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142
142화
번쩍!
일순 빛이 사라지고 덕팔이 그대로 자리에 앉아 가부좌를 틀었다. 이연성과 김상필이 그런 덕팔의 곁에서 호위를 서주었다.
천문에서 흡수한 신력은 덕팔이 감당할 수 있는 양이 아니었다. 넘쳐흐른다면 덕팔의 몸에도 이상이 생길 수 있을 터 자연스럽게 자연으로 흘러 보내는 것이 최상이었다. 그러나 덕팔은 마지막 한 방울을 신력까지도 쥐어짜며 흡수를 하고 있었다.
[멈추어라. 그대가 감당할 수 있는 신력이 아니다.] [일찍도 나타나시네. 그렇게 찾을 때는 모르쇠로 일관을 하더니..] [그대가 가진 신력만으로는 날 깨울 수 없었기에 대답을 하지 못한 것뿐이다. 그대는 아직 미진하니..] [예예, 그러시겠죠. 그럼 이렇게 신력에 깔려 죽기 직전이나 되어야 그쪽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네요.] [멈추라고 하였다. 더 이상 감당할 수….]천문도룡도에서 흘러나오던 음성이 딱 멈추었다. 덕팔의 그릇이 순식간에 2배, 3배로 커지며 흡수되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던 신력들이 덕팔의 몸에 안착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마치 무협지에서 단전이 넓어지며 쌓을 수 있는 내공의 양이 늘어난 것처럼 소화 가능한 총량이 늘어난 느낌이었다.
덕팔의 그릇이 커지자 그 이후로는 일사천리처럼 진행되었다. 주변에 흩뿌려져 있던 빛들이 덕팔의 몸속으로 스미며 빛을 잃어갔고 덕팔은 이를 흡수하며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10분여가 지났을 때쯤, 덕팔이 눈을 떴다.
“와우.. 엄청난 신력인데요?”
“그 많은 양을 다 흡수할 것이라곤 생각을 못 했는데..”
이연성이 진심으로 감탄을 하였다. 그러자 김상필이 궁시렁거렸다.
“욕심이 많아서 그래. 태생이 욕심쟁이야!”
“하하하.. 이 정도 신력이면 분재도 크게 키울 수 있겠네요.”
“…. 자네, 방금 뭐라고 했나?”
“분재를 키운다고 했습니다.”
“설마 신령수에 신력을 주입하여 키우고 있는 겐가?”
“네”
“그 신력을 모으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지 알고나 하는 소린가?”
“악귀를 잡으면 신력은 쌓이기 마련이고 제 몸에는 스승님과 김혁성 어르신이 남겨주신 신력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과하면 부족함만 못한 것이니 힘을 나눌 수 있다면 나눠야 하지 않겠습니까?”
“허어..”
“허허허, 맞는 말이야. 김공! 자네의 말은 틀렸군. 적어도 저 친구는 욕심쟁이는 아닌 모양일세.”
“… 그런 모양이군.”
세 사람이 볕이 잘 드는 곳으로 이동을 한 후, 늦은 점심 식사를 시작했다.
“맛이 좋아. 일을 끝내고 산에서 밥을 먹으니 더없이 맛이 좋군.”
“그러게 말일세. 내가 아주 어렸을 때는 아버지를 따라 이렇게 전국을 돌아다니곤 했지. 참으로 평온한 시절이었네.”
“허허허, 자네도 그런 기억이 있나? 허허허”
두 노인이 즐거운 듯 과거를 회상하였다. 그러다가 물끄러미 덕팔을 바라보았다. 그와 함께 천문의 개방을 막았을 때는 이러한 평온함이 없었다. 오히려 그의 사기로 인해 늘 불안하였다.
“가끔 이 노인네들과 이렇게 등산을 하며 살 생각은 없나?”
김상필의 물음이었다.
“이 정도로도 좋다면 뭐 괜찮은 삶이겠네요.”
“그런가?”
김상필이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연성을 바라보았다.
“자네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군.”
“그런가? 내 그럴 줄 알았지. 허허허”
이연성이 시원하게 웃다가 다시 얼굴에 그늘이 졌다. 그의 존재가 떠오른 것이었다.
“그는 어찌하지?”
“글쎄, 그것은 저 친구의 생각에 달렸겠지.”
잠시 약초를 캐겠다며 산속으로 들어간 덕팔의 뒷모습을 상기하며 두 노인이 쓰게 웃었다.
***
폐공장 지하.
파리한 안색을 한 노인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들이 배신하였군.”
노인이 잠시 멍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더니 이내 실소를 머금었다.
“그 어린 녀석이 신안의 능력을 깨우쳤으니 내가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 후후후. 늙은이들아. 신안은 그저 신안이 전부가 아니다. 저급한 너희들의 능력으로는 그 사실을 알 리 없겠지.”
노인이 사방에 신력을 풀자 사방에서 악귀들이 힘없이 끌려왔다. 노인은 천천히 악귀들의 힘을 흡수하였다. 노인의 몸에 붉은 빛이 돌더니 이내 노인의 모습이 사라졌다.
[기다려라. 배신의 대가를 치르게 해 줄 테니!]잠시 후,
방문이 벌컥 열리며 눈에 익은 두 노인과 검은 정장을 한 젊은이들이 들어왔다.
“하아.. 한발 늦었군.”
“헌데, 그는 어디로 간 거지?”
“우리의 신력을 느끼고 도주를 한 것이겠지.”
“이공, 그렇다고 해도 그의 육신은 남아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김상필의 말에 이연성도 방 곳곳을 살펴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군. 그래야 정상인데….”
이연성이 머리를 굴리다가 뒤에서 호위를 서고 있던 젊은이를 불렀다.
“한 실장.”
“네, 회장님.”
“CCTV를 살펴보게. 이곳뿐 아니라 인근의 CCTV 전부를!”
“네, 회장님!”
젊은이가 밖으로 나가자 이연성의 눈가에 그늘이 졌다.
**
산음교회.
“대장로님.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인지..”
“권장로. 우리 당회장님께서는 이미 연세가 70이 넘으셨네. 진즉 후계에게 자리를 물려주셨어야 했어.”
“하지만.. 아직 정정하시고..”
“권 장로! 두어 달 후쯤, 정부에서 신도시 발표가 있을 것이네.”
“들어 알고 있습니다.”
대장로가 말을 바꾸어 정보력이 있는 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신도시 이야기를 꺼내 놓자 권 장로가 의아한 얼굴이 되었다.
“건설사 선정을 하는데.. 1군 업체들이 많이 참가한다고 하더군.”
“저도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왜?”
“자네 회사도 참가해야 하지 않겠나?”
“네? 하지만 저희 회사는 2군업체인데…”
“어차피 컨소시엄이지 않나? 굳이 1군 건설사들끼리 모여 자기들만의 잔치를 벌일 이유가 없지.”
“제가.. 저에게 기회를 주시겠습니까?”
“당연하지 않는가? 우리가 이 교회에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늘에 계신 그분의 뜻을 따라 만민을 평안케 하기 위함이지 않나?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지?”
“그야… 믿음과…”
“돈이 필요하지. 일이 잘된다면 특별헌금을 기대해도 되겠지?”
“당연하지요. 그분의 뜻을 위해 사용하는 돈인데 제가 어찌…”
“그래, 그래. 그러면 되는 것이지. 권 장로. 우리의 미래는 계속되어야 하네. 그러기 위해서는 이 교회에 새로운 동력이 필요해. 당회장께서는 총기를 잃으시고 몸을 움츠리시려고 하고 있어. 이번 일도 당회장께서 반대하시니…”
반신반의하던 권 장로의 눈빛이 변했다.
“그럼 어느 분을 후계로…”
“민 전도사가 어떤가?”
“민 전도사라면 민경환 전도사 말입니까? 민경환 전도사는 이제 겨우 서른 밖에.. 아니, 그보다 당회장님께는 장남과 차남이 있습니다. 그분들의 교회 영향력도 막대하여…”
“그것은 내가 알아서 하겠네. 그러니 아무 염려 말게.”
“… 그러시다면이야. 저는 대 장로님만 믿겠습니다.”
“그래, 그래.”
권 장로가 밀실을 빠져나가자 구석에 있는 작은 문이 열리며 민경환이 들어왔다.
“이로서 장로회 의결정족수를 모두 채웠습니다. 당회장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대 장로님.”
“허허, 고생이라고 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그저.. 이 교회를 위한 것인데요. 허허허허”
민경환과 대 장로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
산음교회 당회장 사택.
대궐 같은 3층 주택 안에서 노인의 비명이 들렸다.
“헉헉…”
“여보, 괜찮아요? 오늘도 또 악몽을 꾸신 거예요?”
“흐으… 빌어먹을 늙은이 같으니라고!!”
산음교회 당회장인 민태환이 식은땀을 흘리며 침대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벌써 한 달째 악몽을 꾸고 있었다. 꿈에서도 보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스승. 사이비종교 교주로 몰리며 어떻게 죽었는지도 확인이 되지 않은 차태민이 피를 흘리며 나타나 자신을 원망하고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민태환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으로 훔쳐내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어디 가시려구요?”
“잠을 깨워 미안하오. 좀 더 자 두시구려. 나는 샤워를 하고 오랜만에 새벽기도회에나 참석해야겠소.”
민태환이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왔다.
“나이를 먹은 건가?”
오래전, 신학대학교를 졸업하고 부목사로 처음 취업을 한 곳이 차태민이 운영하던 교회였다. 한눈에 보아도 일반적인 교회가 아니었지만 차태민이 내민 월급봉투는 월급쟁이 부목사가 만질 수 있는 액수가 아니었다.
그렇게 10년! 차태민의 수족이 되었다. 그의 곁에서 어떻게 신도들을 홀려 돈을 갈취하고 사기를 치는지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일이 생겼다.
수십 명의 신도가 수련원에서 사망하였다. 모든 재산을 다 헌납하고 수용소의 포로들처럼 노역을 하며 살아가는 신도들이었건만 차태민은 이제는 더 이상 뽑아먹을 게 없는 신도들이 귀찮았던 것인지 수련원 입구를 잠가 버리고 불을 질러버렸다.
그런데 40년이 지난 지금 그가 꿈에서 나타나 그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덤태기를 씌우려 하였다.
“나에게 모든 것을 물려주려고 하였다고? 어림도 없는 소리! 내가 네놈의 속을 모를 줄 알고? 신도들에게 빼앗은 돈은 미국에 있는 아들에게 다 넘겨주고 문제가 터지면 내게 책임을 씌우려 했다는 걸 내가 모를 줄 알고?”
민태환은 그때 일만 생각하면 지금도 분하였는지 두 주먹을 꽈악 쥐었다.
***
일산 스튜디오.
음악방송 촬영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바니레이디즈의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하루에 네건씩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지만 바니레이디즈는 지친 기색 없이 씩씩하게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다.
“일이 많아서 힘들지?”
이성미가 바니레이디즈 멤버들에게 음료를 건네주며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실장님, 전혀! 힘들지 않아요. 무명 때 생각하면 행복해요. 무대에서 쓰러져도 쓰러지기 직전까지 일할 거예요.”
만년 연습생으로, 또는 데뷔를 하였으나 연예계의 벽을 실감하며 쓰라린 실패를 맛봐야 했던 이들이었기에 지금의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잘 알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조금만 참아. 한두 달 정도 그룹 활동하고 나면 그 뒤로는 유닛 활동을 하게 되니까 좀 쉬엄쉬엄할 수 있을 거야. 그 전에… 알지?”
“네, 눈도장 확실하게 찍어 놓을게요.”
“그래! 그룹 활동할 때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유닛 활동을 하게 되면 백수로 놀아야 하는 사람들도 생길 수 있어. 그러지 않으려면 확실하게!! 파이팅!”
이성미가 두 주먹을 불끈 쥐자 멤버들도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파이팅을 외쳤다. 이성미의 말을 그냥 들으면 냉정하고 서운하다 할 수 있겠지만 이성미가 자신들의 성공을 얼마나 바라고 있는지 잘 알고 있기에 그마저도 애정 어린 응원으로 들렸다.
그때, 대기실 문이 열리며 덕팔이 떠밀려져 들어왔다.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 안녕 못한데…”
덕팔이 대기실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며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
2시간 전, 새벽 6시 덕팔의 집.
띵동!
덕팔의 집 초인종이 힘차게 울렸다. 덕팔이 눈을 비비며 일어나 시계를 바라보곤 고개를 갸웃거렸다.
“애들은 벌써 나간 건가?”
아침부터 음악방송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하더니 새벽부터 미용실을 간 모양이었다.
“누구세요?”
[안녕하십니까? 신입 매니저 김승환이라고 합니다.]“아네, 안녕하세요. 애들은 없는 것 같은데.. 혜성이 데리러 온 건가요?”
“아, 내 정신 좀 봐. 잠시만요.”
덕팔이 문을 열어주고 마당으로 나갔다. 자신을 신입 매니저라고 소개하였지만, 신분이 확실하지 않으니 집안으로 들이기 전에 덕팔이 먼저 얼굴을 보아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김승환이 대문을 열고 들어오며 활짝 웃었다.
“안녕하십니까? 더 파르 배우님! 신입 매니저 김승환입니다.”
“반갑습니다.”
김승환은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싹싹한 남자였다. 덕팔이 손을 내미니 김승환이 두 손으로 공손히 악수하였다.
“자, 가시죠.”
“예?”
“출연하셔야 합니다.”
“뭘요?”
“음악방송! 자자.. 어서 서두르시죠.”
김승환이 어느새 덕팔의 등 뒤로 돌아와 덕팔의 등을 밀고 있었다.
“야, 니들은 사람 끌고 가는 걸 학원에서 배우냐!!”
덕팔의 절규가 이른 새벽부터 온 동네에 울려 퍼졌다.
**
다시 일산 모 스튜디오.
덕팔이 입을 내밀며 헤어와 화장을 하고 있자 김소미가 덕팔에게 김밥과 음료를 내밀었다.
“선배님, 식사 안 하셨죠? 이거라도…”
덕팔이 김소미가 내민 김밥을 받으려다 말고 손을 거두었다.
“너도 밥 안 먹었잖아. 너나 많이 먹어. 이 방송 말고도 또 스케줄 있다며?”
“그래도 저희 때문에 식사도 못 하고 이렇게 오셨는데…”
“괜찮아. 이 모든 게 다 악마 배정환 때문인 것을!!”
덕팔이 인상을 찌푸리다가 화장에 얼룩이 생긴다는 메이크업아티스트에게 한소리를 먹고 무표정한 얼굴로 정자세를 취하자 이성미가 실소를 머금었다.
“결국엔 다 할 거면서 뭘 그리 투덜대.”
“누나, 누나도 그러는 거 아니에요. 오랜만의 휴식인데.. 그보다 오늘 저 가야 할 곳이 있단 말이에요.”
“또 어딜 가? 소미가 그러는데 너 요즘 밤마다 어딜 갔다가 새벽에 들어온다며? 뭐야? 너 혹시.. 나이트클럽 가는 거야?”
“… 설마요.”
“그런데 혼자 가면 배신이다. 이 누나도 꼭 델구가!”
“네네.. 다음 생에라도 갈 기회가 생기면 꼭.. 그리합죠.”
덕팔이 농을 던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머리도, 화장도 모두 끝났으니 노래 연습을 해야 할 시간이었다. 딱 4소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