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328)
중간 보스의 소꿉친구가 되었다 (328)
After Story. 002 – 미래 예지 (5)
일전에 보람 상조, 아니지, 권보람이 조언한 적이 있었다.
―미리 충고하자면, 학원도시에서 실드 단원으로 활동하다 보면 컴퓨터 같은 전자제품은 물론, 오토바이나 자동차, 심지어 배나 헬리콥터, 비행기를 다루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건담 같은…, 로봇도 말입니다.
―장난이죠?
―저도 장난이면 좋겠습니다.
―하하….
―그러니 만일을 대비해 그런 것들을 잘 다룰 수 있게 연습해 놓으면 도움이 될 겁니다.
그때 나는 왜 권보람의 조언을 귀담아듣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여객기를 조종할 줄도 알았을 텐데….
나는 뒤늦은 후회가 들었다.
그 정도로 메시지를 확인한 우리는 혼란에 빠져 있었다.
“야, 도견우우우! 난이도가 낮아서 공략에 어려움이 없을 거라며!”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야!?”
“내 이름은 우동동…. 그러니까 바다에 추락해도 나만은 무사히 동동 뜨지 않을까…. 헤헤…. 이제야 왜 우리 엄마 아빠가 내 이름을 우동동이라고 지어 줬는지 알 것 같아. 우리 엄마 아빠는 내가 살길 바랐구나…. 에헤헤….”
“이 오빠 정신 나간 것 같은데요? 아니, 오빠 그보다 어떻게 할 거예요!? 내가 오빠 믿었는데! 저질에, 변태에, 쓰레기라도 믿었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요!? 이건 배신이야!”
“나도 정신 나갈 것 같아! 정신 나갈 것 같아! 점심 나가서 먹을 것 같은 게 아니라, 진짜 정신 나갈 것 같아! 견우야, 네가 괜찮을 거랬으면서 이게 대체 뭐야!?”
“괜찮다, 얘들아! 기합만 있다면 여객기도 착륙시킬 수 있을 거다!”
“해랑, 이건 절대 기합만으로는 해결이 안 될 것 같은데요…. 아, 진짜 어떡하죠….”
“아하하! 얘들아, 미리 미안! 내가 아무리 연금술에 뛰어나도, 여객기 조종하고는 무관하거든!”
“얌얌.”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행동하며 내게 몰려와 따지고 드는 세쌍둥이, 고은비, 함민주.
아직 상황 판단을 못 한 것인지, 했으면서 기합론을 주장하는 것인지 머릿속이 궁금한 용해랑.
얼굴에 음영이 드리운 채로 연신 한숨을 푹푹 쉬어 대는 리사 그레이스.
이 상황에서도 유쾌하게 웃으며 뜬금없는 소리나 하는 남유리.
한결같은 차은솔.
그 밖에 등등.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으로 인해 더더욱 총체적 난국이었다.
“견우야….”
연하늘, 연바다도 불안해하며 나를 부르고 있었다.
나로서는….
쏟아지는 한탄에 기가 빨렸다.
‘이래서 숨겨진 세계를 공략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거구나. 여객기 비상 착륙에 실패해서…. 하긴, 헌터가 여객기 조종법을 어떻게 알겠어? 보통….’
아하하….
친구들이 이리저리 흔드는 대로 몸을 맡기고 넋을 놓은 나는 힘 없이 웃었다.
그러고는 정신을 차린 뒤, 친구들을 달랬다.
“다들 그만하고 진정해. 언제까지 울고불고하고 있을 거야?”
“해결책이라도 찾은 건가요?”
“해결책이라면 있지, 당연히.”
“그게 뭔데요, 견우 오빠?”
“그게 뭐냐면….”
사실,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차츰 친구들이 숙연해진 가운데, 그들을 대표한 유가을의 질문에 일부러 고개를 끄덕여 답해 준 나는 강한별을 찾았다.
그는 소란을 떨던 친구들과 달리, 처음부터 침착하게 관망하고 있었다.
“한별아, 할 수 있지?”
“…….”
이래서 게임에서, 아니, 세계수는 강한별을 사도로 선택한 모양이다.
다재다능하게 활약할 수 있는 인물이라서.
나는 그에게 확인을 구했다.
그제야 친구들은 깨달았다는 듯 ‘아….’하는 소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강한별은.
“어, 내가 한번 해 볼게!”
우리의 불안을 씻어 버리듯, 시원하게 미소 지었다.
* * *
강한별의 기프트, 레저넌스 핸즈는 역시나 여객기에도 통용됐다.
조종석에 앉은 강한별은 우리에게 긍정적인 소식을 전했다.
“다행히 내가 조종하는 데에는 문제없을 것 같아. 어디 딱히 고장 난 데도 없고.”
다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강한별이 겸연쩍게 뺨을 긁적였다.
“그런데 얘들아, 이거 어쩌지? 나 혼자서는 힘들 것 같은데, 누가 좀 도와주지 않을래? 조종은 내가 가르쳐 줄게.”
“…….”
친구들은 서로 눈치를 살폈다.
그때, 남유리가 손을 들었다.
“나 여객기 조종해 보고 싶어! 아무도 없으면 내가 하웁…!”
“내가 할게.”
“어, 고마워. 부탁할게, 견우야.”
나도 그랬지만, 다른 친구들도 남유리에게 조종을 맡기고 싶지 않았다.
괜히 위험을 살 필요가 있을까.
우리는 모두 안전을 지향했기에, 보조 조종은 전원의 동의 아래 내가 맡기로 했다.
한편, 내 손에서 벗어난 남유리는 토라진 표정을 지었다.
“견우견우, 어떻게 내 재미를 빼앗아 갈 수 있어? 나 섭섭해?”
“너는 밖에 나가서 조종하도록 해.”
“밖에서도 할 수 있어?”
“응, 오락실에서.”
“애걔, 겨우 오락실이었어?”
“왜? 오락실 게임이 어때서? 종류도 다양하고, 재밌잖아?”
“흐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듯 짐짓 미간을 모으고 볼을 부풀리는 남유리.
그녀가 새초로한 어조로 물었다.
“그럼 나랑 같이 놀아 줄 거야?”
“당근이지. 놀아 줄게.”
“좋아, 알았어! 견우견우가 조종해! 나는 밖에 나가서 하지, 뭐! 견우견우랑 같이!”
남유리를 대하는 데에는 이제는 나름 도가 튼 나였다.
기대대로, 내 확답을 받은 그녀는 금세 기분을 풀었다.
이내 그녀가 순순히 물러나고, 나는 부조종사 좌석에 앉았다.
“그럼 나랑 한별이가 조종할 테니 너희는 자리에 가서 앉아 있어.”
“…알았어. 둘 다 조심해야 해?”
“응, 너희도.”
비상 착륙 시의 충격에 대비해, 연하늘과 다른 사람들은 퍼스트석에서 몸을 보호하기로 했다.
그들을 떠나보낸 나와 강한별은 곧 작업에 들어갔다.
그로부터 머지않아.
“견우야, 준비됐지?”
“어, 준비됐어.”
비상 착륙을 시도할 때가 됐다.
나는 강한별의 지시에 따라 계기판을 확인하며, 조종간을 잡았다.
그리고 퍼스트석에서 긴장하고 있을 친구들에게 상황을 알려 주기 위해 방송을 켰다.
[아, 아, 아. 마이크 테스트.]방송에는 이상이 없는 것 같다.
강한별이 여객기의 고도를 낮추며, 구름 속을 헤치고 있는 가운데, 나는 튀어나오는 대로 말했다.
[손님 여러분, 저희 여객기는 이제 곧 불시착을 시도합니다. 모두 안전벨트를 단단히 메고, 구명조끼를 착용해 주시기 바랍니다.]잠시 후, 구름이 걷혔다.
차창 너머로 푸르게 일렁이는 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견우야, 속도 줄이자! 너무 빠르다!”
“…알고 있어.”
파직!
기프트가 진화한 덕분일까?
옆에서 강한별이 말하지 않아도, 생명의 위험을 인지한 기프트가 내게 호소하고 있었다.
조종간을 어떻게 잡아야 하고, 페달을 얼마나 밟아야 하는지, 거리 조절은 어떻게 하는지 등.
잘 알지도 못하는 조종 기술을 생존 본능으로 익히고 있다니, 무척이나 신비한 기분이었다.
머지않아.
“견우야, 꽉 잡아! 착륙한다!”
“어!”
파직!
고도를 낮추며 수면 위를 선회하던 우리는 결단을 내렸다.
단단히 받쳐 줄 활주로도 없고, 파도치고 출렁거리는 물결로 인해 평형을 이루기 어려운 수면 위로 불시착을 시도한다.
쿠구구구! 더거러럭!! 촤아아아악!!!
여객기가 수면에 닿는다.
거대한 분수가 튀었다.
“윽! 견우야, 왼쪽을 확인해! 날개가 물에 닿지 않게! 계속 수평을 유지해야 해!”
“괜찮아! 안 닿았어!”
파직!
조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나와 강한별은 충격을 참고 필사적으로 임했다.
이윽고 여객기의 속도가 줄어들고, 전방에서 솟구치던 분수도 낮아지며….
마침내, 결국.
“견우야…. 우리…. 해낸 거지…?”
“어…. 그런 것 같은데?”
불시착에 성공했다.
여객기가 완전히 멈춘 후에도 멍하니 수평선을 눈에 담고 있던 우리는 그제야 환희로 들끓었다.
나는 격하게 강한별과 얼싸안은 뒤, 퍼스트석으로 방송을 보냈다.
[손님 여러분, 저희 여객기는 무사히 불시착에 성공했습니다! 살았다아아!!!]직후, 조종실 뒤 퍼스트석에서 거대한 환호성이 들려왔다.
친구들 모두 기쁜 것이다.
메시지가 떠오른 것은 그때였다.
[게이트를 완전히 공략했습니다!] [공략 완료 현황: 12 → 20/20회] [추후 재입장하는 게이트에서 숨겨진 세계 ‘혈귀의 조종실’은 하향 조정됩니다.]* * *
퐁당!
나는 보스 몬스터에게서 나온 붉은 구슬을 바다에 버렸다.
이것으로 붉은 구슬로 말미암아 미래에 일어날 재앙을 막은 셈이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한편으로는 조금 우울했다.
‘앞으로도 세상을 구하기 위해 숱하게 고생해야 한다는 건가…. 언젠가 강한별의 뒤를 이을, 다음 세계수의 사도가 태어날 때까지?’
과연 다음 사도를 기다리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
나는 허탈한 웃음을 흘리며, 여객기 날개에 앉아 놀고 있는 친구들을 구경했다.
“얘들아, 바닷물이 엄청 깨끗해! 저 아래에 물고기들도 보여! 우리 들어가서 놀자!”
“나는 그냥 여기에서 쉬고 있을래. 새빠지게 고생해서 힘들어 죽겠는데, 바다에 들어가서 놀 체력이 어디에 있다고…. 바람이나 쐬면서 감상하는 선에서 만족….”
“에잇! 같이 입수!”
“…꺄아악!”
첨벙!
돌연 남유리가 민아린을 데리고 바다에 풍덩 빠졌다.
난데없이 물속에 들어갔다 나와, 머리칼이 얼굴에 축 들러붙은 민아린은 당연하게도 버럭 화를 냈다.
“남유리!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내가 수영을 못 했으면 어쩌려고 이렇게 위험한 짓을 벌여!?”
“어차피 구명조끼 입고 있었잖아. 그리고 수영을 하지 못했으면 당근 내가 구할 생각이었지!”
“야, 너 그걸 말이라고 해!? 애초 내가 이런 짓을 당하고도 가만히 있을 것 같아!? 못 참아! 너는 죽었어!”
“꺄악! 아린이가 나 죽인다! 도망치자!”
“야, 너 거기 안 서!?”
남유리가 헤엄을 쳐서 도망치고, 민아린이 씩씩거리며 쫓는다.
친구들은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다 몇몇은 생각이 바뀌었는지 여객기 날개에서 힘차게 뛰어내려, 그녀들을 뒤따랐다.
‘한별이에, 은비에, 해랑이에, 가을이, 금은동에…. 조금 전에는 움직일 힘도 없다고 했으면서, 놀 힘은 남아 있었나 보네.’
누구는 세상의 멸망을 막느라 앞으로도 걱정이 태산 같은데, 누구들은 미래에 대한 고민 없이 마음 편히 즐기고 있기나 하고….
친구들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그래도 뭐….’
보기 좋다.
나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때, 어느새 내게로 다가온 연하늘이 옆자리에 앉았다.
“왜 혼자 센치하게 있어? 멸망의 위기도 해결했으니까 기쁘지 않아?”
“기쁘지. 기쁜데…. 앞으로도 오늘처럼 고생할 걸 생각하자니 마냥 기뻐할 수가 없어서….”
“난 또 뭐라고. 그것 때문에 침울해하고 있던 거야? 괜찮아.”
연하늘이 내 손을 잡는다.
수평선과 여객기를 등진 그녀가 부드러이 미소 지었다.
“어차피 또 해낼 거잖아.”
“…….”
“다음에도, 그다음에도, 그리고 그다음에도….”
지금까지 그래 왔듯, 계속.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러게.”
연하늘의 말이 맞았다.
그녀에게 위로를 받은 나는 가슴 한편에 있던 불안을 떨쳤다.
절로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미리 걱정해야 할 필요는 없지. 지금은 그냥 즐기고.”
“그치?”
연하늘이 환한 얼굴로 호응한다.
이내 그녀가 친구들을 눈짓했다.
“우리도 바다에 들어가서 놀자. 애들이랑 같이!”
“응, 좋은 생각이야.”
연하늘이 손을 잡아끌었다.
이에 자리에서 일어난 우리는 폴짝 바다 위로 뛰어내렸다.
빠지지는 않았다.
수면을 밟고 착지한 우리는 그대로 친구들을 향해 뛰어갔다.
바로 그때.
[기프트 ‘미래 예지’가 현시점에서 가장 가능성 있는 미래를 포착했습니다. 확인하겠습니까?] [예 / 아니오] [참고: ‘아니오’를 선택할 시, 재알림 없음.]아니, 왜….
또 뭔데….
이제 막 한 건을 끝낸 참인데, 쉬지 말고 일이나 하란 뜻인가?
너무했다, 진짜.
나는 갑자기 떠오른 메시지가 원망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아니오를 눌러도 재알림 예고가 없다는 것을 볼 때, 세상의 멸망과 관련된 미래는 아닌 것 같은데….’
대체 무슨 미래를 보여 주고자, 내 의지와 무관하게 멋대로 기프트가 반응한 것일까.
나는 불안 반, 호기심 반으로 기프트를 발동하기로 했다.
[기프트 ‘미래 예지’를 발동합니다.]“…….”
직후, 나는 새하얀 세상에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에서.
“아! 빠! 엄! 마!”
웬 여자아이가 나를 향해, 환한 얼굴로 깡총깡총 뛰어오고 있었다.
개나리색 사자 귀와 꼬리, 마치 사자의 갈기를 연상케 하듯 뻣뻣하고 풍성한 긴 머리카락에, 붉은 눈이 인상적인 아인이었다.
“다녀오셨어요!”
그녀가 덥석 내 손을 잡더니, 송곳니를 내보이며 인사했다.
정말이지….
엄청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그때, 그녀가 다른 손을 들어 누군가의 손을 붙잡았다.
그 손의 주인은 지금보다 조금 더 어른스러운….
“하늘이?”
“응? 왜?”
“아….”
어느새 기프트가 보여 주던 미래는 종료되어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현실을 자각한 나는 연하늘을 바라보았다.
내 손을 잡고 앞서 뛰어가던 그녀가 걱정스러워하고 있었다.
“피곤하면 그냥 나가서 쉴까? 저기 게이트도 있으니까….”
“…아니야, 안 피곤해. 괜찮아. 방금 잠깐 미래를 봐서 그래….”
“미래? 무슨 미래였는데? 또…. 안 좋은 미래였어?”
“안 좋은 미래는 아니었어. 아니, 오히려 행복한 미래였지.”
“행복한 미래?”
“응, 무슨 미래였냐면….”
아니다.
굳이 연하늘에게 알려 줘서, 그녀가 미래에 알게 될 즐거움을 멋없게 빼앗을 수는 없다.
나는 도중에 입을 다물고, 장난스럽게 얼버무렸다.
“비밀이야.”
“뭐어? 진짜 안 알려 줄 거야?”
“응, 지금 알면 재미없을 테니까. 언젠가 알게 될 거야.”
“치이…. 어쨌든 나쁜 미래는 정말 아니었던 거지?” “응, 정말 절대 아니었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알았어, 그럼 넘어가 줄게.”
과연 내 기프트는 무슨 의도로 갑자기 미래를 보여 준 걸까.
이거라도 보고 힘내라고?
이대로 계속 나아가다 보면 그 미래에 도달할 수도 있다고? 그렇다면….
의도는 통했다고 할 수 있겠다.
나는 확실히 기운을 차렸다.
“가자, 견우야. 애들한테.”
“그래, 가자.”
앞으로 어떤 고난이 기다리고 있든.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원하는 엔딩에 도달하기 위해.
우리는 함께, 계속 나아가리라.
《중간 보스의 소꿉친구가 되었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