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190
191화
-새로운 이야기의 주인공
“크헉!”
“윽!!”
순간 느껴지는 통증에 얼른 뒤로 물러났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쓰러져 있는 두 사람이 보였다.
그러니까 형과 과거의 내가.
“형…?”
나는 떨리는 손을 뻗으며 형이 쓰러져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과거의 나는 고통스러워하고 있지만 의식은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상한 것은 형의 상태였다.
숨은 쉬고 있는 건지 의심이 될 정도로 미동이 없었고 눈을 감은 모습은 마치 시체같이 창백했다.
충격파의 영향으로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는 떨림만이 아직 형이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대체 왜, 이렇게 된 거지…?”
형이 내 공격을 맞고 기절하는 것으로 현재의 모습이 된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지금의 모습이 현재 병실에 누워 있는 형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하긴, 몬스터에게 공격당한다고 불치병에 걸리진 않겠지.
나는 깨달았다. 형이 이렇게 된 것은 현재의 ‘나’와 만났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과거와 내가 접촉을 하는 순간 무슨 원리인지 설명할 길이 없지만 오류가 일어난 것 같다.
“네가 생각한 대로야. 네 형은 끼어들면 안 되는 장면에서 끼어들어 오류가 일어나 버렸어.”
소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덤덤하다 못해 냉정해 보이기까지 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런 소미를 원망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결국 내가 오름을 구하기 위해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벌어지지 않을 일이었으니까.
“결국 모든 건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 맞았구나.”
예전부터 내 잘못이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죄책감으로 도망치듯이 집을 나왔던 것이기도 하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주 조금, 아주아주 조금. 몬스터의 탓을 하기도 했다.
내 잘못이 아닐지도 몰라. 그곳에서 몬스터가 왜 튀어나와서….
하지만 이로써 완벽히 내가 도망칠 구석이 사라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 잘못밖에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으니까.
고개를 들어 소미가 있을 법한 방향에 대고 입을 열었다.
“이제 시험은 끝난 거지?”
현재 내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온전히 내 탓임을 알게 된다면 당연히 죄책감에 사로잡히거나 무너져 내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속이 시원해진 느낌이었다. 결국 바꿀 수 없었던 과거를 가지고 깊게 생각할 생각은 없었다. 나는 이 문제로 인해 너무 많은 감정들을 소비했다.
“슬프지 않아?”
“형을 공격해야겠다고 결정을 내렸을 때는 후회하고 눈물이 났어. 하지만 다시 똑같은 상황이 펼쳐진다고 해도 똑같은 결정을 내렸을 거야.”
더 이상 과거에 집착하고 싶지 않아졌다.
“너는 준비가 됐구나.”
소미의 덤덤한 목소리가 조금은 기뻐 보였다.
“어차피 형을 내 손으로 깨울 거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난 이제 미래만 생각하고 싶어.”
내 대답에 소미는 말이 없어졌다. 그 대신 소미는 메시지창을 띄웠다.
[‘비밀 던전의 주인으로 가는 길(최종)’의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셨습니다.]역시 이 시스템창은 소미가 띄우고 있는 거였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절한 형과 과거의 나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근처에 몬스터는 없었지만 잠들어 있는 보스급 몬스터가 발견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 뭐야?”
나는 보스급 몬스터의 위치를 다시 한번 확인하기 위해 마나를 이용해 던전 내부를 살폈다.
그런데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녀석이 사라진 것이었다.
“뭐야, 어디 간 거지?”
다시 한번 정확히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 마나를 더 많이 방출했다. 그리고 이 던전 전체에 남아 있는 생명체를 확인했다.
아까보다 인간들이 훨씬 줄었는데?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그리고 어렵지 않게 놈의 흔적도 찾을 수 있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녀석이 움직이고 있었다.
“갑자기 왜 움직이기로 결정한 거지? 아까 충격파 때문에 잠에서 깨어난 건가?”
알 수 없는 것은 없었다. 일단 녀석을 해치워 이곳으로 오는 것을 막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몸을 움직였다.
공중에 가볍게 오른 나는 빠른 속도로 날았다.
“또 인간 하나가 사라졌잖아.”
아무래도 녀석은 인간들을 죽이는 것이 목적인 것 같았다. 몬스터라면 당연한 얘기겠지만 이 던전은 뭔가 이상했다.
일단 내가 그들에게 몬스터로 보이는 것부터가 다른 던전과는 다른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황상 아마도 내가 이 던전의 보스 몬스터일 확률이 컸다. 지금 돌아다니고 있는 녀석은 나보다 강해 보이진 않았으니까.
하지만 인간인 내가 몬스터로 보인다면 지금 돌아다니고 있는 녀석 또한 몬스터가 아닌 다른 존재일 확률을 배제할 수 없었다.
만약 인간이라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 인간들을 죽이고 다니니 처리하는 게 낫나?
머리가 복잡했지만 인간들을 학살하고 다니는 녀석을 마주하게 되면 해결이 날 거라고 생각했다.
나를 공격하고 인간을 공격한다면 같은 인간이어도 봐주는 일은 없을 거라는 결론을 내리고 녀석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리고 나는 금방 했던 다짐들이 전부 무너져 내리는 느낌을 받았다.
“첫 번째를 성공하면 그 다음을 알려준다고 말했지? 두 번째 관문 시작이야.”
눈앞에 인간을 죽이고 다니는 녀석은 차오름이었다.
“어떻게 네가 여기 있는 거야?”
차오름은 내 기척을 느끼고 돌아봤다. 다른 사람들처럼 말이 안 통하는 상태는 아닌 것 같았다.
“뭐야, 한설 너였냐?”
내가 빌려준 리코더에는 인간의 피가 묻어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인간들을 공격하는 오름의 모습은 내가 알던 그 모습이 아니었다.
눈에 초점이 없고 어딘가 초조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너 왜 이러고 있는 거야? 아니,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야?”
오름은 초점이 없는 상태로 나를 바라보면서 입을 천천히 열었다.
“아, 그래. 현실의 난 죽어가고 있는 중이지. 놀랄 만도 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잘 모르겠는 건 나도 똑같으니까.”
“너도 모른다고?”
“그래. 근데 그거 하나는 알겠더라. 여기 있는 인간을 전부 죽이면 나는 살 수 있다는 거.”
이게 무슨 소리야. 여기 있는 인간들을 전부 죽여야 살 수 있다고?
무슨 헛소리인가 싶었지만 오름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니 특정 부분들이 조금씩 투명해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오름은 지금 실제의 육체가 아니라 영혼만 이곳에 있는 상태인 것 같았다.
“어차피 이거 다 꿈이잖아. 실제 아니잖아. 안 그래?”
오름은 자신이 죽였던 눈앞의 인간을 멀리 던져 버리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어딘가 고장 난 것 같은 표정이었다.
설마 형과 나 빼고 던전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이 없었던 이유는 오름 때문이었던 건가?
“이제 얼마 안 남았어. 5명만 죽이면 살 수 있다고.”
오름은 나를 지나쳐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그것을 방해했다.
“야, 정신 차려! 누가 너한테 그런 소리를 한 건데?”
“시스템이.”
시스템이라는 소리에 나는 잠시 움찔했다.
설마 소미가 차오름에게 메시지를 보낸 건가? 인간들을 죽이면 살려주겠다는 메시지를?
나는 그런 메시지를 소미가 보냈을 리 없다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여기가 소미의 영역인 비밀 던전이라는 점과 두 번째 관문이 차오름이라는 것 때문에 혼동이 왔다.
“뭐지? 차오름은 내가 부른 게 아니야. 뭔가 오류가 생긴 것 같아.”
때마침 소미가 오름의 상태를 확인한 것인지 다급히 말을 꺼냈다.
그럼 뭐지? 설마 소미 말고 다른 시스템이 개입을 했다는 소리인가?
오류가 생겼다고 했으니 완전히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어떻게 비밀 던전 안에 침입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녀석도 우리가 그렇게 갑자기 사라졌는데 손 놓고 있을 성정은 아니었다.
“비켜, 지금 내가 죽게 생겼는데 그런 걸 따지고 있을 때야?”
마나를 이용해 오름의 상태를 확인했다. 오름의 마나는 점점 공중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을 불길한 검은 마력이 조금씩 채워 넣고 있는 것이 보였다.
“너 지금 어떤 상태인지나 알고 있어? 정신 차려! 인간을 죽이고 다녀서….”
“날 살려낼 것도 아니면서 마음대로 지껄이지 마!”
차오름은 잡힌 손을 팍 하고 떨쳐냈다. 그리고 성큼성큼 어딘가로 향했다. 그곳은 나와 형이 있는 곳이었다.
아 씨, 하필 골라도 그쪽이야?!
나는 당황하며 차오름의 앞을 막아섰다. 그러자 오름의 눈빛이 달라졌다.
“비켜, 아니면 너라도 죽일 거야.”
“잘 생각해 봐. 시스템이 뭐가 좋다고 너한테 그런 퀘스트를 주는데?”
하지만 점점 눈빛이 검게 물들어 가는 오름에게는 나의 말이 통하지 않았다.
“소용없어. 지금 오름의 정신상태가 온전하지 않아. 인간을 죽일수록 점점 더 심해질 거야.”
내가 오름을 어떻게든 말리려고 하자 소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어떡해? 원래 두 번째 관문은 뭐였는데?”
“오름이 아닌 다른 존재였어. 아무래도 너와 직업을 공유해 이곳으로 끌려온 것 같은데 그 틈을 이용해서 시스템이 접근했나 봐.”
“어떻게든 해 봐! 네가 만든 던전이잖아!”
나의 절규와도 같은 목소리에 소미의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만이 되돌아왔다.
“시험 중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내가 개입하게 되면 아마 이 던전에 있는 모든 것들이 오류가 날 거야.”
오류라, 형과 같은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소리네?
나는 이를 꽉 깨물었다.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방법이 있긴 해. 오름이 각성해서 시스템에서 벗어나거나, 다른 하나는….”
소미는 잠시 말을 멈췄다. 아무래도 내가 받아들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죽이는 게 답이라고 말하지 마. 내가 왜 이곳으로 들어왔는지 알잖아.”
소미의 뒷말을 눈치채고 나는 이를 악물었다. 소미의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답은 하나야. 오름을 정신 차리게 하는 거.”
그렇게 말하고 나는 다시 오름의 팔을 꽉 잡았다. 녀석을 각성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건 내 능력 밖의 일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일단 녀석의 상태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 만물의 소리를 사용했다.
‘이대로 죽긴 싫어.’
녀석의 속마음이 들려왔다.
죽긴 누가 죽는다고.
‘시발 여기까지 어떻게 버텨냈는데 이런 허망한 죽음이라니.’
넌 안 죽는다고. 그렇게 놔두지 않을 거야.
녀석의 속마음에 계속 대답했다. 그리고 그것에 뭔가 반응하는 것이 느껴졌다.
[새로운 스킬이 생성됩니다.]새로운 스킬? 이 시점에서 갑자기?
그렇게 생각함과 동시에 새로운 메시지가 눈앞에 떠올랐다.
이야기 속으로? 이건 무슨 스킬이야?
제대로 된 설명 하나 뜨지 않았다. 그리고 오름의 몸에서 황금빛으로 물든 마나가 나를 향해 달려드는 것을 느꼈다.
황금빛의 마나 파도에 휩쓸려 나는 비명 한 번 지르지도 못하고 잠식되었다.
그리고 그대로 정신을 차렸을 땐 어린 오름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