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101
101화
다음 날 아침.
한국대 주차장에는 300여 명의 젊은 남녀들이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고 있었다.
과대표 조인범의 말로는 예과 1, 2학년과 본과 1학년 만의 연합 MT라고 하였지만, 실제 모인 이들은 본과 2학년과 소수의 본과 3, 4학년까지 눈에 띄었다.
“어떻게 된 거야?”
“아.. 몰라요. 갑자기 전 학년 연합 MT가 되어버려서…”
“후후.. 고생 좀 하겠다?”
덕팔이 조인범의 어깨를 톡톡 때려주곤, 예과 1학년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우리 친구들, 잘 지냈어?”
덕팔이 웃으며 과거의 동지들에게 아는 척을 해주자 대부분 덕팔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월반도 모자라 학번까지 뻥튀기하신 우리 배신자 오빠!!”
악의가 없는 농담에 덕팔이 웃었다.
“형님, 우리 좀 어떻게 해줘요. 인범이 형님 꾐에 빠져 아주 제대로 막내 노릇하게 생겼어요.”
“야, 나도 너희랑 같은 입장이야. 내가 말이 본과 1학년이지, 사실 2년간은 학교도 안 다녔잖아. 예과 2학년들한테도 인사하고 다닌다니까?”
덕팔의 너스레에 예과 1학년들이 박장대소를 하였다.
“좀 있다 보자.”
덕팔이 손을 흔들어 주며 예과 2학년들이 모여 있는 자리를 지나치려다 노은지에게 뒷덜미를 잡혔다.
“…은지야.”
“오빠? 언제로 잡을까요?”
“다음 주?”
“정확히.”
“금…”
“월요일 어때요?”
“그…그럴까?”
“수업 끝나고 6시!”
“그..그래.”
“휴대폰 주세요.”
노은지가 덕팔이 내민 휴대폰에 자신의 번호를 누르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됐다! 장소는 월요일날 오후에 문자로 알려 드릴게요. 좋죠?”
“그럼 좋지.”
“멋지게 입고 나오세요. 그 풀메? 뭐, 그런 것도 좀 하시고. 알았죠?”
“알았어.”
덕팔은 노은지가 원하는 대답을 모두 해주고서야 겨우 풀려나는 듯했다. 그러나…
“오빠!”
“응?”
“생각해보니까.. 매니저 전화번호요.”
“왜?”
“그날 일정 있으면 안 되잖아요.”
“일정 없어.”
“그래도 확인해야 하니까.”
덕팔이 휴대폰에서 배정환의 전화번호를 찾아 노은지에게 알려 주었다. 노은지의 눈빛이 빛났다. 뭔가 꺼림직했지만 그러려니 했다.
그때, 조인범의 큰 소리가 들려왔다.
“학년별로 각자 정해진 차에 타세요. 출발합니다.”
덕팔이 본과 1학년이라고 써 있는 차에 올라탔다. 전세버스가 한 대, 두 대, 세대.. 천천히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 차들의 뒷 유리창에는..
[기하리 정산마을 행]**
중간고사는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교수들에게 단기 휴가 같은 날이 되기도 하였다. 은혜와 같이 중간고사를 상시 레포트로 대체를 하는 교수들에게는 중간고사 기간은 무료한 나날이었다.
특히 자신과 놀아줘야 할 덕팔이 과도한 스케줄과 시험공부로 인해 좀비 모드에 돌입하였을 때는 더더욱 심심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도 일찌감치 학교에서 나와 사무실에 도착했다.
놀이터에서는 할아버지 귀신과 탐정보조 귀신 둘이 바둑에 열중하고 있었다.
철제 책상 세 개와 청빈 철제 캐비넷 두 개가 전부인 텅 빈 사무실의 쇼파에 앉은 은혜가 시계만 힐끗 거렸다.
“하아.. 갔겠지?”
그 남자가 MT를 간다고 했다. 그런데 자신은 그 MT에 따라 갈 수가 없다. 앞으로 2박 3일간 더 심심해져야 하는 것이다. 사무실을 서성거리다 1층으로 내려갔다.
오늘도 인신법률사무소는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일주일간 매일 같이 인사를 하다 보니 어느새 친해져 있었다.
“최 교수님, 일찍 오셨네요?”
“시험 기간이라 할 일도 없고 해서요.”
민숙이 은혜를 반겨 주었지만 이내 자신의 일을 찾아가 버렸다.
똑똑..
[네, 들어오세요.}문을 열어보니, 향숙이 머리를 틀어 묶어 연필을 비녀 삼아 쪽을 지곤 열심히 모니터를 두드리고 있었다.
“이모!”
“어, 왔니?”
향숙의 시선이 다시 모니터로 향하자 은혜가 쇼파에 앉아 향숙이 일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바빠요?”
“네 아빠가 일거리를 몰아줘도 너무 몰아준다. 변호사를 충원했는데도 야근을 밥 먹듯이 해.”
“언제쯤 한가해져요?”
“글쎄? 이것만 마치면 일단 급한 거는 다 했다고 봐야지?”
“그래요?”
은혜의 눈이 반짝였다.
“왜?”
“그럼 우리 연합 워크샵 갈까요?”
“연합? 누구랑?”
“1층하고 3층요.”
“3층은?”
향숙이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다 고개를 흔들었다. 3층 직원의 반이 잡귀라는 것은 덕팔에게 들어 익히 알고 있었다.
“같이 가요~~”
은혜가 나이에 맞지 않게 때를 쓰자 향숙이 웃으며 물었다.
“언제?”
“오늘요!”
***
서울00지방검찰청 214호 검사실.
“네, 임아영입니다.”
아영이 잔뜩 늘어진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아영씨, 나!]“은혜 언니? 웬일?”
[우리 워크샵 가자.]덕팔의 집에서 함께 쫓겨난 두 여인이 자주 만나 의기투합을 하면서 급 친해졌고 급기야 말을 놓고 있었다.
“뭘 가요?”
[워크샵!!]“뜬금없이 무슨 워크샵이예요?”
[연합 워크샵 가자고. 인신법률사무소, 사령탐정사무소, 그리고 아영이 너희 팀!]“언니도 참, 검찰직원들이 법률사무소 직원들이랑 어떻게 워크샵을 가? 게다가 탐정 사무소? 어휴~~”
아영이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전화를 끊으려 하자 은혜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영아, 너 덕팔씨가 MT간 곳이 어딘지 모르지?]“오빠 MT 갔어?”
아영은 덕팔이 MT를 갔는지도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어..어디?”
[기하리 정산마을!]아영이 전화를 끊었다.
“양 계장님! 저희 오늘 2박 3일로 출장 가요. 언니한테 전화하세요. 똘똘이 친정에 좀 맡겨보라고!!”
**
기하리 정산마을은 50년 전부터 젊은이들의 나들이 1순위로 꼽혀 온 강촌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다. 강촌에 우후죽순 민박이 지어지고 땅이 부족하자 조금 더 외곽으로, 외곽으로 나아가다 보니 정산마을에도 민박하는 집들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그러던 중, 정산마을에만 내려오는 괴담과 저수지 실족 사건이 연결되면서 담력을 시험하길 좋아하는 젊은이들의 핫 프레이스로 자리 잡게 되었다.
예과 1학년부터 본과 2학년까지 4개 학년이 전원 참석하였고, 본과 3학년과 4학년 중 일부가 참석함으로써 학생수만 300명이 넘었으며, 출발 당일 실습이 잡힌 본과 3, 4학년들이 저녁과 내일 오후에 걸쳐 합류할 계획인지라 참가 인원만 총 400명 가깝게 되었다.
거기에 교수와 조교들까지 모두 참석을 하는 연합 MT가 되는 바람에 정산마을에 있는 민박집을 대부분 빌려야 하는 큰 규모가 되고 말았다.
예과 1학년부터 본과 2학년까지는 각 학년에서 4명씩 선발, 본과 3학년과 4학년은 참석한 수에 맞춰 1개 조를 만들었다.
덕팔이 포함된 조는 23조. 예과 1학년 과대인 온주환이 가장 먼저 덕팔에게 달라붙었다. 예과 2학년에서는 노은지와 그녀의 패밀리가 달라붙었고 본과 1학년에서는 남학생 둘과 여학생 1명이 배정되었다. 덕팔 때문이었는지 본과 3학년과 4학년은 후발대로 들어오는 이들이 배정되었다.
“형님, 형님만 믿습니다.”
“뭘?”
“형님 도시락!! 제가 먹어봤잖아요. 형님이 만드신 거라면서요?”
개강 첫 주 목요일. 수업 때문에 점심을 먹지 못하게 되었다며 울상이 된 온주환과 함께 도시락을 나눠 먹은 적이 있었다. 온주환은 두 달이 지났건만 아직도 그 맛을 잊지 못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오빠, 나도, 나도! 저 요리 1도 못 하거든요.”
노은지가 자랑스럽게 요포자(요리포기자)임을 커밍아웃하자 다른 이들도 앞 다투어 수줍게 고백을 하였다. 하긴 고등학교 3년 내내 공부만 했고, 대학에 들어와서도 얼굴에 화장할 시간에 잠을 자고 말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는 통합의대생이 밥을 하고 찌개를 끓일 일이 얼마나 있었겠는가?
덕팔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조원이 환하게 웃었다.
학교에서 2시간 남짓 거린 정산마을이었기에 조가 편성되자마자 식사 준비를 해야 했다. 덕팔이 2박 3일간 머물게 될 집은 오래된 스레트 집을 개조한 민박이었다. 20명이 자고도 남을 만큼 커다란 방이 ‘ㄷ’자 모양으로 자리 잡고 있었고 그 가운데에 수돗가가 마련되어 있었다. 덕팔이 포함된 23조에게 그중 방 하나가 배당되었다.
같은 집을 배정받은 21조와 22조가 분주히 식사를 준비하고 있을 때, 덕팔은 몇몇 조원들이 방을 치우는 것을 보고 집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 솥이네?”
집 뒤편에 커다란 솥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제는 쓰지 않는 듯하였지만 과거에는 이곳에서 불을 때며 밥을 한 것 같았다. 덕팔이 솥뚜껑을 열어보니 솥 안이 무척 깨끗했다.
“흐음…”
덕팔이 다시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앞이 트인 허름한 창고 안에 푸른색 비닐이 씌워져 있었다. 덕팔이 비닐을 재껴보니 장작이 잘 잘린 채로 켜켜이 쌓아져 있었다.
덕팔이 웃으며 조원들에게 갔다.
“주환아.”
“네, 형”
“이 민박에 있는 물건을 다 쓸 수 있는 건가?”
“그럴걸요? 왜요?”
“뒤에 솥이 있는데.. 장작을 쓸까 해서”
“제가 물어보고 올까요?”
덕팔이 고개를 끄덕이자 주환이 번개처럼 뛰어나갔다. 덕팔은 물 한 바가지를 떠 솥에 붙고 불을 붙였다. 장작 몇 개 쓰는 것까지 뭐라 할 것 같지는 않아 일단 불을 붙였다.
몇 년째 쓰지 않고 말리기만 한 장작이었는지 금세 불이 붙으며 활활 타올랐다. 물이 끓자 덕팔이 물 한 바가지를 더 떠 솥에 부어 넣고 청소를 시작했다.
“오빠, 안 뜨거워요?”
“뜨겁지.”
“물 더 가져다줄까요?”
“아니.. 일단 깨끗하게 씻고 소독부터 좀 한 다음에..”
덕팔이 솥 안을 박박 문지르며 깨끗하게 씻어낸 후, 물을 끼얹으며 세척을 마쳤다. 그때 주환이 돌아와 덕팔이 원하는 대답을 해주었다.
“다 써도 된대요.”
“고맙다.”
덕팔이 21조에게 다가갔다.
“저기..”
“네?”
“밥을 함께 할까요? 솥이 커서 여기 인원 전부가 먹을 수 있는 양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덕팔과 친분이 있는 예과 1학년들과 본과 1학년들이 선배들의 눈치를 보는 사이 본과 4학년 여학생이 대답하였다.
“저희는 저희가 알아서 할게요.”
“… 네, 알겠습니다.”
덕팔이 미련 없이 고개를 돌려 22조에게 다가갔다.
22조도 본과 3학년과 4학년이 후발대로 오는 조였다. 임시적으로 최고참이 된 본과 2학년 남학생이 21조의 눈치를 보며 작게 속삭였다.
“같이 해주시면 저희야 고맙죠. 이렇게 많은 밥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사실 좀 곤란했거든요.”
남학생이 어색하게 웃자 덕팔이 웃으며 22조로부터 1끼 먹을 분량의 쌀을 받았다. 파란 플라스틱 대야에 쌀이 쏟아지고 물이 부어진 채 쌀이 깨끗하게 씻어졌다. 무려 30명이 먹어야 하는 밥이었으니 엄청난 양이었다.
솥에 쌀을 부어본 덕팔이 눈썹을 긁었다.
“50인분은 못할 뻔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