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142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42화
테스타가 국내에서 성적을 잘 내고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한국 내의 이야기다.
당장 위튜브 조회수만 봐도 음원 차트 50위권인 그룹에게 밀리기도 한다.
해외에서는 상대적으로 다른 대형 기획사 그룹들보다 인지도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근데 무슨 뜬금없이 빌보드야.’
월드 앨범 차트에 들었다는 건가. 그게 그나마 현실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얼터너티브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 요?”
“그래!”
생전 처음 들어본다.
이놈 저놈 할 것 없이 반사적으로 네이티브인 차유진을 쳐다봤다.
흠, 마찬가지로 생전 처음 들어본다는 얼굴이군.
“아차차! 잠깐.”
설명해 줘야 할 매니저는 회사에서 전화가 와서 다시 뛰어나갔다.
‘정신없군.’
우리는 알아서 대기실로 돌아가면서, 차유진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까 차트, 혹시 알아?”
“Alternative Songs Chart 알아요…. 저거 몰라요.”
김래빈을 제외한 모두가 애매한 얼굴이 되었다.
“그… 얼터네이… 차트 뭔데…?”
“Alternative Rock만 있어요. 저 좋아해요!”
“아.”
록 장르의 일종인가 보다. 일종의 장르별 차트를 말하는 것 같다.
‘그럼 뒤에 디지털 세일즈가 붙었다는 건… 순수하게 음원 판매량만 측정하는 차트라는 뜻인가.’
나는 대기실에서 스마트폰을 찾자마자 대체 무슨 차트인지 확인해 봤다.
…25위까지밖에 표기 안 되는, 장르 하위 마이너 세부 차트였다.
‘심지어 유료 회원용이야.’
옆에서 김래빈이 어정쩡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타이틀곡 중에 얼터너티브 록은 없는데…….”
나는 우선 지난 검색 엔진의 저장된 페이지를 이용해서 직전 차트를 확인했다.
“오, 그게 그거야?”
큰세진이 끼어들어서 화면을 휙 내렸다.
“야.”
“하하! 여기 앨범만 봐도 알 수 있……?”
훑으며 내려간 결과, 테스타의 앨범 아트는… 없었다.
“……?”
뭐야.
“이거요!”
그때, 차유진의 손까지 내 스마트폰 화면 위로 난입했다. 그리고 쓱쓱 움직여 한 곡을 짚었다.
[ Bonus book / TeSTAR]“…!!”
“헐.”
“우리 게임곡!”
그렇다.
2집을 발매하면서 콜라보했던 그 꿈도 희망도 없는 게임, 의 곡이 차트에 들은 것이다.
챕터 1에서 몰살당하는 동료 캐릭터들로 분장했던 경험부터 저절로 떠올랐다.
“근데 우리 앨범이 아니네?”
큰세진의 말대로, 앨범 아트까지 달랐다.
나는 곧바로 스파티파이에 해당 곡을 찾아냈다.
‘…게임 OST 앨범이군.’
돌아온 매니저에 의해 차로 이동하면서 소식을 다 들은 후에야 상황이 정리되었다.
“게임 글로벌 런칭이요?”
“어! 근데 굉장히 잘됐나 봐. 난리라더라!”
이 이번에 영미권 중심으로 글로벌 런칭을 했는데, 대박을 터트렸다는 것이다.
매니저가 흐흐거리며 웃었다.
“그래서 OST 앨범도 냈는데 거기서 너희 곡이 차트에 들었다네! 야, 그것도 곡이 좋으니까 든 거 아니겠어~”
“그렇죠?”
“기, 기쁜 일이네요…!”
대충 사태를 파악한 멤버들이 웃으며 긴장을 풀었다.
적당히 좋은 소식이었기 때문이다.
‘이래서 뜬금없이 일요일에 소식이 왔군.’
빌보드 차트는 수요일 업데이트였을 텐데 말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건 테스타의 성적이 아니라 게임의 성적이었다.
소속사든 팬들이든 크고 급한 사안은 아니니, 매니저 선까지 소식이 내려오는 데에 며칠쯤 걸렸을 법도 했다.
‘T1은 좋겠어.’
인수한 작은 게임사에서 대박이 나왔다니 말이다. 물론 자본은 무지막지하게 부었겠지만.
어쨌든 OST가 잘 됐다니 우리 쪽에도 잘된 일이었다. 앨범이랑 연결이 많이 된 곡이기도 했고.
‘벌스 빼면 다 영어라 좀 먹혔나.’
메인 차트에는 기색도 없고 저 마이너 차트 하위권에만 반짝 나타난 거지만, 그래도 흥미롭고 좋은 소식이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목 베개를 걸치다, 문득 위화감을 느꼈다.
‘아무리 그래도 게임 OST가 차트에 진입을…?’
마이너 차트라 그러려니 했다만, 아무리 그래도 영화 OST도 아니고 게임 OST가 들어갈 수 있나? 그것도 막 런칭한 모바일 게임이?
게다가 무슨 기준으로 얼터너티브 록으로 분류가 된 건지도 잘 모르겠다. 그냥 록 요소만 차용한 케이팝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좀 이상한데.’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확인해봐야겠다.
나는 스마트폰으로 아주 오랜만에 게임 커뮤니티들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사태를 파악했다.
‘테스타 컴백 트레일러를 또 게임 광고로 썼군.’
은 글로벌 런칭에 맞춰서 위튜브나 전광판 광고를 해외에서 진행한 모양인데, 여기서 우리 트레일러 영상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모양이다.
‘퀄리티가 워낙 괜찮았지.’
시네마틱 트레일러 수준이었다. 나라도 재활용했을 것이다.
어쨌든, 이 광고를 접한 영미권 외국인들은 트레일러에 등장하는 테스타가 그냥 게임 속 인물을 연기하는 광고 배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춤도 안 추고 노래도 안 하고 연기만 했으니까.’
케이팝에 관심 없는 게임 마니아라면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만했다.
우리가 VTIC만큼 해외에서 인지도가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아무튼, 트레일러 광고 반응이 괜찮으니… 게임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게임 글로벌 버전에서는 아예 앱 내 추가 데이터 다운로드를 기다리는 화면에 트레일러 일부를 삽입해 두기까지 한 것이다.
덕분에 해외 유저들도 자연스럽게 ‘왠지 비중 있을 것 같은 놈들이 챕터 1이 끝나자마자 몰살당하는 경험’의 매운맛을 본 것 같다.
그리고 챕터 1을 플레이한 후 충격받는 영상을 올리는 것이 게임 스트리머들 사이에 한창 유행이라고 한다.
검색해 보니 진짜 조회수 몇십, 몇백만 단위 영상까지 나오더라.
[Never play 127 Section… NEVER!] [MY FIRST TIME PLAYING 127 SECTION. (I hate it)]썸네일은 헤드셋을 쓴 채 울거나 고함을 지르거나 눈이 튀어나오게 커진 외국인들이었다.
‘정말 난리가 따로 없군.’
어쨌든 그 화제성을 토대로, 은 스토리성과 UI로 대호평을 받으며 영미권에서 제법 흥행하는 중이다…… 라는 게 요약이었다.
‘게임 UI나 비주얼이 그쪽 감성일 것 같긴 했지.’
작품성과 세계관으로 인정받은 몇몇 유명 인디게임들과 비교되는 모양이었다. 벌써 GOTY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었다.
다만 한창 호황인 글로벌 시장과는 다르게, 이걸로 국내 게임 커뮤니티는 난장판이었다.
일단 익명 사이트에서 검색해 보면…….
“……흠.”
이건… 안 되겠군. 선아현이나 배세진이 보면 기절할 거 같은 수위다.
‘좀 징그러운데.’
그래서 활기는 떨어지지만 아주 온건한 커뮤니티를 찾아봤다.
제작진에게 건의하는 게시판의 몇몇 글에서 논쟁이 벌어진 흔적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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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로 하는 홍보 이쯤에서 끝냅시다]: 광고까지는 어쩔 수 없다고 칩시다. 요새 흐름이 그러니까요.
그런데 게임에서 실존 연예인을 계속 생각나게 하는 건 다른 경우입니다. 더는 안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첫 챕터에 그 콜라보 캐릭터들 다 죽어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계속 떡밥 나오고, 은근 다시 나올 것처럼 뉘앙스가 상당하던데요.
그래도 최근엔 아이돌 이미지가 좀 지워져서 게임 속 캐릭터로만 보려고 했는데, 또 글로벌 광고로 아이돌이 나오더군요.
양덕들이야 그 아이돌을 잘 모르니 괜찮지만, 저희는 아닙니다.
글로벌판에서 성공한 걸 보고 또 허튼짓할까 봐 걱정되네요.
제발 런칭 광고로 끝냅시다.
(해당 아이돌에겐 유감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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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초기에 즐기고 끝난 거 다시 가져오는 일 없었으면 함
-런칭 때야 홍보해야 하니 그러려니 했는데 지금은 좀 걱정임 국내 업뎃 주기도 길어지는데… 폐허공장 정신 못 차리나?
-애초에 이게 무슨 씹덕 겜도 아니니까요. 티원이 인수하면서 판 키우려고 무리수 뒀던 거죠.
└씹덕물에 남자 아이돌…?
└여성향 씹덕 겜 의미하는 거였습니다.
└미쳤음? 거기도 싫어함 ㅋㅋ
-나는 좋았는데ㅠㅠ 트레일러 멋지지 않았나요?
└저도 트레일러 좋았습니다. 테스타 괜찮았는데 너무 과민 반응들 하시는 듯… 새로 콜라보 한다는 말도 없는데 말입니다.
└지금부터 이렇게 해 놔야 눈치 보고 안 들고 올 거 아니에요 분위기 파악합시다
-뭐야 여기 왤케 변함? 원래 갓스타 아니었나
└그거 한 달 만에 끝난 판인데 언제적 이야기를… ㅋㅋ
└음 그땐 그 아이돌 팬분들이 굉장히 많았거든요ㅎㅎ
└이건 좀 악의적인 이야기 같네요. 그땐 그냥 막 런칭해서 다들 신나서 달리느라 그랬던 거예요. 그 아이돌분들도 콜라보로 이것저것 많이 홍보해줬고요.
-글로벌도 그 영상으로 광고한 건 강렬하고 좋은 것 같음 돈빨 났음 근데 양덕들 팬아트 보면 아이돌 보여서 좀 역겹긴 함 근데 참을 만함 근데 또 하진 마라
“으음.”
몇 가지 글과 인기글 흐름을 더 보고 나니, 대충 이해했다.
‘확 식었군.’
속된 말로 말하자면, 뽕이 다 빠진 것이다.
처음엔, 망할지도 모르는 게임사의 신작에 자본과 인지도가 투입되니 그 맛에 급격히 호의적으로 됐을 것이다. 당장 흥행이 급하니까.
‘까보니 진짜 결과물이 좋아서 확 달아올랐을 거고.’
게다가 초기 동료는 다 죽어버리니 그 충격성 덕분에 더 흥분했겠지.
테스타의 홍보로 유입된 테스타의 팬들이 많으니 그 분위기가 어느 정도 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죽어서 캐릭터는 퇴장했다. 당연히 테스타의 팬들은 계속해야 할 유인을 못 느끼니, 금방 많이 빠졌을 것이다.
그렇게 초기 동료 몰살 이야기가 공공연해지고, ‘흥한 모바일 게임’에 유입된 사람들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통상적인 흐름이 다시 잡힌 것이다.
‘아이돌 관심 없다 이거지.’
흥미 없고 이질적인 놈들을 내가 좋아하는 게임 컨텐츠 안에 가져다 붙이지 말라는 뜻이다.
게다가 게임사에서는 워낙 초기 동료에 대한 반응이 격렬했다 보니, 업데이트되는 내용에서도 계속 초기 동료 떡밥을 뿌린 모양이다.
그런데 이번 글로벌 판에서도 테스타 광고가 나오니, 또 콜라보가 들어갈까 봐 걱정하는 마음도 이해가 갔다.
‘그럼 하나뿐이지.’
안 엮이면 된다. 나는 스마트폰을 끄고 정리했다.
뜬금없이 빌보드에서 그룹 이름 봐서 재밌었던 걸로 끝내자.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로부터 은근한 떠보기가 들어왔다.
“얘들아 혹시 게임 콜라보 한 번 더…….”
“아뇨.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다음 앨범 준비해야죠~”
“…?? 얘들아?”
깔끔한 거부에 매니저는 당황했다.
‘이럴 줄 알고 애들 모아놓고 짧게 브리핑도 해놨다.’
-코, 콜라보 재밌었는데…….
-하하, 박수칠 때 떠나자는 거구나~
좀 아쉬워하는 놈도 있었지만, 어쨌든 다들 납득했다. 또 해봤자 피곤해지기만 한다는 점이 크게 심금을 울렸던 것 같다.
부터 신인상 논란까지, 일단 인터넷에서 논쟁거리가 되는 것 자체가 피곤할 만도 했다.
그래서 그룹 결정 이후 최초로 프로젝트 거부 사태가 발발했다.
‘그동안 너무 고분고분했나.’
회사는 아쉬워하며 몇 번 설득해보려고 했지만, 테스타가 최근 워낙 성적이 잘 나오는 탓에 그룹의 발언권이 강해져서 무사히 무마되었다.
그리고 새 앨범 준비와 5월의 축제 스케줄을 병행하던 어느 날.
이번에는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미국에서 무대요?”
“네! 그리고 요새 뜨는 프로그램이에요 여기! 위튜브 위주로 좀 작긴 하지만 시청자층도 확실하고…….”
회사 직원이 흥분해서 이야기하다가, 살짝 헛기침을 했다.
‘…눈치를 봐?’
예감이 안 좋았다.
“근데… 음, 그, 게임 콜라보 곡을 불러달라고 하거든요?”
아, 역시.