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512
장삼태는 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갔다.
‘쾅!’ 하는 격렬한 소리와 함께 안에 있던 이들이 우르르 밖으로 튀어나왔다. 하나같이 잠을 자고 있던 모습들이었는데, 꼴에 문파의 사람이라고 그 소란에도 검을 쥐고 나타났다.
장삼태의 시선이 스윽 주위를 살폈다.
한두 놈이 아니다.
적게 잡아도 오십여 명은 될 것 같은 수였다.
‘시벌, 오늘 뒈지겠네…….’
이렇게 많은 수를 상대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단우현의 우습지도 않은 수련 탓에 수많은 일들을 겪어 보았던 장삼태이기는 하였지만, 그때는 단우현이라는 든든한 조력자가 곁에 있었다.
죽을 것 같으면 알게 모르게 도움을 주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단우현은 없으며 홀로 한 문파를 상대하고 있었다.
자칫 이 자리에서 뼈를 묻을 수도 있는 상황임이 분명한데도, 장삼태는 멈추지 않고 나아가며 중심에 섰다.
검을 뽑아 든 이들이 둥글게 원을 그리며 장삼태를 포위했다.
“뭐 하는 놈이기에 이런 곳에서 소란을 일으키느냐! 이곳이 어디인지 모르는 것이냐!”
“공천문 놈들 있는 곳이지 어디긴 어디야? 그것도 모르고 왔을까 봐 묻냐? 바보 같은 놈, 쯧쯧.”
그러나 장삼태는 결코 여유를 잃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여유를 잃으면 끝장이다.
상대의 칼날은 결코 자비를 베풀지 않으니, 침착함과 여유가 최우선이고 몸은 가볍게 풀어 굳어 있지 않게 유지를 해야 했다.
어느 쪽이든 간에 날아드는 칼날을 피해 낼 수 있게 말이다.
장삼태는 우득우득 몸을 풀며 주위를 살폈다.
무수히 많은 이들 사이로 몇몇 건물들이 보였다.
그중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자그마한 것이 보였는데, 주위로 사람들이 경계를 선 흔적들이 보였다. 또한 그곳에서부터 미약하게나마 기척이 느껴지고 있었다.
아마도 공천문주라는 놈은 저곳에 있을 것 같았다.
오감이라는 것이 이처럼 중요한 것이다.
단우현에게 배울 당시에는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제 보니 이만큼 쓸모 있는 기술이 또 없었다.
하지만 그 전에…….
선수필승(先手必勝).
무엇이든 간에 먼저 치고 기세를 잡는 것이 중요했다.
특히 이런 상황일수록 말이다.
장삼태는 그런 마음을 먹고 가볍게 손을 내질렀다.
퍼걱-!
그의 손가락 끝에서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른 속도의 지법이 뻗어 나갔다. 틀림없이 단우현의 무공이라 할 수 있는 그것을 이제는 완벽하게 구사하는 경지에 오른 것이다.
가까이 있던 이의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며 한 차례 휘청이더니 ‘쿵!’ 하고 넘어갔다.
“끅!”
“헉!”
“뭐…… 뭐야!”
보이지 않는 무엇에 당했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큰 압박감을 준다. 자신 역시 언제라도 그리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되니, 괜스레 몸이 위축되는 법이다.
기세등등하게 포위를 하고 있던 이들 중 몇몇이 움찔하며 물러섰다.
장삼태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들이 주춤 물러서자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이는 자신이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고,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을 모조리 상대할 수 있는 실력을 지니고 있음을 은연중에 내비치며 저들을 압박하는 것이다.
“문주 놈은 어디에 있느냐!”
장삼태는 더욱 당당하게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가 제법 무겁고 위압감 있게 퍼지니 그 자리에 있는 이들 대부분이 위축되었다.
선공을 취한 것은 정답이었고 또한 수에 위축되지 않은 것 역시 좋은 전략이다. 이대로 아무 일이 없다면 딱히 난전이 벌어질 것 같지는 않았다.
장삼태는 주먹을 움켜쥐며 주변을 살폈다.
그때, 한 사내가 앞으로 나서며 포권을 취했다.
“어느 고인이신지 모르겠으나 이곳은 공천문의 영역입니다. 이곳에 무슨 일로 찾아와 살생을 벌이시는 것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제법 이런 쪽으로 많은 경험을 쌓은 자 같았다.
상대가 보통 강자가 아님을 직감한 탓인지 굽히면서도 당당하게 나섰다. 이는 지금은 굽히지만 그 의도가 좋지 아니 하다면 언제든지 공세에 나설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장삼태는 인상을 찌푸렸다.
‘멍청한 놈들만 있었으면 편했을 텐데…….’
저렇게 강단 있는 놈이 있다는 것은 상당히 불편한 일이다. 위축되었던 이들이 그 사내의 한마디에 힘을 얻고 다시금 사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후우- 하며 한숨을 내쉰 장삼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여기 내 스승이 잡혀 왔다고 하던데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구해 드려야 할 것 같아서 말이다.”
“미친놈! 금왕수의 제자였더냐!”
“제자는 제자인데…….”
“뭣들 하느냐, 당장 저놈을 잡아들이지 않고!”
금왕수의 제자라는 말과 동시에 곳곳에서 어처구니없다는 미소가 터졌다. 고작해야 도둑의 제자가 무엇이 무섭겠는가?
심지어 그 스승은 잡혀 고문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어쩌면 금왕수가 중간에 만났던 이가 이 제자 놈이 아닐까 했다.
제 발로 찾아왔으니 반드시 잡아야 했다.
하지만 장삼태는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주먹을 말아쥐며 입을 열었다.
“제자는 제자인데…… 나는 호남단가의 사람이다, 개새끼들아.”
“……?!”
“호…… 호남단가!”
“천하제일세가!”
“처…… 천하제일인이 있다는 그곳…… 말인가?”
모든 이들이 움찔하며 움직이지 못했다.
호남단가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은 보통이 아니다. 천도회는 물론이고 마교와 새로운 사파인들까지도 건들지 못하는 곳.
명실상부 중원 최고의 가문이며 최강의 인물들이 있는 곳이다.
그런 곳을 건드렸다가 어떤 사달이 일어나겠는가?
누구도 살지 못한다.
“요즘 헛소리하는 놈들이 많은 모양이군. 네놈 따위가 호남단가의 인물이라니?”
“무…… 문주님!”
수많은 이를 가르며 나타나는 이가 있었다.
온몸에 피 칠갑을 하고 있는 자다.
그 피가 누구의 것인지 장삼태는 단박에 깨달았다. 틀림없이 금대량의 것. 그것을 깨닫는 순간 미친 듯한 살기가 치솟았으나, 섣불리 덤비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다.
그저 이를 갈며 쏘아봤다.
“호남단가? 혈천 무리들을 쫓아냈다 하여 천하제일세가? 천하제일인? 우습구나. 설령 네놈이 그곳 인물이라 한들 이런 곳에서 난동을 피워도 된다 생각하느냐?”
공마중은 지그시 장삼태를 바라봤다.
얼굴조차 모른다. 이름조차 없다.
어디서 종 노릇이나 하면 잘 어울릴 것 같은 놈이 이곳에 이름을 대며 으스대려 하고 있으니 괜스레 울화가 치밀었다.
또한 수많은 이들이 호남단가를 치켜세우기는 하지만, 혈천 덕분에 세력과 힘을 얻은 곳에서는 좋게 보는 이들은 없었다.
그들의 힘을 실제로 눈에 새긴 자들은 많지만, 그것만으로도 ‘천하제일’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니까.
이 중원무림이 생긴 순간부터 지금까지 천하제일인이라 불렸던 것은 오로지 무신 한 사람이었으며, 천하제일세가라 불린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그렇기에 믿지 않고 부정하려 하는 것이다.
자신들은 그곳에 오르지 못하였기에 더더욱.
“그리고…… 금왕수의 제자라 하였더냐?”
“그런데?”
“……그럼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군.”
번뜩 눈을 치켜뜬 공마중이 짙은 미소를 지었다.
무신의 비급.
지금까지 금대량이 함구하고 있었던 그것의 소재를 장삼태라면 알고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정작 본인인 금대량은 그것을 익히지 않았을지 몰라도, 제 제자에게는 주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뜻을 알았는가?
장삼태가 씩 하고 웃었다.
“태웠다.”
“뭐?”
“태웠다고, 병신아. 활활 잿더미가 되어 버렸지.”
“웃기는 소리!”
“진짠데? 못 믿겠으면 악양에 한번 가 봐라. 거기 어딘가에서 태웠으니 어쩌면 재라도 발견할지 누가 알겠냐?”
이죽거리는 장삼태를 바라보며 공마중은 빠득 이를 갈았다. 거침없이 튀어나오는 그의 말투가 놀리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태워 버린 것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녕 태웠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무신의 비급이 어디 그냥 보물인가?
판다고 하면 억만금을 주고도 살 사람이 지천으로 널렸을 물건이다. 영물의 영단보다 희소성이 있으며 그 가치는 상상 이상으로 컸다.
정녕 그것을 태웠다면 머리가 비었던가 혹은 미친 것이다.
“주리를 틀어야 입을 열 놈이로구나.”
“열었잖아. 태웠다고. 말을 귓구멍으로 안 듣고 똥구멍으로 듣나, 이 새끼가?”
“크윽……!”
한껏 여유를 부리며 귀를 후벼 파는 장삼태의 모습에 공마중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올랐다. 바득바득 이를 갈며 결국 크게 소리쳤다.
“뭣들 하느냐, 놈을 붙잡아라!”
* * *
“푸하하하-!”
먼 거리에서 이 모든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세 사람은 지붕 위에 둘러앉아 술을 마시며 질겅질겅 육포를 씹고 있었다.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웃음이 가시지 않는다.
특히 사도학이 그러했다.
남궁천은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나름 장삼태의 모습이 통쾌하고 시원했기에 알게 모르게 눈웃음을 짓고 있었다.
“크흐흐- 미친놈이라는 건 알아봤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야……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지?”
“문파 하나씩은 다 때려 부숴 본 적이 있지 않은가? 왜 저놈 혼자만 한다고 생각하는 겐가?”
남궁천이 술잔을 기울였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사도학이나 남궁천은 물론이고 심지어 단우현까지.
문파 한두 개쯤은 혼자서 찜 쪄 먹은 적이 많았다. 물론 그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이 중원에서 가장 높은 곳에 이름을 올린 고수들 대부분이 그러한 일을 해 봤을 것이다.
지금의 장삼태처럼 말이다.
그가 격렬하게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사방에서 몰려드는 칼날을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각을 뻗으며, 배운 온갖 기술들을 난무하며 적을 날려 버렸다. 시원하고 통쾌하기까지 한 그 모습은 구경하기에 아주 적합한 광경이었다.
“어때?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냐?”
“글쎄, 잘 모르겠구먼…… 저 문주라는 놈 실력이 보통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사도학과 남궁천이 힐끗 단우현을 바라봤다.
저러한 상황을 구경하면서도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표정의 변화조차 없었는데 이는 재미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무심한 것인지 알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러한 시선을 느꼈는가?
술잔을 기울이던 단우현이 피식 하며 웃었다.
“내버려 둬도 괜찮을 거다. 죽이지는 않을 테니까.”
“져도 죽이지는 않는다는 거지?”
“그래.”
비급을 원하는 자들이다.
온전히 장삼태를 잡아야 하는 입장이니, 결코 죽이려 하지는 않을 거다. 팔다리 하나쯤은 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목숨이 붙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단우현은 지그시 그 모든 광경을 눈에 새겼다.
장삼태의 움직임과 상대들의 움직임.
문주의 기세까지 모조리 파악한 그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오늘부로 공천문이 사라지겠군.”
콰다다당-!
단우현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장삼태의 기세가 터졌다. 사도학에게 배운 기운들이 거침없이 사방으로 흘러 들어가니 그것은 곧 엄청난 마기를 만들어 내며 온 주위를 휩쓸었다.
“으하하하하!”
사도학이 기분 좋은 듯 웃음을 터트렸다.
자, 보거라.
새로운 마교의 하늘이 강림하지 않았는가?
아직도 천마신공이 완벽하다 할 수는 없지만 짧은 시간에 배운 것치고는 어마어마한 힘을 토해 내고 있었다. 이대로 몇 년만 더 지난다면 능히 마교의 하늘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다 단우현의 덕 아니겠는가?
사도학은 더없이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그 광경을 더욱 주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