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354
354화
치우는 나의 딸 발을 사랑하였다. 그 아이의 곤궁한 처지를 애석히 여겨 단 한 번 패배를 가장하여 물러났다. 우리는 치우의 아량 덕에 다시 이 땅을 차지할 수 있었다.]
“이해할 수 없군요. 치우님은 발 때문에 이렇게 넓고 좋은 땅을 내어주고 동북쪽으로 물러나신 겁니까?”
[하하하, 하하하. 그대는 알지 못하는군. 그대가 살고 있는 이 세상과 내가 살았던 세상의 환경이 같았을까?]“….. 아!”
[이족들이 사는 동북쪽의 땅은 늘 온화한 기후가 유지되어 사시사철 곡식과 열매가 풍성히 자라는 땅이었다. 반면 이 땅은 습하고 더웠다. 우리의 본거지였던 서쪽은 적당한 온도였으나 물이 부족한 땅이었다. 황하 이남은 너무 더워 사람이 온전히 살 수도 없는 버려진 땅이었다.]거의 6천 년 전의 일이다. 그때의 환경이 지금과 같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의 시선으로 과거를 돌아보는 우를 범하고 있었던 것이다. 당장 500년 전, 조선 전기에만 해도 한반도가 지금보다 훨씬 추웠다고 하지 않나?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행복한 결말이 되었는데 어찌하여 치우님의 분노를 사게 된 것입니까?”
[그가 분노할 만한 일은 그 전쟁 이후에 일어났다. 치우의 가신들은 패배의 책임을 물어 치우를 암습한 후, 새로운 왕을 세웠다. 우리는 치우를 우리의 손으로 죽였다고 역사에 기록했고, 배신자들은 자신의 배덕의 과거를 묻기 위해 우리의 왜곡을 눈감아 주었다.]“발님은 어떻게 된 것입니까?”
[발은 진심으로 치우를 사랑하였다. 치우의 마지막에 발도 함께 있었다.]“아.. 그렇게 된 것이군요. 그런데 따지고 보면 헌원님은 잘못이 없는 것이 아닙니까?”
[내가… 그의 모욕을 묵인했기 때문이다.]꼬맹이 발이 했던 이야기와는 너무 다른 이야기였다. 잠시 혼돈이 생겼지만 치우를 만났을 때 치우의 품에 안겨 있던 발과 치우로 인해 기절해 있던 발의 모습에서 생긴 이질감 때문에 어쩌면 지금의 이야기가 현실성이 있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님은 어쩌다가 두 존재로 분리된 것입니까?”
진우가 가장 알고 싶은 질문이었다. 헌원은 대답 대신 고개를 흔들었다.
“아…”
진우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다. 이유가 없었다. 애초에 분리된 적이 없었으니..
“그 뒷이야기를 해주시겠습니까?”
[나는 응당한 벌을 받고 있다고 여기며 그의 분노가 풀리기만을 바랬다. 그런데 어느 날, 치우가 사라졌다. 나는 비로소 영면에 들 수 있었다. 헌데.. 누군가 나의 몸을 찾아 나를 다시 일으켰다.]“그렇군요.”
[그렇다. 나는 영면이 필요했다. 허나 그는 나에게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헌원님의 이야기는 잘 들었습니다. 제게 원하시는 게 있습니까?”
[나를 편히 쉬게 해주겠나?]헌원이 세속을 초월한 미소를 지었다. 진우가 조용히 오른손을 들었다. 진우의 손에는 이미 생기가 충만한 생검이 들려 있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당신은 영웅입니다. 그러니 편히 쉬십시오.”
진우의 검이 날아가 헌원을 반으로 갈랐다. 그러나 그때!
진우의 검이 무형의 막에 막히며 그대로 소멸하고 말았다. 진우가 눈을 부릅떴다. 영면에 들 거라고 생각했던 헌원도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크게 놀라고 있었다.
[누구냐? 누가 나의 영면을 방해 하려하느냐?] [나요, 황제시여..] [너는?] [나요. 서왕모께서 당신에게 내리신 황룡!] [너는 이미 소멸하지 않았느냐?] [수천 년 전에 부귀영화를 다 누리고 죽은 당신도 이렇게 버젓이 살아 있는데 영물인 나라고 살아있지 말라는 법이 있소?]황룡의 언사가 다소 무례하였다. 그러나 헌원은 그를 탓하지 않았다. 단지 자신이 직접 목을 베었던 황룡이 지금 자신의 앞에 있다는 것이 불쾌하고 불안하였다.
그저 기운으로만 존재하던 황룡이 현신하였다.
‘응’
황룡이라고 하여 그림책에서나 보았던, 여의주를 물고 있는 뱀의 모습을 상상하였다가 실제 나타난 황룡의 이질적인 모습에 고소를 머금어야 했다.
‘뭐야? 그냥 산발한 노란 머리를 가진 서양인이잖아? 아하.. 그래서 황룡이구나. 머리가 노래서..’
지금으로부터 수천 년 전 서역과의 왕래가 없었던 중국인들에게 노란 머리에 푸른 눈을 한 거한은 인간으로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나 키가 작았던 화족들에게 저 황룡은 거인중에 거인이었을 터.. 그가 영물 취급을 받은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헌원이 청동검을 꺼내 들었다. 그러자 황룡이 청동 창을 양손에 쥐었다.
[영면을 할 것이라면 나의 손에서 영면을 하시구려. 황제여]둘의 접전이 시작되었다. 진우가 헌원을 도우려고 하였으나 정체를 알 수 없는 무형의 막이 진우의 참전을 방해하였다.
“제가 도울 수가 없습니다.”
[그대는 그만 돌아가는 것이 좋겠네.]“하지만…”
헌원이 모래바람을 일으켜 모래로 된 신수들을 만들었다. 황룡도 이에 뒤질세라 자신과 비슷한 모습의 서양인들을 소환하였다. 진우는 이들의 술법을 보고서 확실히 알게 되었다.
‘역시 육신을 가지고 부활한 장군신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기술들을 가지고 있군. 일반적인 장군신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강대한 힘이야. 만약에..’
생각을 정리하던 진우가 전장을 벗어나려하자 황룡의 수하 하나가 날아와 진우의 갈 길을 막았다. 그러자 헌원도 이에 뒤질세라 모래로 만든 신수를 보내 황룡의 부하의 목을 물어 뜯었다. 진우가 생검으로 황료의 수하를 베어버리고 뒤로 물러나자 멀리서 헌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훗날 나의 다른 딸을 만나게 되거든… 애써 사랑해 주게.]**
“그럼 치우라는 이는 어디에 있는 것이지?”
“그야 알 수가 없죠.”
“흐음, 그가 너의 적일까? 아니면…”
“태도가 애매하지만 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저에게 원하는게 있어요. 그게 뭔지 분명하게 말해주지 않고 있지만 제게 나쁜 일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김상필이 입을 비쭉 내밀며 사색에 잠겼다. 진우도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그]라는 존재와 치우라는 존재, 그리고 소룡이 이야기해 준 절대적인 힘을 가진 존재. 그들이 서로 무관한 사이가 아니라는 것쯤은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진우에게 어떠한 존재로 남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예측할 수 없었다.
“좀더 부딪쳐 봐야 알 것 같군.”
김상필도 결국 진우와 같은 결론을 내린 모양이었다.
“일단, 치우부터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그것이 좋겠어. 나도 힘을 보태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어르신.”
“언제는 형님이라며?”
“아, 형님.”
진우가 방긋 웃자 김상필도 웃으며 손에 쥐고 있던 책을 진우에게 건네주었다.
“이게 뭡니까?”
“읽어봐. 가문에서 내려온 책인데 나도 내용이 이해가 되지 않아 가지고 있었던 거야. 어쩌면 너라면 해석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야.”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셨다면서 이런 책은 어떻게 보관을 하신 겁니까?”
“훗, 부자는 망해도 3대가 먹고 살지. 가문이 사라져도 숨겨진 재산은 남는 법! 그 책도 그중 하나라고 보면 돼.”
김상필이 크게 기지개를 켜며 몸을 일으켰다.
“어디 가시게요?”
“내려가서 애들이나 봐주려고. 워낙 허접해서 눈을 뜨고 볼 수가 없더군.”
“하하.. 잘 부탁드립니다. 형님.”
김상필이 쿨하게 손을 들어 주곤 아래층으로 내려가 버렸다. 혼자 남은 진우가 김상필이 건네준 책을 살펴보았다.
“표지부터 강적이네?”
표지에 의미를 알 수 없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분명 글씨로 추정되나 현상은 그림에 가까웠다. 책장을 넘겨본 진우가 피식 웃어버렸다.
“이게 글이야? 그림이야?”
책 속의 내용도 표지와 다를 바 없었다. 중국의 갑골문자보다 복잡해 보이고 형이상학적인 그림들이 책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런 걸 내가 어찌 안다고?!”
인신에게 가져다줄까 생각을 하다가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인신에게 이 책이 쥐어진다면 인신은 이 책에 담긴 내용을 해독하기 전까지는 자신의 방에서 꼼짝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인신은 제국헌터 협회에서 해야 할 일이 무척 많은 인물이었다.
“나중에, 아주 나중에 스승님의 일거리가 떨어져 짜증이 심해지시면 그때 드리지 뭐.”
진우가 지금의 이 결정을 훗날 얼마나 안도하며 회상하였는지 알지 못한 채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부엌으로 들어갔다.
**
대한 헌터 협회 협회장실.
기골이 장대한 노인이 짙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차인성 국장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그래서, 저 피라미들이 협회를 만드는 걸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한다고?”
“폐하께서 직접 허락을 하신 일이라…”
“허어…”
대한헌터 협회 협회장 김혁성이 탄식을 하였다. 이 나라가 건국된 그때부터 대한헌터 협회는 헌터의 대표기관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비록 국가기관은 아니었지만 황제의 비호를 받는 국가기관과 다름없는 권력을 누리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과 상의도 없이 황제가 또 다른 헌터 협회를 승인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 이름이 제국헌터 협회라고?”
“네, 회장님.”
“대한… 제국이라… 황제께서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시는군.”
“회장님, 그게 무슨?”
차인성이 김혁성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자 직접 물었지만 김혁성은 대답 대신 다른 사안을 물었다.
“대한헌터그룹이 제국헌터 협회에 가입했다고?”
“네, 저희에게 출회서를 제출하고 그날 바로 가입을 했다고 합니다.”
“절차상 문제는 없나?”
“저희 법무팀에 문의를 해보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마뜩치 않았다. 김혁성은 절차상 문제가 없는지를 묻는 것이 아니었다. 문제를 만들어내라고 지시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차인성은 그럼 김혁성의 말뜻을 무시한 채 순진하게 대답을 하고 있었다. 김혁성의 눈썹이 다시금 꿈틀거렸다.
“성민이 그 녀석도 거기에 있다고?”
“대외협력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에 대한헌터그룹과의 입회 협상도 성민군이 담당을 했다고…”
“허어.. 협회에 자리를 줘도 싫다고 도망간 녀석이 오합지졸들이 모인 곳에서 일을 한다고? 허어.. 허어..”
김혁성이 분노를 가라앉히느라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회장님, 이미 폐하께서 승인하신 일이고.. 또.. 전에 황실에서 부탁한 일을 저희가 해내지 못한…”
“그 일은 제국헌터 협회에서 했다는 말이지?”
“오진우라는 자가…. 했다고 합니다.”
“오진우! 그에 대해서 알아봐.”
김혁성의 명이 떨어지게 무섭게 차인성이 보고서를 내밀었다. 김혁성이 보고서를 받아들며 차인성을 가볍게 노려보곤 보고서를 꼼꼼히 살폈다.
“대회는 어떻게 되고 있지?”
보고서를 덮은 김혁성이 눈만 들어 차인성을 바라보았다. 차인성이 움찔거리며 말을 더듬었다.
“그.. 그것이..”
차인성이 따로 준비한 서류철을 뒤지며 대답을 이었다.
“유럽 쪽에서 개최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미국은 아무래도 장군신들이…”
“하긴..”
김혁성이 길게 숨을 내쉬었다. 미국은 역사가 짧은 나라다. 그러다 보니 다른 지역에 비해 신력이 강한 장군신들이 많지 않았다.
“인디언 출신 장군신들을 컨트롤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렇겠지. 신력이 높은 인디언들이라고 해봐야 전투 종족들뿐이니 그 거친 이들을 컨트롤 하는게 쉬운 일이 아니겠지.”
“그렇습니다. 회장님.”
“중국은?”
“중국은 유럽 뒤에 숨었습니다.”
“숨어?”
“네, 그렇습니다. 회장님. 자기 의견을 내기보다는 유럽쪽 의견에 동조하는 수준입니다.”
“흐음…”
중국은 강국이다. 유구한 역사만큼이나 뛰어난 영웅들이 널리고 널린 나라였다. 대회가 열린다면 유럽보다 중국이 훨씬 유리한 입장이었는데 의외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니 더 냄새가 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