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Fantasy Became a Dead Horse RAW novel - Chapter 110
110화
“하….”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근 이안이 나른한 한숨을 내쉬었다.
재정비 겸 휴식에 들어선 지도 벌써 사흘째였다.
루 사드와 장벽 요새의 소식을 기다리며, 지난 여정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내기로 한 것이다.
물론 마냥 늘어져 있기만 할 수는 없었다.
“할 건… 해야지.”
이안은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물 위를 소리 없이 헤엄치던 늪지의 원한이 쏜살같이 그의 몸을 타고 기어올랐다. 홀로 목욕할 때나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이안은 몸의 물기를 닦으며 텅 빈 방으로 나섰다. 본래는 트루드가 쓰던 여관에서 가장 큰 방.
이안의 시선이 침대 위에 가지런히 놓인 옷과 장비들을 훑었다.
“방금 씻었는데….”
입맛을 다시면서도, 그는 기계적으로 옷가지들을 걸치기 시작했다.
대부분 새로 산 것들이라는 사실이 그나마 작은 위안이었다.
오늘은 페르마 사제를 만나야 했다. 트라벨가에 도착한 다음 날 교회를 방문했지만, 그를 바로 만나지는 못한 것이다.
평사제가 대신 나와 용무를 전해 듣고 서신들까지 받아 든 채로 돌아갔고, 하루가 지나서야 만남을 요청하는 답신이 도착했다.
유물의 보증이 확실하고 소유권도 인정하겠으니, 유물을 감정하고 처분에 대해 논의하자는 내용이었다.
‘논의할 게 뭐가 있다고.’
이안의 입가에 실소가 스쳤다.
혹시나 했건만. 페르마도 다른 사제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작자가 분명했다.
루카스의 소개를 받았으니, 이안 역시 신실하고 등쳐 먹기 좋은 기사이리라 여긴 것일지도 몰랐다.
‘뭐… 사실, 그냥 주는 대로 받아도 크게 상관없긴 하지만.’
두툼한 누비옷 위로 새로 산 사슬 갑옷을 걸치며, 이안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가장 속 편한 결말이기도 했다.
루카스 덕에 귀찮은 과정을 다 생략할 수 있게 되기도 했고.
아무리 후려쳐도 금화를 수십 개는 줄 테니까. 지금 가진 돈까지 더하면, 제국에 발을 들일 때까지는 충분히 쓰고도 남을 터였다.
그 이후의 돈 걱정은 어차피 할 필요도 없었다.
하비에르에게 얻은 강철 금고의 열쇠가 있으니까.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 금고 안에는 수수료를 떼고도 칠백 개가 넘는 금화가 잠들어 있었다.
거기다 사제를 잘못 건드렸다간 아주 귀찮은 부작용도 뒤따랐다.
교단과의 관계가 나빠지는 건 기본이고, 수배령이 내려지거나 신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교단과의 관계는 아무래도 좋지만, 다른 페널티는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게임에선 한 번 죽으면 풀렸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으니까.
하여간, 여러모로 짜증나는 작자들이었다.
퍽 하면 교단을 끌어들이는 그들에 비하면, 머리를 열어보겠다고 달려드는 마법사 쪽이 차라리 뒤끝이 없었다.
‘입씨름할 생각만 해도 벌써 피곤하네. 씁….’
단죄의 검을 허리에 찬 이안은, 이윽고 아공간에서 봉인함을 꺼냈다.
내부의 왕관을 확인한 그가, 비로소 느긋하게 방을 나섰다.
“어… 그… 안녕하시오.”
그의 등장에 복도를 어슬렁대던 몇몇이 엉거주춤 고개를 숙였다.
복수하겠답시고 나서는 놈은 나타나지 않았다.
용병들은 다들 그를 두려워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에겐 악마나 다름없던 샬롯이, 그에겐 말대꾸조차 하지 않았으니까.
“거기.”
이안이 툭 내뱉었다. 방으로 들어가려던 용병들이 멈칫댔다. 태연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나다 싶은 놈, 와서 이거 들어라.”
“…예.”
찰나의 눈치 싸움 끝에, 한 놈이 달려왔다. 얼굴 한쪽이 아직도 부어있는 녀석이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운이 좋은 편이었다.
샬롯과 싸운 놈들 대다수는 강냉이 몇 개 털린 정도로 끝나지 않았으니까.
지금도 방에 몸져 누운 놈들의 앓는 소리가 복도를 희미하게 울리고 있었다.
물론 이안은 일말의 동정심도 느끼지 않았다. 애초에 시비를 건 것도 날붙이를 들고 덤빈 것도 저쪽이었으니까.
“떨어뜨리거나 엎으면 네 인생도 그렇게 된다.”
봉인함을 받아드는 이 놈도 마찬가지였다.
제법 앳된 얼굴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싹수가 노랗다는 뜻이었다.
“예, 예…!”
보아하니 이놈은 조만간 그만 두겠네.
바싹 얼어붙은 얼굴을 보며 내심 콧방귀를 뀐 이안이, 느긋하게 걸음을 옮겼다.
***
흐릿하게나마 빛이 내리쬐는 대낮의 주점은 밤과 달리 고요하고 고즈넉했다.
“식사 금방 내올게요.”
기다렸다는 듯 말한 여급이 주방으로 달려 들어갔다. 그들이 온 이래로 주점의 분란이 사라진 덕에, 주인장과 여급 모두 이안 일행을 아주 좋아했다.
피식댄 이안은, 이내 가볍게 턱을 까딱였다.
샬롯과 테사이아가 앉은 테이블에 한 사람이 더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빨리 나오셨군. 듣기론 한 시간이 기본이시라던데.”
덩치 큰 북부인 용병, 트루드였다.
“그러게. 빨리 나왔네, 이안.”
안대를 한 테사이아가 배시시 미소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샬롯이 매일 쥐를 잡아다 준 덕에, 낮임에도 얼굴에 윤기가 돌았다.
골똘히 생각에 잠긴 표정이던 샬롯도 고개를 들었다.
이안에게 눈인사를 건넨 그녀가, 뒤따라 온 용병을 빤히 노려보았다.
그녀는 지금 아무런 무장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녀의 방어구는 말 그대로 넝마나 다름없는 상태여서, 새로운 물건을 주문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과는 신체 구조에 약간의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그녀가 쓰는 몇몇 방어구는 맞춤으로 제작해야 했다.
그렇다고 기존의 물건들을 버리거나 팔아 넘긴 건 아니었다.
샬롯은 본래 쓰던 장비를 방에 잘 모셔 두었다. 가방에 넣어 들고 다닐 거라는데, 그녀의 성격상 빈말은 아닐 터였다.
어쨌건, 샬롯의 무장 여부는 그녀에게 두들겨 맞은 녀석에겐 아무런 상관도 없어 보였다.
“좋은 시간… 되십쇼.”
남은 의자에 봉인함을 공손하게 내려놓은 녀석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위층으로 달려 올라갔다.
장내에 남은 건 그들뿐이었다.
“이것 때문에 일찍 나오신 모양이군. 교회로 가신댔지….”
봉인함을 바라보며 중얼댄 트루드가, 자리에 앉은 이안을 힐끔댔다.
“이 안에 뭐가 들었기에 교단에 들고 가시는 거요?”
“모르는 게 네 신상에 좋을걸.”
대답한 건 테사이아였다.
샬롯도 고개를 끄덕였다.
“귀쟁이 말이 맞다. 주제넘은 호기심은 명을 단축하는 법이지.”
“…….”
트루드의 얼굴이 핼쑥해졌다.
“부족하면 말씀하세요.”
여급이 식사를 대령한 건 그때였다. 계란과 구운 고기, 따듯한 스튜와 독한 술 한잔.
“충분해. 가서 쉬어라.”
대낮부터 술이라니, 좋군.
술잔부터 집어 든 이안이 트루드를 돌아보았다.
“기다리던 이유나 말해 봐. 루 사드에 대한 소식이라도 들고 왔냐?”
“맞소. 이 두 분께는 좀 전에 대충 말씀 드렸소만.”
트루드가 냉큼 입을 열었다.
“루 사드도 전쟁을 선포했단 얘길 들었소. 이제 변방의 모든 왕국이 전쟁 중인 거요.”
그가 말하는 사이, 테사이아는 다른 테이블에 올라가 드러누웠다. 샬롯은 다시 음식을 씹으며 맹하니 자신만의 생각에 잠겼다.
턱을 긁적인 트루드가 덧붙였다.
“이해할 수는 없는 일이오. 다른 나라들도 굳이 루 사드는 안 건드리고. 지금 전쟁에 끼어들어서 이득 볼 게 없어 보이는데 말이오. 윗분들 생각은 도통 알 수가 없단 말이지.”
그렇겠지. 나라가 혼란에 빠지는 것 자체가 목적일 테니까.
이안은 묵묵히 음식을 씹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흡혈 일족은 루 사드의 백성들을 흑마법의 제물로 바치거나 하수인으로 만들고 있을 터였다.
전쟁보다 그런 짓거릴 눈에 띄지 않게 할 방법은 많지 않으리라.
게임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났던 일이었다. 아마도 그때는 테사이아 때문이었겠지만.
어쨌든, 루 사드도 혼란스러워 지리라는 건 확실해 보였다.
진혈의 여제는 그 사이에서 이안의 방문을 착실히 대비하고 있을 터였다.
“어쨌든, 이게 어젯밤에 들어온 소식이오. 마침 그 근처를 거쳐 온 상인이 있어서 얘길 들었지. 불과 얼마 전 일이라더군. 이 얘길 끄집어내느라 술을 여러 잔 샀소.”
“…….”
고기를 우물대면서, 이안은 트루드를 쓱 바라보았다.
트루드가 재빨리 미소 지었다.
“달란 얘긴 아니오. 형씨 덕분에 나도 좋은 정보를 미리 알았으니까. 결국엔 다들 알게 되겠지만, 미리 대비하는 쪽이 언제나 한 푼이라도 더 버는 법이잖소.”
“전쟁이 커져서 좋은 모양이군.”
“왜 아니겠소? 혼란이 커질수록 우리 몸값도 오를 텐데. 줄만 잘 잡으면 금화를 궤짝으로 받을 수도 있을 거요.”
그래, 그러시겠지.
싸늘하게 코웃음 친 이안이 술잔을 들며 덧붙였다.
“할 말 다 했으면, 가라.”
“몇 개만 묻고 가겠소.”
“뭐.”
“그쪽들은 루 사드로 가실 거요?”
“글쎄. 아마도.”
“전쟁에도, 참전하시고?”
이게 본론이군. 술을 한 모금 마신 이안이 건조한 눈으로 트루드를 돌아보았다.
“어떨 것 같냐?”
“흠… 그래. 하긴. 댁들이 귀족들 비위 맞추면서 촌놈들이나 찔러 죽이고 다닐 것 같진 않소.”
움찔한 트루드가, 이윽고 혼자 납득한 듯 중얼댔다.
“그럼, 일 잘 보시오. 난 올라가서 좀 자야겠소. 아침까지 마셨더니 피곤하군.”
능청스럽게 내뱉으며 일어선 그가 쌩하니 멀어졌다.
…저런 것들이 죄다 모여서 서로 죽여 대다가 그 사달이 난 건가.
트루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한 이안이, 이내 시선을 거두며 고기를 입에 넣었다.
게임에서 본 대로의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면, 저것들은 전부 죽은 목숨이었다.
그렇다고 말릴 생각은 없었다.
저들의 선택이니까. 그가 나설 명분도, 그러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이렇게 죄다 죽어 나가는 거지.
생각하던 이안의 시선이, 이윽고 샬롯에게서 멈췄다.
“뭘 그렇게 고민하는 거냐?”
이어진 말에 그녀가 움찔, 눈을 깜빡였다.
“…별 것 아니다. 오늘은 교회에 네 시종 자격으로 동행하는 거니까.”
그녀가 머쓱하게 시선을 돌리며 덧붙였다.
“널 소개할 문구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말을 꾸미는 건… 어렵군. 네 전 시종들은, 말재간이 대단한 자들이었어.”
“…….”
뭘 그렇게 고민하나 했더니.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고 말하려던 이안은, 이내 턱을 긁적였다.
딱 질색하는 짓이긴 했지만.
이번 같은 경우엔 쓸모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평소와는 조금 다른 용도로.
“…이왕 할 거면, 네 장기를 조금 더 살려 볼 생각은 없냐?”
이안이 포크를 놓으며 말했다.
샬롯의 눈을 마주 본 그가, 옆의 계단을 턱짓했다.
“일단 올라가서, 갑옷부터 걸치고 와라.”
“……?”
***
“…늪지대의 용 사냥꾼.”
이안의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
교회. 개인 집무실에서 이안을 맞이한 페르마 사제의 능글맞은 미소는, 뒤따라 들어온 중무장한 수인을 본 순간 굳어졌으니까.
그녀가 책상 위에 봉인함을 내려놓자 어깨를 떨기까지 했다.
“무덤 숲 마경의 정화자. 아겔 란의 마물 참수자.”
샬롯은 그런 사제의 얼굴을 바라보며, 저주파 섞인 그르렁대는 목소리로 느릿느릿 말을 이었다.
“아겔 란의 구원자이자 벨 론데의 학살자. 불씨의 운반자이자 엄정한 여신의 성전사이며….”
페르마의 얼굴에서 미소가 완전히 사라지는 데는 불과 1분 남짓이면 충분했다.
“…거인 왕국의 종지부를 가져온 징벌자이자, 하얀 악마를 참살한 북부의 진정한 대전사. 이안 호프 경입니다.”
영원히 이어질 것 같던 기나긴 소개가 마침내 끝났다. 철컥, 봉인함의 뚜껑을 여는 샬롯의 손끝에 날카로운 손톱이 반짝였다.
페르마를 바라보며 흐릿하게 미소 지은 그녀가 뒤로 물러났다. 그녀의 설핏 드러난 송곳니를 빤히 응시하던 페르마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
팔짱을 낀 채 우두커니 선 이안이 비로소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싸늘하게 가라앉은 검은 눈으로 페르마를 빤히 바라볼 뿐.
페르마는 그제야, 무시무시한 건 수인의 목소리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루카스가 쓴 서신에는, 방금 그가 들은 내용의 반도 담겨있지 않았다.
“훌… 륭한 업적을 많이 쌓으셨군요, 이안 경.”
이윽고 페르마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이안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대부분 피로 쌓은 업적이니, 자랑스러울 일도 아니오. 기사도 아니니 경이라 부르실 필요도 없고.”
물론 내용까지 부드럽진 않았다.
페르마의 어깨가 다시 한번 굳어졌다. 이안이 차분하게 덧붙였다.
“그래서, 감정은 언제 시작하실 겁니까? 사제님.”
“……!”
그제야 페르마의 고개가 득달같이 봉인함 쪽으로 돌아갔다.
차라리 다행이었다. 저들을 마주 보느니, 이 왕관을 들여다 보는 게 훨씬 나을 테니까.
물론 그렇지는 않았다.
“루카스 경이 말하길, 사제님이라면 공정하게 감정해 주실 거라더군요.”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다문 이안과 그의 바로 뒤에 선 샬롯의 시선은, 단 한순간도 페르마의 얼굴에서 떨어지지 않았으니까.
식은땀을 흘리던 그가, 이윽고 감정서에 숫자를 재빨리 휘갈겨 내밀 때까지.
***
‘이게 되네.’
걸음을 옮기며, 이안은 다시 한번 헛웃음을 흘렸다.
그가 교회에서 받아낸 금화는 백 오십 개였다. 강철 금고의 열쇠를 제외하면, 이 세계에서 떨어진 이래 가장 큰돈을 얻은 셈이었다.
“…사제님께 그런 식으로 말하다니.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군.”
합류 이래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샬롯은 정작 꺼림칙한 표정이었다.
루 솔라의 신도라더니. 그녀에게조차 사제는 존중의 대상인 모양이었다.
“네가 한 건 최선을 다해서 날 소개한 것뿐이야. 협박을 한 것도, 위협을 가한 것도 아니지.”
이안이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다.
“사제님이 멋대로 겁먹는 것까진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 루 솔라께서 도우셨다고 생각해라.”
“음… 그래. 틀린 말은 아니군.”
혀를 날름대는 샬롯을 돌아보며, 이안은 기분 좋게 주점의 문을 열었다.
가장 비싼 술을 몇 모금 마시면, 그녀도 루 솔라의 은총에 감사하게 되리라.
“……?”
분위기가 묘하다는 걸 깨달은 건, 장내로 몇 걸음을 들어섰을 때였다.
묘한 표정의 용병들.
이안의 표정 역시 묘해졌다.
“이안! 야옹아! 여기 봐!”
소리치며 손을 흔드는 테사이아의 옆으로, 북부 야인 전사 몇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아스켈과 합죽이 입이 된 발레리를 비롯한, 검은 숲 언덕 마을의 전사들이었다.
“대전… 아니, 이안 님…!”
다가오는 이안과 눈이 마주친 전사들이 차례로 고개를 까딱이며 예의를 표했다.
이안은 이윽고 아스켈을 마주 보았다. 평소처럼 무덤덤해 보이지만 다소 굳은 얼굴.
그래. 인사만 하러 온 건 아니군.
생각하면서도 내색하지 않고 멈춰 선 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언제부터 기다린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