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 9 Master Inspection Technique RAW novel - chapter 70
“이봐.맥스.우리 선조들은 정말 주군을 잘 선택하셨다고 생각하지 않나?”
오랜만에 맥스와 주점에 나온 빌리터가 침까지 튀겨가며 말을 했다.
“그걸 이제야 알았나?난 어려서부터 항상 그렇게 생각해 왔네.그런걸 이제서야 뭐 새삼스럽게 그러는가?”
맥스는 입에 묻은 맥주 거품을 소매끝으로 닦으며 대꾸했다.
맥스와 빌리터는 오래전 클레이톤 가에 예속된 그레이엄 가와 로드리안 가문의 가장이었다.
두 가문은 악어와 악어새 처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그레이엄 가문은 대대로 클레이톤 가의 무기들을 만들어왔고 로드리안 가문은 그 무기들이 가득한 무기고를 관리해 왔다.
요즘 맥스와 빌리터는 한가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일년 전부터 가업을 물려준 아들들이 요즘 들어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기에 둘은 딱히 일을 할 필요가 없었다.
빌리터의 아들 켈피로스가 그렇듯 맥스의 아들 알토도 모든 일을 해내고 있었다.
단 한가지 일을 제외하고 말이다.
맥스는 아직 알토에게 가르쳐주지 않은 것이 있었다.
그것은 클레이톤 가의 문장을 만드는 비법이었다.
푸른색 바탕에 앉아있는 황금색 사자는 보는 방향에 따라 그 표정이 조금씩 달랐다.
그리고 이것을 만드는 방법은 대대로 비밀로 유지되어 왔다.
방법을 아는 이는 항상 단 두명뿐이었다.클레이톤 가의 가주와 그레이엄 가문의 가장 이렇게 단 둘 뿐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죽을때가 되어야 그들의 후계자들에게 그 방법을 알려주었다.
이렇게 비밀은 철저히 유지가 되었다.
그리고 혹시 악의를 가진 이가 그레이엄 가의 가장을 납치할 경우를 대비해 그가 외출을 할 때는 언제나
기사들을 대동하게 했다.
지금도 맥스가 앉아 있는 곳 근처에는 엘리오튼 기사 네명이 앉아서 그를 지키고 있었다.
그들의 수고를 알았기에 맥스는 가능하면 외출을 자제해 왔다.하지만 요즘은 기분이 너무 좋아서 한잔 해야
할 것 같았다.그래서 벼르고 벼르던 끝에 오늘 이렇게 빌리터와 같이 시내로 나온 것이다.
“빌리터.이제 그만 가는게 좋겠네.더 취하면 저기 기사들에게 업혀가야 할거야.”
맥스의 얼굴은 술기운이 올라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고개를 들어 자리에서 일어난 빌리터가 약간 휘청였다.
예상했던 것 보다 술을 많이 마신 모양이다.
맥스가 빌리터를 부탁해 술집을 나가자 엘리오튼 기사들이 바짝 따라붙었다.
“이거 오늘은 자네들이 고생을 많이 했군.술을 먹는 우리 옆에 있으면서 술 한잔도 마시지 않았으니 말이야.”
맥스가 푸근한 갈색 눈동자로 기사들을 보며 너털 웃음을 지었다.
“아닙니다.자주 있는 일도 아니고 가끔씩 있는 일 아닙니까?맥스님도 가끔씩은 이렇게 시내라도 나오셔서 바람을
좀 쐬셔야지요.”
금발 머리의 기사의 말에 다른 기사들도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무슨 일인가?”
잘 가던 마차가 갑자기 멈춰서자 금발 머리의 휘오렌이 창 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마차 안에는 맥스와 빌리터 그리고 휘오렌 한명 뿐이었다.
“적입니다.휘오렌님.”
밖에서 말을 타고 마차를 호위했던 기사들 중 한명이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마차는 시내를 막 벗어나 인적이 드문 길에 들어서 있었다.
검은색 복면을 한 검사 다섯명과 검은색 로브로 얼굴 반을 가리고 있는 마법사가 마차의 앞을 가로 막고 있었다.
“이거 생각보다 늦게 오셨습니다.몇시간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너희는 누구냐?”
밖으로 나온 휘오렌이 날카롭게 외쳤다.
“그건 말 할 수 없지요.그냥 당신들 중에 용건이 있는 분이 있어서 온 거라고만 말해두겠습니다.”
“그게 누구든 너희들의 용건에 응해줄 사람은 이 중에 한명도 없다.”
휘오렌을 비롯한 기사 넷이 마차 주위를 빙 둘러서며 검을 뽑을 준비를 했다.
휘오렌은 소드 마나 유저 최상급이었고 나머지 기사들도 소드 마나 유저 상급의 경지에 오른 이들이었다.
결코 녹록치 않은 실력을 가진 이들이었다.
“그쪽에서 그렇게 나온다면 실력 행사를 해야겠군요.”
마법사의 말과 동시에 검은 복면을 한 다섯명이 기사들에게 달려들었다.
고요했던 길은 순식간에 검기가 난무하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기사들과 복면인들은 막상막하의 실력이었다.그들은 모두 소드 마나 유저 상급인 이들이었다.
황성의 근위 기사단과 쌍벽을 이루는 엘리오튼 기사단의 사람들과 비슷한 실력을 가진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싸움에 경황이 없는 중이었지만 휘오렌은 그들이 어디에서 나타난 것일지 깊이 생각을 했다.
기사와 복면인들은 각각 한명씩 맡아서 싸웠고 휘오렌은 두명의 복면인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밀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조금의 방심도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기사들은 치열하게 싸우며 마차 주위를 사수했다.
“윈드 스톰.”
강력한 바람이 기사들과 복면인들을 덮쳤다.
순간적인 강한 바람에 그들은 모두 마차 주위에서 떨어지게 되었다.
같은 편인 복면인들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은 마법이었다.
가장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 휘오렌은 마차로 다가가는 마법사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그는 몇발자국 가지 못했다.다시 일어난 복면인들이 그를 막은 것이다.
상황은 다시 조금 전과 같아졌다.단지 다른 것은 기사들이 마차에서 떨어져 나왔다는 것이다.
“당신들의 상대는 저들이 충분히 해 줄 겁니다.월 오브 화이어.”
마법사를 중심으로 생긴 2m 높이의 불의 장막이 마차를 둘러쌌다.
“히히힝.”
말들이 놀래서 투레질을 했다.마부는 급박하게 변한 상황에 두려웠지만 마법사가 노리는 것이 맥스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마차 안에 있던 맥스와 빌리터는 술 기운이 싹 사라졌다.
그들이 위기를 느끼고 마차 밖으로 나왔을때는 이미 불의 장막이 그들과 기사들 사이를 갈라 놓은 후였다.
“당신이 맥스님이군요.같이 가주셔야겠습니다.”
갈색 머리에 희끗한 흰 머리가 조금 섞여있는 맥스를 본 마법사가 미소를 지었다.
길게 벌어진 가는 입술은 항상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을 법한 그런 입술이었다.
마법사는 아주 간교해 보였다.
“흥.네가 그런다고 내가 따라갈 것 같은가?”
맥스는 항상 품에 가지고 있던 단검을 꺼냈다.마법사가 무엇때문에 자신을 납치하려 하는지 맥스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지난 수백년간 이런 일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때마다 기사들이 잘 막아주었지만 그렇지 못할때도 있었다.오늘이 그런 경우였다.맥스는 자신이 그에게
잡힐 경우 벌어질 수만가지의 상상을 했다.그에게 도망칠 방법은 없는 것 같았다.
이럴 경우 방법은 하나였다.
맥스는 단검으로 자신의 가슴을 찔렀다.
날카로운 검날이 그의 가슴에 들어온다고 느낀 순간 맥스는 아픔이 아닌 강한 졸음을 느꼈다.
그의 손에서 단검이 힘없이 떨어졌다.
“조금만 더 늦었다면 위험할 뻔 했군.”
마법사는 다른 두명처럼 바닥에 쓰러져 잠을 자고 있는 맥스를 내려다 보았다.
맥스의 가슴에서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하지만 숨을 쉬고 있는 것을 보아서 칼이 그의 심장을 뚫지는 못한 것 같았다.
“힐링.”
맥스의 가슴에 손을 대고 있는 마법사의 손에서 연녹색 빛이 새어나왔다.
벌어진 상처가 조금씩 아물기 시작했다.몇초의 시간이 흐른뒤 맥스의 가슴에는 긴 흉터만 남게 되었다.더이상
피는 나오지 않았다.
“모두들 달콤한 꿈들 꾸시길..크크크.”
빛무리에 쌓인 마법사가 맥스를 안고 사라지자 마차 주위를 감싸고 있던 불의 장막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럼 우리는 의뢰인의 의뢰를 모두 마쳤으니 사라져야겠군.”
복면인들은 어둠에 몸을 숨기고 재빨리 그 자리에서 달아났다.
기사들이 쫓아가려했지만 헛수고였다.기사들의 몸에는 여기저기 생채기가 나 있었다.
휘오렌은 빌리터와 마부만이 바닥에 쓰러져서 자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허탈함이 그의 마음에 밀려들어왔고 그 뒤로 그들이 충성을 맹세한 클레이톤 가에 불 불길한 바람에 걱정이 일었다.
덫
“맥스가 납치 되었다니.지금 그 말이 사실인가?”
무섭도록 낮은 목소리가 세빌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휘오렌은 맥스가 납치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사실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휘오렌의 무언의 대답에 세빌이 침음성을 흘렸다.
의자 팔걸이에 두 팔꿈치를 대고 깍지를 낀 세빌은 침통한 표정이었다.
굳은 얼굴로 생각에 잠겨있던 세빌이 입을 열었다.
“너와 같이 갔던 이들은 모두 무사한건가?”
“그들과 싸움을 했던 기사들이 조금 다쳤지만 생명에 위협이 될 정도는 아닙니다.”
휘오렌은 세빌에게 혹독한 질책을 받을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과는 정반대의 말이 세빌에게 나오자 많이 굳어져 있던 휘오렌의 얼굴이 부드럽게 변했다.
세빌은 갑자기 들은 충격적인 소식때문에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휘오렌의 모습을 세심하게 살펴 보았다.
휘오렌은 땀과 먼지로 뒤범벅 되어 있었다.
가슴과 팔,다리만을 보호하는 필드 아머를 착용한 휘오렌의 왼쪽 팔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갑옷을 뚫고 들어오는 검을 늦게 막아서 생긴 상처였다.
그리고 그의 오른쪽 귓볼은 검에 스치면서 생긴 상처가 말라붙어 있었다.
그 외의 별다른 상처는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휘오렌의 상처는 경미하다고 볼 정도는 아니었다.
“다른 이들 대신 네가 내게 온 것을 보면 기사들 중에 너의 부상이 가장 적었던 모양이군.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렇게 피를 흘리기 시작한지 꽤 된것 같군.어서 나가서 치료부터 하고 와라.”
“아닙니다.전 아직 그때의 정황을 모두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그들에 대해서 제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말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