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118)
118화. 헤르시아
“로크는 당신의 피가 흐르지 않더군요.”
[그렇겠지. 위디아 일족이 가지고 있는 피와 내 피가 서로 합쳐지면 큰 반발이 일어날 테니까.]“반발….. 「마나불신체」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그래. 그렇게 되어야 하는 게 정상이지…… 그런데 어째서….. 로크가 이레귤러가 된 것이지?]그 말에 아탈리네가 미간을 찌푸렸다.
“아까도 그랬죠? 대체 이레귤러가 뭐죠?”
[말 그대로 규격 외의 존재. 운명을 거스르는 존재들.]“운명을….. 거스른다? 그런 존재가 있을 수 있나요?”
[없지? 나 또한 지식으로만 알고 있을 뿐, 실제로 본 적은 없으니까.]운명은 절대로 거스를 수 없는 절대 불변의 법칙이었다.
설사 반신일지라도 자신의 운명에 거스를 수 없었다.
정령왕이 수천억 분의 1의 확률로 다른 차원에 있는 행성에 소환된다 할지라도, 그 또한 운명의 축 중 하나였다.
생물의 죽음도, 생물이 가지고 있는 운도, 생물의 삶도
전부 기나긴 강물의 흐름 중 하나일 뿐, 거기서 탈출하지 못한다.
[모든 것은 운명의 흐름 안이지.]“당신이 말해주었죠. 운명을 거스를 수 없다고….. 하지만 그때 이레귤러의 말을 들은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요?”
[맞아. 지식으로만 알고 있기에 알려주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일부로 말 안 해준 거기도 해.]“왜죠?”
[허튼 기대를 가질까 봐.]“…..허튼?”
그 말에 로크의 엄마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레귤러라면 이 행성의 멸망으로부터 지켜낼 수 있을 거라는 허튼 희망 말이야.]“……”
아탈리네는 그녀의 말에 조용히 눈을 치켜떴다.
[네가 생각하는 이레귤러의 기준은 아마 역사상 단 한 존재일 테지. 이 행성의 기록에서도 단 몇 글자만 남아있는 수준. 과거 그는 이라 불리었지.]“……최초.”
[당시에는 ‘모든 게 당연하던 시절’이었다. 그렇기에 은 ‘모든 걸 당연하지 않게’ 만들었다. 그것이 이레귤러다.]모든 것이든 가능했다.
그것이 운명의 흐름이었기에
하지만 그것을 막는 또 다른 흐름이 존재했고, 그 작은 흐름은 거대한 운명의 흐름을 막으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다.
이레귤러란 그런 것이다.
[역사상 이레귤러는 몇 번 등장했다. 허나, 행성의 창생, 성장, 멸망 속에서도 이레귤러는 등장하지 않았지. 그만큼 이레귤러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그럼?”
[하찮은 존재가 신적인 힘을 발휘한다면 가능하겠지. 인간이 시간을 되돌아온다든가, 영혼이 차원을 넘는다든가, 신의 힘을 받는다든가…. 라든가?]“그게 가능한가요?”
지금 예를 들어서 말한 것들 전부가 인간이라는 생물의 기준 안에서 전부 불가능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레귤러는 쉽사리 나오지 않는다는 거지. 인간이 초월자가 되어 반신의 힘을 얻는다고 해도 이레귤러는 아니야.]아이젠이 아무리 강해도, 아크가 설사 반신의 균열에 있다고 해도 이레귤러는 아니라는 말이다.
[참 신기해….. 위디아 일족과 내 피를 이은 아이가 이레귤러라니 말이야….. 아니면 내가 알고 있던 미래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건가?]“당신이 알고 있던….. 미래에서는 대체 로크는 어떻게 되는 거죠?”
[10년 뒤 죽어. 삼류 인생을 살아가며 끝까지 생존하려고 하다가 죽어. 그게 로크의 마지막이자 행성의 마지막…..인데…..]그녀는 로크가 알고 있는 미래 또한 마치 어제 있었던 일인 것처럼 전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무언가 다른 점 하나를 눈치챘다.
[하나 신기한 게 있네?]“신기한….. 거라니요?”
행성이 멸망할 때, 행성의 주인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살아있던 유일한 생물이 바로 로크였던 것이다.
[하암….. 역시 미래를 보는 건 피곤해…..]그녀는 서서히 졸린 듯이 눈을 감았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묻고 싶어요. 지금의 로크 씨가 만일 성장한다면 행성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거죠?”
아탈리네의 마지막 물음에 그녀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행성의 문제가 아닐 것 같은데…..]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녀는 또다시 언제 깨어날지 알 수 없는 잠에 빠져들었다.
그런 그녀를 눈앞에 둔 아탈리네는 방금 들었던 말을 되새겼다.
“행성이 문제가 아니라…..인가.”
***
아크하고의 수업은 그닥 별게 없었다.
“그냥 혼자 하시는 게 좋겠군요.”
“…..뭘요?”
“수업 말입니다.”
그도 그럴 게 아크는 단 하루 만에 보는 나를 보자마자 수업을 관두겠다고 말했다.
“하루 만에 그랜드 마스터에 오르신 분한테 제가 가르칠 게 뭐가 있겠습니까? 참 인간은 신기합니다.”
“……그랜드 마스터? 제가요?”
“예. 모르셨습니까? 하긴 감흥이 없으실 수 있으시겠군요. 염원하던 그랜드 마스터에 올라도 감흥이 없던 분들이 많으셨습니다. 끝인 줄 안 그랜드 마스터가 실은 첫걸음이라는 걸 깨달으니 말이죠.”
아크의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단다.
그랜드 마스터에 오르면 누군가의 교육이 필요 없이 자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고 들었으니, 아크가 수업을 포기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나쁘지는 않네요.’
홀로 수업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게 계속해서 새로 얻게 되는 능력들을 다시 몸에 적응시켜야 하니 말이다.
***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어떨 때는 타퀴오가 와서 대련하자고 할 때도 있었고, 어떨 때는 그냥 일상처럼 편안히 흘러가기도 했다.
하지만 그 시간도 영원하지 않음을 알고 있었기에 하루하루 더욱 열심히 수련을 하였다.
“……당신.”
하지만 그런 영원한 일상이 계속될 수는 없는 법.
밥을 먹으러 가는 내 앞으로 책을 한가득 든 헤르시아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책? 공부해?”
“당신이 관심 쓸 건 아니죠.”
“흐음?”
미래에 조직에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72 영웅이라 불리었던 검사.
순간 흥미가 생겼다.
‘잠시 헤르시아 좀 쫓아다니게요.’
‘…..첫사랑 아니에요.’
일단 헤르시아의 뒤를 따라갔다.
헤르시아는 내가 따라가자 인상을 찌푸렸다.
“왜 따라오시는 거죠?”
“가는 길이야.”
“제가 가는 곳은 교수동인데요?”
“아는 교수님이 있어서 따라가고 있어.”
“……거짓말. 당신을 가르치는 교수님은 없다고 들었는데요?”
“내가 그렇게 유명할 리는 없는데?”
“유명하죠. 오자마자 황자님을 때린 걸로요.”
“하긴, 그것도 그러네.”
그녀가 대놓고 싫다고 티를 냈지만, 나는 무시하며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걸음걸이가…..’
미래에 그녀와 만났을 때, 나는 가장 먼저 그녀의 걸음걸이가 보통의 인간들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당시 수많은 기사들을 봐왔던 나였기에 그녀의 걸음걸이가 특이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본 그녀의 걸음걸이는 너무나 평범했다.
“왜 그렇게 걸어?”
“……갑자기 뭐죠?”
“왜 일반 사람들처럼 걷냐고. 답답하지 않아?”
내 눈은 평범하지 않기에 그녀가 걸음걸이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반인들보다 더욱 많은 마나가 깃들어 있었다 보니, 일반 기사가 저것처럼 따라 걷는다면 약간은 뒤뚱뒤뚱 걸을 것이다.
“…..답답하지 않아요.”
“그래?”
검술에 대한 학파가 많지만, 대부분 유명한 학파는 귀족 가문에서 나온다.
하지만 일반적인 평민들 가문이라고 검술 학파가 없는 건 아니었다.
‘그녀의 검은 강인하고 묵직했다.’
홀로 우뚝 선 자리에 서서 검을 휘두르자, 레드 소드라는 이름답게 붉게 타오르는 검이 광활한 대지를 불태웠다.
아직도 그녀의 검법이 머릿속에 똑똑히 떠오를 정도로, 아름다운 검법이었다.
하지만 그 검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검법보다도 단단하고 굳건한 하체의 힘이 필요했다.
‘하체의 힘은 곧 검의 힘이지.’
검을 휘두를 때 팔의 힘보다 하체의 힘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정도로, 하체의 힘이야말로 그녀가 사용하는 검법의 원천이었다.
문제가 있다면.
‘다른 검법보다 많은 하체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지.’
지금에서야 그녀의 검법을 유추할 수 있었지만, 아무튼 그 검법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 지금 그녀는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마나를 실어서 하체를 무겁게 한다라….. 노력하네.”
“……”
그녀는 이제 놀랍지도 않는다는 듯 그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섰다.
“그래서요?”
“그냥 그렇다고.”
“그게 끝이에요?”
“뭐. 검술에 대해 더 알려줘?”
아리스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 보니 검법에 대해서 알려주는 것도 그렇게 못 할 짓은 아니었다.
“네.”
“…..진짜?”
“소드 마스터에게 수업을 듣는다는 건 검에 뜻을 가진 자로서 영광이잖아요?”
하지만 얼굴이 그렇게까지 영광이라 보이지는 않았다.
[가르쳐줄 거냐?]‘그녀 또한 미래에 큰 전략……이긴 한데, 조금 아이러니하긴 하네.’
[뭐가 말이냐?]‘…..반 정도는 맞죠.’
검을 익힌 지 나도 얼마 되지 않았기에 과연 그녀한테 내가 검을 알려주는 게 맞는지가 의문이었다.
애초에 알려줘 본 적이 없었기에 더욱 망설여졌다.
《일 검 – 바람이 스쳐 간 길.》
그렇기에 나는 짐을 한가득 들고 있는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
마스터의 교리가 섞여 있는 한 번의 손짓으로 그녀가 과연 어디까지 막을 수 있을지 궁금해서였다.
-채엥!
그녀는 천천히 뻗어오는 손을 보며 검을 뽑아 들고 서둘러 손과 검이 아우러지게 휘둘렀다.
-콰앙!
오러 자체에 불의 힘을 간직하고 있었는지 바람과 맞물리자 서로 강한 힘이 작용되어 강한 폭발을 일으켰다.
“허억…. 허억…..”
나한테는 그저 평범한 일수, 아니 그 이하인 일수였지만 헤르시아는 진땀을 뺀 듯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저 짧은 시간 속에서 그녀는 검을 몇 번이나 휘두르다 멈추기를 반복했을 것이다.
“흐음.”
솔직히 말하면 그녀는 너무 약했다.
아마 멸망과의 전투에서 그녀는 광활한 성장세를 보였을 테지만, 지금으로선 아무 의미도 없었다.
“그거 교수님한테 가져다주고 블루 기숙사 연무장으로 와.”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등을 돌렸다.
‘……알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