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241
241화
덕팔의 말이 도발이 되었는지 주먹이 날아왔다. 덕팔이 슬쩍 피하며 남자의 무릎 아래를 발로 툭 건드렸다. 남자가 주먹을 내지르며 중심이 앞으로 쏠려 있다가 다리에 중심을 잃자 그대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번에 발이 날아왔다. 덕팔이 주저앉으며 남자의 축이 되는 다리의 무릎을 옆으로 툭 때렸다. 그러자 다리가 흔들리면서 그대로 넘어지며 본의 아니게 다리 찢기를 하게 되었다.
그렇게 하나둘씩 바닥에 쓰러지자 마지막 남은 남자가 칼을 뽑아 들었다.
“에이, 그건 반칙인데..”
덕팔이 뒤로 슬금슬금 물러났다. 그러자 남자가 칼을 내 뻗으면 달려들었다.
“에이, 칼을 그렇게 쓰면 손 아귀가 남아나질 않죠.”
덕팔이 여유롭게 몸을 틀어 칼을 피하며 남자의 목부를 툭 건드렸다. 크게 힘이 실린 것 같지 않았는데 남자가 배를 움켜쥐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에이, 이 정도 실력으로 저한데 이러시면 곤란하죠.”
덕팔이 쪼그리고 앉아 칼을 들었던 남자의 뒷머리를 뒤로 재꼈다.
“누가 시켰을까요?”
“…..”
남자가 대답이 없자 덕팔이 피식 웃었다.
“더 아파봐야 대답을 하실 건가? 제가 상처 없이 고통만 주는 방법을 147가지 정도 알고 있는데 한번 당해보실라우?”
덕팔이 남자의 어깨 부위를 툭 쳤다. 그러자 남자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었다.
“거긴 견정혈이라고 하는데 덩어리 아저씨들 어깨에 힘 줄 때 불쑥 솟아오르는 부위죠. 근데 저 같은 고수한테 잘못 맞으면 열라 아프거든요. 아마 내일부터는 오른팔을 못 쓰게 될 거예요. 어라? 지금도 못쓰시네? 그럼 왼쪽도 한번?”
“박 실장! 박 실장이 시켰다.”
“세상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흔한 성씨가 김, 이, 박이거든요?”
“대한건설 박 실장!”
“아! 대한건설… 그거참!”
덕팔이 쪼그리고 있던 자세를 풀고 몸을 일으켰다.
“들을 거 다 들었으니 전 갑니다. 똑바로 사세요.”
덕팔이 손을 휘적거리며 걸어가자 칼을 들었던 남자가 급히 덕팔을 불렀다.
“내 팔, 내 팔은…”
“좀 있으면 괜찮아질 거니까 똘마니들한테 파스나 사오라고 해서 붙여 주세요. 한 일주일이면 깨끗하게 나을 거니까..”
덕팔이 다시 휘적거리며 걷다 말고 뒤를 돌아보았다.
“아저씨들, 요즘 너무 무리한 것 같은데 한의원 한번 가봐요. 사람이 살아야 돈도 버는 거잖아요?”
덕팔이 씨익 웃었다.
**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덕팔이 멍한 눈으로 창밖을 내대보고 있었다. 드라마에서 너무 많이 봤던 뻔하고 뻔한 일을 직접 당하고 보니 화를 낼 힘도 없었다.
“대한건설이라고? 그때 그놈이 대한건설과 관련된 놈인가 보네. 거 참. 이래서 안 된다니까..”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엮이고 말았다. 집이야 걱정할 것이 없다. 대한민국의 그 누가 인신을 상대할 수 있을까? 집에 자주 드나드는 향숙과 민수가 걱정이었다. 덕팔이 전화를 들어 향숙에게 전화를 걸었다.
“… 네.. 변호사님! 그래서 당분간 저희 집에 오시지 않는 게… 네, 네. 알겠습니다.”
덕팔이 전화를 끊고 보호해야 할 다음 후보군을 물색해 보았다. 정다미가 떠올랐다.
“하아.. 그쪽은 답이 없는데..”
덕팔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문자가 들어왔다.
띠링!
[집에 도착했어?]“허어.. 대놓고 작업질을.. 쯧!”
휴대폰에서 시선을 떼며 다시금 생각에 골똘하고 있을 때 다시 문자가 들어왔다.
띠링!
“허얼..”
덕팔이 답 문자를 보냈다.
[응,, 씻고 잘려고..]띠링!
[야, 지금 몇 신데 벌써 자! 너 나랑 문자하는 거 싫어서 그런 거지?] [응!!]덕팔이 휴대폰을 무음으로 돌려놓고 다시 생각에 잠겼다.
“당분간 가드를 붙여 놓고 다미씨를 만나면 안 되겠군.”
지켜야 할 것이 생기자 자신의 경솔했던 행동이 후회가 되는 덕팔이었다.
**
집에 거의 도착하였을 때, 휴대폰이 번쩍였다.
“이 시간에 무슨 전화가?”
모르는 일반 번호였다.
“여보세요?”
[오덕팔씨?]“네, 제가 오덕팔인데요?”
[여기는 강북경찰서 수사관데요. 폭행 신고가 들어와서 출석을 해주셔야 할 것 같은데요.]“폭행요?”
[네, 여기에 오덕팔씨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분들이 와 계시는데..]“제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고 전화를 하신 건가요?”
[이분들이 알려주던데 혹시 김만식, 강필상, 유진식, 옥철민씨를 모르시나요?]“하아.. 네. 제 친구들 아니구요. 저는 강남 사니까 조사하실 것 있으시면 강남경찰서로 이관해주세요. 거기서 조사받을게요. 그리고 그분들한테 제 전화번호하고 이름을 어떻게 알았는지 꼭! 물어봐 주시구요. 진단서 꼭! 제출 받으시구요. 그분들 인적사항하고 직업도 꼭! 서면으로 받아 놓으시구요.”
[그러시면 체포되실 수도 있습니다.]“그럼 체포영장 받아오시던가요.”
[긴급체포할 수도 있습니다.]“이보세요. 형사님! 제가 현행범입니까? 무슨 권리로 긴급체포를 합니까? 이 통화 녹음되고 있어요. 아까 성함이 어떻게..”
뚜뚜뚜뚜
“이놈 시키들, 경찰한테 약 쓴 거야? 허어..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거 아냐?”
덕팔이 고개를 흔들며 집안으로 들어갔다.
***
인신과 상의를 해볼까도 했지만 마침 내일은 악귀를 잡으러 가야 했기에 다녀와서 해결하기로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번쩍.. 번쩍..
“아놔, 오늘 일진이 왜 이런다니?”
덕팔이 휴대폰을 살펴보니 김혁성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오고 있었다.
“여보세요? 어르신?”
[덕팔이냐?]“네, 어르신.”
[내일 산행할 준비는 다 된 거지? 산에서 닭백숙을 먹으면 참 맛이 좋을 것 같은데.. 산 닭을 한 마리 가지고 올라가자꾸나.]‘아놔, 이 양반은 지금 나들이 가는 줄 아시나..’
속이 들 끓어 올랐지만 덕팔은 예의 바른 청년이었다.
“네, 네. 어르신! 산 아랫마을에서 구해볼께요.”
“네, 내일 아침 일찍 찾아 뵐께요.”
[그리고 말이다. 덕팔아.]드디어 덕팔의 이마에 혈관이 툭 튀어나왔다. 그러나 김혁성의 뒷말에 분노는 눈 녹듯 사라졌다.
[혹시 어려운 일이 있거나 인신 어르신께 말하지 못할 이야기가 있으면 이 할애비에게 부탁을 해도 된다. 알겠느냐?]“네네, 그러믄입쇼. 감사합니다. 어르신.”
전화를 끊은 덕팔이 피식 웃었다.
“진심은 통하는 법인데, 안 통하는 놈들이 있어서.. 이거 참.”
내일 차 안에서 김혁성에게 오늘 만난 덩어리들과 약을 먹은 형사 나부랭이를 꼰지를 생각을 하니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 덕팔이 흐뭇한 표정으로 잠에 빠져들었다.
***
인계산 오두막.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덕팔과 김혁성이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덕팔아..”
“네.. 어르신.”
“원래 이렇게 힘든 것이더냐?”
“오늘은 정월 그믐의 영향이 있어서 난이도가 좀 있는 편이었죠.”
“허어.. 지난 시간이 쉽지 않았겠구나.”
김혁성은 처음으로 악귀를 잡아보았다. 인신의 꼼수를 눈치채지 못하였기에 이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신투장갑에 신력을 채워야 했기도 했지만, 자신의 수법이라면 악귀들 따위는 쉽게 처리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짐을 나눠 진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악귀들을 상대해보니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덕팔은 요상한 칼을 한 자루 뽑아들 더니 밤새 칼춤을 추었다. 자신은 자신만의 수법으로 악귀들을 상대했다. 달이 꼭대기에 오를 즈음,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달이 동쪽 산마루로 넘어갈 즈음 어쩌면 그보다 더 무서운 존재들이 저 악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손가락 하나 까닥일 힘조차 없이 덕팔과 머리를 맞대고 드러누운 김혁성이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덕팔아, 그가 저 악귀들보다 강하더냐?”
“그는 악귀들의 끝판왕이죠.”
끝판왕이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수십 배쯤 강한 상대라고 짐작했다.
“허허.. 내가 헛된 꿈을 꾸고 있었던 모양이군.”
“저는요. 어르신이 참 좋습니다. 가끔 혜원이가 부러웠을 때가 있었죠. 저런 자상한 할아버지 밑에서 사랑받고 자랐기에 혜원이기 밝게 성장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랬더냐? 나를 그리 생각해주니 고맙구나.”
“그래서 더 괴로워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자상하고 따뜻한 할아버지가 복수에 취해 악귀가 되어가는 걸 지켜보면서 더 괴로웠을 거라 생각했어요. 체질에도 맞지 않는 신녀가 되겠다고 나선 혜원이의 아픔이 이해가 되어서 마음이 아팠어요.”
“허허허.. 그만해도 충분히 알아들었다. 직접 부딪쳐보니 너의 말이 실감이 나는구나. 아마도 인신 어르신은 나에게 그런 깨달음을 주시기 위해 이 산에 올려보낸 것이겠지?”
“글쎄요. 저는 생각이 조금 다르지만 그렇게 생각하시겠다면 말리지는 않을게요.”
덕팔이 충분히 숨을 골랐는지 평상에서 몸을 일으켜 오두막 뒤편으로 향했다. 김혁성도 울푸레 차가 생각이 났는지 덕팔의 뒤를 따랐다. 오두막 뒤편에는 뒤틀린 괴목이 한그루 서 있었다.
“저건 무엇이냐? 품은 기운이 심상치 않구나.”
“먼 훗날, 업을 모두 풀어내고 신령수가 될 귀한 분이죠.”
“그래?”
덕팔이 그 나무 아래에 쪼그리고 앉아 밤새 모은 신력을 나눠주고 있었다.
“무얼 하는 게냐?”
김혁성이 깜짝 놀라 덕팔을 말리려고 하였지만, 덕팔이 워낙에 진지하게 신력 운용을 하고 있어 덕팔의 몸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제 친구를 만나게 해줄 귀한 신령숩니다. 10년을 기다릴 순 없으니 제가 약간의 도움을 주는 거죠.”
“그래도 그렇게 힘들게 모은 신력을…”
“저에게는 약간의 신력만 있어도 충분하죠.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신력을 쓸 일이 많지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이 나무에게는 오늘 제가 나눠준 신력이 큰 힘이 될 거예요.”
덕팔이 괴목을 쓰다듬으며 작게 속삭였다.
“다음 그믐이 될 때까지 힘을 온전히 흡수하세요.”
덕팔이 괴목을 톡톡 두들려 주더니 괴목 근처에 나 있는 풀과 잡목들로 시선을 돌렸다.
“어르신, 이게 울푸레에요. 꼭 잡초처럼 생겼죠?”
덕팔이 풀과 나무들을 일일이 가리키며 설명을 해주었다.
“울푸레는 독초랍니다. 신력으로 독성을 태우지 않으면 물에 넣고 끓이는 증기에도 죽을 수 있는 무서운 독초죠.”
덕팔이 조심스럽게 울푸레를 뜯어 별도로 가져온 비닐봉투에 담았다. 김혁성이 뒤에 서서 덕팔이 하는 양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덕팔은 각기 다른 비닐봉투에 각기 다른 약재를 따로 모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