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298
298화
“후후.. 완전 속았네요.”
“미안해. 우리 일이 비밀 유지가 필요한 일이라서 말이지.”
모자를 깊게 눌러 써 얼굴도 확인할 수 없었다.
“의족이 필요해?”
“의족하고, 의수 모두 필요하죠.”
“오호.. 그래? 어떤 걸로?”
“인간의 것과 똑같은 것으로…”
“보는 눈이 있군. 탈착형은 진정한 의족이 아니지. 근데 누가 쓰려는 거지?”
“아버지요. 헌팅을 하시다가 팔과 다리를 잃으셨어요.”
“치료는?”
“완치되었어요.”
“완치가 되었다고? 병원에 돈을 엄청 바친 모양이지? 아니면 등급 높은 헌터였던가…”
“병원에서도 완치가 되나요? 저희 아버지를 치료하던 의사는 절단 환자는 완치가 불가능하다고 하던데..”
“뭐야? 너? 완치가 되었다는 말은 네 입에서 나온 얘기야.”
“저는 병원에서 완치가 되었다고 한 적은 없어요.”
남자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너 헌터 협회에서 나온 단속반이냐?”
남자가 품에서 단검 한 자루를 뽑아들었다.
“아뇨. 저는 헌터도 아닌 걸요.”
진우가 양 손을 흔들며 결백을 주장했다. 남자가 주머니에서 수갑을 꺼내 진우에게 던졌다.
“차!”
진우가 남자의 말대로 양손에 수갑을 찼다.
“신력을 봉인하는 수갑이다. 네가 헌터든, 그렇지 않든 허튼짓 하면 재미 없을 거야.”
“의족을 팔려고 했던 거 아니에요?”
“맞아. 하지만 헌터 협회 단속반에게는 안 팔아.”
남자가 진우의 품을 뒤지기 시작했다. 주머니에서 지갑을 찾은 남자가 진우의 지갑을 뒤졌다.
“오진우, 19살, 너.. 고등학생이냐?”
“네.”
남자가 창고 안쪽으로 들어가더니 네모난 화면과 손잡이가 있는 기계를 들고 왔다. 진우의 주민등록번호를 꾹꾹 누른 남자가 화면에 나온 결과를 보고 웃었다.
“비감응자! 헌터 협회에서 나온 건 아닌 모양이군.”
진우가 수갑이 채워진 두 손을 흔들었다. 풀어달라는 의미였지만 남자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이 상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서로에게 안전하겠지.”
“아이구.. 손님을 이렇게 대접하다니…”
“대신 좋은 물건을 싸게 팔아 주마.”
“얼마죠?”
“다리는 상태가 어떻지?”
“제 휴대폰에 사진이 있어요.”
남자가 진우의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더니 화면을 자세히 살폈다.
“다리는 양호한데 팔은 좀 그렇군. 이건 할아버지께 물어봐야겠는데?”
“일단 가격부터 알고 싶은데요?”
“흐음.. 의족은 시술까지 1억! 의수는.. 나도 잘 모르겠다. 팔 하나를 통째로 만들어야 해서..”
1억이면 훨씬 싼 가격이었다. 하지만 품질을 확인할 수 없다. 싸다면 틀림없이 이유가 있을 것이다.
“너무 싸네요. 안 사렵니다.”
“뭐? 싼데 왜 안사?”
“말이 안되잖아요. 같은 물건을 1/7 가격에 판다는 건 뭔가 문제가 있다는 뜻이 아닐까요?”
“난 또 뭐라고! 그런 거 절대 아니야. 그놈들이 쓸데없이 비싸게 파는 거야.”
“그래도 짝퉁은 짝퉁인 거죠.”
“뭐? 하하하. 하하하”
남자가 시원하게 웃었다.
“우리 것이 짝퉁이라고? 천만에 그놈들이 우리 것을 가져다가 베껴서 만들어 파는 거야. 품질은 우리 것이 월등하게 우수해.”
“어떻게 믿죠?”
진우의 도발에 남자가 모자를 벗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지만 어딘가 익숙한 얼굴이었다.
“우덕팔이라고 한다.”
“…네?”
“우덕팔!이라고..”
“…..아, 그렇군요.”
남자가 발끈 하였다. 이름에 콤플렉스가 있는 모양이다. 하긴.. 진우도 그랬다. 오덕팔이라고 불리던 그때, 스승께서 자신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스승? 덕팔? 스승? 우병진? 우덕팔?
“저기.. 인신 선생님과는 어떤 사이죠?”
“뭐야? 너? 우리 할아버지를 어떻게 아는 거야?”
“….. 설마.. 손자?”
어릴 때 아버지와 함께 사고로 죽었다고 했었다. 그런데 이 세상에서는 멀쩡히 살아 있었다.
“너, 나 아냐?”
“아뇨.”
“그럼 우리 할아버지는 아냐?”
“저는 아는데 그분은 절 모를걸요?”
우덕팔이 진우를 묘한 눈으로 바라보더니 씨익 웃었다. 저건.. 스승이 덕팔이에게 장난을 치기 전에 늘 웃던 그 웃음이었다.
“아무래도 넌 나랑 같이 가야 할 데가 있을 것 같다.”
남자가 창고 구석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조립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젠 조금 익숙해진 스크린이 나타났다.
“가자, 할아버지를 만나러..”
***
화아아악..
빛이 쏟아지더니 영화처럼 세상이 변했다.
“아이쿠야..”
진우가 휘청이자 남자가 진우의 팔을 잡아주었다.
“진짜 헌터는 아닌 모양이네.”
진우가 중심을 잡고 눈을 떠 보니 푸른 초원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그 초원의 끝에 작은 오두막과 그 뒤로 강이 흐르고 있었다.
“여긴 어디죠?”
“명동!”
“네?”
“명동이라고!!”
“아.. 참, 그렇지. 포탈은 시간만 바꾼다고 했으니까. 장소는 같은 곳이겠구나.”
“그건 어찌 아네?”
“제가 짐꾼이거든요. 하하”
짐꾼이라는 말에 우덕팔의 진우를 바라보는 시선이 변하였다.
“이제 이 수갑 좀 풀어주시면 안될까요?”
“아차.. 수갑 열쇠를 놓고 왔다.”
우덕팔이 뒷머리를 긁으며 웃자 진우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 남자, 뭔가 엉성하다.
두 사람이 한참을 걸었다. 그 끝에 오두막이 있었다. 연기가 폴폴 나는 것이 안에서 누군가가 뭔가를 하는 듯했다.
“할아버지, 저 왔어요.”
우덕팔의 외침에 오두막 문이 열리고 한 노인이 모습을 보였다.
“…. 스승님?”
80은 족히 되어 보이는 노인이 우덕팔과 진우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저놈은 누구냐?”
“손님요.”
“손님을 왜 여기까지 데리고 왔누?”
“얘가 할아버지를 아는 것 같아서요.”
“날 아느냐?”
“…. 아뇨.”
따콩!
오랜 만에 맞아보는 신력이 가득 든 꿀밤! 반가웠지만 무지 아팠다.
“아이쿠야, 나죽네.”
진우가 양손에 수갑을 찬 채로 바닥을 뒹굴었다. 그런 모습을 노인이 묘한 시선을 바라보았다.
“네 놈은 누구냐?”
“오진우라고 합니다.”
진우가 몸을 일으키더니 꾸벅 인사를 했다. 하지만 노인은 진우를 반갑게 맞이 해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진우의 목이 쥐어지더니 두 다리가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켁켁… 살려.. 주세요.”
“네놈은 누구길래.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
***
“어허.. 신기한 일이고..”
인신이 몇 가닥 나지도 않은 수염을 문지르며 진우가 털어놓은 이야기를 곱씹고 있었다.
“저는 이곳이 기원전 13만 년 전이라는 것이 더 신기합니다. 스승님.”
“아직 널 제자로 인정한 것이 아니니 날 스승이라 부르지 말거라.”
“네, 영감님!”
따콩!!
“아놔, 아프다니까요? 신력을 운용할 수 없어서 골이 울린다구요.”
진우가 고함을 지르며 도망을 치자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던 우덕팔이 킥킥거리며 웃었다.
따콩..
“저는 왜 때리시는 거예요?”
“오랜만에 왔으니 밥이나 하거라.”
우덕팔이 투덜대며 오두막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인신이 진우를 불렀다.
“이리 와 보거라.”
“….네”
“천문도룡도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세 명뿐이다. 황제와 나, 그리고 김상필! 그중 김상필은 감옥에 유폐되었고, 나는 죽은 것으로 되어 있으니 오직 황제만이 이 비밀을 알고 있다. 그런데 네가 천문도룡도의 비밀과 그 기능까지 상세히 알고 있으니 너는 날 죽이기 위해 황제가 보낸 암살자 이거나.. 아니면 네 주장처럼 다른 세상에서 온 놈이겠지.”
“후자가 맞아요.”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너처럼 어리버리한 놈에게 날 죽이라고 명령을 할 만큼 황제는 어리숙하지 않으니 말이다.”
“어리버리… 저 상처받았어요.”
“하지만 네 말은 반만 맞고 반은 틀리다. 네가 말하는 그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럴 리 없어요. 스승… 아니, 영감님이 모르실 뿐이죠. 그는 분명 황제의 숨겨진 자식일 가능성이 높아요.”
“말도 안 되는 소리. 나는 황제가 황태자가 되었을 때부터 그의 속속들이를 다 알고 있다. 내가 모르는 내연관계가 있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럴 리가 없는데… 쩝! 하긴 세상이 배배 꼬여서 저도 좀 해깔리고 있기는 해요.”
진우의 푸념에도 인신은 자신이 할 말만 하고 있었다.
“그래서 너는 천문도룡도를 찾아 그쪽 세상으로 넘어가겠다는 말이렸다.”
“네.”
“어떻게 천문도룡도를 회수할 생각이더냐?”
“그건.. 잘 모르겠네요. 이제 생각을 해봐야죠.”
“아무런 게획도 없다는 말이구나.”
“뭐, 그런 셈이죠.”
따콩!
“왜 자꾸 때리시는데요?”
“너 같은 놈을 내가 제자로 두었을 리 없다. 설령 그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너는 스승의 얼굴에 먹칠을 한 제자이니 맞아도 싸지. 암!”
진우가 뒷머리를 긁으며 눈물을 그렁거렸다. 국사책에서 인신이 죽었다는 글을 보고 잠시 애도를 표한 자신이 원망스러울 지경이었다.
“제 아버지 의족이나 맞춰주세요.”
“돈은 있더냐?”
“이런 데서 사시면 돈도 필요 없겠는데요. 뭘.”
“허허, 이놈이 아직도 멀었군. 사방을 둘러 보거라. 먹을 것이 있더냐? 아니면, 네 아비의 의족을 만들 재료가 있더냐?”
“아…”
“내 제자라고 하니 덕팔이와 함께 날 지극정성으로 봉양해야 할 것이다.”
아무래도 혹을 떼러 왔다가 혹을 열 개쯤 붙인 꼴이 된 듯싶었다.
“저 하나 몸 간수 하는 것도 힘에 벅차거든요? 얼마나 힘들었으면 19살에 헌터들 뒤를 따라다니며 짐꾼 노릇을 하고 있겠어요? 네?”
“그거야 네 팔자니 네가 알아서 할 일이고 덕팔이와 함께 일을 하면 그보다는 수월할 테니 덕팔이와 잘 상의해 보거라. 커음..”
인신이 오두막으로 들어가 버렸다. 밖에 혼자 덩그러니 남은 진우가 오두막 안을 힐끔거렸다. 잠시 후 우덕팔이 모습을 보였다.
“야, 밥 먹어라.”
“저기, 형! 저 집에 가야되는데..”
“혀엉? 나보고 형이라고 한 거냐?”
“네, 형! 혹시 나이가 많으신가? 그럼 형님?”
따콩!
익숙한 뒷통수 까기가 시전되었다.
“아씨!! 왜 자꾸 때리는데요? 조손이 다들 폭력적이야.”
“나! 여자닷!!”
쾅 하며 문이 닫히고 적막이 맴돌았다.
“누나?!”
진우가 피식 웃었다. 인생이 참… 괴로울 듯싶었다.
**
“그만 화 풀어요. 옷을 그렇게 입고 다니니까 그런 오해를 받잖아요.”
“됐거든?”
현재로 돌아온 진우가 우덕팔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애를 썼다.
“근데 누나, 스승님께서는 왜 그런 곳에 계시는 거예요?”
“그거야.. 황제가 눈을 벌겋게 뜨고 할아버지를 잡으려고 하니까 그렇지.”
“왜요? 스승님께서는 평생토록 황제가 원하는 걸 다 이뤄준 것 같던데.. 헌터도 그렇고, 포탈도 그렇고..”
“그건 아니야. 신기 능력자들에게 강신을 하도록 제안을 한 것은 김혁성 헌터 협회장이었대, 과거로 가는 길을 만든 것도 할아버지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나 봐. 단지 할아버지는 그들의 제안이 현실화 될 수 있도록 약간의 도움을 준거야.”
“흐음.. 그게 뭐가 다른 건지 모르겠어요.”
“할아버지는 강신에 대해서 잘 몰라. 포탈이 어떤 경위로 과거로 가는 길을 여는지도 잘 모르시고..”
“그게 말이 되요? 포탈을 만든 사람이 원리를 모른다는 게?”
“포탈을 만들지 않았으니까 모르지 않겠어?”
진우의 눈이 동그래졌다.
“국사책에 나와 있는 것과는 많이 다르네..”
“한때는 할아버지를 자랑스러워했어. 하지만 할아버지는 늘 우울한 표정이셨지. 이유를 몰랐는데 할아버지가 황제로부터 쫓기게 되면서 비로소 그 이유를 알게 되었어. 황제에게는 큰 비밀이 있어. 그리고 그 비밀을 할아버지가 알게 된 거고. 그래서 할아버지를 죽여 입을 막으려는 거야.”
“무슨 비밀인데요?”
“그건 나도 몰라. 비밀을 알면 위험해진다며 말씀을 안 하셔.”
“흐음… 일단 알겠어요. 나중에 다시 만나 얘기를 하죠.”
진우가 덕팔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지하철역으로 향하자 덕팔이 진우의 팔을 잡았다.
“할아버지께서 네 아버지의 의족과 의수를 만들어 주신다고 했어.”
“저.. 돈이 없는데?”
“천천히 갚으래. 이자까지 듬뿍 얹어서..”
“…. 허얼..”
“내일 집으로 갈테니까 꼼짝 말고 집에 있어.”
“우리 집 알아요?”
“훗!”
덕팔이 싱긋 웃기만 하곤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