우스가 은밀히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교황 아르모니아 17세가 보낸 추기경이 나스 대륙 북부에 배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나스 대륙 북부는 라디우스 교단의 교세가 가장 약한 곳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레드 덕분에 사나레 성지가 생기면서, 이제는 양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사나레 성지는 24시간 내내 나스 대륙 전역에서 몰려드는 신도들로 인해 늘 인산인해였다.
해가 지면 문을 닫고, 해가 뜨면 문을 여는 관리 시스템을 갖추지 않았다면 진즉에 신관과 성녀들은 피곤에 지쳐 쓰러졌을 것이다.
“네오드.”
“예, 베니우스 추기경 전하.”
“정말로 국왕께서 나머지 성유물을 모두 구해 오겠노라고 말하셨단 말입니까?”
“예. 제게 실없는 말을 하실 분이 아닌데, 직접 공언을 하셔서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 교단에서 수십 년을 추적했어도 찾을 수 없었던 성유물의 위치를 도대체 어찌……?”
“그러게 말입니다.”
베니우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물론 교황이 여기에 자신을 보낼 때, 신신당부를 하기는 했었다.
크리비아 왕국의 자레드 국왕은 일반적인 상식으로 재단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니, 사고의 유연함을 가지라고.
처음에는 그게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크리비아 왕국에 와 보니 실감이 됐다.
영화 산업, 마정석 조명등 사업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이 충격의 연속이었다.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나라를 보는 듯했다.
게다가 국왕 자레드는 정말 마음이 넓게 열린 사람이었다.
신분 따위에 전혀 구애받지 않고 인재를 적극적으로 등용했고, 심지어 다이어트 상품을 팔기 위한 쇼케이스도 직접 진행했다.
이 모든 것이 매우 놀랍고 신기할 따름이었는데, 이번에 성유물을 모두 구해 오겠다는 소식은 머리가 띵해질 정도의 충격이었다.
“성유물의 힘을 알고 있소?”
“저도 구전되는 이야기만을 들어 본 터라, 솔직히 체험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백금 성배로 이미 신성함을 느끼지 않았습니까.”
네오드가 신전 밖으로 보이는 치유의 샘을 바라보며 말했다.
치유의 샘이야말로 기적 그 자체가 아니던가? 이 역시 자레드의 작품이었다.
“성유물이 모두 모이면, 그곳은 그야말로 살아 숨 쉬는 영원한 신성의 땅이 될 것이오.”
“그 말씀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될 것이라는 얘기지. 질병을 멀리 몰아내고, 축복을 가까이하며, 풍요로움이 늘 함께하는 곳이 될 거요.”
“그런 땅이 된다면, 교황 성하께서 사나레 대성지를 달리 보시게 될 수도 있겠군요.”
“그렇지. 어쩌면 시국을 옮기려고 하실지도 모르오.”
“아아! 시국을 여기에요?”
“머무른 역사는 있으나 기적과 신비가 존재하지 않는 땅. 생겨난 역사는 짧으나 기적과 신비가 샘솟는 땅. 어디가 더 시국에 적합하겠소?”
“…….”
일견 타당해 보이는 베니우스의 말에 네오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라디우스 시국이 속해 있는 트란실리아 신성제국은 시국과의 관계가 썩 좋지 않았다.
황제가 자꾸 교황을 정치적인 목적에 이용하려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자신의 정책 추진에 힘을 싣기 위해, 교황으로 하여금 마음에도 없는 지지 선언을 하도록 거칠게 요구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자레드에게 그런 면은 일절 없었다.
사나레 성지의 내정과 관리 자체는 왕국에서 맡았으나, 신전은 별도의 세력으로 두었다.
그들에게 어떤 정치적인 압박을 가하지도 않았으며, 입장 표명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신전 내에서 매주 발행하는 주보(週報)에서 크리비아 왕국의 정책의 장단점을 말하는 이야기가 나와도, 전혀 문제 삼지 않았다.
“내가 이곳에 파견된 것도 성하의 고민이 깊어지고 계시기 때문이오. 한데 여기에 성유물 다섯 개가 모두 모인다? 그건 하늘에 계신 라디우스 님의 뜻이 모이는 것이라고 봐도 진배없지.”
“아아아…….”
네오드는 그저 말을 잇지 못하고 감격할 따름이었다.
만약 이곳에 새로이 시국이 건설된다면, 일등공신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자레드였다.
많은 대신관이 자레드를 라디우스 교단의 성인(聖人)으로 추대해야 한다는 말을 심심찮게 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자레드가 사나레 성지에 투자하는 자본과 지원은 다른 대신관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을 정도로 엄청난 것이었다!
“항상 생각하오. 크리비아 왕국의 대왕이 어쩌면 신께서 보내신 대리자일 수 있다는 생각 말이오.”
“……동의합니다.”
네오드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이번에 자레드의 귀띔이 더 기대가 됐다.
도대체 그는 어디서 신의 계시를 받고, 마치 맡긴 물건을 찾아오듯 성유물을 찾아오는 걸까.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서울 따름이었다.
그에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초월적인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서.
* * *
한편 그 시각.
“후우! 후우! 이러다가 북부 지형을 남김없이 다 외우겠네.”
나는 하오스 아일랜드보다 더 북단에 있는 섬인 히오스 아일랜드에서 마지막 성유물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바로 흙이었다.
북부에서도 정말 끝의 끝인지라, 6월 날씨가 무색하게 입김이 하얗게 나올 정도였다.
“하……. 그래도 뿌듯하네.”
마지막 성유물까지 모두 모아서 아공간에 보관하고 나자, 그제야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 모든 것이 전생에 를 극한까지 즐기고 연구하면서 해 온, 십수 년의 고인물 짬밥이 만들어 준 결과물이었다.
다들 성유물이 뭐 그리 중요하냐며 손가락질할 때, 나는 언젠가는 이 지식이 필요할 때가 있을 것이라며 묵묵히 연구하고 조사했다.
그때가 바로 오늘이었다.
모든 성유물은 정말 평범한 곳에 있었다. 너무 많은 사람에게 노출이 되어 있어서, 성유물이라는 생각조차 안 들 만한 곳이었다.
‘백지 성서’는 허름한 골동품 시장에서 구했다.
오래되어 보이는데다가 누렇게 변색된 속지만 있는 옛날 책이라 아무도 안 산다는 것이다.
‘심판의 지팡이’는 시골의 어느 한 작은 마을에 있는 조잡스러운 노인 동상에 쥐어져 있었다.
동상이라기보다 재미 삼아 만든 조형물에 가까운 것에 쥐어진 지팡이라 아무도 탐내지 않았다.
전생에 비유하면 아파트 정문에 있는 흔한 동상에 달린 작은 조형물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래서 네 개의 성유물 모두 세상의 빛을 한참이나 보았음에도, 아무도 그 진가를 알아보지 못했다.
이는 심안을 통해 대상의 정보를 완벽히 꿰뚫어 볼 수 있는 나이기에 가능했던 것이기도 하다.
‘이 성유물을 가져가서 사나레 성지에 온전히 자리를 잡게 하면, 우리 왕국 전체가 1년간 부스터(Booster)를 달게 되는 셈이야.’
벌써부터 떨렸다.
대영지를 탈피하여 왕국이 된 이후, 왕국의 내정 수치는 매일매일 급상승을 경험하고 있었다.
[통합 정보 – 크리비아 왕국] [종합 영토 평가 등급 : A] [소속 : 크리비아 왕국] [내정-농업 : 21211 / 30000] [내정-상업 : 25257 / 30000] [내정-치안 : 28285 / 30000] [내정-과학 : 21198 / 30000] [내정-충성 : 28700 / 30000] [군사-총원 : 현재 225,048명] [추가 상세 정보 열람을 원하시면 ‘여기’를 눌러 주세요.]‘예전에 크리비아 대영지 시절을 생각하면 정말 엄청난 성장을 경험한 거지.’
E등급의 크리비아 대영지 시절만 해도, 내정의 최대치는 분명 300이었다.
한데 지금은 3만!
100배나 차이가 난다.
그것은 그만큼 왕국 전체가 가진 잠재력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폭등했다는 것을 뜻했다.
그만큼 인구도 엄청 늘었고, 전방위적인 투자가 이어지면서 잠재 가치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왕국들 중에서는 압도적 1위라고 할 수 있어.’
내정 최대 수치가 3만인 왕국은 거의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현재 내정 수치 모두를 70% 이상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적어도 내 기억에 따르면 에서 ‘ALL 70%’를 달성한 왕국은 없었다.
인재와 지하자원이 차고 넘치는 제국이라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발전에 한계점이 있는 왕국은 없었다.
여기에 이제 성유물과 칭호의 시너지효과로 내정 100% 달성 효과를 더하면?
그때는 나스 대륙의 그 어떤 제국과 왕국도 부럽지 않을 황금기가 1년간 펼쳐질 것이다.
‘동시에 노려지겠지.’
기대가 되는 만큼,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한 우리 왕국을 모두가 우호적으로 보지는 않을 테니까.
하지만 그것도 제법 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작정하고 모든 나라가 소드 마스터와 9클래스 대마법사들을 이끌고 나타난다면야, 당연히 파국(破局)에 직면하겠지만.
그런 소설 같은 이야기는 벌어지지 않는다.
그러기엔 나스 대륙의 모든 국가가 서로를 100% 신뢰하지 않으며, 호시탐탐 빈틈을 노리고 있으니까.
‘이제는 본격적으로 9성, 그 이상의 아티팩트를 얻을 필요도 확실해졌어.’
억제력은 강한 힘이 있을 때 비로소 만들어진다.
이번에 이그니스 퀘스트를 통해서 6클래스가 됐지만, 아직 9클래스까지는 3계단이 남았다.
이것을 커버하기 위한 초월 마법이 있지만, 아직 내 마력 스탯은 모든 마법을 ‘데큐플 트랜센던스’로 강화하지는 못한다.
9클래스 마법을 데큐플 트랜센던스 형태로 한 번 사용하기 위해서는 꼬박 9만의 마력이 필요한데, 아직 그 길은 멀고 험하다.
‘이 문제만 정리하고 나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로스트 아일랜드(Lost Island)는 꼭 가야겠어.’
다음 목표를 세웠다.
히오스 아일랜드보다 더 북쪽에 있는 나스 대륙 북부의 끝으로 북극점(北極點)이라 불리는 곳이다.
여기서 마력 1만의 상승은 물론이거니와, 넉넉한 옵션을 가진 10성급 아티팩트를 얻을 수 있다.
‘좋아. 할 수 있고, 도전할 수 있는 것은 많아. 충분해. 내게 부족한 건 시간일 뿐.’
기분 좋은 자극을 불어넣으며, 나는 다시금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게 타넥스를 타고 날아오다 보니, 어느덧 사나레 성지가 코앞이었다.
사나레 성지는 신성력과 마력의 힘이 다른 곳에 비해 매우 강력하기에 텔레포트가 불가능했다. 간섭현상이 매우 심하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것은 내가 원하는 위치에 모든 성유물을 심어 놓은 뒤.
일찌감치 대기하도록 해 뒀던 헤이즈를 만나 ‘라디우스 백금 성배’의 소유권만 리셋하면 됐다.
내 것에서 헤이즈의 것으로, 다시 내 것으로.
그렇게 하면 방금 성배를 얻고 심은 것으로 간주하여, ‘라디우스의 편애’ 칭호를 획득하게 된다.
버그를 활용한 특수 칭호 발동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폐하, 여기예요!”
바로 그때.
어둠 속에서 낭랑한 목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