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257
오랜만에 동정호 앞에 앉아 있는 단우현은 느긋함을 즐기고 있었다. 햇볕을 피하기 위해 챙이 넓은 갓을 쓰고 낚시대를 던지며 앉아 있다.
혈마의 일이 끝난 후 다시금 느끼는 이 평온함이 좋은 것인지 무료함조차 느껴지지 않는 표정으로 연신 고기를 잡는 것에만 집중했다.
촤락-!
낚싯대에 걸린 고기 한 마리를 낚아 올렸다.
씨알이 굵은 것이 좀처럼 잡기 힘든 놈이다.
눈을 반짝인 단우현이 고기를 붙잡아 나무통에 집어넣었다.
“…….”
냐옹-
그 순간, 무언가와 눈이 마주쳤다.
작게 울음을 터트리는 백묘다.
이 자그마한 아이 앞에는 생선 비늘로 보이는 것들이 수두룩하게 널려 있었다. 물을 싫어하는 백묘의 입장에서 직접 잡을 리 만무한데, 어찌 가시와 비늘들이 저리 많은 것인가?
단우현이 게슴츠레 눈을 뜨며 바구니 안을 살폈다.
열 마리 가까이 잡아 올렸으나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이 녀석…….”
냐옹-!
또다시 작게 울음을 터트린 백묘가 조금 전 낚아 올린 고기를 입에 물었다. 아직도 배가 고픈 것인지 으적으적 잘도 씹어 먹는다.
한숨을 내쉰 단우현이 다시금 낚싯대를 던졌다.
“허허허, 아침부터 뭘 그리 열심하나 했더니 낚시를 하고 있었는가?”
어느새 단우현의 곁으로 다가온 남궁천과 사도학이 눈을 빛내며 주변을 바라보고 있었다. 풍경도 풍경이지만 단우현과 동정호의 모습이 잘 어울려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생각과는 다르게, 남궁천과 사도학의 얼굴에는 한껏 비웃음이 가득했다.
단우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일이냐?”
“아니, 아침부터 열심히 한 거 같은데 한 마리도 못 잡은 거 같아서 말이야.”
큭큭 하며 사도학이 웃음을 터트렸다.
낚시 따위 관심조차 없는 그였지만 아무리 못해도 수 시진 동안 앉아 있으면, 한두 마리라도 잡을 법했다. 그런데 단우현은 아무것도 건지지 못했다.
슬쩍 바구니를 들어 올려 보니 아니나 다를까 흔적조차 없다.
“못하는 게 없는 인간이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네놈도 못하는 것이 있었구나. 하하하.”
사도학이 크게 웃음을 지었다.
무엇을 시켜도 척척 해낼 것 같은 인간이 바로 단우현이었다. 사람이라는 게 단점 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그조차 보이지 않는 자.
빈틈이 없다고 할까 약점이 없다고 할까.
사람이 어찌 살아왔으면 저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완벽한 존재다.
그런 이가 물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하고 시간만 버리고 있으니 그저 웃음만 나왔다.
“해 볼 테냐?”
그때, 표정을 바꾼 단우현이 낚싯대 한 대를 거두며 사도학에게 건네주었다. 어디 한번 덤벼 보라는 듯이 다소 도발적인 눈빛이다.
“오냐! 한번 해 보자, 이놈아!”
“허허, 노부도 끼도록 하지.”
본래 낚시를 좋아하던 남궁천마저 끼어들었다.
사도학은 줄을 무척 길게 잡았다. 어찌 던지려 하는 것인가 싶을 정도로 길었던 탓에 단우현은 물론이고 남궁천까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줄을 감는 것조차 힘들 것 같아 보였다.
“그리해서는…….”
“잘 보고 있어 봐라.”
사도학은 피식 웃음을 지으며 두 사람을 바라봤다.
낚시에 대한 지식은 분명히 없었다. 가만 앉아 기다리는 것 자체가 성미에 맞지 않은 탓에, 낚시 자체를 싫어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안다.
동방구는 분명 이렇게 말했다.
낚시라는 것은 일단 멀리 던져서 깊은 곳으로 가면 갈수록 씨알이 굵어지고 많이 잡을 확률이 커지기 마련이라고.
어마어마하게 길게 줄을 단 낚싯대를 손에 쥐고 가볍게 손목을 휘둘렀다.
쇅!
매서운 속도로 날아간 그것이 십여 장 이상 날아가 물속으로 안착했다.
“…….”
“…….”
남궁천과 단우현이 그것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먼 곳으로 날린다 한들 물고기가 잡히는 게 아니다. 낚시라는 것은 기다릴 줄 알아야 하고 눈치싸움 또한 잘해야 하는 법.
또한 저리 멀리 날려 버리면 손에 오는 감각이 줄어드는 만큼, 입질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미끼만 날릴 것이 분명했다.
“왔다!”
그러는 사이.
느닷없이 사도학이 낚싯대를 잡아끌었다. 워낙 긴 낚싯줄 탓에 챔질조차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사도학은 낚싯줄을 붙잡고 그대로 잡아당겼다.
팽팽하게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이리저리 움직이며 힘 싸움을 하던 사도학은, 짜증이 난 것인지 인상을 쓰며 낚싯대를 강하게 들어 올렸다.
촤락-!
공력을 이용한 한 수에 저 먼 곳에 있었던 물고기가 단박에 날아올라 사도학이 있는 곳에 떨어졌다.
퍼득퍼득-!
척 보아도 커다란 물고기 한 마리가 강렬하게 퍼득거렸다.
단우현이 아무리 잡고 싶어도 잡을 수 없을 만큼 씨알이 굵었다.
“우하하하! 봤냐, 이것들아? 낚시는 이렇게 하는 거야!”
단우현과 남궁천의 시선이 퍼득거리는 고기를 향해가 있었다. 커다란 잉어는 단소미조차 잡아보지 못했을 정도로 컸다.
그때, 머지않은 곳에서 첨벙! 하며 무언가가 뛰어올랐다.
한눈에 보아도 어마어마하게 큰 물고기였다.
남궁천이 그대로 낚싯대를 휘둘렀다.
쇅!
마치 바람을 찢어 버리는 듯 날아간 낚싯줄이 뛰어오른 물고기의 몸을 휘어 감았다. 그대로 손목을 들어 올려 빨아들이자, 물속으로 돌아가지 못한 고기가 딸려 왔다.
“허허허.”
남궁천이 그것을 바라보며 껄껄 웃음을 지었다.
“그게 낚시냐?”
단우현이 어이없는 시선으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두 사람 모두 공력을 이용해 고기를 잡았다. 단우현이 알고 있는 낚시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잡기만 하면 되는 거 아냐?”
“허허허, 노부는 틀림없이 낚싯대로 잡았다네.”
남궁천과 사도학이 마치 짓궂은 장난을 치는 아이처럼 웃었다. 아직까지 하나도 잡지 못하는 단우현이 몹시 우스웠던 모양이다.
그것을 바라보던 단우현이 천천히 낚싯대를 들어 올렸다.
이윽고 그것을 내려치는 순간.
콰콰콰콰쾅-!
동정호가 갈라졌다.
* * *
콰콰콰쾅!
밖에서 들려오는 굉음에 남궁소혜는 깜짝 놀랐다. 거대한 물기둥이 높이 솟구쳐 올랐고, 남궁천과 사도학의 매서운 목소리가 쩌렁쩌렁 들려왔다.
후드득 하며 담장을 넘어서 무언가가 들어왔는데, 바닥에 떨어진 것을 보니 물고기 몇 마리가 퍼덕거리고 있었다.
백호가 그것을 바라보다 퍼덕거리는 고기를 입안으로 쑤셔 넣었다.
“도대체 뭘 하는 건지…… 어휴…….”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확인한 남궁소혜가 고개를 저었다. 다 큰 어른들이 한데 모여 우습지도 않은 장난을 치고 있다.
나이를 먹으면 어려진다더니 그게 맞는 말인가 싶었다.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마라. 사내란 나이를 먹어도 어린아이 같은 법이다. 보기 좋지 않으냐?”
제갈운 또한 껄껄 웃으며 말했다.
사도학과 남궁천, 그리고 단우현은 마치 천진난만한 어린아이들처럼 놀고 있었다.
그 소리가 안으로 들어오니 과연 저들이 천하를 오시하는 고수들인가 싶기까지 했다.
그래도 언제나 사람 위에 선 채 고고하게 밑을 내려다보던 이들의 저런 모습은 사뭇 색다르고 보기도 좋았다.
“저분들이 장난하는 게 재해 수준인데도 괜찮아요?”
세 사람을 구경하다 안으로 들어온 제갈연은 흠뻑 젖은 머리를 쥐어짜며 인상을 찌푸렸다.
보기 좋기만 하면 상관없다.
하지만 저 세 사람이 움직이면 그야말로 재해가 된다. 지금도 동정호가 뒤집혔고, 마치 바다처럼 커다란 파도가 일었다.
아마 인근에 있는 배 대부분이 뒤집히지 않았을까 싶다.
저 사람들에겐 장난이지만 주변 사람들에겐 재해다.
“우아…… 다 젖어 버렸다.”
그때, 소미가 대문을 열고 들어오며 몸을 털었다. 얼마나 흠뻑 젖었는지 물기가 뚝뚝 떨어져 내렸다.
꾹꾹 옷을 짜고 있으니 남궁소혜가 허겁지겁 다가와 천으로 닦아 냈다.
“소미가 낚시하는데 갑자기 쾅! 하면서……!”
한쪽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던 단소미가 당시 상황을 생각하며 크게 손을 벌렸다. 얼마나 놀랐는지 가슴을 쓸어내리는 귀여운 모습에 모든 이들이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
“그래그래, 무서웠지?”
“헤…… 그건 아니었는데 봐요! 놓칠 뻔했어요!”
단소미가 곁에있는 바구니를 가리키며 방긋 웃었다.
그 안에는 어마어마한 대물이 퍼덕이고 있었는데, 크기가 얼마나 크던지 바구니 밖으로 머리와 꼬리가 삐져나올 지경이었다.
그것을 바라보며 제갈운과 남궁소혜가 신음을 삼켰다.
밖에선 얼마나 큰 대물을 잡느니 마느니 하며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가장 어린아이가 말도 안 되는 대물을 아무렇지 않게 잡아 왔다.
저 세 사람의 노력이 어이없이 수포로 돌아갔다.
“크…… 큰 것을 잡았구나.”
“네! 삼태 아저씨한테 맛있는 거 해 달라고 부탁하려고요.”
당장 오늘 저녁이 기대되는 것인지 단소미가 주륵 군침을 흘렸다. 이렇게 큰 고기를 잡은 것 자체가 오랜만이니 더할 나위 없이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삼태 아저씨는요?”
“잠시 악양에 갔단다.”
“엑?! 소미도 따라갈걸!”
단소미가 분한 표정을 지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낚시도 좋지만 오랜만에 지약이나 진랑을 보고 싶었다. 백호를 타고 갈 수도 있지만, 혼이 날까 봐 얌전히 집에 있었던 것인데, 장삼태가 악양으로 간다는 것을 알았다면 따라갔을 것이다.
“뭔가 굉장히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갔죠?”
“그런 표정이더구나. 자네는 뭔가 아는가?”
제갈운이 슥 등을 돌려 한 매향을 바라봤다.
색기 가득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시녀 복장을 입고 있는 매향은 다소 불만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함께 가려 했으나 경공인지 뭔지를 펼치며 도망가던 그를 떠올리자 저도 모르게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전혀요. 하지만 그 사람이니 뭔가 하다가 망하겠죠.”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도 아닌 장삼태였다.
특히 그가 득의양양해지면 반드시 좋은 꼴을 보지 못했다.
심지어 마장강은 물론이고 권무진마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그 셋이서 무언가 작당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나쁜 짓을 하러 간 것은 아닐 테니…….”
“그게 더 걱정되네요.”
매향의 중얼거림에 남궁소혜가 혀를 내둘렀다.
나쁜 짓을 할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언제나 끝이 좋지 않으니 문제였다. 어떠한 문젯거리를 가지고 오는 것은 아닌가 하며 불안한 생각이 가시지 않았다.
남궁소혜를 비롯하여 제갈운마저 신음을 삼켰다.
그러나 제갈연과 매향만이 대수롭지 않은 표정이다.
“그래 봐야 뭐…… 큰 사고까지 칠까?”
“아무리 큰 사고를 쳐도 저 세 사람만 할까요?”
들려오는 목소리에 남궁소혜가 어색하게 웃었다.
하긴, 매향은 그렇다 쳐도 제갈연의 말이 맞았다. 아니, 애초에 저 세 사람을 건들고 무사할 수 있는 이가 있기는 할까?
그게 약간 궁금해지는 남궁소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