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 9 Master Inspection Technique RAW novel - chapter 108
하지만 그래서 그들은 이안에게 더 미안했다. 다른 엘프 보다는 괜찮겠
지만, 그녀에게도 위험해 보이기는 마찬가지로 보였기 때문이다.
“할머니, 저 밖에 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요. 그러니 제가 해야죠. 요리
말고는 잘한다고 할만한 것도 없는 제가 이렇게 세분과 다른 엘프들
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기뻐요.”
말 그대로 지금 이안은 무척이나 기뻤다. 언제나 저 세 명에게 도움이
되어주고 싶었다. 그런데 자신은 무척이나 평범한 엘프였다. 정령술도 다
른 엘프들에 비하면 그저 중간정도였고 검에 대한 재능도 그리 좋지 않았
다.
블러스에게 100년 동안 특별 지도를 받았는데도 겨우 소드 마나 유저에
올랐을 뿐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결국 자신의
그릇은 그 정도였다.
그래도 마법은 캐리안의 재능을 조금은 물려받았는지 또래에 비하면 조금
뛰어난 정도는 되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7클래스 마스터인 캐리안에게
도움을 받으면 받았지 그녀가 도움을 줄 수는 없었다.
요리 또한 그녀가 그들에게 배워온 것들이었다. 그래서 언제나 마음뿐이
었고 실질적으로 도와준 것은 소소한 잡일 정도에 불과 했다.
그랬는데 이렇게 기회가 온 것이다. 그것도 그들을 크게 기쁘게 해 줄
수 있는 일이 말이다. 그리고 그들은 무척 위험하다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그녀로서는 위험할 게 거의 없는 일어었다. 타레스가 쉽게 허락해 줄지가
문제일 뿐이다.
약 2년가량 레어에서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타레스가 일단 친분을 인
정한 존재는 거의 그에게 안전하다고 볼 수 있었다. 웬만한 일이 아니고서
는 타레스로 인해 목숨이 위태로울 일은 없었다. 그 때문에 이전까지 알고
있던 블랙 드래곤에 대한 상식이 모두 바뀔 뻔 할 정도였다.
그리고 타레스가 자신을 그런 존재로 생각한다는 것은 확실했다. 그 친
분의 정도가 어느 정도일지는 몰라도 일단 그 앞에서 안전을 보장할 만한
정도는 된다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캐리안과 두 장로는 그런 타레스를 겪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인
지 그들은 이안의 대답을 들은 뒤, 그녀를 더욱 걱정스럽게 보았다. 아무
래도 그들을 안심시켜야 할 것 같다.
“걱정 말아요. 세분이 생각하는 것 보다 그분은 훨씬 좋은 분이에요.”
그 말을 하는 이안의 볼이 분홍빛으로 발그레하게 물들었다. 타레스를
생각하자 저절로 입가에도 미소가 절로 어린다. 그 때문에 캐리안을 비롯
한 셋은 마음이 놓였지만 다시 또 다른 걱정이 그들의 마음을 심란하게 했
다.
지금의 이안을 보니 레어로 가기 전 보다 훨씬 더 타이레스에 대한 사
랑이 커진 게 분명했다. 절대 이루어질리 없는 사랑인데 마음은 더욱 커진
것이다.
‘나중에 받을 그 큰 상처를 어찌 이겨내려고…’
캐리안에게는 딸 보다 더 귀한 손녀였고 제드와 블러스에게는 생전 가
진 적이 없었던 유일한 딸과 같은 존재였다. 그런 그녀가 나중에 받을 상
처에 그들은 가슴이 미어질 것 같았다.
순간 핑크빛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이안을 제외한 셋의 눈동자가
동시에 마주쳤다. 이안 때문에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에 저 아이의 마음을 바꿔야해.’
이안을 깊이 사랑하기에 든 굳은 결심. 그것이 자신의 마음 속 만이 아
닌 다른 둘의 마음에도 똑같이 깃들었다는 것을…
요즘 로니엘은 예전과는 또 다른 이유 때문에 크로노도 산에서만 검술
수련을 한다. 레이피어로 변신한 아로나가 그 이유다.
예전에는 집 근처의 작은 산에서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해 수련했던 흔
적을 한 기사에게 들켜서 다시 이곳에서만 수련을 하게 되었다. 5클래스
의 마법사이면서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하는 검사가 되었다는 사실이 드러
나면 복잡한 일이 일어날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수련을 해도 아무런 흔적이 나지 않았는데도 레이피어로
변한 아로나 때문에 이렇게 숨어서 수련을 하게 된 것이다. 아직 지금 이
룬 경지만큼의 육체적 훈련이 완전하게 되지 않은 상태에서 평소 사용하
던 검과 다른 길이의 아로나를 쓸 수 는 없었다. 하지만 아로나의 고집 또
한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일단 이렇게 아무도 안 보이는 크로노도 산 한
구석에서 수련을 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수련을 한지 반년이 다 되어갔다. 이제는 완전하지는 않아도 자
신이 이룬 경지에 거의 적응이 된 상태였다. 이대로 3개월 정도만 더 하
면 장검 길이의 검으로는 완전하게 지닌바 실력을 다 펼칠 수 있을 듯 했
다.
언제나처럼 정오의 햇살이 강렬하게 내리쬐었지만 로니엘은 지금도 한
참 수련 중이었다. 늘 이용해왔던 크로노도 산의 한 곳에서 말이다. 검을
휘두른 지 꽤 되었지만 역시나 그는 아로나의 효능 덕에 땀 한 방울 흘리
지 않고 있었다. 검은 깨달음을 얻었던 그날처럼 대기의 흐름에 편승되어
유유히 움직였다. 그러던 중 갑자기 검의 진로가 바뀌었다.
슈아아앙!
검이 역으로 허공을 가르자 엄청난 파공음이 대지를 울렸다.
어마어마한 위력의 한수였다. 순간적으로 검이 지나갔던 대기의 흐름이
멈칫했을 정도다. 하지만 로니엘의 의도대로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그 외에
는 거의 피해가 없었다. 주위에 있는 풀 몇 가닥이 상한 정도에 그친 것이
다. 실로 굉장한 통제력이라 할만 했다.
하지만 로니엘은 그에 만족하지 않았다. 원래 자신의 의도는 그 풀 몇
가닥도 상하질 말았어야 했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에 이루어졌던 힘의 분
산에서 미세하게 통제력이 어긋나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다시.’
로니엘과 함꼐 얇아진 아로나가 다시 움직였다. 조용한 대기에 편승하면
서 검은 다시 갑작스레 장쾌한 호선을 그리며 역으로 대기를 베려했다.
하지만 그때 갑자기 로니엘의 모든 동작이 멈춰졌다. 힘차게 내려 그으
려 했던 아로나를 그냥 내리고 그는 가만히 온 감각을 집중했다.
[왜 하다 말아?]
그런 로니엘을 이상히 여긴 아로나가 물었다.
‘누가 이리로 오고 있어. 하지만 도와주진 않아도 돼.’
[알았어.]
자신의 또 다른 능력을 발휘할 기회였지만 아로나는 그냥 순순히 물러
났다. 위급 상황이 아니기에 이런 때 도와주는 건 오히려 로니엘의 성장에
방해가 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사실 아로나는 다른 에고 소드와는 달리 스스로 웬만한 기사를 능가할
정도의 뛰어난 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로니엘의 감각이 훨씬 뛰어
나기에 그녀의 그런 능력은 그냥 스스로 주위를 구경하기 위해 사용될 뿐
이다.
마음만 먹으면 로니엘이 느끼는 감각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었지만 세상
에 나온 이상 자주적으로 행동하고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는 굳이 자
신의 능력으로만 주위를 보고 느꼈다.
하지만 지금 로니엘이 말한 아로나의 능력은 이게 아니었다. 아로나의
감각은 쓸모없는 것이었지만 그녀는 주인의 감각을 배로 극대 시킬 수 있
는 능력이 있었다. 그가 말한 것은 바로 이 능력이었다.
그렇게 조용해진 아로나의 협조 아래 로니엘은 점점 더 자신에게 가까
이 오는 존재에게 감각을 집중시켰다. 이런 곳에서 자신을 공격할 자는 없
었지만 혹시 몰라서 로니엘은 긴장을 완전히 풀지는 않았다.
하지만 점점 구체적으로 느껴지는 기운은 꽤 익숙한 것이었다. 바로 느
끼지는 못했지만 조금 더 시간이 흐르자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한동안
만남이 뜸했던 이지만 그래도 그의 쌍둥이 동생 때문에 간간히 얼굴을 보
아오던 이였다. 그는 바로 베너트의 쌍둥이 형, 푸스칸이었다.
‘이쪽으로 계속 오시는 걸 보니 내게 용무가 있는 게 확실한 것 같군.
어쩌면 그 이야기일지도… 곧 여행을 떠나야 하는 건가?’
로니엘은 가만히 푸스칸이 가지고 올 용건을 생각해보았다. 푸스칸의 성
격상 용건이 없이는 이렇게 굳이 찾아올 일도 없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지
금 생각 한 것이 가장 확률이 높은 이유 같았지만 로니엘은 그 외에도 그
럴법한 이유들을 여러 개 생각해보았다.
그렇게 여유롭게 생각을 하던 로니엘의 시선이 레이피어 같은 아로나에게
꽂혔다. 순간 찬물을 뒤집어 쓴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로나 어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
아직 푸스칸이 시야에 들어오려면 여유가 있었지만 로니엘이 아로나를
재촉했다.
[지금 내 모습이 그렇게 싫어?]
아로나가 살짝 애교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아로나가 이러면 부드러운
성격의 로니엘은 보통은 그녀가 듣기 좋은 말을 해주는 게 다반사였다.
‘그래. 그러니까 어서 본 모습으로 돌아가. 푸스칸님이 더 가까이 오셨
잖아.’
[치.]
다른 때와 단리 단호하고 냉정한 그 말에 아로나는 점점 작아지는 목소
리로 계속 뭐라고 투덜거리며 모습을 바꿨다. 하지만 로니엘은 유백색 빛
에 덮여 모양을 바꾸는 아로나를 보며 그녀의 쫑알거림을 무시했다.
아로나 때문에 저절로 듣기 싫은 말은 아예 안 들리는 것처럼 느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