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112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12화
BETTER ME 뮤직비디오를 재생하면, 가장 먼저 카메라를 응시하는 박문대의 얼굴이 보였다.
검은 후드에 보라색 안광, 트레일러의 모습이다.
[…….]박문대는 말없이 카메라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카메라를 조작했다.
달칵.
지지지지직.
영상이 되감기며 트레일러의 장면들이 거꾸로 지나가기 시작했다.
물탱크. 하수도. 마네킹, 떨어지는 총. 생물재해 마크.
그리고 화면은 드디어 톱니바퀴가 달린 다 낡아빠진 천 인형을 비추기 시작했다.
차유진의 손이었다. 트레일러의 시작 장면, 거기서 되감기가 멈추었다.
그리고 곡이 시작되었다.
-Do not trust it
There no justice
Oooohh….
그 순간, 낡은 천 인형이 아닌, 새것처럼 깨끗한 인형을 쥐고 있는 차유진으로 컷이 바뀌었다.
그리고 화면이 쭉 밀려나며 주변 전체를 풀샷으로 잡았다.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는 평범한 교실이었다. 그리고 교실 곳곳에 앉아 있는 테스타 멤버들이 보였다
수업을 듣고 있는 것 같은 일상적인 표정과 외관이 카메라에 잡혔다.
하지만 직후 리듬감 넘치는 뭄바톤 반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하자, 교실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지지직.
테스타를 제외한 모든 학생들이 사라지고, 그 책상마다 흘러내리는 그라피티용 야광물감으로 X자가 쳐졌다.
그리고 어두운 교실을 배경으로 강렬한 단체 안무 컷이 시작되었다.
-돌이켜봐도 알 수가 없어
Umm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안무 장면 사이사이, 멤버들이 각자 자신의 파트마다 학교의 음악실, 체육관 등 특징적인 장소에 홀로 있는 컷이 삽입되었다.
다만 각 공간은 ‘마법소년’ 때부터 드러난 테스타 각각의 능력과 연관된 기묘한 분위기로 변해 있었다.
그래서 컨셉 포토에서 봤던 것과 유사한, 테크웨어 의상을 입은 테스타는 마치 게임 중간보스의 방처럼 각자 영역을 조성한 것처럼 보였다.
-Target Target Target
GOT IT
달려가는 대로 잡아채는 대로
자신들의 공간에 엮여 노래를 부르는 그들은 컨셉추얼하고 권태로워 보였다.
그러나. 트레일러의 천둥 같은 리프멜로디가 떨어지는 순간, 분위기가 일변했다.
DDVVViiiii-!!
교복을 입은 괴물들을 피해 도망치거나 달려드는 테스타의 모습이 빠른 컷씬으로 급박하게 휘리릭 지나가더니, 칠판 위 급훈에서 화면이 멈췄다.
상투적인 검은 글자 위로 거친 빨간 그라피티가 덧칠되어 있었다.
[WINNER-TAKE-ALL :)] [LOSER? Good bye :(]‘잘 가’라는 뜻의 영어 단어 위로 피가 튀었다.
그리고 후렴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BUT,
It’s just confusing
언제부터였는지
I’m just confused
Umm
어디까지 가는지
멜랑꼴리한 코러스와 어울리지 않는 처절한 생존게임이 계속되었다.
그 뮤직비디오 속에서, 가사는 완전히 구체적인 의미를 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곡이 진행될수록 테스타의 행보는 점점 과격해졌다.
함께 행동하는 것보다 싸우는 컷씬이 빈번해지더니, 마지막 괴물이 쓰러지는 순간 그 긴장감은 최고조가 되었다.
[…….]김래빈이 뒤를 돌아보며 송곳을 들어올리는 순간, 류청우가 등을 쏘아버렸다.
-Umm
이후 뮤직비디오는 더 강렬해진 퍼포먼스 컷을 중심으로, 서로를 사냥하는 컷씬이 간접적으로 섬뜩하게 튀어나오는 구성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곡의 브릿지.
2절이 진행되는 동안 별로 컷을 받지 못한 배세진이 클로즈업되었다.
배세진은 자신의 파트를 부르는 도중, 갑자기 일어나 자신의 공간인 학교 현관 앞을 벗어났다.
-감당 못 할 우리의 Paradox
선을 자를 때
더 크게 Payback
스스로 만든 번복을 벗어나
배세진은 복도를 달려서 맨 끝 문 앞에 섰다.
문을 열자, 멀쩡한 교실이 나타났다.
하지만 카메라가 돌아가자, 급훈 위에서 떨어지는 빨간 그라피티 물감이 잡혔다.
배세진이 손에 든 무언가를 던지는 순간, 마지막 후렴구가 터져 나왔다.
-BUT,
It’s NOT confusing!
내가 누군지
I’m NOT confused
Oh!
찾아낼 BETTER ME
배세진의 손에 있던 것은 묵직한 금속 자물쇠였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자물쇠는 급훈을 박살 내며 떨어졌다. 산산조각나는 급훈 액자가 슬로우 모션으로 잡혔다.
그리고 액자가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뭄바톤 반주가 흐르기 시작했다.
배세진이 씩 웃었다.
-BETTER ME
화려한 안무와 함께 영상 속 타임 라인이 고쳐지기 시작했다.
마지막 괴물이 쓰러진 뒤에 들어 올리던 김래빈의 송곳은 박문대의 스마트폰 셔터 세례로 저지되었고, 테스타는 서로 짜증을 내며 해산했다.
그들의 얼굴은 홀가분해 보였다.
그리고 다시 화면은, 낡은 천인형을 들고 있는 차유진의 컷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번엔, 차유진은 톱니바퀴를 돌리지 않았다.
[♬♪~]차유진은 휘파람을 부르며 인형을 구석에 던져 버리고는, 박살 난 복도를 뚜벅뚜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경쾌한 걸음걸이를 뒤에서 고정 카메라가 잡으며, 화면 위로 ‘BETTER ME’가 하얀 자막으로 떠올랐다.
-BETTER ME
그 마지막 훅을 끝으로 영상이 끝났다.
그리고 테스타 팬덤은 예상도 못 한 MV 대해석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 * *
“형 뭐 봐요?”
“우리 뮤비 해석.”
“해석 왜 해요?”
“…흠. 너도 볼래?”
“네!”
끝없는 문답의 굴레에 갇히는 것보단 차유진을 끼워주는 게 나았다. 나는 TV에 보던 위튜브를 연결해 띄웠다.
화면에 웬 빵실한 오리 캐릭터 하나가 떴다.
[안녕하세요, 위튜브 친구들! 뮤직비디오 해석해 주는 오리, 해오리감자입니다.] [오늘은 화제의 그 게임, 화제의 그 그룹! 새롭게 공개된 테스타의 ‘BETTER ME’ 뮤직비디오 해석을 준비해 왔습니다.] [사실 저도 열심히 게임을 하다가 오열해서 이번 해석에 약간 사견이 들어갈 수 있다는 점ㅠㅠ 미리 양해를 구해봅니다.] [※ 스포일러 주의!] [그럼 시작하겠습니다!]오리는 ‘BETTER ME’ 뮤직비디오의 간단한 줄거리를 소개하고, 전체적인 스토리를 풀어서 설명했다.
[뮤직비디오 중간에 등장하는 교복을 입은 괴물들은, 테스타와 같은 교실에 있던 학생들이 변한 모습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괴물들의 교복에 전부 이름이 적힌 명찰이 붙어 있었는데요. 같은 색, 같은 이름의 명찰을 평화로운 교실 컷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주로 이런 식이었다.
‘관찰력이 좋네’
나는 제법 흥미롭게 오리의 말을 경청했다.
그러나 이 오리는 뮤직비디오 내용 정리가 끝나자마자, 대뜸 엄청난 소리를 던졌다.
[사실 제가 ‘비행기’ 때부터 내심 추측하던 테스타의 세계관 이론이 있었는데요, 이번 ‘BETTER ME’ 뮤직비디오를 보고 정말 확신이 생겨서 말씀을 드려봅니다.] [테스타의 세계관에서 박문대, 그리고 배세진은 아마도 동일 인물일 것입니다.]“푸흑.”
커피를 마시며 주방을 빠져나오던 배세진이 사레가 들렸다. 차유진이 눈을 번쩍이며 오리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마법소년’ 때부터 둘은 상반된 행보를 보여왔는데요. 박문대는 학교 현관문에 자물쇠를 채워 잠그고, 배세진은 그 문을 부숴 버립니다] [그리고 이번 ‘BETTER ME’ 뮤직비디오에서도 박문대는 카메라를 돌려서 시간을 닫고, 배세진은 이 끔찍한 시간을 상징하는 급훈 액자를 부숩니다.] [이렇게 보면 완전히 정반대의 능력인데 왜 동일 인물이냐구요? 그건, 이 둘의 능력이 사실 같은 선상에 있기 때문입니다.] [둘 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다루고 있습니다만, 박문대는 제약을 거는 쪽. 배세진은 제약을 파괴하는 쪽으로 능력을 씁니다.]“성상이 뭐예요?”
“선상. 같은 선 위에 있다고.”
배세진이 대답하며 소파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해석 영상에 흥미가 생긴 모양이다.
[지난번 영상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박문대의 마법 소품은 책인 것처럼 구색을 맞추고 있지만 사실은 ‘잠’입니다. 박문대는 자거나, 자는 것으로 상징되는 시야를 가리는 행위 등을 통해 과거로 돌아갑니다.]화면에서는 카메라를 가렸다 떼는 손과 학교 정문에 선 박문대, 내가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문을 열고 학교 안으로 달려가는 것까지 영상이 이어졌다.
비행기 뮤직비디오의 장면이었다.
[그런데 이 컷, 어딘지 익숙하지 않나요? 맞습니다. 이번 BETTER ME 뮤직비디오에서도 나왔죠.] [하지만 박문대가 아니라 배세진입니다.]학교 복도를 달려가는 배세진의 컷이 영상에서 반복되었다. 확실히 구도가 동일했다.
[게다가 이다음, 배세진이 던져서 급훈 액자를 깬 물건이 무엇일까요? 바로 ‘마법소년’에서 박문대가 현관에 채운 그 자물쇠입니다.]저건 알아차리라고 넣어둔 디테일이긴 했다.
[이런 부분들을 바탕으로, 저는 이 둘이 사실 동일 인물의 서로 다른 인격이라는 가설을 세워보았습니다.]그리고 증거가 쭉 이어졌다.
[방금 보셨나요? 비행기 뮤직비디오에서 기숙사 침대는 6개뿐입니다. 그리고 BETTER ME 뮤직비디오에서 박문대는 홀로 제일 구석 뒷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사실 학생이 없어도 이상하지 않을 위치죠.] [그리고 박문대에게 배세진 외의 인물이 직접 말을 거는 컷은 지금까지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습니다.]멤버들이 감탄했다.
“오오.”
“…그럴싸하네.”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냥 오해라는 것이다.
자물쇠는 현관문에서 따왔는데 시간상 잘려 나간 거고, 복도 구도도 우연히 감독이 좋아해서 똑같이 들어갔을 뿐이다.
내가 다른 멤버들과 대화한 컷이 없는 건… 아니 애초에 선아현도 없었건 것 같은데?
다만 팬들은 이 이론이 상당히 재밌었는지 조회수와 댓글이 대단했다.
‘…다음 앨범부터는 그냥 저 설정을 살려보자고 건의할까.’
원래 파는 놈 맘에 드는 게 아니라 사는 사람 맘에 드는 걸 내놔야 하지 않겠는가.
어쨌든, 뮤직비디오는 ‘박문대 배세진 동인인물설’을 마무리하고 세계관 연결에 대한 설명으로 돌아갔다.
[타임라인은 박문대의 꿈을 통한 타입슬립을 고려했을 때, ‘비행기’ -> ‘마법소년’ -> ‘BETTER ME’, 그리고 트레일러 영상인 ‘BONUS BOOK’ 순으로 이어집니다.] [다만 트레일러 영상은 정식 흐름에 포함시키진 않을 생각인지, 이번 ‘BETTER ME’ 뮤직비디오에서 배세진이 사건을 막으며 ‘일어나지 않는 일’로 마무리했죠.]화면은 차유진이 인형을 폭파시키는 트레일러 영상과 폭파시키지 않는 이번 뮤직비디오 영상을 분할로 보여주었다.
‘이건 정확히 추측했군.’
게임과 너무 엮이지 않기 위해 만든 장치였다.
우리가 게임 스토리에 끌려다니기도 싫고, 게임 쪽에서도 우리 세계관에 아예 쪽 빨리기는 싫었을 테니까.
‘IF 버전으로 처리했지.’
지금 사람들의 게임 반응을 보니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안 그래도 넋 나간 사람들 제법 있던데 더 큰 충격을 줄 순 없지.
[에서 이들이 맞는 결말을 생각하면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앞으로도 우리 첫 동료들의 미래를 볼 길이 요원하다는 건 정말 슬프네요ㅠㅠ]그리고 밑에 자막으로 [B11이 죽는 순간 오열한 오리]가 떴다.
“…….”
생각보다도 영향력이 더 강했던 모양이다.
[다만 트레일러에서 사용한 멤버들의 능력은 차후 세계관에도 반영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 오리도 기대 중입니다! 꿱꿱!] [그럼 여러분, 다음 뮤직비디오 해석으로 만나요~]“만나요~”
“오리가 똑똑하네.”
나는 TV를 차유진에게 넘겨주고, 스마트폰으로 영상 댓글을 확인했다.
-와 진짜 테스타 미쳤다 세계관 돌았다
-둘이 같은 인물인 거 ㄹㅇ인듯 소름 쫙 돋음
-해오리감자님 언제나 양질의 해석 감사합니다~ 덕분에 뮤직비디오 머리 안 쓰고 편하게 보고 있습니다!
-배러미 볼 때부터 배틀로얄 느낌이라고 생각은 했는데 이렇게 보니 더 흥미롭네요. 재밌게 보고 갑니다^^
보아하니 거의 이 사람 것이 정설로 굳어진 모양이다. 최신댓글로 정렬해도 비판하거나 꼬집는 사람이 없다.
‘재밌네.’
누구도 의도하지 않은 부분까지 깔끔하게 맞아떨어져서 새롭게 해석되는 걸 보고 있으니, 흥미로웠다.
그리고 중간중간 어쩌다 흘러들어온 게임 마니아들도 눈에 띄었다.
-그래서 비일이 보려면 뭐해야하나요?
└문대 SNS 자주 오니까 팔로우 해두시면 좋아요~ㅎㅎ
└아뇨 저 겜덕인데 혹시 문대님 B11로 다른 거 하신 거 없나해서 댓글 달아본 겁니다 어쨌든 답글은 감사합니다ㅠㅠ
└앗 넵ㅠㅠ
“흠.”
이걸 보니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이번 주 중으로 추가로 풀리는 게 있었다.
그냥 팬서비스로 공개하는 컨텐츠인데, 의외로 이쪽에서도 반응이 올지 모르겠다.
‘좀 민망할 수도 있겠는데.’
나는 목 뒤를 만지며 스마트폰을 껐다.
그리고 다음 날 저녁 10시 31분, 또 새로운 동영상이 테스타의 공식 위튜브 채널에 업로드되었다.
[테스타(TeSTAR) ‘BETTER ME’ 안무 영상 Late Halloween Ver]바로 할로윈 코스튬 버전으로 의 초기 동료 복장을 하고 있는 테스타의 안무 동영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