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 9 Master Inspection Technique RAW novel - chapter 51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로니엘이 경험한 순서에 따라 나타나는 영상은 어느덧 무서운 기세로
나타나는 엘라임과의 일까지 나타냈다.
음식을 먹느라 미처 생각하지 못한 로니엘은 아차 싶었지만 후회는 언
제 해도 늦는법.마법을 중지시키려는 로니엘을 타레스가 말렸다.
“멈추지 말고 계속 유지해.안그러면 강제로 너의 기억을 읽어낼줄 알아.
자신의 제자인 로니엘을 자신의 욕구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쓰레기같은
인간들과 동일시 하는 엘라임의 행동에 타레스는 화가 나기 시작했다.
타레스는 지금껏 로니엘이 보지 못했던 냉정한 눈으로 영상을 보았다.
사태는 점점 심각해지고 로니엘이 엘라임의 시험에 들며 정신을 잃는 것에서 영상은 한번 끊겼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이 마법이 로니엘의 육체가 겪는 모든 감각을 나타내는
것이기때문에 그의 영혼에 직접 말하는 아로나의 음성은 들리지 않았다는
것과 로니엘이 겪은 시험 내용도 마찬가지로 나타나지 않았다.로니엘이
시험에 걸린 장소는 엘라임이 만든 정신적 공간이었던 것이다.
“엘라임 녀석.감히 내 유일한 제자에게 저딴걸 걸다니.그것도 가장 위험한 것으로.”
로니엘을 무시했다는것보다 로니엘이 위험해질뻔 했다는 사실에 타레스는
더더욱 화가 났다.그는 화가 너무 나서 주먹으로 식탁을 내리쳤다.
쪄정쩡 두꺼운 나무로 만들어진 식탁이 그 한방으로 갈라지고 그 위에 있던
모든 식기들이 떨어지면서 요란한 소리를 냈다.이에 로니엘은 다급한 목소리로
타레스에게 외쳤다.로니엘 자신으로 인해서 타레스가 오랜 친분이 있던
엘라임과 싸우는 일은 결코 바라지 않았던 일이었다.
“타레스님.진정하세요.이미 그 일에 대해선 엘라임님께서 저에게 사과를
하셨어요.게다가 그때 엘라임님은 제가 정령계에 올거라는 사실도 모르시고
계셨기에 벌어진 일입니다.”
하지만 타레스는 로니엘의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대신 그는 자신의 기운을 이용해 로니엘의 옷속에 있던 마석을 그의 손안으로 이동시켰다.
마석을 꼭 쥔 타레스가 그 안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곧 마석에선 로니엘때와 마찬가지로 영롱한 빛이 뿜어져 나왔고 로니엘과
이안은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그리고 그들이 눈을 떳을땐 이미 타레스는
정령계로 가고 없었다.
“큰일이 났군요.저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제발 타레스님과 엘라임님이
무력 충돌을 일으키지 않으셔야 할텐데…”
“걱정 말아요.정령계엔 정령왕이 네분이시니 나머지 세분이 어떻게든
말리실거에요.로니엘은 너무 늦었으니 집으로 가봐요.”
자신때문에 벌어진 일에 난감했지만 집에는 가야했기에 로니엘은 심란한 마음으로 집에 갔다.
한편 레어에 혼자 남은 이안의 고민은 부서진 식탁과 함께 쏟아진 음식물들을 치울 일로 난감해졌다.
“휴우.하필이면 아직 음식이 많이 남아있던 식탁을 내리치시다니.
그동안 청소했던 것 중 가장 지저분한것 같네.이번엔 어쩔 수 없겠어.”
항상 청소는 자신의 힘으로 하던 이안은 처음으로 정령들에게 도움을 받아
청소를 하기로 결심했다.정령들을 불러서 청소를 시키는게 꺼림직 해서 지금껏 한번도 이런 일에 정령을 불러본 적이 없었다.
“샐라임”
이안의 외침과 함께 허공에 자그마한 불꽃이 생겨났다.불꽃의 크기가 커지
면서 타오르는 빛도 강렬해졌다.빛이 강렬하면 온도도 높은 법.하지만 커다란
불꽃의 온도는 결코 뜨겁지 않고 이안이 가장 따뜻하다고 느낄 정도였다.커질
만큼 커진 불꽃이 회오리 치며 그 안에서 모든 깃털이 불꽃으로 이루어진 새가
나타났다.여지껏 허공에서 불타던 불꽃은 새의 몸에 흡수 되었고 새의 깃에선
점점 더 강한 불꽃이 일렁거렸다.날개를 펄럭이던 불꽃의 새는 이안의 어깨위
로 내려 앉았다.크기는 30cm 정도되었지만 늘어져 있는 꼬리는 1m가 더 넘었
다.길게 이어진 불의 실로 된 꼬리의 마지막 부분에는 그 하나하나에 노란색 불
꽃이 끊임없이 타올랐다.고개를 옆으로 돌려 이안의 얼굴을 보는 새의 커다란
눈동자는 다정하게 눈웃음을 치고 있었다.
“이안.드디어 할 일이 생긴것 같네요.매일 절 부를때마다 일은
시키지 않고 이야기만 해서 조금 미안했는데 잘 되었네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며 자신이 해야할 일이 무엇일지 생각해낸 샐라임이 기쁜듯이 말했다.
“미안해.이런 일로 불러내서.청소 정도는 내 스스로의 힘으로
하려고 했는데.이건 너무 부피가 커서 어쩔 수 없었어.”
“괜찮아요.이런 일이라도 할 기회가 생겨서 제가 더 기뻐요.항상 이안을
위해서 무언가 해주고 싶었는데 그동안은 영 기회가 없었잖아요.”
“고마워.샐라임.그럼 여기 어지러진것 모두를 완전히 불 태워줘.”
“알았어요.”
큰 눈을 찡긋거리며 대답하며 샐라임이 한쪽 날개를 활짝 폈다.그러자 그
속에서 수십개의 작은 불꽃들이 부셔진 식탁 위로 날아갔다.
불꽃들은 샐라임의 의지대로 부서진 식탁과 함께 널린 모든 지저분한 것들
을 태웠다.하지만 아직 멀쩡하게 쓸 수 있는 은쟁반이나 포크 등은 빼고 태
웠다.그리고 유리로 만들어서 깨진 접시들은 태워지지가 않아 아예 높은 열
로 녹여 버렸다.
“이제 다 된것 같네요.이 정도면 꽤 깔끔하죠?”
“고마워 샐라임.아주 잘했어.”
이안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샐라인이 그녀의 볼에 따뜻한 머리를 부비적 거렸다.
샐라임의 몸이 물질 상태가 아니었기때문에 이안은 그저 볼을 통해
그 따스한 기운만을 느꼈다.
“그럼 이만 가봐.”
“알았어요.그럼 다음에 또 불러줘요.그동안 잘 있어요.”
샐라임은 작별의 인사로 그의 붉은 날개를 활짝 펴서 이안의 몸을 감싸안았다.
몸에서 화르륵 따뜻한 불길이 치솟아 오르면서 샐라임은 어느 한순간에 사라져버렸다.
마지막 순간 샐라임에게서 나온 빛이 워낙 밝아서 이안은 한동안 붉은색 빛이 아른거리는것 같았다.
“좋았어.이제부턴 내 힘으로 치워도 되겠어.”
샐라임이 워낙 깔끔하게 태워놔서 이젠 이안의 손으로 치울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이안은 깨끗이 청소를 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창고에 있는 빗자루를 가져와 쓸기 시작했다.
얼음으로 이루어진 순백의 성.
성의 벽과 바닥은 모두 유리보다 더 투명한 얼음으로 만들어졌다.두텁고
시원한 기운이 느껴지는 벽이었지만 차갑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기분 좋은 시원함으로 가득차 있었다.
이 안을 돌아다니는 이는 모두 물의 최상급 정령 엘레스트라들이었다.간
혹 상급 정령인 엔다이론도 있었지만 그들을 이곳에서 보기는 무척 어려
운 일이었다.그리고 중급 이하의 정령들을 본다는 것은 한밤 중에 하늘에
서 태양찾기라 할 수 있었다.
성안의 주인의 성격이 워낙 시끄러운것을 싫어해서 이 안을 돌아다니는
정령들은 될수 있는한 말을 자제했다.그래서 성 안은 항상 고요한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하지만 지금 성은 예상치 못한 불청객의 방문으로 그 고요
함이 깨진지 이미 오래였다.
“엘라임.”
흥분해서 단번에 엘라임의 성으로 쳐들어온 타레스의 고함소리에 성 안이 쩌렁쩌렁 울렸다.
워낙 조용했던 공간이었기에 타레스의 목소리는 성 안 곳곳에 퍼져나갔다.
그 시끄러운 소리에 자신의 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엘라임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나왔다.
“시끄럽군.무슨 일로 그렇게 시끄럽게 구는 거지?”
자신의 아무런 잘못도 한적 없는데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엘라임의 태도에 타레스는 갑자기 뒷목이 뻣뻣해왔다.
“엘라임.정말로 내가 이곳에 온 이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겠지?평소엔
너의 그 마이 페이스적인 성격을 그냥 재밌게 여겼지만 막상 그 성격을
내가 당하니 정말 어이가 없어지는군.”
하지만 엘라임은 여전히 무심한 눈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혹시 낮에 너의 제자와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때문에 온건가?그렇다면 난 더이상
너와 이야기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이미 당사자인 네 제자와 내가 서로
끝내기로 한 일을 가지고 제 삼자인 네가 왈가왈부 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 너역시도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알수 있는 일 아닌가.”
“그깟 사과 한번으로 네가 내 제자에게 한 일을 용서할 순 없는 일이지.자칫 했으면
로니엘은 생명을 잃어버렸을 지도 모를 일이었어.이대로 넘어갈 순 없는 일이야.”
그의 첫 제자이자 어쩌면 마지막 제자가 될 지도 모를 로니엘이 그의 친구라 생각한
엘라임에게 그런 일을 겪었다는 사실에 타레스는 더 화가 난 것이다.비록 엘라임이
그 사실을 알고 있진 못했지만 타레스에겐 끔찍한 일이 될뻔 했던 것이다.
소용돌이 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타레스의 검은 눈동자가 좋지 않은 시선으로 엘라임을 보았다.
“확실히 다른 인간과는 뭔가 틀리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네가 그의 일로
이렇게까지 흥분할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군.그는 아직 나에겐 별
의미 없는 존재다.그렇기에 그가 죽었더라도 나에겐 전혀 동요가 되지
않았을 거다.하지만 오랜 세월간 친구로 지내왔던 너와의 관계가 이런
하찮은 일로 깨지길 원하진 않으니 내가 그를 위해서 한가지 일을 해주는
것으로 이 일을 마무리 짓도록 하지.”
뭔가 타레스의 생각과는 틀린 방식으로 사건 해결의 방법을 내놓는
엘라임을 보며 그는 고민하기 시작했다.사실 그의 기분을 제쳐놓고
생각한다면 지금 타레스가 하고 있는 행동은 순 억지였다.
인간인 로니엘은 엘라임에게 있어선 드래곤인 타이레스가 다른 쓸모없는
인간들을 보는 것과 하등 다를바 없었던 것이다.그 역시도 그런 인간들
하나가 그의 발에 밟혀 죽든 말든 전혀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기때문이다.
그런데도 엘라임은 타레스의 제자라는 이유 하나로 로니엘에게 사과를
한것이다.엘라임으로선 엄청난 대우를 해준 것이었다.물론 단 한번뿐이고
마음 깊숙한 곳에서 우러러 나온 사과도 아니지만 말이다.게다가 지금
날뛰는 타레스를 위해서 로니엘에게 무언가를 들어준다니 타레스로서도
어느정도 소득을 거둔 셈이었다.흥분했던 기분을 가라앉힌 타레스는
이제는 그가 물러서야 할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흠 다시 생각해보니 이번엔 내가 좀 흥분을 했던것 같군.나도 로니엘의
일에 이정도까지 반응할 줄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야.어느새 로니엘이
내게 이정도로 영향을 끼치는 존재가 되버렸군.”
타레스는 이 기회를 빌어서 그에게 있어서의 로니엘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그저 심심해서 가르치기 시작한 것이 이젠 진정한 사제 지간이 되버린 로니엘.
이제 로니엘을 보는 타레스의 마음은 여느 스승 못지 않았다.그 자신보다
약할때는 언제까지나 보살펴 주고 그 언젠가는 자신을 뛰어넘길 바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