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86
085
“정확히 무슨 말씀이신지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두고 보시오.”
크반트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린 드래곤의 비늘. 그리고 이 마인드 메탈. 이 두 가지 재료로 최강, 최악의 살상력을 자랑하는 표창 세트를 만들어 드리리다.”
이 숙련된 대장장이가 도대체 무슨 영감을 떠올렸는지, 지크는 도통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딱 하나 확실한 게 있다면, 그건….
‘엄청 좋은 무기가 생기겠는데?’
비머리언 공방.
그것도 초고성능의 하이엔드급 아티팩트를 제조하는 죽음의 고향 디비전(Division)에서 만든 표창 세트라면, 그 성능이야 이미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말이오. 한 가지 문제가 있소.”
“무엇입니까?”
“내가 구상하는 표창 세트를 제작하려면 드래곤의 비늘과 마인드 메탈만으로는 부족하오.”
“뭐가 부족합니까?”
“마인드 사파이어가 필요하오.”
“마인드 사파이어…? 그건 또 뭡니까.”
“마인드 사파이어는 마인드 메탈과 마찬가지로 생명체의 뇌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파이어를 말하오. 그래야 더욱 강력한 성능을 낼 수가 있지.”
“그렇다는 말씀은….”
지크는 직감적으로 크반트가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를 알아들었다.
‘이건 퀘스트다.’
NPC가 이런 식으로 말하면, 그건 분명 퀘스트를 주기 위해서 뜸을 들이고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마인드 사파이어를 구해오면 되는 겁니까?”
“바로 그거요.”
크반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마인드 사파이어가 없이도 제작이 가능하겠지만, 그건 아무래도 성능이 좀 떨어질 수밖에 없소. 마인드 스톤이 더해져야 금상첨화라고 할 수가 있소. 어떻게… 마인드 사파이어를 구해올 수 있겠소?”
“마인드 사파이어는 어디서 구할 수 있습니까?”
“야만 부족 중 다호메이 부족을 찾으시오. 다호메이 부족의 족장이 마인드 사파이어를 이용한 아티팩트를 가지고 있다고 들었소.”
그러자 지크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알림 :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만천화우를 위하여!]•분류 : 일반 퀘스트
북부 초원의 다호메이 부족의 족장으로부터 마인드 사파이어를 빼앗아 가지고 올 것.
•진행률 : 0% (0/1)
•보상 : 크반트의 역작
•주의 사항 : 없음
두고 볼 것도 없었다.
[Yes!]안 그래도 야만 부족을 쓸어버리던 참이었으므로, 지크는 크반트가 준 퀘스트를 냉큼 받았다.
“마인드 사파이어, 제가 구해오겠습니다.”
“그래 줄 수 있겠소? 만약 그대가 마인드 사파이어를 구해온다면, 단언컨대 내 일생일대의 역작 중 하나를 제작해 주겠노라고 약속하오.”
“기대하겠습니다.”
지크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
“오늘부터 야만 부족을 토벌할 겁니다.”
지크는 카제인 성으로 복귀하자마자 그렇게 선언했다.
‘일석삼조네.’
야만 부족의 토벌은 자주국방의 첫걸음이자 레벨 업을 할 좋은 기회였으며, 또한 퀘스트를 클리어할 수 있는 액션이었기에 일석삼조라고 표현하는 게 매우 잘 어울렸다.
“하오나 전하.”
오스칼이 반론을 제기했다.
“초원의 야만 부족들을 토벌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여태껏 수없이 많은 군주가 야만 부족들의 토벌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압니다.”
“전하의 능력을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쉬운 일이 아니니 지금 당장 야만 부족들을 토벌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우시고, 천천히 실행하시는 것이 어떠신지….”
노련한 기사인 오스칼답게 매우 현명하고 이성적인 조언이었다.
“그러하옵니다, 전하.”
“오스칼 경의 말이 맞사옵니다.”
“야만 부족을 모조리 토벌하는 건 여러모로 어려운 일이옵니다. 신중하게 추진하시는 것이 옳은 줄로 사료되옵니다.”
다른 신하들 역시 오스칼의 의견과 같았다.
“그래요? 알겠습니다. 여러분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서, 제가 다시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으음….”
지크는 신하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현명한 군주였으므로, 흔쾌히 야만 부족 토벌에 대한 안건을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다.
문제는….
“다시 생각해 봤는데, 역시 지금 토벌하는 게 나을 것 같네요. 하하.”
다시 생각해 보는 데 걸린 시간이 불과 3초도 채 되지 않은 지크였다.
“…….”
“…….”
“…….”
덕분에 프로아의 관료들은 왕의 황당하기 짝이 없는 액션에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현명하신 판단이시옵니다, 전하.”
그때, 미켈레가 나서 지크의 결정에 힘을 실어주었다.
“지금 초원은 죽은 두리안이 벌여 놓았던 정복 활동으로 인해 혼란에 빠진 상태입니다. 지금 북벌을 감행하신다면, 비록 성공하진 못할지라도 큰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신이 판단하건대, 최소한 향후 몇 년 동안은 야만 부족들이 본국의 국경을 넘어오지 못할 정도의 피해는 입힐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나 역시 그대의 생각에 동의한다, 미켈레 경.”
지크가 씩 웃었다.
“게다가 두리안과 그가 부리던 그린 드래곤까지 죽인 전하이십니다. 그런 전하께서 친정에 나서신다면, 야만 부족들의 사기가 얼마나 떨어지겠습니까? 전쟁은 전투력도 중요하지만, 사기 역시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지금이 적절한 시기인 것으로 아룁니다.”
미켈레가 한 번 더 주장을 펼쳐 지크의 북벌에 대한 근거를 뒷받침해 주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몇몇 신하들이 다시금 반론에 반론을 제기했지만, 미켈레는 그때마다 나서서 반박할 수 없는 논리를 들어가며 북벌에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을 무차별적으로 박살 냈다.
‘이건 재앙이다.’
그 광경을 묵묵히 지켜보던 오스칼은 일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미켈레 경이 전하의 의견을 지지하는 한 누구도 결정을 막을 수 없겠어.’
왕의 권력과 천재의 논리가 조합되니 기존의 신하들로서는 버텨낼 재간이 있을 리 없다는 걸 오스칼은 깨달은 것이다.
“자. 그럼 여기에 반론을 제기하실 분이 계십니까? 혹시라도?”
지크가 신하들에게 물었다.
“…….”
“…….”
“…….”
미켈레의 말빨-그게 궤변이든, 혹은 반박할 수 없는 논리이든-에 처참하게 박살 나 버린 신하들은 입을 꽉 다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부들부들…!!
그저 새파랗게 어린 낙하산 국무대신에게 처발렸다는 것에 몸을 떨었을 뿐….
“오스칼 경.”
“예, 전하.”
“내일 오전. 출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신, 오스칼. 전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오스칼이 지크를 향해 한쪽 무릎을 꿇었다.
***
불만 부족에게 재앙이 닥친 건 하늘이 푸르디푸르던 어느 날 오전이었다.
“야만인들은 들어라!”
새하얀 백마에 올라탄 여기사는 약 500여 명으로 이루어진 군대를 이끌고 와 불만 부족의 근거지에 대고 외쳤다.
“지금 당장 모든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라. 그리고 프로아틴 지방의 지배자이시자 프로아 왕국의 군주이신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전하께 충성을 맹세하라. 그리하면 살 것이고, 아니면 죽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뜬금없는 항복 권유와 협박이 불만 부족에게 통할 리 없었다.
“크핫핫핫! 어디서 굴러먹던 계집이 감히 우리 초원의 사나이들에게 항복을 권유하는가!”
“더러운 대륙의 암캐가 컹컹 짖어대는군!”
“고년 참 야들야들하게 생겼구나! 이리 오너라! 불만 부족의 남자가 여인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보여주마! 껄껄껄!”
불만 부족은 초원의 여러 야만 부족들 가운데서도 특히 호전적이고, 또 거칠기로 유명한 부족이라 입이 걸걸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하지만 오스칼은 그런 불만 부족 전사들의 조롱과 음담패설에 조금도 동요치 않았다.
그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무언가를 슥- 하고 들어 올렸을 뿐.
“이게 무엇인지 아는가?”
오스칼이 들어 올린 것은 반쯤 으깨진 사람의 머리였다.
“……!”
“……!”
“……!”
그것을 본 불만 부족 전사들의 눈에 경악이 떠올랐다.
두리안.
프로아 왕국을 접수하러 간다며 드래곤을 타고 남쪽으로 향했던 그들의 족장이 시체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
“마, 말도 안 돼!”
“저건 대륙 놈들의 사기다! 저게 족장의 머리일 리 없다!”
“크하하하! 이런 얄팍한 년 같으니! 어딜 감히 우릴 속이려 드느냐!”
불만 부족의 전사들은 두리안의 머리를 보고도 믿지 않았다.
그들이 생각하는 대륙인들은 속임수에 능하고 약삭빠른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정작 프로아 왕국을 접수하러 간 두리안이 어째서 3일째 돌아오지 않고 있는지는 생각조차 해보지도 않았다는 게 유머라면 유머랄까?
“수레를 끌고 와라.”
그러자 오스칼이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드르륵…!!
병사들이 큰 수레를 끌고 와 불만 부족의 전사들을 향해 보여주었다.
그 수레에는 거대한 드래곤의 머리가 뿔이 잘리고 눈이 파인 채 실려 있었다.
“저건 스모거…!”
“드, 드래곤의 머리다!”
“말도 안 돼!!”
드래곤의 머리를 확인한 불만 부족의 전사들은 비로소 두리안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가 있었다.
“이제 믿겠는가? 네놈들의 족장은 죽었다. 드래곤 또한 우리에게 사냥당했다. 그러니 저항은 포기하라. 순순히 항복하면 너희 모두를 살려줄 것이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전하께서는 자비로운 분이시다.”
오스칼이 그런 불만 부족의 전사들을 향해 재차 항복을 권유했다.
그런데.
“족장의 원수를 갚자!!”
“죽어라, 이 대륙 놈들!!”
“갈기갈기 찢어 늑대들의 먹이로 던져줄 것이다!!”
불만 부족의 전사들은 사기가 꺾이기는커녕, 두리안의 원수를 갚겠다며 길길이 날뛰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었지만 그게 불만 부족의 스타일이었다.
불만 부족 전사들의 사전에 항복은 존재하지 않았다.
죽을 줄 뻔히 알면서도 덤벼드는 것.
그리고 죽는 것.
불만 부족이 드넓은 초원에서 호전성 하나만큼은 제일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였다.
***
두두두두!!
불만 부족의 기마병들이 프로아군 진영을 향해 질주해 오고 있을 때.
“제가 맡겠습니다.”
지크가 나섰다.
“위험합니다, 전하. 기마병들의 돌진력은….”
“제가 나서야 우리 병사들이 다치지 않아요, 오스칼 경.”
“저, 전하…!”
“이제는 믿어볼 때도 되지 않았어요?”
“…뜻대로 하소서.”
오스칼은 지크를 말리기를 포기했다.
‘또 무엇을 보여주실 것입니까, 전하.’
그저 지크가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보기로 했다.
우웅!
지크가 전방을 향해 필드를 전개했다.
다그닥, 다그닥!
그러자 질주해 오던 불만 부족 기마병들의 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레디에이트라. 어떨까. 놈들을 다 지워버릴 수 있을까?’
지크는 불만 부족 기마병들을 향해 나아가며 새롭게 획득한 스킬의 위력을 궁금해 했다.
‘확인해보자.’
지크는 그렇게 생각하며 새롭게 바뀐 스킬, 그러니까 를 전개해 보았다.
스으으!
지크의 몸 주변으로 초록색 안개 같은 것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10초 뒤.
진정한 재앙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