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378
“와아! 언니!”
오랜만에 만나는 남궁소혜를 바라보며 단소미가 반갑게 달려와 안겼다. 자연스럽게 소미를 품에 안은 남궁소혜 또한 그 모습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았다.
모르는 이들이 본다면 모녀지간이라 오해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품 안에 있던 단소미가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다 이내 고개를 들어 올렸다.
“좋은 냄새가 나요! 전보다 더!”
“전에는 무슨 냄새가 난 거니?”
단소미의 말에 남궁소혜가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 도대체 어떤 냄새가 났기에 전보다 더 좋은 냄새가 나는 것인지 궁금했다.
딱히 향을 뿌리거나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부도 더 좋아진 것 같고요. 더 어려졌어요. 무슨 일 있었어요?”
내뱉은 단소미의 말에 마장강과 권무진이 고개를 돌려 남궁소혜를 바라봤다.
‘주군과…… 둘이서…….’
‘무슨 일이 있었다?’
두 사람의 머릿속에는 음흉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어쩌면 저 남궁소혜가 드디어 단우현의 손아귀에 떨어진 것은 아닌가 했다.
그때, 남궁소혜가 마치 두 사람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날카로운 시선으로 쏘아봤다.
어찌나 매서운지 쳐다보는 순간 소름이 오싹 돋았다.
두 사내는 쥐죽은 듯 고개를 숙였다.
“소혜야!”
그때, 시끄럽게 울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남궁소혜가 다급하게 단소미의 두 귀를 틀어막았다. 공력을 섞어 외쳤기에 자칫 어린아이에게 영향이 있을지도 모른다.
남궁소혜가 인상을 쓰며 다가오는 남궁천을 노려봤다.
“도대체 뭐예요? 왜 그렇게 소리를 치세요?”
어느새 다가온 남궁천이 소혜의 앞에 섰다. 날카롭게 곤두서 있는 그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인지, 손을 뻗어 맥문을 잡았다.
강하게 쥐어짜는 힘에 남궁소혜가 인상을 썼다.
“뭐하는…….”
그때, 남궁천이 진맥을 하듯 진기를 불어 넣었다.
안으로 파고든 기운이 거침없이 그녀의 기맥을 노닐었다.
다른 기운이 안으로 침입했음에도 반항하지 않는 것은, 이러한 일이 한두 번도 아니었기에, 남궁소혜가 자연스럽게 그 모든 상황을 받아들인 탓이다.
“저…… 정말로 환골탈태하였느냐?”
그때, 남궁천이 어디 하나 막힘없는 맥들을 하나하나 확인해 본 후 입을 열었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곧 모든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환골탈태(換骨奪胎).
지금은 오황만이 가능했다고 전해지는 경지이다. 하여 실제로 그런 것이 존재하기나 하는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또한 있다.
한데, 그것을 남궁소혜가 이루었다고?
특히, 권무진과 마장강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거, 거짓말이지?”
“그런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다.”
“……저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남궁소혜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건만 어찌하여 사람을 거짓말쟁이로 모는 것인가?
남궁소혜의 표정이 다소 삐딱하게 변했다.
이윽고 팔짱을 끼고 당당하게 입을 열었다.
“저 환골탈태했습니다.”
그녀의 외침에 권무진과 마장강이 숨을 집어삼켰다.
하지만 곧 절대 그럴 리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어찌 되었든 지금은 그녀의 일방적인 주장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그 어떤 것도 확인된 것이 없다.
“저, 정말이더냐?”
“사실이다. 아직도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냐?”
그때, 단우현이 모습을 드러내며 중얼거렸다. 그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는 그야말로 모든 사람을 더욱 큰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다.
그러한 이들의 모습이 재미있었던 것인지, 단우현은 피식 웃음을 지으며 남궁소혜를 부추겼다.
“오랜만에 검무를 춰 봐라. 그게 가장 확실할 테지.”
“……검무랑 환골탈태랑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남궁소혜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검무를 춘다 한들 환골탈태했다는 증거가 어디에 있겠는가?
하지만 눈앞에 있는 남궁천은 무척이나 보고 싶다는 눈빛이었고, 단우현 또한 반드시 보고야 말겠다는 그런 장난스러운 미소가 얼굴에 걸려 있었다.
“알았어요. 알았어!”
결국, 두 손을 든 것은 다름 아닌 남궁소혜다.
연무장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는 남궁소혜는 전보다 더욱 날렵해진 느낌이었다. 검의 움직임 또한 상당히 많이 달라졌는데, 전에는 다소 둔한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날카롭고 보는 것만으로도 살이 베여 나갈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공력 또한 늘었는지 내지르는 검에 맺힌 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바라보고 있는 모든 이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특히, 은연중 남궁소혜의 천재성을 부러워하고 그녀의 빠른 성장을 질투하고 있었던 마장강과 권무진은 주먹을 움켜쥐고 쳐다볼 정도였다.
“허, 대단하군. 정말로…….”
남궁천이 헛웃음을 지으며 어이없이 웃었다.
단순히 천재라는 말로는 형용할 수 없다. 저런 젊은 나이에 환골탈태를 한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여, 이 사실이 알려지게 된다면 남궁세가는 보다 더 큰 빛을 보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생각만 해도 두근거리는지 남궁천의 얼굴은 더욱 크게 상기되었다.
그러나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이가 있기 마련이다. 질투심은 물론이고 대단하다라는 감정조차 없었다.
단소미.
이 자그마한 아이는 연무장 한구석에 눌러앉아 크게 하품했다.
‘뭐가 재미있는 건지 모르겠어…….’
처음에는 보는 맛이 있었다.
무공이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할 때 말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것에 대한 흥미가 식어 버렸고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으니, 제아무리 남궁소혜가 화려한 검식을 보인다 하여도 단소미에겐 그저 칼춤에 지나지 않았다.
‘저런 칼춤은 저잣거리에도 하는 사람 있던데……?’
고작해야 저잣거리에서 칼춤 추는 사람들과 비교하는 단소미였다.
그녀는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모든 사람들이 남궁소혜의 검무에 빠져 있을 때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나 그곳을 벗어났다.
마당으로 나가니 단우현이 보였다.
느긋하게 앉아 검을 손질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뭐 해요?”
“검을 손질하고 있단다.”
“조금 더 잘 썰게?”
“그, 그래.”
단우현은 당황했다.
칼이야 썰기 위해 있는 도구라 하지만, 무슨 식칼도 아니고 그런 말을 하니 왠지 모를 이질감이 들었다.
마치 이 칼로 무엇을 써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단우현이 어색하게 웃음을 짓자, 단소미가 손을 내밀었다.
“그런 거 그만하고 소미랑 놀아 줘요.”
“잠시면 된다. 검이라는 건 매일같이 손질을 해 줘야…….”
“됐으니까 얼른 가요!”
단소미가 두 손을 뻗어 단우현의 손을 붙잡고 끌었다. 억지로라도 데리고 가겠다는 의지가 가득하였기에, 단우현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대로 검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무신의 검이 아무렇지 않게 버려지는 순간이다.
“그래, 어디를 가려는 것이냐?”
“으음, 가고 싶은 곳이야 많지만…… 지금은 장사에 가보고 싶어요!”
“장사?”
고작해야 그런 곳인가?
조금 더 먼 곳, 혹은 좋은 곳을 이야기할 수도 있었을 텐데, 단소미는 그저 성도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기쁜 모양이다.
단소미의 입가에 맺혀 있는 함박웃음이 그것을 증명케 했다.
“그래, 장사라…… 오랜만이니 어디 한번 가 보자꾸나.”
“와아!”
* * *
장사는 여전히 시끄럽다.
특히, 혈천을 피해 온 무인들이 호남으로 몰려든 탓이었는데, 그 때문인지 어디를 가나 무인들이 가득 보였다. 마치 축제라도 벌어진 것처럼 보이는 그 광경에, 많은 이들이 적응되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다만 단소미만큼은 아니다.
무인들이 있든 말든, 그들이 칼을 차든 그렇지 않든 간에,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놀고 있었다.
단우현이 그 모습에 어이없이 웃으며 물었다.
“무섭지 않으냐?”
“뭐가요?”
“칼을 찬 무인들이 이리도 많지 않으냐.”
“아…….”
순간, 단소미가 짧은 신음을 흘렸다.
뭐라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겠는지, 잠시 잠깐 머리를 긁적이다 이내 단우현의 얼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매번 보던 건데요. 뭐.”
“그, 그래?”
“네. 한두 번은 아니잖아요?”
“그건…… 그렇지.”
들려오는 대답에 오히려 당황한 것은 단우현이다.
한두 번은 아니다.
한때, 무신비보에 대한 소문 탓에 장사는 물론이고 악양까지 무인들이 가득 찼을 때가 있었고, 무림 대회 역시 그러했다.
그밖에도 상당히 많은 일이 있었으니, 단소미의 간담도 꽤 많이 성장한 것 같았다.
“그리고 칼을 찼다고 다 무서운 건 아니잖아요.”
“그렇지…….”
“아빠도 가끔 칼을 가지고 다니고요. 할아버지나 언니들도 그렇고요.”
“하하.”
단우현이 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그리 말을 하면 딱히 틀린 소리는 아니었다.
그때, 단소미가 지그시 단우현을 올려다봤다.
“그 칼을 들고 뭐 하는 거예요?”
“응?”
“멋으로 들고 다녀요?”
단소미는 진심으로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칼춤을 추는 남궁소혜는 분명 아름답고 멋져 보이기는 했지만, 고작해야 칼춤을 추기 위해 들고 다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마장강의 칼은 더 크고 무거워 보이며 칼춤을 추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글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함일까?”
“으음…… 저는 잘 모르겠어요.”
단소미는 팔짱을 끼고는 끄응 신음을 삼켰다. 칼을 들고 있다는 것은 누군가를 해할 수도 있다는 거다.
단우현이 조금 전 손질을 하고 있던 칼을 들고, 누군가를 해하려 한다는 생각을 하자, 꽤 울적한 기분과 함께 쓸쓸함과 두려운 마음이 덜컥 들었다.
그렇기에 단소미는 단우현의 손에 칼이 있는 것을 원치 않았다.
“아빠도 칼로 사람을 해친 적이 있어요?”
아무렇지 않게 묻는 말에 단우현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것을 어찌 대답을 해야 할까?
저 순진무구한 표정을 보고 있자니 거짓말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할 수 없기에 단우현 입장에서도 답답함을 금치 못했다.
“아, 저기요. 저기!”
그때, 단소미가 무언가를 발견하였는지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총총걸음으로 뛰어가 가만 무언가를 바라봤다.
그곳에는 탈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커다란 저잣거리 한복판에 폭죽을 터트리며 탈춤을 추니, 지나가는 사람들마저 그 걸음을 우뚝 멈춰 선 채 구경하기 바빴다.
단우현 또한 슬그머니 다가가 그 광경을 바라봤다.
사자탈을 쓴 이들이 날렵하게 움직이며 화려한 몸놀림을 자랑했다. 그와 동시에 한 여인이 칼을 들고 와 마치 사자와 싸우는 것을 연상시키듯 춤을 추었다.
여기저기에서 탄성이 터졌다.
“와아아!”
심지어 단소미마저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남궁소혜의 검무가 저것보다 아름다웠을 텐데도, 그녀의 검이 사람을 해하기 위한 검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인지 시큰둥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즐기고 있다.
재미있다는 듯이 초롱초롱 눈빛을 빛냈다.
단우현은 그 모습을 가만 바라봤다.
‘너를 위해서라면…… 칼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왠지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