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183
1182
지크는 프로아 제국에 생성된 약 20여 개의 고대던전 중 수도 프로이센과 가장 가까운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미 많은 고레벨 게이머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파티를 결성하고 있었다.
“앗!”
“지크 님이다!”
“지크 님!”
게이머들은 지크를 발견하고 앞다투어 달려왔다.
그리고는 너도나도 파티플레이 신청을 했다.
지크와 같은 실력자와 함께 던전을 공략한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라서, 너도나도 그 은총(?)을 입어 보려는 것이다.
“형님들! 면접 보실 분들은 이쪽으로 줄을 좀 서주십쇼!”
승구는 지크의 매니저를 자처하며 파티에 참여하길 원하는 게이머들을 심사했다.
지크가 이끄는 파티이니만큼, 아무나 들이지 않으려는 것이다.
“형님은 저기서 쉬고 계십쇼. 헤헤.”
“그, 그럴까?”
지크는 못 이기는 척 승구에게 파티원들을 고르는 일을 맡겨두고, 햄찌와 함께 휴식을 취했다.
그러는 사이.
“오빠!”
“태성 오빠!”
용설화와 고스란이 파티에 합류했다.
그녀들 역시 고대던전이 열렸단 소식을 듣고 던전 근처에 왔다가 지크와 승구를 만난 것이다.
“어? 한태성?”
천우진도 슬쩍 나타나 지크의 파티에 합류했다.
데이토나는 아직 게임을 다시 시작하지 않아서 오지 않았다.
“형님, 파티 결성이 완료되었습니다.”
승구가 다가와 지크에게 말했다.
“그래?”
“능력치별로 포지션별로 엄선했습니다.”
“고생했어.”
그렇게 약 50여 명으로 구성된 파티가 결성되었다.
“출발합니다.”
지크는 파티원들을 데리고 던전 입구로 향했다.
[고대 고블린 제국]창세기에 존재했던 고대의 고블린들이 세운 국가.
각양각색의 고블린들이 서식 중이다.
•적정 레벨 : 400레벨 이상
•참여 가능 인원 : 최대 200명
•주의사항 : 이 던전은 엄청나게 어렵습니다.
‘적정 레벨이 400이상이라고? 미쳤네.’
지크는 그렇게 생각하며 으로 입장했다.
은 드넓게 펼쳐진 정글이었다.
울창하게 우거진 정글 숲에서, 지크의 파티는 보스 몬스터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뀨! 주인 놈아! 소리 들리냐!”
햄찌가 지크에게 물었다.
“어.”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부스럭, 부스럭!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 풀숲을 헤치며 접근해오고 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전투 준비. 가깝습니다. 50미터 정도요.”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를 빼 들고 적들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그로부터 약 1분 후.
“키힛!”
“키키키키!”
수십여 마리의 고블린들이 나타나 지크의 파티를 공격해왔다.
‘디버프 깔고.’
지크는 즉시 와 을 시전해 고블린들의 방어력을 깎고, 슬로우를 걸었다.
그런데.
“악!”
“으아아악!”
전투가 벌어지자마자 파티원들이 속절없이 나가떨어지기 시작했다.
“뭐, 뭐야!”
지크는 파티원들이 순식간에 무너지자 너무나도 당황했다.
디버프를 걸어주었음에도 저렇듯 죽어 나가는 게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뭔데!”
지크는 즉시 창 형태의 를 쭉 내질러 덮쳐오던 고블린 두 마리를 마치 꼬치구이처럼 한꺼번에 꿰뚫어버렸다.
그리고는 창을 힘껏 휘둘러 고블린들을 땅바닥에 메다꽂았다.
그 결과.
[고대 그린 고블린]•생명력 : ■■■■■■■■■■
지크에게 공격을 받은 고블린들의 생명력이 단 10퍼센트도 깎이지 않았다.
그건 데미지가 안 들어간 게 아니었다.
고블린들의 생명력이 너무나도 높아 발생한 일이었다.
이곳 에서는 평범한 잡몹에 불과한 고블린들의 생명력조차 어지간한 고레벨 던전의 보스 몬스터만큼이나 높았던 것이다.
***
같은 시각.
이건과 나이델베르크는 또다시 밀회를 가졌다.
“날 왜 부른 거지?”
나이델베르크를 대하는 이건의 표정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이건은 지크와의 일전 이후 계속해서 기분이 안 좋은 상태였다.
그동안 지크와의 싸움을 리플레이로 돌려보고, 스스로 피드백을 하면서 2차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건 역시도 지크를 확실하게 이기고 싶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던 것이다.
“부탁이 있소.”
“또 무슨 부탁?”
“우리 영토 내에 있는 고대던전들을 좀 제거해주시오.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오.”
현재 마우레키온 제국은 수십여 개의 고대던전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었다.
고대던전들은 무시무시한 몬스터들이 서식하는 일종의 거점으로써, 그 안에서 온갖 마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래서 마우레키온 제국은 코랄 행성 원정을 재정비할 틈도 없이 몬스터들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때문에 프로아 제국을 더 이상 압박하지 못하게 된 것은 물론이요, 실시간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는 중이었다.
그래서 마우레키온 제국은 이 사태를 진정시킬 인재가 필요했고, 이건을 선택한 것이다.
물론 지크에게 부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마우레키온 제국의 입장에서 지크를 더 이상 기용하는 건 엄청난 위험부담이 따르는 일이었다.
이미 지크의 인기는 마우레키온 제국 내에서도 엄청나게 높았다.
마우레키온 제국 내에서도 의 신자가 넘쳐나는 판국이었고, 군부에서도 지크를 전쟁영웅으로 존경하는 이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그런데 지크를 또다시 기용해 공을 세우게 하면, 자칫 슈트카르트 황제의 황권마저도 흔들릴 위험이 있었다.
즉, 마우레키온 제국에게 있어 지크는 계륵과도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제거해야 할 정적이기도 했고.
“그래서 내 힘이 필요하다는 건가?”
“그렇소.”
나이델베르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가 우리 영토 내에 생성된 고대의 던전들을 처리해주길 원하오.”
“그럼 나한테 뭘 해줄 거지?”
이건이 물었다.
“내가 비싼 걸 모르지는 않을 테고?”
“잘 알고 있소.”
나이델베르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걱정 마시오. 본국의 경제력을 의심하지 마시오.”
“돈이 다가 아냐.”
이건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설마 황금 몇 톤 던져주고 입 닦을 생각인가?”
“그건 아니오.”
“그럼?”
“1년 후.”
나이델베르크가 미소를 지었다.
“지크프리트 폰 프로아의 딸을 그대에게 주겠소.”
“뭐?!”
이건은 갑작스러운 제안에 화들짝 놀랐다.
“그게 무슨 말이지?”
“1년 후 프로아 제국의 공주 베르단디가 본국으로 유학을 올 예정이오. 황제 폐하와의 결혼이라는 명목으로 말이오.”
“그래서?”
“그럼 공주를 그대에게 넘기겠소. 단, 죽이지만 마시오. 죽이지만 않으면 어떻게 하든 상관하지 않겠소. 살아만 있으면 되오.”
“그러지.”
이건은 나이델베르크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겼다.
‘큭큭! 좋은데? 한태성. 과연 사랑하는 딸이 더럽혀져도 버틸 수 있을까? 큭큭큭큭!’
이건은 데이토나의 NPC 아내인 아멜리아를 죽였을 때처럼, 지크에게도 똑같은 정신적 충격을 안겨줄 생각에 매우 즐거워했다.
이건은 가상현실게임을 즐기는 게이머의 정신을 파괴하는 방법을 잘 알았다.
그중 최고는 가까운 NPC를 무참하게 살해하거나, 혹은 능욕하는 일이라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크의 딸 베르단디를 소유할 수 있다?
두근두근!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철저하게 무너뜨려 주마.’
이건은 지크의 멘탈을 무너뜨릴 생각에 나이델베르크의 제안을 수락했고, 마우레키온 제국의 영토 안에 있는 고대던전들을 공략해주기로 했다.
적의 적은 나의 친구란 말대로, 이건과 마우레키온 제국은 지크라는 적을 무너뜨리기 위해 계속해서 협력하는 것이다.
***
고대던전인 의 공략 난이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몬스터들의 방어력과 항마력도 뛰어났지만, 무엇보다 생명력이 엄청나게 높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공격력 또한 무시무시했다.
“크, 크윽! 히, 힐 좀 주세요! 힐!”
“피가 안 멈춰! 으으으윽!”
파티원들은 이곳 던전의 메인 패턴이라고 할 수 있는 에 걸려 죽어갔다.
이 얼마나 무시무시했느냐 하면, 걸린 즉시 1초마다 생명력의 10퍼센트가 날아갔을 정도였다.
생명력이 100퍼센트인 상태에서도 고블린들에게 공격을 당하면 10초 내로 과다출혈로 죽어갔던 것이다.
하지만 이곳 고대던전의 악랄한 패턴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악!”
“내, 내 장비!”
“내 검… 내 거어어엄!”
고대던전의 몬스터들은 게이머들이 착용한 장비를 너무나도 손쉽게 파괴했다.
몬스터의 공격 한두 번에 방어구들은 산산조각으로 깨져 나가기 일쑤.
무기 또한 고블린들이 휘두르는 낫과 부딪히면 내구도가 훅훅 깎여 나가다가 금새 파괴되었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
새로운 최종 콘텐츠인 고대던전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아이템들을 착용한 상태로는 도저히 공략이 불가능했다.
‘안 돼!’
지크는 파티가 전멸할 위기에 처하자 재빨리 앞으로 튀어 나갔다.
번쩍!
뒤이어 스킬이 터지며 고블린들을 얼렸다.
콸콸콸!
뒤이어 의 용암이 솟구쳐 고블린들을 집어삼키고.
스으으!
이 펼쳐져 고블린들을 다시 얼렸다.
우웅!
그리고 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 당했던 고블린들을 덮쳤다.
스르르르르르르!
그러자 고블린들이 미립자의 형태로 흩어지고, 이내 곧 자취를 감추었다.
을 맞고 분해되어버린 것이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중략).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최종 콘텐츠답게, 경험치는 정말이지 엄청나게 많이 주어졌다.
다음 레벨까지 필요로 하는 경험치의 90퍼센트 이상이 찼을 정도로, 고대던전의 경험치 획득량은 엄청났다.
하지만 거기까지.
“오빠. 일단 철수해야 하지 않을까?”
용설화가 지크에게 건의했다.
“음.”
지크는 주변을 한번 슥 둘러보았다.
“아….”
“으윽.”
“내 무기… 내 무기이이….”
파티는 만신창이였다.
파티원 절반이 사망했고, 살아남은 이들 역시 무기, 방어구가 파괴되어 더 이상의 전투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건 지크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지크가 입고 있는 방어구들의 내구도는 매우 아슬아슬해서, 툭 건드리면 파괴되기 직전이었다.
물론 용설화가 간이 대장간을 설치해 즉석에서 고쳐줄 수도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게다가 화력 부족 역시 큰 문제가 되었다.
‘이제 한계야.’
지크는 가 이제 수명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무기는 게이머가 내는 데미지의 원천과도 같은 것.
그런데 고대던전의 몬스터들의 생명력이 워낙에 높아서 로도 처치하는 게 쉽지가 않았다.
‘다 바꿔야 돼.’
생각해 보니 방어구 세트와 무기를 마지막으로 업그레이드한 게 언제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중간중간 자잘하게 업그레이드를 해오기는 했지만, 혁신적이라고 할 만큼 크게 바꾼 건 꽤나 오래전의 일이었던 것이다.
“설화야.”
“응, 오빠.”
“아이템, 싹 갈아엎어야겠어.”
“나도 같은 생각이야.”
용설화도 지크의 의견에 동의했다.
이제 유니크, 레전더리 아이템은 먹히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최소 신화 등급 이상.
에픽 아이템조차 간당간당했으니, 상위 등급의 아이템이 필요했다.
게임 BNW의 게이머들에게도 혁신이 필요한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