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192
192화
덕팔이 샤워를 하고 나오니 일본식 정식이 차려져 있었다.
“나가기 힘들 것 같아서 룸서비스를 시켰어요.”
“맛있겠네요. 비류야! 많이 먹어라.”
“네, 형!”
세 사람이 식사에 열중했다. 덕팔이 식사를 마치고 차를 마시며 비류에게 물었다.
“혹시 유키씨에게 연락 온 거 없어?”
비류가 고개를 흔들자 덕팔이 고개를 살짝 끄덕여 주곤 손을 내밀었다.
“뭐요?”
“네 테블릿! 오늘만 빌리자.”
“아, 테블릿!”
비류가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했다.
“이토, 테블릿 한 개만 구해다 줘. 응, 최신형으로! 형님이 게임을 하시려나 봐.”
“비류야. 노트북을 구할 수 있으면 노트북으로!”
“전 테블릿으로요.”
은혜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잠시 후, 테블릿 한 대와 노트북 한 대가 들어왔다.
덕팔이 노트북을 들고 쇼파로 가더니 검색을 시작했다.
“흐음… 으음… 흠…”
신음과 함께 뭔가를 중얼거리던 덕팔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메모를 시작했다. 은혜와 비류는 그런 덕팔을 바라보기만 할 뿐 말을 걸진 못했다. 진지하게 뭔가를 고민하는 덕팔에게 말을 걸면 방해가 될 것 같았기에..
두 시간여 만에 덕팔이 노트북을 닫고 식탁으로 돌아왔다.
“뭐한 거예요?”
“아.. 요괴들을 검색해봤어요. 유키씨가 저녁쯤에는 어느 정도 자료를 모아 줄 줄 알았더니 손이 느려서요.”
그러면서 덕팔이 비류를 바라보았다.
“비류야.”
“네, 형”
“부하직원을 구할 때는 일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사람을 써야 돼. 알았지?”
“부하직원요? 유키를 말하는 거예요?”
“뭐.. 딱히 유키씨를 지목해서 하는 말은 아니고..”
“하하하.. 형이 오해하는 것 같은데.. 유키는 제 약혼녀에요.”
비류의 말에 덕팔도, 은혜도 눈이 크게 떠졌다.
“너 몇 살이지?”
“열일곱요.”
“유키씨는?”
“서른하나요.”
“열네 살 연상이네?”
“가문의 결정이었어요. 유키는 절 위해서 기다려 주고 있는 거구요.”
“몇 살에 결혼하려고?”
“제가 스무 살이 되면요.”
“허얼…그래서 주인님, 주인님 그러는구나. 부인이 남편을 부를 때처럼?”
“네, 약혼자들 간에도 그렇게 불러요. 근데.. 요즘은 그렇지 않거든요. 그래서 그러지 말라고 하는데.. 유키가 워낙 보수적이어서…”
“김민석씨를 좋아한다며?”
“아내가 좋아하는 배우를 질투할 만큼 이 비류! 마음이 좁지 않습니다.”
“그래.. 그래.. 니똥.. 거시기다.”
덕팔이 지지를 쳤다.
***
다음 날 덕팔은 오전에 두 씬을 촬영한 후, 휴식을 하게 되었다. 오키나와 성을 떠나기 전에 주변 인물들만의 씬을 따로 찍는 것 같았다.
“완전 주인공 전지시점이네요.”
“그러게요. 어제 성 내부 씬 찍을 때 함께 찍었으면 좋았을 텐데 굳이 이렇게 따로 남겨서 찍을 필요가…”
“문화일 거예요. 좋다 나쁘다로 설명할 수 없는.. 주인공을 배려하는 게 지나친 거죠.”
덕팔이 이해를 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에서도 그런 문화가 있다. 주연 배우 촬영 때문에 몇 시간씩 대기해야 하고 주연배우는 잠깐 촬영을 끝내고 다음 장소로 이동을 한다. 물론 주연배우들의 씬이 워낙에 많기 때문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긴 하겠지만 굳이 몇 시간 전부터 조연 및 단역배우들을 대기시킬 필요는 없을 텐데 관행처럼 이어져 오고 있었다.
그런 관행이 당연시 되다 보니 주연배우가 연극에 출연하는 단역배우의 스케줄을 위해 자기 씬을 뒤로 미뤄주는 게 미덕처럼 회자되기도 하였다.
어찌 되었든 덕팔은 오후에 휴식이다. 하지만 유키는 그런 덕팔을 그냥 두지 않았다. 어제 보내주지 않은 요괴들에 대한 정보를 한가득 안고서 나타났다.
“평민, 졸지 말라고!!”
“내가 수험생도 아니고.. 이게 뭐냐고!”
덕팔과 유키가 또 싸우고 있었다. 저들에게는 하루에 싸워야 하는 총량이 있는 것 같다.
유키가 준비해 온 것은 요괴의 상상도에 더하여 특징, 출몰지역, 주의 사항 등이 자세히 담긴 프리젠테이션 자료였다. 덕팔이 어제 두 시간 동안 찾은 것과 특별히 다르지 않았는데 워낙 자세히 조사하다 보니 프리젠테이션 시간만 세 시간이 넘어가고 있었다.
“알았어.. 그러니까 어쩌라고?”
“뭐? 지금까지 뭘 들은 거냐? 평민!”
“이봐! 자료에 가장 중요한 게 없잖아.”
“뭐가 없다는 거지?”
“대처법이나 해결방법! 네가 지금껏 떠든 것들은 인터넷만 뒤져도 다 나온다고. 내가 원하는 건 그 요괴를 어떻게 제압할 수 있는지야. 그걸 알아 오라고!”
“… 그것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러시겠지. 그럼 여긴 뭐 하러 왔냐?”
“그야 당연히! 김민석 상이 오후에 이 숙소로 돌아온다고 해서 왔다.”
덕팔이 비류를 바라보았다. 비류는 어깨를 으쓱거릴 뿐 별 반응이 없었다.
“그래 넌 대범한 남자니까!”
***
덕팔이 분한 중천미랑이 오키나와에서 탈출하고, 같은 시각 홍길동은 조선에서 활빈당을 이끌고 탈출하면서 영화가 시작되었다. 조선과 일본에서 두 주인공이 쫓기는 씬이 교차하면서 이 영화가 시작되다 보니 초반 도입부에 신경을 많이 쓰는 듯했다.
덕팔의 촬영은 순조로웠다. 극 전개로는 중천미랑이 여러 섬을 전전하였지만 실상 촬영은 오키나와 여러 곳에서 진행되었다. 그렇게 촬영이 계속되다가 덕팔은 홍길동이 처음 상륙했다고 알려진 파조간도에서 김민석과 조우하였다.
감독도 바뀌어 있었다. 덕팔을 연예계로 이끈 주진철이 민석과 함께 덕팔을 기다리고 있었다. 덕팔은 설레는 마음으로 민석과의 첫 촬영에 임했다. 그런데…
“형!!”
“미안하다. 동생아! 액션 연기 못하는 형 때문에..”
벌써 네 번째 NG가 났다. 화려한 액션 뒤에 덕팔이 민석에게, 그러니까 중천미랑이 홍길동에게 져 그의 부하가 되는 씬이었다.
덕팔이 어깨를 주무르며 무술감독 박 감독을 바라보았다. 박 감독이 머쓱한 얼굴로 콘티를 들고 민석 곁에 섰다. 무려 두 달간 연습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 처음 콘티를 보고, 잠깐 연습을 한 덕팔은 정확한 타이밍에 정확한 연기를 펼치는 반면 민석은 늘 반 박자 빠르거나 늦었다.
박 감독이 민석과 한동안 대화를 나눈 끝에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하아.. 조연배우가 주연배우 대역을 하게 될 줄은…”
덕팔이 홍길동 의상을 입고 민석의 연습상대가 되었던 액션배우와 합을 맞추고 있었다. 민석이 뻘쭘한 얼굴이 되어 덕팔의 어깨를 주물렀다.
“덕팔아! 하는 김에 액션은 크고 화려하게! 알지?”
“…네네”
덕팔이 민석의 검을 들고 액션배우 앞에 섰다.
“중천미랑! 나는 그대와 함께하길 원한다.”
“그대가 나를 이긴다면 생각해 보겠다.”
간단한 대화가 오고간 후, 두 사람이 합을 맞췄다. 덕팔과 액션배우가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동작이 점점 콘티에서 벗어나 하늘을 펄펄 날아다녔다.
주진철 감독이 인상을 썼다.
“컷! 배우들 대기하고, 카메라 세 대 더 넣어!”
주 감독이 조감독에게 지시하고 덕팔에게 다가왔다.
“이봐, 더 파르!”
“네, 감독님.”
“너, 자꾸 그럴 거냐?”
“왜요?”
“콘티대로 해야 할 거 아냐? 그렇게 멋지게 할 거면 미리 말을 해주던가?”
주 감독이 웃으며 덕팔의 어깨를 툭 치더니 상대 액션배우에게도 힘을 실어주었다.
“오~ 강근수! 너 많이 컸다? 무협영화 보는 줄?”
“감사합니다. 감독님!”
군기가 바짝 든 강근수가 90도로 인사를 하더니 씨익 웃었다.
“근수씨!”
“네, 선배님.”
“혹시 민석이 형 액션 동작도 외우고 있어요?”
“네, 선배님. 다 외우고 있습니다.”
“그래요?”
덕팔이 씨익 웃더니 홍길동 의상을 벗어 강근수에게 내밀었다.
“그럼 바꿉시다. 어차피 콘티대로 할 거 아니면 상관없잖아요?”
“.. 그래도 됩니까? 선배님이 많이 맞으셔야 하는데?”
“나중에 민석이 형이랑 장면 다시 따려면 이편이 나을 것 같아서요.”
강근수가 주진철을 바라보자 주진철이 고개를 끄덕여 승낙하였다. 강근수가 얼른 옷을 벗어 덕팔에게 내밀고 홍길동 의상을 입었다. 머리 모양 때문에 코디네이터들이 달려들었지만, 덕팔이 손을 들어 저지하였다.
“일단 합부터 맞춰볼까요?”
덕팔이 걱정하는 바를 한 번에 눈치챈 주진철이 자리를 만들어 주자 덕팔이 일본도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시작되는 액션!
덕팔이 찌르면 강근수가 뛰어 올라 덕팔의 목을 노려왔다. 덕팔이 바닥을 구르며 강근수의 다리를 베어갔지만 강근수는 다리로 착지하지 않고 덤블링을 하듯 바닥을 한 바퀴 굴러 덕팔의 칼을 피해내고 덕팔의 옆구리를 노려왔다. 덕팔이 그냥 물러서지 않고 뒤로 한 바퀴 공중회전을 하며 멋지게 피하자 강근수가 공중에서 외발차기를 하며 펄펄 날았다.
액션을 지켜보던 주진철이 무술감독 박 감독을 바라보았다.
“인물인데? 덕팔이랑 붙여놓으면 와이어 없이도 무협영화를 찍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렇죠? 덕팔이한테 자극받아 액션배우를 시작한 애 중 한 명이에요. 기가 막히죠.”
백여 합을 겨룬 덕팔이 강근수의 발길질에 몸이 부웅 뜨더니 뒤로 날아가 넘어졌다. 맨바닥이었지만 덕팔이 안전하게 낙법으로 몸을 굴리더니 그 탄력으로 몸을 일으켰다.
“그만, 연습은 그 정도만 하지. 둘 다 다치면 안 되니까!”
주진철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감독석에 앉자 덕팔이 강근수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려주었다.
“스탠바이~ 액션!”
두 사람은 언제 연습을 했냐는 듯 카메라가 돌자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여 주었다. 콘티의 내용은 이미 두 사람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았다. 진짜 검을 들었다면 사생결단을 내었을 정도로 서로를 노려보며 칼질을 하였다.
카메라 한 대가 집요하게 덕팔의 얼굴과 상체를 잡았다. 저 표정은 다시 찍어서 나올 것이 아니었기에 지금 잡아야 했다. 다른 카메라 한 대가 강근수의 뒷모습을 잡았다. 다른 카메라 두 대가 사선에서 두 사람의 큰 움직임을 잡았다. 마지막으로 지미집 카메라가 두 사람을 위에서 찍었다.
액션은 연습 때보다 더 길었다. 덕팔이, 강근수가 일격을 맞고 쓰러지고 일어나기를 반복하였다. 마지막에서 두 사람 모두 서로의 일격에 바닥을 굴렀다. 그리고.. 최종 승자인 홍길동만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케이! 컷!”
주진철이 카메라 감독들을 바라보았다. 카메라를 들고 있던 감독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각자 카메라에 담긴 장면을 돌려보았다. 민석이 고개를 내밀고 주진철이 보고 있는 장면을 함께 보았다.
“아… 놔! 이 나이에 저걸 하라고?”
민석이 앓는 소리를 하자 주진철이 웃으며 민석을 안심시켰다.
“걱정하지 마, 김 선배! 저건 쟤들한테 다시 하라고 해도 못 할 거야. 이런 멋진 장면은 절대 두 번 나오는 게 아니거든!”
주진철이 민석의 얼굴을 따야 하는 장면을 메모하며 액션 장면 모두를 꼼꼼히 검토하였다.
**
덕팔이 숨을 몰아쉬며 강근수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잘하네. 정말! 운동 많이 했나 봐요?”
“네 이것저것…”
“이젠 은퇴를 해야 하나?”
덕팔이 농을 걸자 강근수가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선배님! 영화에서 보여주신 선배님 액션보고 액션스쿨에 들어갔습니다. 저희 동기들은 다들 선배님하고 연기하고 싶어서 액션스쿨 들어갔지 말입니다.”
“아이고, 이거 부끄럽네. 혹시 나이가?”
“29살입니다. 선배님”
“내가 말을 편하게 해도..”
덕팔이 조심스럽게 말을 하자 강근수가 환하게 웃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사실은.. 정훈이하고 동깁니다.”
“진짜?”
덕팔이 촬영장에서 고등학교 후배를 만나게 될 줄 몰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자 강근수가 부끄러운지 뒷머리를 긁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