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25
25화. 정당방위 (1)
슈우우욱!
사내의 주먹이 청년의 얼굴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다가왔지만, 청년은 긴장하기는커녕 태연자약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오른팔은 최소 골절이겠군.”
뽀각!
저 건방진 놈의 코가 주저앉으며 코피가 쏟아지는 모습을 상상하던 험상궂은 사내는 자신이 예상했던 소리가 들리자 만면에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크흐흐. 그러게 어르신이 하문할 때 공손히 대답할 것이……. 아, 아? 으아아아아악!”
“뭐, 뭐야?”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내지른 오른손을 급하게 왼손으로 잡고 데굴데굴 구르며 비명을 지르는 사내를 보며 산적들이 우왕좌왕했다.
“이거, 정당방위입니다.”
퍼억!
청년이 오른손을 붙잡고 울부짖으며 데굴데굴 구르는 사내의 배를 가볍게 걷어찼고.
“꼬르르륵…….”
게거품을 물고 의식을 잃은 사내는 그대로 산적 무리에게 날아갔다.
“이 자식이…….”
동료가 당하자, 산적들의 기세가 험악해졌다. 눈빛이 흉흉해진 이들이 무기를 뽑아 들고 청년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얘들아.”
“예, 부채주님.”
“저놈 당장 내 앞에 끌고 와.”
“예!”
우렁찬 고함소리와 함께 스무 명의 사내가 무기를 빼 들고 신혁에게 쇄도했다.
‘오페라.’
[네, 사령관님.]‘절전모드로. 에너지 낭비는 하지 말고.’
[Copy that.]‘아, 그리고 죽이지도 말자.’
* * *
따다당. 빠각.
“아아아악!”
“으아아악!”
비명과 쇳덩이가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부러지는 살벌한 소리가 금미산에 울려 퍼지자 병사들은 손이 축축해지며 긴장감이 엄습해 오는 것을 느꼈다.
“형방님.”
“뭔가?”
“지금 산에 올라가도 괜찮을까요?
병사를 지휘하며 산을 오르고 있는 미종에게 백부장 중 하나가 다가와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흠……. 그렇지? 아무래도 상황이 다 정리된 다음에 나타나면, 현사님께서 좀 화가 나시겠지? 조금 더 서둘러야 할까?”
“예?”
아직 신혁의 신위를 목격한 적이 없는, 백부장은 미종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삼백에 달하는 무장한 산적들이라고 보고받았다. 그것도 어중이떠중이 같은 산적이 아니라 제대로 무공을 익힌 것으로 보이는 산적들이라고 했다.
놈들이 녹림칠십이채에 속한 놈들일지도 모르는 심각한 상황인데, 이런 엉뚱한 대답이라니?
“잘 말해주었네, 조금 더 서둘러 올라가도록 하지.”
“아니, 형방님. 그게 아니라…….”
“그럼 뭔가?”
“그, 산적들이 무공이라도 익혔다면 여기 있는 관병들로는 조금 버겁지 않겠습니까? 작전이라도 구체적으로 세우고 진입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다못해 군진이라도 형성해야…….”
“앗차! 그렇지!”
간언이 통했는지 미종이 무릎을 쳤다.
백부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산을 오르는 병사들의 무장 상태는 훌륭했다. 이 정도면 조금, 아니 많이 버거울 수도 있겠지만 작전만 잘 세운다면 무림인이라도 어느 정도 상대가 가능할 듯싶었다.
“자네.”
“예.”
“자네는 백 명의 병사를 이끌고…….”
미종이 무언가 작전을 하달하려는 듯하여 간언을 올린 백부장은 긴장한 채 미종의 다음 명령을 기다렸다.
“금미촌으로 내려가서 최대한 많은 수레와 인부들을 모집하게. 많을수록 좋네. 그리고 의생들과 장의사들도 가능한 한 많이 수배해 놓고 대기하도록.”
“예???”
“어허, 예는 무슨 예인가. 빨리 내려가도록 하게.”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미종의 명령에 며칠 전 금미산의 새벽을 신혁과 함께 보낸 병사들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렇지 못한 대다수 병사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형방과 백부장을 번갈아 가며 바라보았다.
“길게 설명할 시간 없네. 그냥 자네는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돼. 만약 수레가 부족하면 자네와 자네가 지휘하는 부대가 산적들을 등에 업고서 청동현까지 옮겨야 할 것이야. 서두르게.”
“추, 충!”
떨떠름한 표정으로 복창한 백부장이 백 명의 병사들을 이끌고 산을 내려갔다.
“자, 그럼. 얼른 서두르자고, 좋은 구경을 놓치게 생겼어.”
“예!”
“…….”
미종이 들뜬 목소리로 하달한 명령에 신혁을 겪어 본 병사들은 신이 나서 발걸음도 가볍게 산을 오르기 시작했고, 그렇지 못한 병사들은 걱정 반, 기대 반이 섞인 표정으로 미종의 뒤를 따랐다.
* * *
어느새 수하들이 대부분 쓰러지고, 남은 것은 청호 자신과 소수의 일류무사들이 전부였다.
수하들이 달려들던 속도보다 더 빠르게 나가떨어진 것을 시작으로 순식간에 난장판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지휘관인 청호와 그의 곁에서 상황을 주시하던 일류무사들을 제외한 다른 부하들은 한 명도 남김없이 전투 불능의 상처를 입고 나자빠져 있었다.
“네놈, 무공을 숨기고 있었구나!”
신혁이 청호를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숨긴 적은 없어. 단지 아꼈을 뿐이지.”
“아껴? 교활하게 공력을 모으면서 우리가 얕잡아 보기를 노렸던 것이냐?!”
“아니……. 그런 뜻은 아닌데.”
“비겁한 녀석. 그러고도 네 놈이 무인이더냐?”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일류에 오른 부하들과 진을 이루어 협공했을 것인데, 정신을 차려보니 피해가 너무 커져 있었다.
이러면 청해에 지점을 건설하기 위한 금미산 확보계획은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없었다.
“비겁? 비겁은 한 명한테 수백 명이 덤비는 너희들이 비겁한 거지.”
신혁의 말에 청호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신혁의 말이 틀린 말이 아니었지만, 왠지 더욱더 화가 끓어올랐다.
“교활한 놈.”
“내가 교활한 게 아니라 상대의 실력도 제대로 파악 못 하고 부하들을 밀어 넣은 사람이 멍청한 거 아닐까?”
“닥쳐라! 이놈, 가만두지 않겠다!”
이를 갈며 빈틈을 노리던 청호가 도를 빼 들고 신혁에게 다가왔다.
‘내가 공격을 시작하는 순간, 태산분쇄진(太山分碎陣)을 펼쳐라.’
‘충!’
겉으로는 화가 난 척 신혁에게 다가가면서도,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하며 지시를 마친 청호가 쏜살같이 신혁에게 접근하였다.
파적분광도법(破敵紛光刀法)
파적도 청호의 성명 절기가 펼쳐졌다. 예리한 도기가 신혁을 난도질하려는 듯 분출되었다.
파아아앙!
수십 줄기의 도기가 신혁에게 다가왔으나, 갑자기 그의 전신을 감싼 푸른빛의 광막에 아무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소멸되었다.
“호신강기!”
자신의 파적분광도법에서 파생된 도기를 호신강기로 때울 정도라면 최소 절정의 극에는 달한 고수였다.
“이런 젠장. 하필 이런 놈을 여기서 만나다니.”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지금 와서 사과하고, 없던 일로 하자기엔 자존심도 상할뿐더러, 상대가 용인해줄 리가 없었다.
‘어쩔 수 없지. 최선을 다해서 상대하는 수밖에. 죽더라도 무인은 무인답게 싸워야 하지 않겠는가.’
“얘들아! 태산분쇄진을……?”
자신이 최선을 다해 신혁을 견제하는 동안, 수하들이 태산분쇄진을 펼쳐 신혁을 포위하길 희망하던 청호가 말을 잃었다.
“이게 대체……?”
자신이 공격하던 신혁은 지금도 파적분광도법의 초식들을 회피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 뒤편에서 엄청난 속도로 암기를 발사하는 이는 그럼 누구란 말인가!
‘삼각 탄환 다중타겟 록 온.’
[Ready.]‘지금부터 10초간 A4 위성의 출력을 70%로 조정한다. 고속기동 모드로.’
[Copy that.]청호의 공격을 A4 위성의 배리어로 차단한 신혁은 이전에 잠깐 사용했던 위성의 홀로그램을 이용하여 청호의 시선을 돌려놓고, 순식간의 뒤로 이동해 남은 일류무인들을 덮쳤다.
지금까지 청호는 A4 위성에서 파생된 신혁의 홀로그램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던 것이다.
꽈과광!
청호의 뒤편에서 폭음이 울려 퍼졌다.
지금까지와는 소리부터 달랐다. 이류에서 삼류무사들에게 퍼부어지던 위력이 아니었다.
“크아아악!”
“으아아악!”
남은 수하들이 이렇다 할 반항도 하지 못한 채, 비명을 지르며 쓰러져 갔다.
“이익! 환술이라니?!”
청호가 정신을 차리고 사태를 파악했을 때는 그가 상대하던 홀로그램은 이미 사라진 뒤였고, 어느덧 전장에 두 발로 서있는 자는 신혁과 청호뿐이었다.
“그 정도의 무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사술로 상대를 기만하다니, 네 놈이 그러고도 무인이더냐!”
지금 상대가 보여준 무위로 봐서는 정면 대결을 했어도 그와 산적들이 패배했을 확률이 높았지만, 상대는 영악하게도 비겁한 술수와 기상천외한 환술로 자신들을 제압했다.
철저하게 농락당했다고 느낀 청호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넋두리는 나중에 듣기로 하고. 이제 너 혼자 남았다. 빨리 덤벼. 시간 없다.”
청호가 분노하거나 말거나 신혁은 귀찮다는 듯이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으아아아아악!”
청호의 도가 푸른빛에 휩싸이며 도기를 넘어 도사(刀絲)를 가닥가닥 뿜어내기 시작했다.
“이 자식, 가만두지 않겠다!”
청호의 도에서 뿜어져 나오던 도사의 수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도사는 도신을 둥글게 감싸며 유형화된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아직 완숙의 경지에는 이르지 못하였지만, 청호의 도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은 분명히 강기였다.
“호오……?”
‘오페라. 적성 개체의 PEF 수치 보고.’
[현재 적의 무기에 PEF 수치 600,000의 에너지가 응집되어 있습니다.]“광오한 놈.”
도강을 완성시킨 청호가 이를 갈았다.
절정의 경지에 들어선 청호였지만, 아직까지는 강기를 형성시키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했다. 헌데 상대가 자신을 얼마나 얕보았으면 도사에서 도강을 형성할 때까지 공격조차 하지 않고 시간을 내줬다는 말인가.
“흐음……. 강기라는 게 저런 식으로 구현되는 것이었군.”
[예, 현지 인류의 사이오닉 에너지 압축과정의 원리가 밝혀진 것 같습니다.]신혁이 무언가에 정신이 팔린 순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청호가 공격을 시작했다.
“하아앗!”
청호의 도가 춤을 추기 시작하자, 날카로운 강기가 신혁의 전신 요혈을 노리며 화려한 궤적을 그렸다.
“실속은 없군.”
오랜 동면에서 깨어난 뒤, 신혁의 감각은 청해색마와 흡혈마군 그리고 유신이라는 고수를 상대한 뒤로 완전히 활성화된 상황이었다.
휙휙!
허무하게 허공을 가르는 도와 함께 청호의 공력도 허무하게 허공중에 흩어지고 있었다.
“헉헉…….”
“지금이라도 수하들을 챙겨서 하산하는 게 어때?”
신혁의 말에 청호는 이를 악물었다.
“네놈, 어디까지 여유를 부릴 수 있을지 보겠다.”
청호의 몸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지금까지 겪어본 신혁의 신법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평범한 수로는 도저히 자신의 공격이 닿을 수가 없을 것 같았기에, 공력 소모를 감수하고서라도 최후의 비기를 선보이려는 것이었다.
파적분광도법(破敵紛光刀法).
분광청우(分光靑雨).
청호의 전 공력이 도에 집중되며, 완숙한 절정고수에 비해선 어느 정도 손색이 있던 도강(刀剛)이 진정한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허공에서 신혁에게 도를 겨누고, 쏜살처럼 쏟아지던 청호의 손이 풍차처럼 회전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