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329
329화
인신의 집 지하.
공항에서 장춘기와 헤어져 집에 돌아온 진우가 심각한 얼굴로 호리병을 바라보고 있었다.
“참, 신기한 호리병일세.”
전의 삶에서 사이마루에게 듣기로는 영체만이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호리병은 정령체인 텐코도, 아직 정체가 불확실한 발조차 집어 먹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한 실험이었는데 완벽하게 성공한 것이다.
“이제는 나와야 할 시간이겠지?”
진우가 호리병을 뒤집어 탈탈 털었다. 가장 먼저 텐코가 튀어나왔다. 다음으로 발이 튀어나왔다. 마지막으로 젊은 청년 귀신이 튀어나왔다.
[친구 안녕?]젊은 청년 귀신이 어색한 표정으로 한손을 들며 반갑게 인사를 하였다.
“훗… 일단 맞고 보자.”
몽둥이에 신력을 가득 입힌 진우가 매질을 시작했다. 저 한 구석에서 고양이 한 마리와 강아지 한 마리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십분, 이십분, 한 시간, 두 시간이 되자 텐코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누님, 제가 주인을 잘못 모신 것인가요? 저러다 저 귀신은 맞아 죽을 것 같습니다요.] [사이마루야. 귀신이 또 죽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니?] [… 들어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요.] [그래, 그렇다니까! 저 사악한 진우놈이 마음 놓고 패는 거야. 개 값 물어줄 일이 없으니까! 호호호]발의 웃음이 진우를 닮아 있어 사이마루는 다시 한번 몸을 떨어야 했다.
**
“헉헉..”
[잘못했다. 친구야. 다시는 안 그럴게.]“이미 늦은거.. 헉헉.. 알고 있지? 헉헉”
[알지, 잘 알지. 그래서 이렇게 용서를 비는 거잖아. 친구야. 우린 친구 아이가?]홍길동이 비굴한 표정으로 진우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진우가 네시간 만에 몽둥이를 집어 던지더니 대자로 바닥에 누워버렸다.
“나.. 힘들다. 길동아.”
[미안해.]“그러니까.. 전처럼 머리 굴리지 말고 제대로 도와줘!”
[열심히 할게. 다시 머리를 굴리면 내가 성을 간다. 고길동으로! 암!]진우가 피식 웃었다. 고길동, 익숙한 이름이었다. 아! 둘리! 저녁에 길동에게 그 만화를 보여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약속의 중요성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는 차원에서…
***
인신의 집에 일가족이 다 모였다. 선물을 사오지 않았다며 서운해하는 향숙이 진철과 깨를 볶고 있었고, 민수는 덕팔과 무언가를 속닥이며 킥킥 웃기만 했다.
“다들 절 보러 오신 거 아닌가요?”
“아니, 오랜만에 진우가 해준 밥 먹고 싶어서 온 건데?”
진철이 대표로 이 자리가 만들어진 이유를 설명했다. 진우의 표정이 일그러지자 향숙이 거실로 나가더니 작은 선물을 들고 왔다.
“선물도 줄 겸!”
“선물요? 제게요?”
“일단 풀어봐.”
꽤 큰 상자였는데 무척 가벼웠다. 상자를 열어보니 종이 한 장이 나왔다. 향숙이 방긋 웃고 있었다.
“대한헌터그룹에서 보내온 거야. 진우가 A급 필드에 들어가려면 A급 보조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모양이야.”
“… 거 참!”
“진우야, 꼭 헌팅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차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F급 필드에서도 가능하잖아. 그럼 아빠도 도움을 줄 수 있고..”
진철의 도움을 준다는 말에 향숙이 진철의 옆구리를 슬며시 꼬집었다. 향숙은 진철이 헌터로서 재기하는 걸 원치 않는 모양이었다.
“아빠의 도움이 필요해요. 하지만 헌터로서는 아니에요.”
“헌터가 아니면 아빠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잖니.”
“보조자요. 아빠는 헌터로서 경험이 많으시니까 보조자로 도움을 주시면 돼요. 전황을 살피고 적시적소에 쉴드를 펼 수 있는 보조자라면 헌터보다 더 큰 도움이 될 거예요.”
“흐음.. 보조자라…”
진철은 마뜩치 않은 얼굴이었다. 명색이 헌터였는데 보조자가 된다는 것이 마치 신분이 하락한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아빠, 헌팅은 장군신이 하는 것이 맞아요. 인간이 악귀를 상대하는 것 자체가 인과율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호호호.. 진우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이 엄.마.도 같은 생각이란다.”
진철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향숙이 선언을 하듯 선을 그어버렸다. 진우는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향숙이 진철을 좋아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진우랑, 아빠가 보조자로 헌팅을 하는 것은 알겠는데 그럼 악귀는 누가 잡아?”
진철과 진우가 직접 헌팅을 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고서야 비로소 누가 악귀를 잡는지 궁금해진 모양이었다.
“일단 A급 헌터가 한 명 섭외 되었구요. 당분간 S급 짐꾼도 도움을 줄 거예요. 하지만 주력은 따로 있죠.”
진우가 싱긋 웃었다.
**
한국대학교 오동나무 옆 계단.
[방, 밀]늦은 밤, 은밀히 학교를 찾은 진우가 술법을 펼쳐 자신의 자취를 감추었다.
[그대는 무얼 하려 하는 것이지?] [흐음..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진우가 오동나무 밑둥을 이리저리 살피면서 몽달의 질문을 뒷등으로 넘겼다.
[여기네.]다른 곳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한 부분을 찾아낸 진우가 신력을 일으켰다.
서걱.. 서걱.. 서걱… 서걱..
긴 직사각형 모양으로 나무 밑둥을 잘라낸 진우가 손가락에 힘을 주어 통째로 뽑아내어 버렸다. 그러더니 짊어지고 온 가방에서 회색 찰흙 같은 것을 꺼내더니 나무의 빈 공간에 채워 넣었다.
[으라차차]기합소리와 함께 진우의 몸에 담겨있던 생기가 빠져나가더니 오동나무가 상처를 회복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었다. 상처가 아물고 다시 껍질이 생겨났다. 자세히 살피지 않고서는 상처가 났다는 사실도 알 수 없을 만큼 감쪽같았다.
진우가 손을 탈탈 털곤 나무토막을 배낭에 구겨 넣었다.
[다 됐으니 이제 가자.] [그대는 내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네가 왜 이곳에서 방황을 하는지 알아?] […. 모른다.]몽달이 고개를 가로저으니 진우가 몽달의 허리를 팡팡 두드렸다.
[그걸 알려주려는 거야. 그러니까 날 믿고 따라와.]**
인계산 오두막.
늦은 밤을 이용해 인계산 아랫마을까지 온 진우가 이른 새벽을 틈타 인계산에 올랐다.
“어라? 여기까지 차가 올라가는 겨?”
전에 왔을 때는 다급한 마음에 그냥 무시했던 것들이 눈에 보였다. 과거에는 인계산 아랫마을에 차를 주차하고 걸어 올라와야 했는데 지금은 중턱까지 차가 올라올 수 있는 모양이었다. 20여대가 족히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이 있었다.
“하긴.. 웬만한 사람들은 오두막까지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버겁겠지.”
그랬다. 인계산 괴목 근처는 헌터 협회로부터 A급 필드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헌터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필드가 되어야 했다.
아랫마을에서 오두막까지 빠른 걸음으로 4시간, 산을 잘 타지 못하는 이라면 6시간 이상, 등산을 싫어하는 이라면 완주가 버겨운 악산이었다. 그런 곳에 필드가 있으니 다른 좋은 곳을 놔두고 누가 이 필드에 오려고 하겠나?
하여 헌터 협회는 헌터들의 유입을 도모하기 위해 산 중턱까지 찻길을 내고 주차장까지 마련해 놓았지만 헌터들의 관심을 돌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몇몇 헌터팀들이 모였지만 클리어를 하기 위한 최소한의 팀이 모이지 않아 힘들게 올라온 산길을 아무런 수확도 없이 그냥 내려가야 했다. 결국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인계산 필드는 매달 그믐 헌터들을 강제 징발하지 않으면 현재 지점에 모여드는 악귀들조차 처치가 곤란한 필드가 되고 말았다.
오두막에 올라와 보니 오늘도 오두막 주변은 한가로웠다. 가끔 들짐승들이 먹을 것을 찾기 위해 간이주택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것 외에는 숨소리조차 찾아보기 어려웠다.
“다 왔다!”
진우가 어깨에 짊어진 커다란 배낭을 평상 위에 내려놓고 대자로 누워버렸다. 파란 하늘에 조각구름이 떠다니고 있었다.
“한때는 이곳을 참 좋아했었는데…”
진우가 멍한 눈으로 하늘만 올려다보고 있을 때 몽달이 그의 곁으로 왔다.
[나에게 줄 것이 무엇이지?]“일단 보여줄 게 있어.”
진우가 평상에서 일어나 오두막을 돌아 뒤편으로 갔다. 몽달이 뒤를 따르다가 괴목을 발견하곤 인상을 찌푸렸다.
“5백 년 전, 큰 죄를 짓고 이 나무에 영혼이 갇히게 되었다고 해. 그 후로, 천륜을 어긴 죗값을 치루기 위해 매달 그믐밤마다 악귀들에게 시달리고 있어.”
[그렇군. 보기 썩 좋지는 않군.]“그래, 그렇지. 하지만 이 나무도 언젠간 신령수가 될 거야. 그러면 이 나무 안에 갇혀있는 영혼도 자유를 찾게 되겠지.”
[그런가? 그런데 이 나무를 왜 보여주는 거지?]‘흐음.. 역시 탁문아가 갇혀있는 신령수는 남이의 각성 조건이 아니었어. 탁문아 본인이거나 아니면 월향이겠지.’
진우가 몽달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다시금 마당으로 돌아왔다. 종이와 펜으로 남이의 본관과 이름, 생년월일시와 몰년월일시를 적어 지방을 만든 후, 평상에 올려놓고, 배낭을 열고 긴 나무 조각을 꺼내더니 평상 아래에 놓았다.
진우가 한 손으로 나무 조각을 단단히 쥐곤 나머지 한 손으로 나무 조각을 찢어내기 시작했다. 진우의 손에 나무조각이 쭉쭉 잡아 찢겨지고 나니 오래된 검 한 자루가 모습을 보였다.
“기억나지 않아?”
진우의 물음에 몽달이 작게 고개를 흔들었다. 진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술법을 펼쳤다.
“화, 염!”
금세 낡은 검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때, 낡은 검 속에서 악귀 하나가 튀어나왔다.
**
같은 시각. 인계산 모처.
찰싹
갸름한 얼굴, 오똑한 코, 앵두 같은 입술, 검고 햐얀 눈동자. 어떤 남자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여인이 은발을 휘날리며 회초리를 후려치고 있었다.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구미호 일족은 태어나면서 숨을 쉬듯 자연의 선기를 모을 수 있다고..”
찰싹!
“누님, 저는 구미호족이 아니라서 그런 건 못한다니까요? 저는 여우정령 텐코라구요.”
풍성한 네 개의 백색 꼬리를 가진 남자가 여인으로부터 회초리를 맞으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었다.
찰싹!
“4미호로 만족하겠다는 것이더냐? 너의 노력에 따라 5미호, 6미호도 될 수 있느니라!”
남자는 억울했다. 자신의 조상 중에 5미호가 된 이가 있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태생이 4미호였고, 죽을 때까지 4미호여야 했다. 그런데 저 구미호는 자신의 정체성을 버리라고 강압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누님, 저는 안 돼요. 저는 태생이…”
찰싹!
“시끄럽다. 날 때부터 아니 되는 것이 어디 있단 말이더냐?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느니라!!”
남자, 아니 사이마루라고 명명된 텐쿠가 급기야 억울함의 눈물을 흘렸다. 왜 자신이 사극 빠가 된 구미호의 취미생활의 희생양이 되어야 한단 말인가?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진우가 인계산 초입에 도착하였을 때로 시간을 돌려야 한다.
진우는 인계산 초입에 들어서자 진우의 엉덩이에서 꼬리가 4개 생겼다. 진우가 자신의 엉덩이에서 생긴 꼬리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리다가 그 꼬리중 하나에서 호리병을 꺼내 뒤집어 탈탈 털었다. 그러자 홍길동과 사이마루가 모습을 보였다. 그때, 진우의 어깨에서 머리를 박고 편하게 잠이 들어있던 발이 눈을 떴다.
[진우야, 저 산에 올라가려고?]“응, 헌팅을 해야 하니까!!”
[그럼 저 사이마루도 헌팅을 하는 거야?]“당연하지.”
[흐음… 선기의 소모가 클텐데 어떻게 보충을 하려고 하지?]“아… 그런 문제가 있겠구나.”
사이마루는 정령! 선기를 도구로 하여 악귀들을 처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렇게 소모된 선기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생성되어 사이마루의 몸속에 차곡차곡 쌓일 것이다.
그러나 매일 같이 헌팅을 할 진우 입장에서는 사이마루의 선기 회복 시간이 너무나 더뎠다. 선기를 회복하기 위해서 사이마루는 일주일에 한번 밖에 헌팅을 할 수가 없었다.
[선기를 보충하는 것도 문제지만, 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자연의 기운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찾아야해.]“네가 알려주면 되는 거 아냐?”
발이 작은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구미호족은 태어날 때부터 자연스럽게 선기를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하지만 저 변종 4미호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지. 만약에 수련을 통해 4미호가 자연의 기운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나도 가능하겠구나.”
[그렇지. 그러니 내가 저 아이를 훈련 시켜볼게.]“시간은?”
[장담할 수 없지. 하지만 꼭 성공시켜 보일 테니 걱정하지 말라구. 호호호]발이 앙증맞은 앞발로 앙증맞은 입을 가리며 앙증맞게 웃었다. 그렇게 발에 의해 특훈을 받게 된 사이마루는 궁중 암투의 실사판을 구현하고 있는 발에게 ‘전하의 은총을 입은 무수리가 질투하는 희빈에게 회초리를 맞듯’, ‘투기를 했다는 이유로 희빈이 중전에게 회초리를 맞듯’ 회초리를 맞아야 했다.
그렇다면, 진우는 왜 꼬리가 생긴 것일까?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진우가 일본에서 돌아 온 그날 저녁으로 다시 시간을 돌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