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Fantasy Genius Demon Hunter RAW novel - Chapter 194
194화
경각심
가온이 눈에 이채를 빛냈다.
“최강 전력이라…….”
“그렇소.”
비록 거대세력 중에 가장 약세라고 평가받는 노블이지만, 그래도 거대세력은 거대세력이다.
그들이 보유한 초인 전력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그럼에도 가온은 그 수많은 초인 전력 중 아이작 후작이 말한 최강 전력이 누구인지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괴짜 지그렛. 그자로군.”
“……그렇소.”
“제국파에서 내밀 수 있는 최고의 카드면 단연코 지그렛일 수밖에.”
가온은 아이작 후작의 어찌 알았냐는 눈빛에 태연하게 대답했다.
“음, 하긴.”
아이작 후작은 가온의 대답에 금방 납득했다.
지그렛은 그만큼 도시 내에서도 유명한 인사였다.
물론 그 유명세는 그의 실력보다는 기이한 행동으로 인해 생겨난 것이었지만.
도시의 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자라면, 괴짜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무조건 지그렛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감독관의 채찍을 맞아가며 일용직 노동을 하다가 우연히 나타난 상급자가 그를 알아보고 현장이 난리가 난다든지.
시장에서 노점을 펼쳐놓고 야채를 팔다 자릿세를 요구하는 왈패들에게 두들겨 맞기도 했으며.
흙바닥에서 대자로 뻗어 잠을 자는 건 예사고.
심지어는 거지꼴을 하고 동냥을 하고 다니다 정체를 발각당한 적도 있었다.
지그렛의 기행은 그만큼 괴이쩍었다.
“지그렛 공작님이 좀……크흠, 특별한 구석이 있긴 하지.”
아이작 후작은 그 말을 하면서도 스스로 양심에 찔렸는지 헛기침했다.
부끄러워하는 아이작 후작의 반응에도 가온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괴짜라는 별칭이 붙은 건 그가 수상한 행동을 하고 다닌 것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실력이 밑바탕 되지 않았다면 결코 이만한 관심을 끌지 못했겠지.”
“그건 그렇소. 지그렛 공작님의 실력은 진짜이니 말이오.”
아이작 후작이 가온의 말에 맞장구쳤다.
노블엔 지그렛의 기행을 부끄러워할지언정 그의 실력을 부끄럽게 여기는 자들은 없었다.
“로열의 경지는 3레벨이겠지?”
“음…….”
민감할 수밖에 없는 질문.
아이작 후작이 잠시 말꼬리를 길게 늘어뜨렸다.
하지만 그는 곧 사실대로 대답했다.
“그러하오. 3레벨의 신체능력을 가지고 계시오.”
별거 아닌 듯한 그 대답이 이 관계에 자그마한 실금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블이 영향력을 진하게 투영할 수 있는 도시라면 그 행동이 그리 문제 되진 않을 터였다.
하지만 이번 원정은 거대함선을 타고서 수십, 수백 일이 지나야 간신히 도달할 수 있는 곳에서 일어나는 작전이다.
사전 조율 단계에서 난 작디작은 실금이 황도에 이르렀을 때 얼마나 거대한 균열을 만들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니 애초에 어떠한 문젯거리도 만들지 않는 것이 가장 최선이 아니겠나.
‘무엇보다 조우하면 곧장 알게 될 사실이니 굳이 속일 이유도 없고.’
초인의 경지에 이른 가온이 로열의 경지를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지 않은가.
“역시. 혈능을 개화하지 못해 정체된 건가.”
“정확하오. 황족은 혈능을 타고나는 대신, 보편적인 다른 이능을 습득하지 못하오.”
“다른 이능을 습득하지 못한다라……그렇군.”
가온은 고개를 주억였다.
그건 마치 육체적 재능을 택한 대신 다른 이능을 습득하지 못했던 그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로열이 이겨내기엔 힘이 많이 부치는 원정이 되겠어.”
“음, 신체적인 한계는……그저 잘 이겨내시길 바랄 뿐이오.”
아이작 후작은 로열에 대한 걱정을 딱 그 정도의 염려로 조심스럽게 갈음했다.
“왕국파나 중립파에선 아직 눈치채지 못했나?”
“다행히도 아직은.”
“그건 정말로 다행이군.”
가온은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말했다.
“그러면 선장과 선원을 구하는 일은 아직이겠어.”
보안에 신경 쓰게 되면 신중을 기해 행동할 수밖에 없고, 준비가 늦어질 수밖에 없는 건 당연했다.
“아무래도. 다른 파들의 눈을 피해 진행하다 보니.”
“항로를 확인하는 부분도 지지부진할 테고.”
“…….”
아이작 후작이 일순 침묵했다.
“그대를 나무라려고 한 말은 아니니 괘념치 않아도 돼.”
이를 본 가온이 손을 저었다.
“대체할 수단을 찾았거든.”
“대체할 수단이라니? 몇 세대나 흘러버려 구전된 기록들도 찾기가 힘든 지경인데 무엇으로 항로를 대체할 수 있단 말이오?”
아이작 후작이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항로를 대체할 수단이란 게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지칭하는 항로라는 것도 그렇다.
일말의 가능성을 가지고 찾고 있을 뿐, 실은 엄청난 수고를 들여야 할 확률이 너무 높았다.
실제로 그전까지는 대륙의 연안을 따라 움직이는 방안에 대해 심도 깊게 논의되고 있던 바였고 말이다.
“바닷길을 잘 아는 종족을 섭외했지.”
“종족? 끄음……인간이 아닌 다른 종족을 끌어들이겠다는 소리요?”
아이작 후작이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가온은 아이작 후작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훤히 보인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뭔가 오해를 산 거 같은데 내가 이 일을 가벼운 마음으로 여긴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군.”
“아니란 말이오?”
“아니지.”
가온이 단번에 부정했다.
“근래에 마왕군이 재침공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적 없나?”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소문 아니오.”
“단순한 소문이 아니라면?”
“그야…….”
아이작 후작이 말꼬리를 늘였다.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소문은 모두 사실이야.”
“어찌 그리 확신하오?”
“내가 바로 그 소문을 낸 당사자니까.”
“……그대가?”
아이작 후작이 다소 놀란 눈을 하고 바라보았다.
노블의 내부 다툼이 점점 심화되고 있었던 터라, 외부의 소식에 다소 무딜 수밖에 없었던 터였다.
“이번에 테일즈의 수색대가 대다수의 생존자를 도시로 데려왔다는 건 들었겠지.”
“그거야.”
아이작 후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워낙 큰 규모의 이동이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 대규모의 흑마법사 무리와 접전을 벌였다는 것도 알 테고.”
“그것도.”
“격퇴한 흑마법사 무리에 초인이 몇이나 있었는지는?”
“그건…….”
“도합 여덟이었다.”
“여덟?!”
아이작 후작이 깜짝 놀라 눈을 추켜 떴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수의 초인에 깜짝 놀란 것이다.
“여덟이나 되는 초인을 그 변두리 지역까지 보내서 하려던 일이 무엇이었을 거 같아?”
“재침공을 위해 후방을 정리하……는 건가.”
“그래.”
가온은 아이작 후작의 추론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작 후작이 침음성을 삼켰다.
“마왕군의 재침공은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야. 곧 조우하게 될 현실이지.”
“…….”
“내가 로열의 혈능 각성을 도우려고 하는 것도 다 그 이유와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어.”
“아군의 전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인가?”
“그런 이유도 없다곤 할 수 없겠지.”
가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로열이 혈능을 개화하고 나면 분열했던 노블이 다시 하나로 봉합될 테니까.”
아이작 후작이 넋두리를 하듯 중얼거렸다.
가온이 아이작 후작의 생각에 말을 덧붙였다.
“거기다 더 중요한 건 마지막 황제다.”
“……?”
“마왕군은 마지막 황제에게 혈능을 갈취하고 있어. 그 기간이 무려 수백 년이지. 왜라고 생각해?”
아이작 후작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머리를 스쳐 간 생각이 가온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마지막 황제의 혈능을 재침공에 사용하려는 거야.”
“아…….”
“그러니까 애초에 내가 이 원정을 노블에게 제의한 건, 마왕군의 재침공 계획을 어그러트리기 위함인 거다.”
“마지막 황제를……죽일 생각이오?”
“그는 너무 오랜 시간을 힘들게 살아왔지. 이제 그에게 안식을 줘야 하지 않겠나.”
“…….”
“그러니 내가 단순히 용오름이 솟구치는 별 조각을 탐내는 소인배의 마음으로 이 일을 계획했다고 생각하지는 말아줬으면 좋겠어.”
가온은 아이작과의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경각심을 심어주었다.
이 원정이 끝나고 나서도 노블이 재침공을 준비할 수 있도록 말이다.
가온은 심각해진 아이작의 표정을 보면서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무사히 씨앗을 심었군.’
“아무튼 바닷길을 잘 아는 종족이란 바로 세이렌이야.”
“세이렌?”
상체는 아리따운 여자의 모습이고 하체는 반짝이는 물고기 꼬리를 한 인어족.
보는 관점에 따라 수인족으로 분류되기도, 몬스터족으로 분류되기도 하는 모호한 경계성을 가진 종족이었다.
“그들은 외부와의 접촉을 극히 꺼린다고 들었는데……?”
“맞아. 테일즈로도 블루블러드로도 소속을 정하지 않고 자기네들끼리만 생활하는 것만 봐도 그건 확실하지.”
“그런 세이렌을 어떻게 만나신 것이오?”
아이작 후작이 꽤 신기하다는 듯 물었다.
“교단을 통해서 알게 됐다.”
“교단……을 통했다고?”
아이작 후작은 더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신에게 귀의한 세이렌이 있다.”
* * *
켄트는 테일즈의 수색 임무를 마치고, 뮬라이라 산맥에 발현한 성지에 대해 보고하기 위해 대신전으로 향했다.
교황은 켄트의 보고를 받으며 크게 기뻐했고, 심각한 표정도 지었다.
그 과정에서 링에를 지배함으로써 얻게 된 정보도 보고되었다.
교단에서도 마지막 황제에 대해서 알게 됐단 뜻이었다.
교황은 곧바로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서 인지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기 위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렇게 수도자로 귀의한 세이렌을 떠올린 것이다.
교황은 곧장 세이렌을 불러들였고, 그녀에게서 긍정적인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알다시피 세이렌은 바다를 영토 삼는 종족이지. 그리고 교단에 귀의한 세이렌은 대침공 때 이주해온 자라고 하더군.”
“그 말은……?!”
“그래 어떤 경로를 따라 이곳으로 왔는지 기억하고 있다는 뜻이다.”
대를 거쳐 기록상으로 전해진 항로와 이동 경로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이주 당사자.
어떤 게 더 신뢰도가 높은지 굳이 비교하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그녀가 이번 원정의 길라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오오……!”
아이작 후작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경탄했다.
연안을 따라 이동하는 방법은 비록 안전할 순 있어도 발각의 위험성이 매우 높았다.
도시를 제외하고는 이미 멸망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대륙.
상황이 그럴진대 뜬금없이 대형 선박으로 이루어진 선단이 이동한다는 건 누가 봐도 이상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연안에서 멀리 떨어진 항로를 찾기 위해 애써왔던 것 아닌가.
그 골치 아픈 문제가 세이렌의 존재로 단숨에 해결된 것이다.
그러니 아이작의 표정이 밝아질 수밖에.
“거기에 추가로 병력을 지원해주기로 했다.”
“교단에서 말이오?”
가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한 규모는 아직 정리되지 않아 알 수 없지만 성기사들과 사제들이 파견될 것이다.”
“정체를 들키지 않고 잠입하는 것이 가장 최선이겠으나, 만일 마왕군을 상대하게 되더라도 성기사와 사제의 존재는 큰 도움이 되겠군요.”
“확실하게 정해진 건-”
“……?”
“아이기스가 이번 원정을 함께 한다는 것이다.”
“……!!”
다크 판타지의 천재 마수사냥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