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Fantasy Became a Dead Horse RAW novel - Chapter 401
401화
콰릉- 콰르릉-!
샛노란 뇌전 몇 가닥이 곳곳에 떨어진 것을 시작으로, 뇌전의 비가 삽시에 도시 전체로 번져 나갔다.
콰과과과과과-!
눈부신 뇌우에 휩쓸린 망자와 망령들이 마구 터져 나갔다.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뇌전은 도시 밖 최하층의 언데드들. 그리고 그 뒤편의 유령마와 마차 위의 카르미엘. 그리고 그 옆에 도열한 부단장들에게도 쏟아져 내렸다.
파치치치치칫-
카르미엘의 전신에 샛노란 뇌전이 연신 틀어박혔다. 전신이 경련하듯 들썩이고, 안개처럼 일렁이던 얼굴의 형상은 흔적도 남지 않고 흩어졌다.
유령마들 역시 골격만을 훤히 드러낸 채 뇌전에 휩쓸렸고, 부단장들도 기사를 제외하고는 온몸을 경련하듯이 떨어댔다.
타탓-
이안이 계단 아래로 달려 내려가기 시작한 건 그때였다. 번개 폭풍 한복판으로 달려 들어가는 형국이었지만, 그의 움직임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았다.
콰과과과과-
실제로도 뇌전의 소나기는 단 한 가닥도 그를 관통하지 않았다. 그의 오른손에 들린 검에서 어느새 샛노란 마력의 칼날이 치솟고 있었다.
“맙소사…! 정말이군…!”
뇌전에 휩쓸리는 카르미엘이 비로소 탄성을 터뜨렸다.
경악한 말투인 데다 전신을 경련하듯 바들대고 있긴 했지만, 고통은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였다.
“정말 역사서에나 나올 법한 존재였어…! 내가 함정 속으로 제 발로 걸어들어온 거야!”
동시에 마차 옆. 다른 둘과 달리 흐트러짐 없이 서 있던 기사 부단장이 마차를 앞질러 달려나갔다.
콰치치칫-!
금빛 뇌전은 그의 전신 판금 갑옷으로도 쏟아졌지만, 관통하는 대신 표면을 타고 땅으로 흘러가 흩어질 뿐이었다.
“하지만… 이 또한 유랑의 묘미 중 하나이겠지…!”
카르미엘의 외침과 함께, 그가 걸터앉은 두개골 왕좌에서 청록색 망령들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놈의 전신이 청록색 해일에 파묻히듯 가려졌다.
콰-아아아아아- 끼아아아아-
범람하듯 번져 나간 망령들이 엄청난 속도로 도시 상공을 뒤덮어갔다.
쏟아지는 뇌전의 비도 그것들을 전부 태워버리지는 못했다. 도시의 최하층과 하층이 넘실대는 망령들로 뒤덮이는 건 불과 몇 초면 충분했다.
물론 이미 그 아래의 망자들은 대다수가 뼈 무더기로 전락한 상태였지만.
끼아아아아- 꺄아아아아-
넘실대는 망령들은 그 사이로도 빨려들 듯 스며들고 있었다.
도시에 다시 청록색 마력이 자욱하게 번졌다.
망자들이 되살아나며 만들어내는 절그럭대는 소리가 사방에서 이어졌다.
철컥- 철컥-
어느새 하층을 지나쳐 그 위층으로 이어진 계단으로 접어들던 기사 부단장, 죽음의 기사의 갑옷 속으로도 망령들이 빨려 들어갔다.
치켜든 양손검과 갑옷 틈 사이에서 불길한 암녹색 마력이 번져 나가는 사이.
슈확-! 쒸악-
되살아나는 망자들을 지나치며 달려가던 이안이 광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넘실대는 청록색 망령의 물결이 그에게도 밀려들고 있었다.
귀곡성을 흩뿌리는 고통에 찬 얼굴 형상들이 샛노란 궤적에 휩쓸려 흩어졌다.
하지만 홀로 해일을 상대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파사사삭-!
계단으로 접어들며 한차례 크게 광검을 휘두른 이안이, 백금 방벽으로 얼굴 앞을 가리고는 힘차게 도약했다.
콰과과과과-
금빛 방패를 앞세운 그가 밀려드는 망자들을 가르며 뿜어져 나갔다.
망령들은 백금 방벽은 물론 이안의 몸에 부딪히기만 해도 산산이 터져 나갔다. 그때마다 이안의 전신에서 흐릿한 황금빛이 아른거렸다.
전신에 머금은 용의 마력이었다.
“과연 대단하군…! 인간으로 의태한 용이라 해도 믿겠어!”
계속해서 뿜어져 나오는 망령의 물결 한복판에서도 이안을 꿰뚫어 보던 카르미엘이 소리쳤다.
거칠게 나부끼는 두건 아래, 그의 두개골에는 다시 안개 낀 날의 유령 같은 얼굴이 일렁이고 있었다.
“하지만 진짜 용이 아닌 이상, 그 힘도 영원하지는 않겠지…!”
망령들을 뚫고 중층 한복판에 구르며 착지한 이안이 일어섰다.
“……!”
하지만 그는 다시 달려나가는 대신, 백금 방벽을 치켜들며 자세를 낮췄다.
망령들과 함께 돌진해 온 기사 부단장, 죽음의 기사가 마력이 이글대는 양손검을 휘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쩌저적-!
동시에 방벽 표면에 금빛이 출렁이더니, 테두리를 따라 여섯 장의 새로운 방벽이 역장처럼 피어올랐다.
“-그러니까, 어느 쪽의 힘이 먼저 바닥날지 확인해 보자, 용의 대행자여! 저 기개 넘치는 주민들이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도!”
카르미엘의 외침이 이어지는 사이. 죽음의 기사가 휘두른 양손 검이 거대해진 백금 방벽의 표면을 후려쳤다.
콰지지직-!
무릎을 굽힌 이안의 발아래가 움푹 파였다. 방패 너머, 이를 악문 이안의 눈매가 설핏 가늘어졌다.
‘말만 많은 게 아니라, 정말 아는 것도 더럽게 많은 새끼긴 하네.’
뇌전의 소나기, 백금의 진노는 놈의 말대로 영원히 펼칠 수 있는 주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왼손 등을 태울 듯이 달구며 증폭된 백금 방벽도 마찬가지였다.
이안은 천장 너머 어딘가에 응축된, 막대한 용의 마력을 자신의 것처럼 느끼고 있었다.
그의 의지에 따라 엄청난 속도로 입자화되어 지하 공동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다는 것도.
심지어 백금의 진노는 효율이 굉장히 떨어지는 마법이었다. 하지만 아르케아스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는 충분히 알 것 같았다.
이것만큼 도시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침입자들을 물리칠 주문은 많지 않을 테니까.
‘그러니까….’
…어떻게든, 방전되기 전에.
생각하는 이안의 왼팔에 힘이 들어갔다.
쩌엉-!
황금빛 충격파와 함께, 방패를 내리찍듯 누르던 기사의 양손 검이 뒤로 휙 튕겨 나갔다.
“……!”
안면 가리개 사이의 청록색 안광이 당혹스럽게 일렁였다. 자신이 힘에서 밀리리라는 생각은 해 보지 않은 게 분명했다.
훤히 드러난 상반신으로 광검을 휘두르려던 이안이 멈칫한 건 그때였다.
쩌저적-
동시에 중앙을 제외하고는 뜯겨나가듯 분리된 여섯 장의 백금 방벽이, 그대로 각각 이안의 주위를 원을 그리며 휘몰아쳤다.
넘실대는 망령들 사이로 곡선을 그리며 날아든 자줏빛 궤적이 삽시에 가까워졌다.
역장처럼 늘어선 육각형의 방벽들이 그 앞을 정확하게 가로막았다.
퍼버벙-!
폭발이 터져 나왔다. 이안의 시선이 절로 좌측으로 돌아갔다.
진언 공명을 활성화하며 초월적인 단계에 들어선 그의 감각이, 일대의 모든 것을 동시에 인지했다.
재조립되며 일어서는. 혹은 기형적인 모습으로 완성되고서도 곧바로 최상층을 향해 달려가는 망자들.
“…….”
넘실대며 뻗어 나가는 망령들과 그 너머 하층의 지붕 위. 붉은 두건 망토를 휘날리는 요정 부단장.
그리고 그녀가 왼손에 움켜쥔 뼈로 만든 활이 삽시에 또렷해졌다.
그녀는 썩은 살점이 덕지덕지 붙은 손으로 다시 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손가락 사이에서 자줏빛 마력이 실오라기처럼 모여들었다.
‘마력 화살이라니. 탐 나는데.’
생각하며, 이안이 앞으로 달려나갔다. 뒤로 밀려나던 죽음의 기사가 자세를 수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쒸학-
놈이 다시 검을 치켜드는 것보다, 돌진한 이안이 광검을 몸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휘두르는 게 더 빨랐다. 기사는 그의 검을 빗겨 내려는 듯, 자신의 검날을 아래로 비스듬하게 드리웠다.
카가가가각-!
이글대는 청록색 마력 위로 광검이 갈리듯 황금빛을 흩뿌렸다. 망령들이 토해내는 이글대는 원한은, 용의 마력조차 한순간 중화시킬 만큼 강력했다.
하지만 말 그대로 한순간일 뿐이었다.
콰지지직-!
양손검의 검날을 갈라버린 광검이 철갑을 두른 팔뚝과 흉갑. 그리고 그 반대편 팔뚝까지 단숨에 갈라버리며 빠져나왔다.
가로로 토막 난 기사의 상반신이 기울어질 찰나, 백금 방벽을 치켜든 이안이 멈추지 않고 돌진했다.
콰장창창-!
이안이 기사를 뚫듯이 지나쳤다. 산산이 흩어지는 갑옷 사이로 망령이 뒤섞인 검은 안개가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안이 텅 빈 갑옷 잔해들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물론, 놈을 지나친 이안은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파슥-
증폭되어 있던 방벽들이 빛무리와 함께 흩어지는 가운데. 이안이 하층으로 이어진 계단으로 접어들었다. 이미 요정 부단장은 시위를 당기는 것을 포기하고 저만치로 물러나고 있었다.
‘똑똑하네. 쥐새끼 같고.’
동시에 건물과 벽을 타고 우글우글 기어오르는 망자들의 물결이 시야 가득 펼쳐졌다.
백금의 진노에 휩쓸려 터져 나갔던 것들이 거의 다 되살아난 것이다. 물론 계단을 달려 올라오는 놈들도 적지 않았다.
퍼서서서석-!
하지만 놈들은 이안을 멈춰 서게 조차 하지 못했다. 그가 가볍게 연달아 휘두른 광검에 장난감처럼 잘려나가며 사방팔방 뼛조각과 마력의 잔재를 흩뿌릴 따름이었다.
끼아아아아-
그건 귀곡성과 함께 날아드는 망령들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대다수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다. 대부분은 최상층을 향해 달려 올라가고 있었다.
광검을 휘두르는 와중에도, 이안의 의식 일부는 도시의 최상층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 공간 전체가 자신의 일부가 된 듯한 초월적인 감각이 그걸 가능케 했다.
‘…신이 되면 이런 느낌일지도.’
쏟아지는 뇌전의 비. 그 아래 쉴새 없이 터져 나가는 망령의 장막. 최상층으로 우글우글 기어 올라가는 청록색 망자의 물결. 그리고 최상층의 가장자리를 성벽처럼 둘러친 육각형의 역장과, 역장에 충돌해 폭발하는 망령들.
부서진 역장이 재생성 되기 전에 통과하는 언데드들과 그 너머 여전히 전열을 유지한 채 전투를 벌이는 수비대까지.
모든 게 눈에 보이는 것처럼 그려졌다.
“부상자는 뒤로! 전열을 이탈하지 마세요!”
수비대 한복판에서 철퇴를 휘두르는 루시아의 외침까지도.
이게 가능한 건, 저들의 전신으로도 용의 마력이 스며들고 있어서였다.
내성 인근의 진언 회로에서 시작된 백금의 가호가 그들 모두를 감싸고 있었다.
‘이래서 마법사나 마족들이 자신의 권역을 만들려고 애쓰는 거겠지.’
전지전능한 존재가 된 듯한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하지만 이안은 이 감각이 그저 착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고양감에 취해 목숨을 잃는 자들을 여럿 보지 않았던가. 심지어 그들의 목숨을 거둬들인 건 대부분 이안 본인이었다.
게다가 이 순간에도, 진언 회로의 마력은 엄청난 속도로 소진되고 있었다.
“그래…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막을 수 없겠군.”
물론 그건 마경이기에 가능했을. 움직이는 권역이라 할 수 있는 수천의 망령을 품고 다니는 저 리치도 예외는 아니었다.
“내게 이런 전율을 선사한 건 트룬 케하스 이후로 네가 처음이다, 용의 대행자…!”
마침내 모든 망령을 쏟아낸 듯 모습을 온전히 드러낸 카르미엘이 소리쳤다. 동시에 놈의 하반신이 왕좌 속으로 잠기듯 파고들고, 청록색 마력을 머금은 두개골들이 절그럭대며 모여들기 시작했다.
-특이한… 녀석이군… 약점을 훤히 드러내고 있다니….
다 죽어가는 듯한 요그의 속삭임이 문득 뇌리를 간지럽히다 잦아들었다. 놈은 밀도 높은 용의 마력에 완전히 짓눌린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안은 녀석이 말한 약점이 무엇인지 살펴보지 않았다.
쉬학-!
그는 계단이 끝나기도 전에 힘껏 도약하며 솟구치고 있었다.
포탄처럼 돌진해 온 마족 부단장이, 거대한 전투망치를 내리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쒸에에엑- 꽈아앙-!
붉은 궤적이 계단 한복판에 내리꽂혔다. 돌가루 섞인 충격파가 계단을 으깨듯 뭉개버리며 터져 나왔다.
푸화악-
한발 앞서 뛰어오른 이안의 몸을 더 높이 치솟게 하기에도 충분했다.
떠밀리듯 솟구치며, 이안은 전투 망치를 내리치는 마족 부단장을 눈에 담았다.
균열이 잔뜩 번진 붉은 갑주. 망령이던 기사나 구울에 가까운 요정과 달리, 놈은 정말 골격만 남은 언데드였다.
빼곡하게 돋은 날카로운 이빨과 두개골 양쪽에 솟은 뿔. 어깨 뒤로 길게 솟아오른 날개 뼈에도 붉은 마력이 일렁였다.
고오오….
뻥 뚫린 눈구멍 사이, 도깨비불 같은 안광이 이안을 좇아 위로 움직였다.
하지만 그 순간, 이안의 신경은 이미 전혀 다른 방향으로 쏠리고 있었다.
육감이 경고를 보냈기 때문이다.
쉬하악-!
네 가닥의 자줏빛 궤적이 섬광처럼 날아들고 있었다.
이안이 허공에서 몸을 비틀었다.
한 가닥의 궤적이 머리 옆을, 또 한 가닥이 옆구리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가는 가운데.
“……!”
저만치의 지붕에 자리 잡은 요정을 단번에 찾아낸 이안의 눈매가 절로 뾰족해졌다.
붉은 두건을 너풀대는 그녀는, 이미 또다시 빈 시위를 당기는 중이었다. 실오라기처럼 모여드는 마력의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하여간, 귀쟁이들은.’
생각하면서도, 광검을 움켜쥔 이안의 손아귀에 마력이 맺혔다.
검의 내구도를 갉아 먹을 게 분명했지만, 지금은 그 역시 비슷한 짓거리를 할 수 있었다.
쿠화아아-
진언 회로로 용의 마력이 밀려들자, 증폭된 광검이 눈부시게 밝아졌다. 이안은 상반신을 마저 쥐어짜듯 회전하며, 힘껏 오른팔을 휘둘렀다.
쒸-아악-
빛의 칼날이 허공을 비스듬하게 갈랐다. 엿가락처럼 늘어난 궤적이 앞을 가로막는 망령과 건물들. 그 너머로 활을 겨누고 있는 요정과 그녀가 선 건물의 지붕 모서리. 그 너머의 벽면까지 갈라버리고서야 사그라들었다.
‘…어지간한 마법보다 훨씬 센 것 같은데.’
이안이 미묘한 허탈함을 느낄 찰나, 잘려나간 건물들이 허물어졌다. 활과 함께 반 토막 난 요정이 그사이에 휩쓸렸다. 무너져 내린 건물들의 잔해가 그 아래의 망자들을 깔아뭉갰다.
쒸아악-
그 모습을 마지막으로, 마저 몸을 비튼 이안이 시선을 돌렸다.
뛰어넘듯 지나친 마족 부단장의 거대한 뒷모습으로.
쿠웅- 쿵-
본래도 그리 민첩한 놈은 아니었던 듯, 놈은 이제야 전투 망치를 다시 치켜들며 뒤를 돌아보고 있었다.
지원 사격을 하던 요정이 죽었다는 것조차 아직 눈치채지 못했을지도 몰랐다.
‘알아도 신경도 안 쓸지도 모르지만.’
동시에, 머리 위로 치켜들었던 광검의 칼날이 새하얀 궤적을 그리며 떨어져 내렸다.
쉬학-!
힘이 들어갈 수가 없는 자세였지만, 용의 마력으로 이루어진 칼날에는 힘이 실릴 필요가 없었다.
콰지지직-!
사선으로 떨어져 내린 새하얀 궤적이 마족의 붉은 견갑과 그 아래의 흉갑. 그 뒤의 날갯죽지와 난장판이 된 계단까지 갈라버렸다.
쿠웅-
전투 망치를 움켜쥔 우반신이 비스듬하게 흘러내렸다. 번쩍이는 마력의 폭발과 함께, 마족의 전신이 산산이 흩어졌다.
카가가각-
뒤를 돌아본 자세 그대로 착지한 이안이,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눈부신 검날이 앞의 땅에 기다란 흉터를 새겼다.
지이잉….
동시에 위태롭게 출렁댄 광검의 빛이 사그라들었다. 그 사이로 진은 강철 검의 새하얀 검날이 드러났다. 과부하되어 일렁이는, 검면의 진언 회로도.
‘…역시. 오래는 못 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